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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12/22 15:49:18 ID : E2lhhBBy5cH
제목은 어느정도 진행시킨 후에 생각나면 지을께! (+레스주들 의견 받아) 지름작이라서 매우 진도가 느릴거야
이름없음 2018/12/22 16:00:25 ID : E2lhhBBy5cH
chapter0. 가난하다고 죄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겉보기엔 유령마을과 다를 게 없는 슬럼가의 밤은 도시에 있는 술집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 나무판자가 부서지는 소리, 누군가의 처절한 울음소리, 빚을 재촉하는 빚쟁이들의 고함소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술에 취한 나머지 서로를 죽일 듯이 때리는 주먹의 둔탁한 소리 등등 이런 소리들을 매일 귀 기울여서 들으면 사람은 미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길 가에서 죽어버린 개의 가죽을 귓가까지 덮고 숨을 죽였다.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으면 곧 일에 지친 몸으로 돌아온 엄마가 들어와 머리를 쓰다듬어주셨고, 그 손길에 잠이 들곤 하였다. 그런 엄마가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은 지도 어느덧 닷 새였다.
이름없음 2018/12/22 16:22:30 ID : E2lhhBBy5cH
여기서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총 세 가지로 하나, 독수리가 날아다니는 절벽 아래로 떨어뜨린다. 둘, 들개들이 많이 다니는 들판에 시체를 두고 간다. 셋, 먹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은 그래도 여기선 제대로 된 장례였다. 시체를 소각할 만한 장소도 없을뿐더러, 하루에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마을 특성 상, 묻은 장소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굶주릴 대로 굶주린 자들은 세 번째 방법을 택한다. 시체를 먹는 것. 고기는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길 가에 있는 개, 고양이들도 그들에게선 귀한 식량이었다. 그렇기에 이 바닥에선 그 흔한 동물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미 살이 발라내지고 나뒹구는 껍데기들뿐이었다. 들개를 사냥해서 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날 번 걸로 끼니를 때우는 일용직들이 대부분이라 엽총 살 형편이 되는 집은 극히 소수였다. 어려운 형편에 그들에게선 구할 수 있는 고기라고는 죽은 사람의 시체뿐이었다. 이 곳 사람들의 마지막 양심인지 그들은 식인을 하려고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 그저 못 움직이게 된 사람은 먹을 뿐이었다. 살기 위하여 어떠한 병균이 있을지 모르는 시체를 먹음으로 오히려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에 관해 뭐라 하지 않았다. 가족의 시체를 먹는 행위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몸부림이며, 살기 위한 발버둥이며, 남은 가족들이 이미 미쳤다는 증거이다. 먹고 살기위해 손발이 모자라다 못 해 몸도 마음도 넝마가 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 따윈 없었다.
이름없음 2019/01/06 21:15:51 ID : so6ksjeK7xR
설정 너무좋아 ㅠㅠㅠ
이름없음 2019/01/12 02:15:51 ID : E2lhhBBy5cH
고마워ㅠ 수정하려고 왔는데 봐주는 사람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못했어. 약간 강박증같은게 있어서 맘에 안드는 문장은 그때그때 수정하기에 진도는 정말 느릴테지만 한 사람이라도 보고있는 이상 계속쓸게! 오늘은 달린다!!
이름없음 2019/01/12 03:21:36 ID : E2lhhBBy5cH
나 또한 그들과 같았다면 가족이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참고 있던 배고픔에 미쳐버려 들개처럼 그 시체를 뜯어먹었겠지만, 이 곳에 익숙한 그들과는 달리 나와 엄마는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슬럼가에 제 발로 숨어 들어간 외부인이였기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들의 행동만은 이해하지 못하였고, 이해하지도 말자고 서로 다짐하였다.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기에 나는 냉정해질 수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묻어줘야 하는 게 역시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슬럼가 근처에는 묻을만한 곳은 역시 없었다. 식탁에 앉아 머리를 싸매 봐도 결과는 같았다. 그나마 묻을만한 들판에 묻자니 들개가 파해 칠 게 뻔했다. 슬럼가 근처에 묻을 곳이 없다면 슬럼가를 벗어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쉬운 방법이면 시체 구멍이나 시체 들판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체를 묻을 만한 산지는 꽤 거리가 있었고, 필수적으로 앞 서 나온 시체를 버려두는 들판을 지나가야만 하였다. 말로만 들판이지 들개들에겐 그곳은 매번 음식이 저절로 내어지는 식탁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 들개소굴에 아무 것도 없이 시체를 끌고 돌아다니는 건 자살행위였다. 들개를 쫓아내는 방법 또한 생각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엽총이 필요했고 당연히 우리 집에는 엽총이 없었다. 자기 살기도 바쁜 슬럼가인데 아까운 총알을 버려가면서까지 시체 묻는 걸 도와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엄마가 적은 급여를 쪼개고 쪼개 유리병에 한 닢씩 넣었던 동전들을 어느새 유리병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이 돈을 전부 쓰면 싸구려 엽총 하나는 장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엽총을 쓸 줄 모르기에 있으나 마나였고 맨 손으로 흙을 파헤쳐 시체를 묻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름없음 2019/01/12 18:57:34 ID : E2lhhBBy5cH
장소도 없으면 곤란했지만 삽도 없으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아침 일찍 철물점에 찾아가 흥정을 했다. 흥정을 해도 역시 바가지를 쓴 건지 가지고 있는 돈에 1/3을 제시한 것 치고는 삽의 상태가 영 아니어서 탄식이 나왔지만 정작 내가 아는 철물점은 여기 밖에 없었고, 땅만 파헤칠 수만 있다면 상관이 없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돈을 건넸다. 삽을 건네받은 뒤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았는데 때마침 누군가가 철물점 안으로 들어왔다. 나무를 가득 실은 지게를 진 중년남성이었는데 마을에서 몇 번인가 본 적 있던 벌목꾼이었다. 한 손엔 분리된 도끼가 쥐여져 있었기에 한 눈에 나는 그가 손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벌목꾼이 지나갈 수 있게 옆으로 물러났고, 그의 행색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나는 나가려고 열었던 문을 붙잡았다. 낯이 익은 동네 벌목꾼이 망가진 도끼를 수리 하든 빠진 도끼날을 팔고 돈을 좀 더 보태어 새 도끼를 사든 내 알바는 아니었다. 내 시선을 이끄는 것은 그가 짊어지고 있던 땔감이었다. 땔감을 구하려면 나무가 많이 우거진 산으로 가야할 테고, 들개들이 우글거리는 들판을 필수적으로 지나가야했다. 이 곳에 살고 있는 벌목꾼들은 총을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을 뿐더러 지금 들어온 벌목꾼조차 총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들개들을 피할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에게 다가갔다. “저..” “절 반.” 그는 턱짓으로 내가 들고 있는 유리병을 가르키며 말하였다. 잠시 고민했지만 다를 방도는 없었기에 순순히 그 자리에서 동전을 세어 절반을 내주었다. 그는 품속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동전을 넣고는 벨트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여러 개의 물통 중 가장 작은 것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손가락 두 개 정도의, 물통이라 부르기도 뭐한 크기의 통에 입구는 코르크마개가 단단히 막고 있었지만 안에 들어있는 액체의 냄새만큼은 완전히 막아주지 못하였다. 액체에 대한 걸 질문하려고 했지만 그의 입이 먼저 떨어졌다. “썩히고 썩힌 호랑이 오줌, 그 성질 더러운 개x끼들도 이 마개만 열면 바로 갓 태어난 염소새끼마냥 부들부들 떨고선 도망가기 일쑤지.” “전 들에 간다는 소리는 하지도 않았는데” “애x끼가 지 몸만 한 삽 들고 할 짓이 달리 뭐가 있겠어. 부모인지 형제 시체인진 몰라도 적은 양이니 냄새 다 사라져서 시체 걸레짝 되는 게 싫으면 얼른 끄지라.” 나는 철물점을 나오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돈으로 산 호의긴 하지만 낸 돈에 비해 과분한 호의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엄마가 생전에 일했던 술집을 찾아가 사장에게 수레를 빌려도 되겠냐고 부탁하였다. 말만 빌려 준다지 이 곳에서 빌려준다는 말은 그 물건을 그냥 달라는 의미와 다를 게 없었다. 몇 번인가 면식이 있었던 사장은 내 말에 대강 사정을 파악했는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술을 운반할 때 쓰는 수레를 끌고 나왔다. 나무 바퀴가 너덜너덜한 수레는 과연 시체를 실어도 될지 싶을 정도로 낡아보였다. 사장은 나에게 일절 돈을 받지 않았다. 아마 생점 엄마에게 이상한 핑계를 대며 깎아냈던 급여 대신일거라고 생각한다.
이름없음 2019/01/13 03:49:21 ID : 2GpQturbzPe
읽고있당 계속써주세요
이름없음 2019/01/13 22:37:00 ID : E2lhhBBy5cH
흐흑.. 필력이 안좋아서 썼던걸 계속 수정하고 수정하는 걸 용서해줘..ㅠ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야 진도는 느리겠지만 열심히 쓰겠습니다..! (= v=)b!!
이름없음 2019/01/14 00:36:22 ID : E2lhhBBy5cH
침대 위에 있는 시체를 시트 째로 밀어 수레에 실었다. 시트 째로 미니 생각보다 힘이 들진 않았다. 다행히도 수레는 버텨주었다. 빨랫줄로 시체를 삽과 함께 몇 번 감은 후 수레에 단단히 고정시킨 후, 있는 힘껏 수레를 밀었다. 나무로 된 문이 열리고 따가운 햇살이 눈을 때렸다. 길어도 몇 십분 이었다고 생각했는데 해가 어느덧 중천에 떠있었다. 시체뿐이었으면 모를까 삽까지 같이 수레에 실은 모습은 그들에게 이상하게 비쳐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남의 시선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벌목꾼이 말했던 것처럼 내 허리춤에서 살살 풍기는 냄새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있는 힘껏 수레를 밀었다. 언제부터 밀었는지조차 모르게 될 정도로 계속 밀었다.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채였다. 햇빛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 그랬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은 내 시야를 방해했고, 발은 한계에 다다랐는지 욱신거리며 비명을 질러왔다.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갈증을 해소하려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면 시간은 더욱 지체된다. 갈증에 지쳐 시체를 묻으려는 데만 정신이 팔려 물도 안 챙긴 나 자신을 원망해 봤지만 물은 생기지 않았다. 이제는 발에 이어 몸을 지탱하던 두 다리마저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과는 다르게 시야는 흐려질락 말락 나를 조롱하였고, 세상이 하얘지고, 요란한 수레의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지쳐갈 때쯤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져 내 시야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느 샌가 내 발은 돌바닥이 아닌 발목까지 오는 잔디를 짓밟고 있었다. 땀에 젖은 몸을 말려주는 산뜻한 바람엔 풀내음과 섞여진 냄새에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넒은 들판에 굴러다니는 자잘한 뼈. 고기조각, 피에 젖은 천조가리들이 들에 널려있는 토끼풀들과 대조되면서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밝은 햇살과 푸른 하늘을 배경삼아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양지바른 지옥이었다.
이름없음 2019/01/18 00:09:47 ID : E2lhhBBy5cH
나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다리의 욱신거리던 감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있었다. 아무소리도 안 들렸던 막막한 귀는 주변의 소리를 하나하나 훑어가며 내 뇌로 전달해주었고, 얼마 안가 내 양 옆과 뒤에서 네 발 달린 짐승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앞만 보고 달렸기에 소리로 눈치 챘을 땐 이미 입에 거품을 문 들개 여러 마리에게 둘러싸여있었다. 들개들은 영역 입구에서 시체를 들고 어슬렁거리는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다. 사람을 공격하면 다음부터는 시체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실을 몰랐다면 마을 사람들은 시체를 버리는 장소로 들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이 풀을 뜯으러 나오는 것을 사냥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에 저절로 찾아오는 시체를 먹는 게 배를 채우는데 유리했고, 그런 면에선 들개는 현명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역입구에서 일뿐, 영역으로 완전히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요란한 수레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예외였다.
이름없음 2019/01/19 01:01:42 ID : E2lhhBBy5cH
이대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뜯길지 수레에 있는 시체가 먼저 뜯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는 들개들과 똑바로 눈을 마주치면서, 수레 손잡이에 한 손을 올려둔 채 다른 한 손으로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내 코르크마개를 땃다. 그러자 들고 있기 버거울 만큼의 썩은 내가 코를 찔렀다. 코르크마개를 열기 전에 겉에서 풍기던 냄새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병에 코를 박은 것도 아닌데도 이 정도라면 인간보다 후각이 좋은 개들은 충분히 괴롭고도 남을 것이다. “케헥.. 그르릉..” 들개들은 곧 코를 벌렁거리더니 당장이라도 죽을 소리를 내뱉으며 뒷걸음질로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나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사이에 물병을 끼워 넣고 나머지 손가락을 수레 손잡이에 감은 뒤 서둘러 수레를 밀었다. 들개는 눈에 띄는 거리에서 날 주시할 뿐 더 이상 다가오지는 않았다. 낮이 긴 여름이라 그런지 산에 도착했을 땐 해는 내 예상과 다르게 그리 깊게 저물지는 않았다. 나는 서둘러 수레를 끌고 산을 올랐다. 완만했던 땅은 얼마 올라가지 않아 가파른 땅으로 변했고, 밑바닥을 보인 체력으론 이 이상 수레를 끌고 올라가는 것은 무리였다.
이름없음 2019/01/20 04:07:55 ID : SL87e0pVarf
보고 있어 재밌당
이름없음 2019/02/25 03:47:16 ID : E2lhhBBy5cH
(분명 안 온지 2주정도 됬다고 생각했는데 방학때 잠만 잤나.. 나 왜 이제야 온거냐..) 부지런한 생활을 되돌리기 위해서 앞으로 자주올께!)
이름없음 2019/02/25 04:09:25 ID : E2lhhBBy5cH
나보다 큰 시체를 이곳까지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수레 덕분이었기에, 이 이상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적당히 평평한 지대 근처에 있는 나무에 삽으로다가 십자모양을 내었다. 비석대신이었다. 모양이 선명히 보일정도로 나무에 상처를 내고선 무르게 보이는 바닥에 대고 삽을 내려찍었다. 시체가 들어갈 정도로 넓게, 비가와도 떠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깊게 파야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삽 잡는 게 처음인 초짜가, 묏자리 파는 것을 생계로 삼는 사람들의 흉내 따윈 낼 수 없을 것이다. 한 시간정도 삽질해서 나온 게 묏자리가 아니라 모종삽으로 한 흙장난수준이니 말이다. 이 정도 깊이론 턱도 없기에 다시 삽을 내리쳤지만 팔은 후들거렸고, 더 이상 지면에 박히지 않았다. “포기하고 그만둘까..” 인간은 지혜의 동물이 아니겠는가 슬럼가에 오기 전에 봐왔던 무덤들과는 형태는 다르겠지만 힘이 안 될 때는 머리를 쓰는 게 낫다. 여러 군데를 험하게 달린 탓인지 수레에 달린 동그랗던 커다란 바퀴 한 쌍은 다 닳아 그 모양새가 울퉁불퉁 하였다. 이 곳까지 버텨준 것에 감사하며 수레 위에 얹어있는 시체를, 감겨있는 시트 째로 들어 구멍에 안치시켰다. 판 구멍에 딱 맞게 들어간 게 마치 퍼즐 같았다. “퍼즐은 만져본 적도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만져보네...”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에 섬칫하며 입을 막고는 곧바로 주변에 있는 흙을 쌓기 시작했다. 그 말을 내뱉은 입은 웃고 있었다.
이름없음 2019/02/25 04:27:37 ID : nSFg1woMjha
우와.. 내용 탄탄하다 계속 써줘 잘보구이쏘!
이름없음 2019/02/27 22:41:19 ID : E2lhhBBy5cH
내용 그다지 탄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빈말이라도 고마워ㅠㅠ
이름없음 2019/02/28 03:21:26 ID : E2lhhBBy5cH
근처에 있는 무른 흙들은 전부 파내어 쌓은 것 같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덤은 이제껏 봐온 평평한 무덤과 달리 동그래서 마치 황폐한 언덕과도 같았다. 혹이나 야생동물이 무덤을 파헤질까봐 걱정되어 무덤에다가 호랑이 오줌을 두 세 방울을 떨어뜨렸다. 난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다음 산을 내려갔다. 망가진 수레는 그냥 이곳에 두기로 하고, 빨랫줄은 필요하기에 팔에 감고선, 삽은 큰 손상이 없어서 다시 팔 수 있기에 들고 갔다. 문득 산 넘어 아까 지나온 들판을 쳐다보니 해는 들판 위로 간신히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한여름이라 날이 긴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올 때 보다 손이 가벼워 당장이라도 뛰어 내려갈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빠르게 내려가면 발목이 삘 수도 있었기에 천천히 내려가며 산의 초입부에 다다랐다. 그리고 서서히 속도를 내어 걸어 들개들이 우글거리는 들판에 도입했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며 주머니에서 물병을 꺼내 마개를 뽑았다. 시간도 꽤 지났고, 양도 아까보다 줄어들었으니 확실히 냄새가 옅어졌다. 얼마 없는 양 더 줄어들까봐 엄지로 입구를 반 쯤 막고선 들판을 뛰기 시작했다. 들개들은 없었지만 아까 전처럼 내 뒤에서부터 서서히 쫓아온다면 미리 뛰어놓는 게 상책이다. 계속 뛰었을까 들판도 이제 얼마 안 남았을 것인데 들개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름 침을 삼키며 뒤를 돌아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의아해하며 다시 앞을 돌아봤더니 멀리서 무언가가 보였다. 아까 전에는 없었던 시체 네 다섯 구가 들판에 버려져있었다. 저렇게 한꺼번에 버려진 시체일 경우 대부분은 굶주림에 미쳐 병든 가족의 시체를 먹고 단체로 병사한 경우이다. 아마 썩은 내가 거슬린 이웃사람들이 발견하고 버렸을 것이다. 들개들은 그 사체를 뜯어먹고 있었다. 무참히 뜯겨져 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다음 생에는 굶주리지 않길 바라며 마음속으로 조의를 표했다. 나는 일부러 시체가 있는 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돌아서 마을로 돌아갔다. 들개들은 포만감을 느꼈는지 시체에서 발라낸 뼈를 질겅질겅 씹으며 그 자리에 앉아 바라볼 뿐 쫓아오지는 않았다.
이름없음 2019/04/04 12:12:01 ID : XBBAnO62Mql
마을로 돌아왔을 때 해는 이미 져버린 상태였다. 싸늘한 한기가 땀에 찌든 얇은 옷을 파고들었고, 싸구려 술집에서 나오는 빛이 달빛을 거들어 차가워진 길바닥을 비추었다. 곳곳에선 술잔을 부딪히거나 깨뜨리는 소리, 고함소리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술집 근처에는 돈이 없어 술집에서 쫓겨난 자들이 모여 소독용 에탄올을 마시고 있었다. 자칫하면 훅갈수도 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런 광경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그만큼 이곳의 노동환경이 극악하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잊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모여서 에탄올을 먹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극히 먹고살기 고되어 개인주의가 된 마을 사람들은 자신에게 페가 되지 않는이상 나서는 일은 일체 없을 것이다.
이름없음 2019/04/04 12:46:33 ID : XBBAnO62Mql
나는 서둘러 발을 재촉했다. 날이 저물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시비를 걸어 돈을 빼앗는 악질들이 득실거렸기 때문이다. 또한 어떻게든 들고 있는 삽을 빨리 처분하고 싶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있었으나 들기만 해도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집안에 있는 물건들도 서서히 처분할 것이다. 어린애를 써 줄 사정 좋은 대인배 따위 이 마을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도착한 철물점에선 오전에 봤던 벌목꾼과 주인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내 행색이 무사한 걸 본 벌목꾼은 나를 보고 한쪽 입고리를 올려 웃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인사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철물점 주인 앞에가서 삽을 내밀었다. 겨우 한번밖에 쓴 적 없다고 설명했지만 철물점주인은 낸 가격의 절반밖에 돌려주지 않았다. 그것도 벌목꾼이 눈치를 줘서 올린 금액이었다. 원래는 1/3배였다. 철물점 주인은 정말로 자본주의에 찌들은 사람이다. 나는 돈을 받고선 주인이 보는 앞에서 혀를 찼다. 주인은 미간을 좁히더니 술이 든 잔을 들어 한번에 입에 털어놓고는 탁자에 부서질듯이 내려놓는 걸로 꺼지라는 말을 대신하였다. 철물점 문을 발로 차고선 닫혀가는 문 앞에 침을 뱉어주었다.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다.
이름없음 2019/04/04 12:59:56 ID : XBBAnO62Mql
집에 돌아온 나를 반겨주는 것은 시트 없는 딱딱한 침대 뿐이었다. 이제 엄마는 없었다. 새벽에 집을 떠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곳에 계속 있다가 굶어 죽을 바에는 뭐라도 얻어먹는 게 나았고 고된 노동으로 착취 당할 바에는 잠깐의 변덕으로라도 고용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도시로 가는 게 훨씬 나았다. 도시에 가려면 그에 걸맞게 단정해야 했다. 단정하게 보여야지 일을 시켜주니까, 하지만 엄마와 나는 도시가 아닌 슬럼가로 왔다.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와 나는 현금 없이 적은 음식만 들고 무작정 떠났었기에 조촐한 옷차림에 빗도 없어 머리카락도 제대로 못 정리한 우리들을 받아주는 집은 없었다. 그에 비해 슬럼가는 모습이 깔끔하지 않아도 일은 시켜주기 때문에 이곳에서 돈을 모아 도시로 나갈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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