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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12/16 14:21:36 ID : anu9y7BBAjh
C는 경찰대를 졸업하고 이제 막 임관한 초임경찰관이다. 맡은 부서가 생활안전계 소속이라 매일같이 주취자들과 사고친 불량학생들에게 시달리며 조서를 쓰는것이 일이다. 원래는 광역수사를 하는 형사가 되고 싶어 형사과에 지원했지만 생활안전계로 배치받았다. 임관하고 배치받은지 6개월이 지나가고 이제 슬슬 일도 손에 익어갔다. 연말이라 그런지 요즘따라 주취자가 많이 들어와 조서쓰는데에 바쁜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때였다. 사무실 문이 열리며 왠 교복을 입은 학생하나와 중년의 남성이 들어왔다. 학생 손에는 수갑이 걸려있었고 중년의 남성은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매우 화가나 보였다. "K경사님 무슨일이에요?" 직급은 C보다는 낮지만 경력이 6년차인 선배였기에 상호존칭을 쓰며 친하게 형동생하며 지내고 있는 K경사에게 물었다. "요 학생이 벤치에서 맥주를 먹고 있었다던데? 그래서 저 아저씨가 훈계를 좀 했는데 말다툼이 싸움으로 번진 모양이야" K경사는 어이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C가 상황을 보아하니 술이 잔뜩 취한 아저씨가 맥주를 마시고 있는 학생에게 훈계랍시고 기분나쁜말을 몇 마디 하다 싸움이 붙은것 같았다. 학생을 보니 그렇게 단정하지도 않고 아마 꽤나 노는 아이 같았다. 아이의 입술은 어디서 맞았는지 터져있었고 멱살을 잡혔는지 교복셔츠 단추는 뜯겨져 있었다. "지금 경위서 양식 나눠 줄테니까 작성하세요" C는 경위서 양식지를 나눠주고는 계속 밀려오는 주취자들을 다시 상대하였다. 몇 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구석에서 경위서를 쓰고있던 학생과 아저씨는 다시 말싸움을 하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C는 한 숨을 쉬며 K를 불렀다. "형! K경사님! 저 사람들좀 진정 시켜주세요. 제가 하던 일이 있어서" "알았어 계속 일봐 내가 처리할께" 하지만 이내 K경사도 같이 소리를 지르며 싸움에 휘말려 같이 싸우고 있었다. C는 옆의 J순경에게 잠시 일을 맡기고 말리러 나갔다. "지금 두 분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공무집행 방해죄 추가 되고 싶지 않으시죠?" 싸우던 두 사람은 숙연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K경사님 고생 하셨습니다. 이제 제가 나머지 맡겠습니다." C는 K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덧붙여 말했다. "그냥 여기서 조서 쓸게요. 먼저 학생? 이름이?" 고등학생쯤 되보이는 학생이었다. C보다 체격은 작았지만, 꽤 다부진 체격을 가진 학생이었다. 눈빛이 날카로워 한 성깔해보였다. "L" 짧고 묵직한 대답이었다. 버릇없는 무성의한 단답이 C의 신경을 건드렸다. 안그래도 몰려오는 주취자 때문에 피곤해 신경이 서있었는데 싸가지 없는 학생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결국 폭팔했다. "야이새꺄 말이 짧다?" C도 고등학생때 까지만 해도 고향 동네를 주름잡던 골목대장 출신이었기에 한 성깔 했지만 계급사회와 더불어 사회초년생의 특성상 성격을 죽이고 살아왔던게 한 번에 풀려버린것이다. "다시 이름" C는 다시 물었다. "...L" 다시 돌아오는건 단답. C는 순간 욱 하고 짜증이 올라왔다. C는 조서를 끼워넣은 파일철을 휘둘러 학생의 정수리를 후렸다. 사무실내 선배들부터 갓들어온 순경까지 모두 C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자 다시 이름" C는 이를 꽉물고 말했다. 한 번더 방금처럼 대답했다간 어디 한대 때릴거 같이 노려보았다. L도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떨구고 나즈막히 말했다. "...L..이요..." 수시간동안 아웅다웅하며 조서를 다썼다. 들어보니 다른학교 학생과 싸우고 혼자 편의전에서 맥주를 사 마신 모양이다. 학교를 늦게 들어갔는지 유급당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학생은 20살이었다.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들이키고 있던 도중 술에 잔뜩 취한 아저씨가 학생에게 훈계를 하다 싸움으로 번진것 같았다. 일단 쌍방과실로 처리시키고 귀가조치 하였다. 하지만 L은 집에가지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넌 안가냐?" C가 물었다. 그러자 J가 대답했다. "갈데 없어요" 터진입술사이로 잠긴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C는 L이 매우 측은해 보였다. C는 한숨을 갚게 내쉬었다. "저녁은 먹었냐?" 밤11시 늦긴했지만 퇴근시간이 까지 아무것도 먹지못한 C는 L에게 물었다. "아직..." L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매우 우울해 보였다. C는 동정심이 들어 뭐라도 사주고 보내야겠다 싶었다. "가자. 밥먹으러" C는 L에게 말했다. L은 놀란듯이 날 쳐다보았다.5
이름없음 2018/12/17 00:29:07 ID : anu9y7BBAjh
옷을 대충추스려 입고 문을 열었다. 차갑게 내리치는 바람에 몸은 움츠러 들었다. C는 돌아보며 L을 보았다. 교복마이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단추라 뜯긴 교복셔츠와 조끼만 달랑 입고 있었다. 측은했는지 다시 사무실에 돌아가 남아돌던 동점퍼를 학생에게 주었다. "입어. 춥다" "괜찮아요. 안추워요" L은 춥지 않은게 아니었다. 수갑까지 차고 경찰서에 끌려와서는 경찰관에게 밥을 얻어먹고 거기다 경찰동점퍼를 입고간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때 C가말했다. "아무도 안봐. 걸어가는거 아냐 나 차있어 임마" L은 자신의 생각을 읽은것 마냥 정곡을 찔러 말하는 C에게 놀라 동점퍼를 추스려 입었다. C는 조수석차문을 열고 L에게 타라며 손짓했다. L은 우물쭈물 차안으로 들어갔다. 차안은 역시 추웠다. 동점퍼를 안입었음 큰일날뻔 했다는 생각이 L에게 들었다. 시동이 걸리고 C는 히터를 켜고 출발했다. "뭐먹으러 갈까?" 갑작스런 C의 질문에 L은 당황했다. 아까까지만해도 경찰서에서 자신을 윽박지르던 C가 자상해 보였다. "저기.. 어떻게 아셨어요?" L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C는 어리둥절하며 되물었다. "응? 뭐가?" "아까 점퍼주실때 말이예요" L은 자신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는 것에 계속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랑 비슷하니까" L은 C를 바라보았다. 곧이어 C는 말을 덧붙였다. "나도 경찰서 자주 들락거렸어 어릴땐" C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담배피냐?" L은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C는 그런 L을 보고 호탕하게 웃으며 담배를 물고 핸들을 꺽었다. "한 대 필래?" C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앞을보며 담배갑을 건넸다. "괜찮아요" L이 대답했다. C는 고개를 잠깐돌려 L을 보았다. L의 표정을 보니 고민을 하는 것같아 한 마디 내붙였다. "괜찮아 임마 너 스무살이라며?" L은 담배를 하나 집어들며 불을 붙였다. 차안은 담배연기로 자욱하게 물들어갔다.
이름없음 2018/12/18 06:19:37 ID : lwk2q588mIK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식당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장사를 마치고 셧터를 내리고 있었다. 다른 식당들도 불이 꺼져가고 C와 L은 다시 차안으로 들어왔다. "야... 이거 큰일났네 어쩌지?" C는 멋쩍은듯 L에게 웃어보였다. 사실 좀 민망했다. L은 그 멋쩍은 웃음이 웃겨 그만 그자리에서 피식 웃고 말았다. "왜웃냐?" C가 물었다. C는 L이 웃는모습을 보며 놀랐다. 여태까지 초점없고 만사 의욕없는 표정으로 있었던 L의 웃음에 장난끼가 발동했다. "야 임마 내가 웃겨?" C는 일부러 정색하며 얄궃게 꾸짖었다. 그러자 L은 다시 정색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C는 L이 이런 순진한 구석이 있었나 생각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L은 화냈다 웃었다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할지 혼란스러워 하였다. "장난이야 새꺄" C가 L의 머리를 헝클리며 말했다. "아 좀 하지마요" L은 오늘 낮에 싸움에서 맞은 머리가 욱신거렸다. 사실은 그것보다 L은 배가고파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이다. L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배 많이 고픈가보네 안되겠다" C는 차를 돌려 대형마트로 향했다. 집에서 뭐라도 먹여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꾸만 자신의 어린시절이 떠올라서인지 L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냥 우리집에서 밥먹자" 대형마트에서 식재료들을 사고 차로 몇 분을 달려 C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서는 L에게 들어오라고 눈짓했다. "너 일단 씻어야겠다. 샤워부터해" 어디서 싸웠는지 흙자국과 핏덩이 그리고 피딱지들이 가득한 얼굴을 보고는 C가 욕실을 가르키며 말했다. "샤워를요?" L은 남의집에서 샤워해보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베란다 통유리창에 비친 흙투성이 손과 꾀죄죄한 얼굴을 보며 이내 수긍했다. C는 부엌에 들어가 어제 술안주 하다 남은 삼겹살과 김치와 냉동실에 가둬놓은 사골국물을 꺼내어 끓였다. 맛을 보고는 꽤 괜찮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불을 끄고 식탁에 내려놓았다. 나름 괜찮은 밥상이 완성됬다. 잠시 후 욕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저 옷이... 이거 다시 입나요?" L은 머리가 젖은채로 욕실문 밖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어 흙자국이 잔뜩남은 교복셔츠를 들어보이며 물었다. C는 샤워시켜놓고 다시 더러운옷을 L에게 입게 할수 없었다. C는 장롱을 열며 말했다. "너 옷 사이즈가 어떻게되냐? 라지? 미디엄?" "미디엄 입어요" 생각해보니 소용없는 질문이었다. C는 키가 180조금 안되는 비교적 큰 키에다 운동으로 체격이 컸기 때문에 집에 미디엄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걸 그제서야 깨달았는지 다시 물었다. "어... 라지줄께 그냥 미디엄이 없네.." C는 팬티와 반바지 그리고 맨투맨티셔츠를 건네며 말했다. 큰옷을 입혀놓으니 더욱 앳된 모습에 C는 마음이 흔들렸다. 자신의 어릴적 모습을 보는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C는 고아원에서 자라 13살때 입양이 되었지만 16살이 되던해 양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릴때부터 갈곳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었기에 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였다. "밥 먹자" C는 냄비뚜겅을 열며 말했다. L은 식탁에 앉아 밥그릇에 가득 찬 흰쌀밥을 보고 한참을 멍때렸다. "뭐해 안먹고 제사지내냐?" C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L이 나즈막하게 대답했다. "저기... 그... 고맙습니다" "그냥 C라고 불러 아님 형이라고 하던가" C는 L에게 말했다. 자신이라도 L에게 형이 되어주겠다고 다짐하며 꺼낸 말이었다. "얌마 나 아직 26살이야 아저씨 아니야" C는 혹시 나이때문에 그런가 싶어 덧붙였다. L이 입을 열었다. "네 고마워요 형" L은 고맙다고 말하고는 밥숟가락을 떠서 입에 밀어넣었다. 맛있었다. 얼마만에 제대로된 집밥인지 정신을 차려보니 한 그릇을 다비웠다. 편의점 삼각김밥만 먹다 진짜 집밥을 먹으니 너무 행복했다. "너 갈데 없댔나?" C가 물었다. C는 아까전 서에서 L이 했던 말이 계속 신경쓰였다. "있긴한데... 들어가기 싫어요" L의 누나는 소위 말하는 오피녀다. 남자들의 욕구를 풀어주며 돈을받는다. 그런 누나가 꼴보기도 싫었고 다른 남자들이 왔다간 집에 들어가기도 싫었다. C는 상황을 모르지만 사정이 있겠거니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자고가. 뭐 더 있고 싶으면 낼 집에가서 필요한거 가져오고" C는 적막한 집에 외롭지는 않겠다 싶었다. 오늘 같이 오랫만에 다른사람과 식사를 해보니 혼자 매일 저녁을 해먹는거보다 같이 먹는게 더 낫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름없음 2018/12/18 16:31:05 ID : ze7s1hhxVdR
"그래도 되는거예요?" L이 조심스레 되물었다. 혹시 그냥 한 말이 아닐까 민폐가 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왜? 안될일 없잖아? 여긴 내집인데. 월세긴해도" C는 혹시라도 어렵게 생각할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C는 연말에 같이 보낼사람도 없고 지금 여자친구만들기는 글렀다 생각하고 있었기에 연말을 같이보낼 사람정도는 있어야겠다 생각했다. 체질상 조용한것을 안좋아하는 C였기에 말동무는 간절히 필요했다. "내일 아침까지 생각해봐" 그릇들을 옮기며 C가 말했다. 싱크대로 그릇을 갖다넣고 반찬들은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C가 스펀지에 퐁퐁을 짜던 찰나에 L이 말했다. 덕분에 C는 더욱더 L을 집에 잡아놓고 싶었다. C는 티비를 켜고 거실에 이불을 폈다. C는 겨울엔 거실에만 난방을 해서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자는것이 평상 습관이다. 사실 여름애도 덥다는 핑계로 거할에 나와 티비를 보며 잠을 자기에 침실의 침대는 사실상 필요없었다. 집에 입주할때 부터 있었던거라 딱히 저기서 자본적도 거의 없고 신경쓰고있지 않았다. 두꺼운 깔개를 바닥에 깔고 베게를 두개 놓았다. 그러자 그걸 본 L이 말했다. "가...같이자요?" C는 뭔소린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L이 당황하며 서있었다. "그럼 난 쇼파에서 잘까? 아님 침대에서 둘이 잘까? 남녀사이도 아니고 왜그러는건데?" C는 L이 왜저러나 생각했다.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했나 싶어 기억을 되뇌었지만 딱히 잘못한 가억도 없었다.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L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쇼파에서 자?" C는 쇼파에서 잘 자신이 없었다. 가뜩이나 오래된쇼파라 냄새나고 불편한데 큰키인 자신이 저 쇼파에 누울수 있을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렇네요" L이 대답했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보다 하며 티비쪽 자리를 내주었다. 나름 양보한 자리다. 덩치큰C가 티비앞에서 눕는다면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L이 티비를 못보기 때문이다. C는 자리를 잡고 누워 리모콘을 집었다. 금요일 저녁에 하는 예능방송을 지금이라도 놓치지 않을수 없었다
이름없음 2018/12/19 02:16:09 ID : h9bcmoGqY65
Good morning Good mor... C는 알람을 끄고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오한이서렸다. 보일러가 또 말썽인 모양이다. L도 추웠는지 이불을 말아서 덮고 있었다. L을 옆으로 잠깐 밀어낸뒤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다. "출근해야지... 출근" C는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갔다. 어제 먹다남은 김치찌개를 불에 얹히고 식탁에 털썩 앉았다. "야 너 학교안가냐?" C는 아직도 태평하게 자고있는 L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L은 부스스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상황파악이 끝난듯 그제서야 C를 바라보았다. "오늘 토요일인데요... 학교 안가요" C는 휴대전화에 날짜란을 바라보았다. 토요일이었다. C는 아침부터 생난리를 쳤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휴일아침부터 뭘 하나 했네.." L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C가 김치찌개를 올려놨던 불을 끄며 말했다. "그럼 좀 말해주지 그랬냐" C는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춥다며 몸을 웅크렸다. "덩치도 산만한 사람이 왜그래요?" L이 농담조로 비아냥거렸다. 그러자 C는 어제까지 우울해 죽을려그러던 애가 맞나 싶어 다리로 L을 넘어뜨리며 말했다. "아니 너 이제 슬슬 말놓네? 뒤질라구" C는 장난기가 슬슬 나오가 시작했다. 혼자 살며 이 끼를 꺼내지도 못하고 계급사회에 물들어갔기에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 좀 놔봐요 이제 슬슬 말놓을때 됬잖...악!" C는 다리로 L의 허리를 쥐어짜며 말했다. "뭐라고? 다시말해봐" 장난조가 섞인 말투였다. 아침부터 장난을 한바탕 차르고 나니 둘은 슬슬 배고고파지기 시작했다. C는 부엌으로 걸어가 다시 김치찌개를 불에 얹혔다. "오늘은 아침은 걍 대충 이거 먹고 점심겸 저녁으로 뭐 시켜먹자"
이름없음 2018/12/19 13:23:58 ID : a785QlcpRzP
아침식사를 끝내고 나니 포만감에 다사 졸음아 쏟아졌다. C는 그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오는 신고에 주취자난봉꾼에 너무 피곤했던터라 다시 눕고 싶었다. 쇼파에 풀썩 앉아 고개를 돌려 베란다 창 밖을 보니 날씨가 꽤 좋은 듯 했다. 평온하고 햇살이 간만에 내리쬐는 듯했다 엊그제 내린 눈은 채 녹지도 못한채 소복히 나무가지에 쌓여있었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생각했다. L은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그때 C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맞다 너 집에서 가져올거 없어? 여기 계속 있을거면 가져와야지" L은 까맣게 있고있었다. 그는 그제서야 이불을 걷어올리고는 곰곰히 생각을 했다. 정말 가기싫었다. 밖이 춥고 자시고를 떠나 집으로 간다는 것아 정말 싫었다. "아맞다. 교과서랑 교복..." 생각해보니 교과서와 교복 여벌이 집에 있었다. C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가져올 물건을 생각하는걸로 봐선 여기에 머무르기를 선택한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L또한 음침한 집대신 여기가 훨씬 더 좋고 편했다. 매일 아침 아빠 몰래 집을 빠져나오지 않아도 되고 누나를 볼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 집 어디쯤이야?" C가 물었다. 그리고 L이 일어서며 대답했다. "G동에 살아요" G동은 도보로 25분거리 정도에 있었다. 바로 옆동네지만 T동끝자락에 위치한 C의집은 좀 거리가 있었다. C는 택시를 태워 보낼까 생각을 했지만 그냥 자신이 데려다 주기로 생각했다. 집안환경이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태워줄께 가자" C가 쇼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자 L이 말했다. "괜찮아요 혼자 갈께요" L은 자신의 집을 보여주기 싫었다. 창피한 집을 굳이 어제 처음본 사람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몰래 들어가 교복만이라도 가져오려 했기에 굳이 다른사람까지 데리고 갈 필요도 없었다. "밖에 추워 차타고 가자. 자 입어 이거" C는 L에게 패딩을 들려주며 말했다. L은 괜찮다며 거절하려 했지만 이미 옷을 다 차려입은 C를 보고는 포기하고 패딩을 주섬주섬 입었다. "오지랖 디게 넓으시네" L은 생각으로 한다는 말이 순간 입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혹여 C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고개를 들어 C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원래 오지랖 넓어 난. 그러니까 경찰하고있지" C는 L에게 뭐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기에 그게 오지랖이든 뭐든 일단 L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자 집안에서 봤던 햇살이 내리쬐는 풍경과는 달리 제법 쌀쌀한 바람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C는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놓고는 팔꿈치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이름없음 2018/12/19 20:01:25 ID : eKY3B9eMoZf
차안에 들어와 히터를 켜고 손을 녹였다. 시트마저 차가운 얼음장처럼 느껴져 엉덩이에 감각이 둔해진것같이 느껴졌다. C는 어느 정도 손이 녹자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을 켰다. "어디로 가면되?" C는 주소검색창을 띄우고 조수석에 탄 L에게 물었다. 그러자 L은 얼어붙은 입을 힘겹게 열며 말했다. "G동 목화빌라요" "어디보자... G동...목화빌라.. 오케이" 주소를 찍고 네비게이션창이 길안내창으로 바뀌었다. 차로 달리니 5분정도 거리였다. 온갖 낙서에 깨진 술병이 마구 널브러져 있는 대낮에도 그늘진 빌라촌이었다. "어서가서 가져와 여기서 기다릴께" L은 차에서 내려 골목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30분이 넘어가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뭘 챙기는게 오래걸리나 싶었지만 전화번호도 몰라 걱정만 늘어갔다. "전화번호나 저장해 놓을껄... 도데체 왜 이리 늦는거야?" 금새 1시간이 지나고 L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 걱정되 차에서 내려 찾아갈까 생각했으나 오지랖이 너무 넓었나 싶어 이내 마음을 접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C의 인내심은 한계를 찍고있었다. 도저히 기다리다 못한 C는 차에서 내려 L이 들어간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목화빌라라 그랬나..." C는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살폈다. 드디어 목화빌라라고 적힌 건물 한 채를 보았고 빌라의 유리로 된 현관문을 열었다. -쨍그랑 "잘못했어요. 안그럴게요"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잘못했다며 울며소리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L의 목소리라는 것을 느낀 C는 바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2층에 다다르자 반쯤 열린 현관문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고 계단에는 깨진 소주병이 널브러져있었다. 순간 C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잡아당겨 열고 집안을 보니 엎어진 반찬그릇과 어디에 베였는지 피투성이가 손을 감싸며 울고있는 L을 보았다. "누구요? 누구신데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오는거요?" L의 아버지로 보이는 듯한 중년의 남성이 C에게 위협적으로 물었다. "경찰입니다. 무슨일입니까?" C는 침착하게 지갑에 꽂아둔 공무원증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중년의 남성은 다시 짜증나는 투로 말했다. "남의 가정사에 끼어드는 것도 경찰이 업무요? 신경쓰지 말고 가쇼. 우리애 훈육하다 소란이 좀 컸소" L의 아버지는 문을 닫으려 했다. C는 문고리를 잡으며 소리쳤다. "생활안전계소속 C경위입니다. 가정폭력 제재는 우리 업무 맞습니다. 잠깐 밖으로 나와주시죠" "아니 그냥 가던길 가시라고" L의 아버지는 소리 지르며 문을 잡아당겼다. 그의 포효속에는 술에 찌든 고약한 입냄새가 흘러나왔다. C는 안되겠다 싶어 발과 한 손으로 문을 잡고 휴대폰을 꺼내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예 A구 경찰서 생활안전계 C경위입니다. 지금 G동 목화빌라에서 가정폭력 한 건있습니다. 지원 부탁드립니다" C는 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며 사간을 끌었다. 마침내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경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침 그날 당직이었던 K경사는 문으로 실랑이를 하고 있는 C를 보고는 달려와 물었다. "뭐야 무슨 상황이야" "지금 저 안에 애가 피투성이가 되서 있다니까요" K는 계단에 널브러진 술병조각과 숨죽아며 흐느끼는 울음소리에 순간적으로 직감했다. "경찰입니다. 지금 문 안열어주시면 형소법 212에 의거해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K는 문을 잡고 소리쳤다. 건물밖에는 사람들이 몰려 웅성웅성 대며 모여들었다. 다들 언젠가 저럴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다들 방관자였던 것이다. 혹여나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며 무심코 지나갔거나 일부러 무시하며 누군가 도와주겠거니 혀만 끌끌 찰 뿐 아무도 신고라던가 조치를 취하지 않있던 것이다.
이름없음 2018/12/20 15:10:30 ID : mMnWrummr85
이 빌라촌 주민 모두가 방관하며 도움의 손길마저 내주지 않았고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일부러 조사를 피하는 경우가 있었다. L은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보냈고 C는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물고 다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 똑같은 대답이었다. '몰라요. 가보세요' 조사를 해보니 L의 어머니는 필리핀에서 왔다고 한다. L이 눈이 크고 이색적으로 생기긴 했었다. 그냥 눈이 이쁜친구 라고만 생각을 했던 C는 처음 안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여가저기 다니며 매달려 겨우 알아낸 정보라곤 필리핀출신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과 그 어머니 또한 남편의 음주폭행으로 자신의 나라로 도망갔다는게 주민들의 진술이었다. 결국 L의 아버지는 존속상해죄로 입건되었지만 알콜중독에 따른 심신미약으로 징역4년에 접근금지명령을 받고는 수감된다. "진짜 세상 이상하게 돌아가지? 너무 불공평해" K가 담배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담배연기는 이윽고 입김과 섞여 무화량이 2배가 되어 하늘로 뻗어 퍼진다. "4년이 뭡니까. 4년이. 최대 10년이라면서요" C는 화가난듯 했다. 너무 답답했다. 항상 약자는 약자여야되고 강자는 항상 강자일까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있는거야. 나와서 또 저지르면 잡고 넣고 반복이지" C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재떨이에 담배를 껐다. 물을 열고 들어와 난로 곁에서 손을 녹였다. 의자에 앉아 가스난로의 불꽃을 바라보니 옛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어느 아동보호센터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어린 C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못마땅한 표정으로 손을 들고 복도에 무릎꿇고 앉아있다. "자기 마음에 안든다고 주먹질하고 식사 할때는 차례대로 받는거예요" 젊은 수녀님은 화가 단단히 난 듯 했다. 사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 이해는 갈만했다. 인내와 온화함의 상징인 수녀님이 저렇게 화가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여자아이들 머리자르고 도망가기, 급식훔쳐먹기, 신발 훔쳐 숨겨놓기, 아이들과 쌈박질 등 전과이력이 유일무이한 악동이었기 때문이다. "잘못했어요..." 꾸짖는 수녀님 앞에서 C는 잘못했다며 빌어보았다. 하지만 수녀님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은채 꾸짖었다. "C어린이는 항상 그런식으로 빠져나갈려고 하죠. 조금도 반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 "수녀님 말씀도중에 죄송합니다만, 제가 이 아이를 지도해도 될까요?" 인자한 목소리 포근한 말투 원장수녀님이었다. 원장수녀님은 웃어보이며 부탁했다. 그러자 젊운 수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살며시 비켜주었다. "따라오세요 저랑 놀러갈까요?" 원장수녀는 복도에 손들고 꿇어 앉아있던 C를 일으켜 손을 잡고 물었다. 그 따뜻한 목소리에 어린 C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장수녀님은 젊은 수녀에게 목례를 하고는 C와 함께 복도를 걸어 나갔다. 철컥- 도착한 곳은 원장실 그곳에는 어린아이용 둥근탁자와 어른용 의자가 준비되있었다. 수녀님은 찻장에서 과자 상자를 꺼내 둥근 탁자에 올려놓고 C에게 말했다. "저기 앉아서 과자 좀 먹으세요. 잠시 후에 올게요" C는 아게 왠 떡인가 싶어 탁자에 앉아 상자를 열고 과자를 집었다. 굉장했다. 바삭한 식감에 촘촘히 박힌 설탕은 혀를 감싸고 C를 황홀하게 만들어 주었다.
C경위의 과거 2018/12/21 04:49:50 ID : zhArButvDth
"맛있나요?" 원장수녀가 물었다. 따뜻한 우유가 올려진 은빛쟁반을 들고 온화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녀의 물음에 C는 고개를 끄덕였다. "먹을 만큼 먹어도 괜찮아요. 다 먹어도 된답니다" 12살의 어린아이에게 철제 과자통에 담긴 과자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C는 양손에 과자 부스러기를 잔뜩 묻힌채 신난듯 과자를 집어먹었다. 그러다 목이 메여 먹던 과자를 내려놓았다. "왜그러나요 아직 많이 남았는데" 수녀가 물었다. 그리고 C가 대답했다. "물줘 목메여서 그래" C는 쟁반에 놓인 우유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원장수녀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만약에 우유를 주지 않는다면요?" "빨리 줘 목마르단 말야!" C는 성을 내며 소리쳤다. 철부지 없는 행동에도 그녀는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C어린이. 제가 C에게 우유만 준다고 하면 당연히 안 먹는다 하겠죠. 근데 C가 먹고싶은 과자를 많이 먹으려면 우유를 먹어야 목이 메이지 않고 많이 그리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답니다" C는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우유를 달라며 재촉했다. 그러자 그녀가 C에게 우유를 건네며 말했다. "C, C는 무엇을 하고 싶나요? 아니, 어떻게 살고 싶나요?" 철부지12살에게는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럼에도 원장수녀는 C의 어떤 대답이든 원하고 있었다. "엄마...아빠랑 같이 살고싶어" C는 우유를 마시며 대답했다. C의 눈은 영락없는 순수한 아이 였지만 그의 대답에는 무게가 실려있었다. 원장수녀가 말했다. "아까 맛있는 과자를 먹다가 목이 메여서 무엇을 찾았나요?" "우유" C가 대답했다. 그리곤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C가 하고싶은것을 하려거나 원하는걸 가지고 싶을땐 때로는 하기싫은걸 먼저 해야할 때가 있어요. 언제나 하고싶은 것, 먹거싶은것만 하고 살수는 없답니다" 과자를 다시 먹던 C가 과자를 내려놓고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돼? 어떻게 하면 엄마아빠가 데리러오는데?" "내일부터 매일 아침9시까지 아침 먹고 여기로 오세요. 물론 과자와 우유는 항상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원장수녀는 미소를 지으며 C를 바라보았다.
이름없음 2018/12/24 00:21:25 ID : 6nWkmoK3Qtt
"야 C 너 형사과지?" 누가 불렀다. 난로 앞에서 졸고 있던 그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저... 생활안전계..." "됬고 지금 애들 붙여줄테니까 나가봐 급해" 형사과장이 재촉했다. 아무래도 사고가 난 듯하다. 연말에다 일요일이라 당직인원 외에는 없어 있는 사람이라도 출동 해야 됬었다. 장소는 번화가쪽이란걸 보니 직감적으로 술먹고 싸우고 있겠다 싶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경찰입니다. 잠시만요" C는 대원들과 내려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는 중심으로 들어갔다. 회칼과 소주병 보아하니 뒷세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같았다. 대원 중 한 명이 회칼을 들고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대원에게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뚫고 나가려는 심산이었다. C는 몸을 날려 남자를 제압하고는 손을 뒤로빼 꺾어 칼을 떨어뜨리게 하고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다른 한 남자는 깨진 소주병을 들고 누워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구급차 부르고 가자" 서로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그 남자가 힘이 빠질대로 빠져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칼에 맞을 뻔하였다. 오늘 칼에 찔릴뻔 했다는 생각에 다시 난로로 돌아와 풀썩 주저 앉았다. 'L은 어떻게 됬을라나' 어차피 오늘은 출근일이 아니였기 때문에 C는 서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저녁 9시 추운 밤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저 멀리서 걷고 있는 L과 마주쳤다. C는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L! 빨리 타. 추워" L은 웃어보이며 달려왔다. 어제 있었던일은 괜찮은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혹여 폐가 될까 입닫고 있었다. "저 괜찮아요" L이 말했다. C는 생각을 읽힌것 같아 흠칫 놀랐다. "음? 그걸 왜.." "형은 저랑 비슷하니까" 그리고 L은 덧붙였다. "아버진 빵에 갔고 누나는 집에 계속 있는대요" "너는?" C가 묻자 L이 답했다. "난 형집에서 살껀데요" C는 내심 좋았다. 다시 장난기가 발동한 C는 L에게 정색을 하며 말했다. "누구맘대로?" L은 조용히 C의 눈치를 살폈다. L의 뜬금없는 귀여운 모습에 C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며 웃고 말았다. "장난도 한 두번이지 이제 안통해요" L은 휴대전화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C가 대답했다. "그럼 곤란한데?" "가끔은 당해 드릴께요"
이름없음 2019/08/22 03:52:16 ID : i1ba1ioZiqj
L은 차에 타고 안전띠를 매며 C에게 물었다. "형, 형은 도대체 진짜 나이는 몇 살이에요?" 운전대를 잡으며 출발하려는 L 은 C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 그걸 묻는 이유가...?" "그냥요... 궁금했어요" L은 한번 맞춰보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자신이 어떻게 보이나 궁금하기도 해서 알려주지 않았다. 둘이 장난치는 사이 대형마트에 도착했다. 24시간 영업하는 곳이지만 시간이 늦어 사람은 없고 한적했다. 마치 사람들이 사라진것 마냥 거의 둘밖에는 없었다. 차를 대놓고 문을 열고 들어가 쇼핑카트를 뽑아내고 장을 보기 시작했다. C는 답답했었는지 근무모를 카트에다 내팽겨쳤다. 그리고 L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찍어보라니까?" "2...6?" 대학도 졸업했고 저번에 얼핏 들은것 같아 대충 찍었다. "거의 맞췄네 호적상 나이는 27인데 실제나이는 25야" "잘했으니까 맛난거 하나 해줄께 뭐먹고싶어?" C의 물음에 L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곤 대답을 이어나갔다. "먹고싶은거 도신 하고싶은건 있는데요" L은 연고도 없는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주고 따뜻한 밥까지 챙겨주는 C가 이상했다. 그래도 그는 C에게 가족같은 마음을 점차 느껴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가족들과 할 법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생전 가족같은 일을 해본 것이라곤 아주 어렸을때 어머니와 함께 비디오 방에서 빌린 라이온킹을 본 기억뿐이었다. "음... 그럼 뭐하고 싶은데?" "영화보고 싶어요. 형이랑" L은 자산도 모르게 튀어나와버린 대답에 당황했다. 그런대도 대답을 물리고 싶진 않았다. 자신이 아는 "가족같은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뿐이기 때문이다. "음... 지금 심야영화가... 있나?" C는 예상못한 그의 대답에 역시 당황하며 어플을 뒤적거렸다. 그러고는 전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들어온 사람에게서 압수한 외장하드가 생각이 났다. "집에서 볼까? 맥주랑 과자 몇 개사가서 집에서 보자. 소세지도 구워줄께" L은 고개를 끄덕이며 엷은 마소를 띄었다. 그걸 또 놓치지 않고 C는 L을 보며 놀렸다. "웃는거봐 좋댄다. 너 나 좋아하냐?" C의 놀림에 L은 C를 째려봤다. 또래라면 날카로운 눈매에 제법 겁먹었을 법 하지만 직업 특성상 저런 눈을 많이 봐온 L에게는 그저 귀엽게 보일 뿐이였다. "또 또봐봐 저 눈. 눈 그렇게 뜨지 말랬지? 사람이 좀 웃고 살아야지 사람이 말이야..." "아 형이 먼저 그랬잖아요. 지가 먼저 시비 털어놓고..." L은 갑자기 튀어나온 뒷말에 당황하며 C가 들을세라 뒷말을 흐렸다. 하지만 C가 그걸 듣고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였다. "어? 방금 너 뭐라 그랬어? 지가 먼저? 하...참.. 내가 너보다 임마 5살이나 더 먹었어 새꺄" C는 진심 반 장난 반 L에게 툭툭 던지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L은 약간 겁먹은 기색을 보였다. C는 강한척 쌘척 다하면서 지레 겁을 먹는 L이 너무 귀여웠다. 장난을 더 했다간 단단히 삐질거 같아 이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화... 많이 났어요...?" L이 조용히 물었다. 주인에게 혼나고 나서 간보는 듯한 강아지의 모습이 그와 겹쳐져 보였다. C는 L의 갑작스런 사과무드에 웃으며 그의 머리를 힘껏 헝클었다. "아 왜그래요. 말로해요 말로" "왜 그러긴. 벌주는거야" C는 과자를 고르라며 L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름없음 2019/08/22 12:00:23 ID : wHwoINtba9w
그러자 L은 홈런볼 하나를 달랑 가지고 쫄레쫄레 걸어왔다. "그거 하나?" C는 장난하냐는 듯이 L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L이 대답했다. "더 골라요?" "누구 코에 붙일려고? 나도 먹어야될꺼 아니야 임마 더 가져와" L이 머뭇거리자 C는 다시 물었다. "너 달달한거 좋아하나? 아님 짭쪼롬한거?" "달달한거 좋아요" L의 대답에 C가 나서서 과자진열대를 가르키며 말했다. "여기서 부터 저기까지 달달구리한거네 전부 담아" "예? 저걸 다요?" "짭쪼롬한건 소세지로 충분하니까 과자는 단거만 챙기자. 뭐해? 안담고" L은 과자를 한아름 안고와 쇼핑카트에 때려박았다. 솔직히 L은 과자를 이렇게 한번에 산 적이 없었다. 그리고 C도 집에 쟁여놓은 과자가 다 떨어져 살때가 되긴 했다. C는 속달게 만드는 과자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지만 L을 위해 이번만큼은 먹어보리라 생각했다.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난방비를 아낀다고 보일러를 끄고 간 탓인지 바깥보다 더 추운듯 했다. 겨우 힘들게 구한 무기임대아파트긴 하지만 개별난방이라 추위를 많이타는 C에겐 가혹한 환경이었다. "패딩 입고있어봐 보일러 틀게" C는 차가운 방바닥을 까치발로 딛고 보일러를 틀었다. 그리고는 증거품으로 들어온 외장하드를 조사할때 몰래 빼놓은 영화를 가지고 와서 TV에 연결했다. "L, 볼만란거 찾고있어봐 소세지 구워올게" 아직 덥혀지지 않은 집안은 너무 추워 불옆으로라도 가있어야 했다. C는 벌써 덥다며 패딩을 벗어 제끼고 반팔티를 입고있는 L이 부러웠다.
이름없음 2020/12/08 01:31:52 ID : zQoJTVbyGpQ
ㅋㅋㅋㅋ 아니 제작년에 쓴거 지금 읽는데 오우야...
이름없음 2020/12/08 01:35:09 ID : K2E7amoIMlC
재밌당
이름없음 2020/12/08 01:37:42 ID : zQoJTVbyGpQ
일하면서 짬짬히 쓴거라 중구난방이야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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