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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18/12/14 15:02:13 ID : mJU5ak3yIMn
하소연판에 장황하게 풀어쓰려니 차라리 괴담에 쓰는게 나을 것 같아서 여기다 쓴다. 우리의 인생에서 흔하게 찾아오며 나를 지켜보고, 가장 밀접하게 함께하며 남몰래 우리를 좀먹고, 숨이 막힐 정도의 불안감과 공포를 주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난 지금부터 그걸 설명하고 싶다. 내가 겪은 모든걸 풀면서.
J 2018/12/14 15:04:55 ID : mJU5ak3yIMn
편하게 그것이라 부를 생각이다. 그것. 얼마나 편해, 이것 저것 그것 요것 등등등. 사람들이 그것을 마주하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고, 그만큼 널리 퍼져있으며 사람마다 그것의 위력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지. 나는 그것에게 잡아먹혀 생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다가 빠져나온 사람이다.
이름없음 2018/12/14 15:05:26 ID : s03wk9y7xSI
?
J 2018/12/14 15:06:02 ID : mJU5ak3yIMn
그것은 알고보면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사람의 생을 좌우해. 어느 순간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간 그것에게 먹혀있을지도 모른다.
J 2018/12/14 15:09:08 ID : mJU5ak3yIMn
그렇다고 해서 영적의 존재냐 물어본다면 그건 또 아니다. 그것이 초월적이냐 물어봐도 답할 수 없지. 그것은 생명이 붙은 모든것에게 손을 뻗고 있으며 태초부터 존재한 것이야.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지만 우리는 함부로 대하고 있지. 나는 그 점이 두려웠다. 그것을 어떻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나에게 손을 뻗고 내가 겨우 도망친 이후로 나는 그것을 무시할 수 없는데.
J 2018/12/14 15:10:47 ID : mJU5ak3yIMn
그것은 우리를 늘 지켜본다. 나만 지켜보는게 아니야. 어딜 가도 그것이 도사리고 있어. 행복한 순간에도, 자기 전 이불을 덮는 순간에도, 슬픈 순간에도 우리의 몸에 달라붙어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 검은 혀를 낼름거린다. 그것과 눈을 마주치고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그것은 우리의 살을 파고들어가.
J 2018/12/14 15:14:31 ID : mJU5ak3yIMn
내가 그것을 처음 만난 건 아주 어릴때였다. 정말 꼬꼬마인 어린아이때. 낮잠을 억지로 자야하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선생님이 정말 멋진 그림이라 칭찬을 하고나면 내가 세계 최고의 화가인줄 알았던 순간.
J 2018/12/14 15:23:33 ID : mJU5ak3yIMn
나는 어릴적부터 독특하다는 평을 자주 들었다. 늦둥이 사촌의 재롱잔치에서 우연히 마주한 사랑반 선생님, 이제는 원장님이 된 선생님께서도 나를 기억하실 정도로, 나는 임팩트가 큰 아이로 남아있었다. 선생님이 웃으면서 너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대화를 나눈적이 많았다고 그러셨지. 지금도 기억하건대, 나는 분명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거나 이것저것 말을 걸어서 대답을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을 뿐이었다. 지금도 자주 그런다. 누군가 불러서 뒤를 돌아보면 싸늘한 공기가 나를 맞이하고 나는 또 착각인가? 하고 다시 할 일을 마저 하니까. 뭐, 각설하고. 우리 동네엔 산이 있다. 지리산이나 내장산 같이 어마무시한 산이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이 산책하기 딱 좋을 정도의 건강한 느낌이 물씬나는 낮은 산. 그곳으로 소풍을 갔다가 나 혼자 동떨어진 일이 있었다.
J 2018/12/14 15:32:36 ID : mJU5ak3yIMn
희미하지만 단편적으로 기억이 난다. 산길을 걷고 넓은 공터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우리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어린 아이들이 수집하는 것을 으레 좋아하듯 나도 자연에서 무언가 얻어오는 걸 좋아했고, 나는 예쁜 낙엽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누군가. 그러니까, 허공에서 누가 나를 부르며 저기 흙더미 아래에 도토리가 있으니 같이 가지러 가자는 말에 쫄래쫄래 걸어간 것 같다. 그리고 진짜 도토리가 있으니 집어들고 또 다람쥐를 찾으러 다녔다. 그리고 나는 산에서 길을 잃었다.
J 2018/12/14 15:39:41 ID : mJU5ak3yIMn
사실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동물원으로 가는 길이다. 어린 나는 그걸 몰랐고, 나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울었던 것 같다. 혼자 있으면 무서워서 우는게 당연하지만. 그리고 확실히 기억하는데, 나는 또 사람들을 찾겠답시고 걸어다녔다. 그리고 순간 그것과 마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 아이던 나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위압적이고 두려운 존재였다. 그것과 나를 빼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자리에 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나 혼자만 있고, 그것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작았다. 굉장히 작고 아직 나를 잡아먹을 정도로 크게 자라지 않았다. 계속 울다보니 선생님이 내 울음소리에 나를 찾곤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오셔서 나를 달래주었다. 그것은 어느새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게 나와 그것의 첫만남이다.
J 2018/12/14 15:40:48 ID : mJU5ak3yIMn
사실 두번째 만남도, 세번째 만남도 기억나지 않는다. 숱하게 만나와서 익숙할 지경이다. 지금도 가끔가다 그것이 나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다. 사실, 어젯밤에도 그게 왔다갔다. 나를 쳐다보고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J 2018/12/14 15:42:51 ID : mJU5ak3yIMn
내가 그것에게 휘둘려 죽을뻔한 순간이 있다. 그냥 그걸 설명해야겠다. 그것의 두려움을 너희도 알지도 모르겠다.
J 2018/12/14 15:48:06 ID : mJU5ak3yIMn
사실 나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였으니 당연할법도 하겠다. 이 말 하나 쓰겠다고 온 감정을 쏟아붓는다니.
J 2018/12/14 16:01:25 ID : mJU5ak3yIMn
이상하게 뭔가를 보거나 허공에 중얼대는 애가 고운 인상을 받긴 힘들테다. 하물며 직설적인 경우에는 더더욱. 유치원에서 이상한 아이로 소문이 나서 초등학생때 다가오는 애가 없었고, 리본 머리띠가 유행했다. 공주님 리본 말이다. 그게 초딩패션의 상징이었지. 나는 그 리본을 머리에 쓰고 온 애가 위태로워 보였다. 왜냐면 그 리본 위에 뭔가 흐릿하니 이상한게 떡하니 매달려있었고, 누가 또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저러다 애가 머리를 다칠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애에게 리본에 이상한 동물 같은게 매달려있고, 머리를 다칠지도 모른다고 했고, 그 아이는 하교를 위해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지더니 그대로 굴러 이마가 찢어졌다. 초등학교 2학년의 일이다. 나는 그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왜냐면 그때 이후로 귀신보는 아이라는 둥, 정신 이상자라는 둥 별의별 별명이 붙었고, 소문이 퍼져 중학교 3학년때까지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J 2018/12/14 16:07:53 ID : mJU5ak3yIMn
솔직히 아이들이 뒷통수를 후려치고, 뒤에서 갑자기 발로 걷어차고 낄낄대는 것 까지는 괜찮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숱하게 겪어와서 이젠 무뎌질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것에 비해선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그것은 항상 내 주변에서 나를 잡아먹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난 솔직히 그게 더 무서웠다.
J 2018/12/14 16:10:36 ID : mJU5ak3yIMn
그것은 내가 혼자 있으면 내게 와서 가만히 눈을 마주했다. 작았던 그것이 어느새 커져서 밤마다 나를 짓누르고, 나는 그 두려움과 중압감에 숨죽여 울었다. 그것은 나를 밤새 괴롭히고 내가 결국 그것과의 싸움에서 지쳐 잠들면 다음날까지 친절히 기다려줬다.
J 2018/12/14 16:11:37 ID : mJU5ak3yIMn
그리고 그것에게 휘둘린 날. 그 날은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것에게서 무슨 감정을 가졌고 그것이 나를 잡아먹고 나를 멋대로 움직이게 했던 순간을 말하는게 낫겠다.
J 2018/12/14 16:17:42 ID : mJU5ak3yIMn
지치고 고통스러운 나날도 끝을 마주했다. 어머니는 회식에, 아버지는 파견근무에. 먼저 자려고 불을 끄고 이불을 덮고 누웠는데, 그것이 나와 눈을 마주했다. 그것의 눈이 하나였더라. 알고보니 하나가 아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것이 어느새 집채만하게 자라서 한쪽 눈만 보였던 것이다. 그것이 나를 붙잡고 내 속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쏟아지는 감정에 어찌할줄 모르고 목이 막혀 소리도 내지 못하며 꺽꺽대고 울었다. 그렇게 두려운 건 난생 처음이었다.
J 2018/12/14 16:20:49 ID : mJU5ak3yIMn
그것이 내 안을 꽉 채웠을땐 미치도록 공허했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나를 지배하려 손을 뻗는게 느껴져서 필사적으로 생각을 쥐어짜서 그것을 밀어내려 했고, 그것이 내 발목에 족쇄를 차고 끌고가는듯이 고통스러웠다. 사방에서 그것이 나를 옥죄고 나를 죽이려 들었다. 나는 집 밖으로 도망쳤다.
J 2018/12/14 16:25:46 ID : mJU5ak3yIMn
공황상태에 가까웠다. 수면바지에, 한쪽만 신은 슬리퍼에, 엘리베이터도 아니고 12층이나 되는 집에서 입구까지 계단을 통해 뛰어 내려갔다. 기억나는게 없다. 확실히 기억하는건 내가 깨어나고 알게된 옷차림과 내가 계단으로 내려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그 검은 혀를 낼름거리며 나를 계속 삼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도 내가 보기엔 사방팔방이 그것이었다. 나는 방황했고, 그것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J 2018/12/14 16:26:06 ID : mJU5ak3yIMn
그리고 나는 달려드는 차에 뛰쳐들었다.
J 2018/12/14 16:28:03 ID : mJU5ak3yIMn
그 이후로 기억이 아무것도 안 난다. 바로 정신을 잃었나보다. 한 며칠은 잠만 잤다. 불러서 깨워도 말 몇마디 못나누고 계속 잠만 잤다. 완벽하게 깨어나고나서 엄마가 나랑 대화를 하시다가 눈물을 터뜨리고, 파견근무를 갔던 아빠도 돌아오셔서 오매불망 내가 깨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내가 다 봤는데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죽지는 않았지만 다리 한쪽이 심하게 다쳐 수술을 했다. 지금도 걷는 도중에 아프고 그럴 정도로 후유증이 심하다.
J 2018/12/14 16:29:30 ID : mJU5ak3yIMn
그것은 그 순간에도 나를 쳐다봤다.
J 2018/12/14 16:32:29 ID : mJU5ak3yIMn
그리고 나는 왜 차에 뛰쳐들었냐는 질문에 그것에 대해 모두 설명했다. 나는 몇가지 검사를 했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알아내고 말았다. 우습되 우습게 보아서는 안될 그것이 어찌나 두려웠는지.
J 2018/12/14 16:34:10 ID : mJU5ak3yIMn
지금 나는 어엿한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 나름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 내 이름으로 된 집 있지, 차도 있지 기타등등. 그럼에도 그것은 나를 여전히 지켜보고 기회를 노린다.
J 2018/12/14 16:34:35 ID : mJU5ak3yIMn
그리고 너희도 노리고 있고.
J 2018/12/14 16:35:25 ID : mJU5ak3yIMn
이쯤되면 그것의 정체를 밝혀도 되겠지. 꽤 허망한 답일테다. 우울과 외로움. 나는 그 둘을 그것이라 부른다.
J 2018/12/14 16:39:35 ID : mnA7BBAi1cn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부디 조심해라. 그것은 너희를 삼킬 기회를 노리고, 너희의 곁을 빙빙 맴돈다. 그것이 찾아와 너희를 삼키는 건 한 순간이니. 귀신보다 더 무서운게 사람이고, 사람보다 더 무서운게 감정이다. 어릴적 마주했던 귀신보다 무섭고 지금도 무서운게 그것이다. 부디 나처럼 잡아먹히지 않기를.
이름없음 2018/12/14 17:02:00 ID : Cqo2ILcE2sl
이 글에서 많은 걸 느끼고 간다 스레주도 파이팅
이름없음 2018/12/14 18:28:06 ID : 1u3Crtg0nzT
, 그럼 이건 뭐야?
J 2018/12/14 19:19:44 ID : eMpbDvu4Gnu
내 고질적인 문제. 에서 말했듯 어릴적 봤던 귀신 비슷한 무언가. 아직도 뭔지 모른다.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착각이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만 그때 기억이 강렬히 남아 쉽게 부정하긴 어렵다.
이름없음 2018/12/14 21:23:49 ID : 88mJU3RwoMq
와 글 잘쓴다... 그슨대인가 싶었는데..
이름없음 2018/12/15 14:35:44 ID : 3QpU3QmnxA2
그슨대가 뭐야?
이름없음 2019/01/01 20:35:03 ID : GnwljwGmq0k
모든 생명한ㅌㅔ 붙어있다 해서 그림자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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