나는 한 때 노란 집게를 꼬리에 달고 비버 사장님을 동경했던 비버
안전모를 쓰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던 사장님처럼 멋진 건축비버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리고 현재 원인 모를 비버늘보병으로 투병중이야
이름없음2018/12/09 18:06:21ID : VbDxPa7hs9B
인증코드는 어떻게 달더라? 뉴레딕도 똑같아? # 뒤에 문자 붙이는 거 맞지?
이름없음2018/12/09 18:10:31ID : VbDxPa7hs9B
일단 보는 비버가 없어도 이야기는 계속 할 거야.
내가 앓고 있는 이 비버늘보병이라는 건 꽤 골때리는 병이다.
제일 치명적인 점이 일단 집 짓기가 무지 귀찮아진다는 거다, 그냥 귀찮아지는 게 아니다. 아아 아 아 아주 귀찮아진다 그것도 아주.
이름없음2018/12/09 18:12:57ID : VbDxPa7hs9B
그리고 병이 꽤나 진행되면 손이랑 발이 무우우우우지 길어진다 나무늘보처럼.
한창 투병중인 나도 꽤나 손 발이 길어져서 이젠 등 뒤도 혼자서 긁을 수 있을 정도야. 덕분에 매일 등이랑 꼬리 뒷부분이 시원하긴 한데 집 짓는 거엔 하등 도움이 안 돼.
이름없음2018/12/09 18:15:00ID : VbDxPa7hs9B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발톱이랑 앞니도 정말 길어진다, 나무로 집을 지을 일이 없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다. 어느 날 길어진 앞니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 봤더니 의사가 주기적으로 앞니를 갈아줘야 한다고 말하더라. 아니면 앞니가 두개골을 뚫고 튀어나올 수도 있대.
이름없음2018/12/09 18:19:28ID : VbDxPa7hs9B
비정상적으로 길어진 앞니 때문에 더 이상 마른 나무를 물고 다닐 수도 없게 됐어. 의사는 비버늘보화의 진행을 경감시키는 약을 처방해 줬지만 매번 발이랑 약을 같이 삼키는 통에 거의 토해내는 경우가 다반사.
이름없음2018/12/09 18:23:18ID : VbDxPa7hs9B
솔직히 이 앞발 상태로는 레스 쓰는 것도 귀찮아 힘들어... 아까부터 귓가에 벌레가 잉잉대는데 날려버리기도 귀찮아서 꼬리 위에 앉혀 두는 중.
이름없음2018/12/09 18:27:58ID : HDwNs79dA59
헐 이거 우리 사돈의 팔촌의 당숙의 손자분도 걸리셨는데 병마를 못이겨내시고 결국 나무늘보가 되어 아마존으로 돌아가셨어ㅠㅜ 모두들 조심햐!!
이름없음2018/12/09 18:29:07ID : VbDxPa7hs9B
어찌되었든 나는 더 이상 그 때의 초롱초롱한 비버가 아닌 것 같아... 더 이상 무언가가 되고 싶지도 않고, 비버 사장님이 도대체 뭐라고 했던 건지도 사실은 잘 기억이 안 나. 병이 이 정도로 진행되기 전까진 의식적으로 집 짓는 연습을 하곤 했는데 이젠 그것마저도 힘들어졌어.
이름없음2018/12/09 18:31:57ID : VbDxPa7hs9B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는 홀로 무서운 아마존에 떨어지고 싶지 않아! 모두가 사는 이곳에서 비버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가고 싶어!
이름없음2018/12/09 18:35:07ID : VbDxPa7hs9B
아 앞발이 결려서 자세를 바꿨는데 꼬리에 벌레가 깔려 죽어버렸어
이름없음2018/12/09 18:43:29ID : VbDxPa7hs9B
언제부터 이 병을 앓았는지도 잘 모르겠어. 옆 강에서 흘러들어오는 이야길 들었는데 게으름뱅이의 병이라는 소문만 무성해. 내가 너무 나태한 비버라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야
뭐야 다시 읽어보니 에 낮잠 자고 돌아온다고 쓴 거냐... 시간 감각이 모호해지는 증상도 있다더라더니 드디어 갈 때까지 간 모양이다! 사실 이런 증상도 간혹가다 있긴 했었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잊어버린다던가. 어제 핥았던 나무의 감촉을 기억 못한다던가. 가끔 가다 하고 싶은 말을 까먹어버린다던가. 나무 열매를 토끼 똥이라고 말해버렸을 때는 친구를 껴안고 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