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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12/22 23:10:57 ID : TU5e7y0k04M
태현이 서울에 발을 붙이고 난뒤 약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어릴적부터 서울에 대한 묘한 동경심이 있었고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이유도 아마 지방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했던 서울에 대한 로망 때문일것이다. 난생 처음 서울 생활은 모든게 좋았다 편리한 대중교통, 아침 출근길에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잔을 테이크아웃한뒤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는것도 나름의 재미였다. 예정에도 없던 반차를 내고 점심시간에 라멘집에서 돈코츠 라멘을 먹던가 월급날에는 편의점 양주를 사서 쿠팡에서 구매한 언더잔에 양주를 따라 마시는건 약간의 사치이자 보상이였다. 태현이 일한지 2년차가 됐을 무렵에는 조금씩 모았던 적금을 깨서 중고차를 구매한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했다. 시중에 나와있던 같은 중고차들에 비해서 삼백만원을 비싸게 산것을 알고 난뒤에는 생각이 바뀌었지만. 그 해에 그의 아버지는 '묻지마 살인' 이란 범죄에 의해서 돌아가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범인은 검거되었고 아버지의 장례식은어머니의 만류로 주변에 알리지 않고 가족장으로 빠르게 치뤄졌다. 살인죄로 기소된 범인은 재판에서 술에 의한 심신미약과 정신지체 장애가 인정되어 5년형을 선고받았고 태현은 그떄 사람이 피눈을 흘릴수 있다는것을 그때 알게되었다. 그 후에 어머니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서 몸과 마음의 병이 생겼고 1년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집안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0년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는 마치 자기 자신의 일인듯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 같은 침울한 표정으로 태현에게 이야기했다. 그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아버지와 똑같이 가족장으로 장례식을 치뤄달라는 유지를 남기셨고 외할아버지도 어머니와 같은 생각이였지만 아들된 도리로써 어머니마저 외롭게 보내드릴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는 일반 장례식을 치뤘고 외할아버지는 무언가 태현에게 얘기를 하고 싶으셨던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담배만 피우셨다. "내일 오전에 발인이지?" "응, 멀리서 와줘서 고맙다. 너도 일떄문에 바빴을텐데.." "너네 어머님이 나랑 보통 사이도 아니고 학창시절부터 친어머니처럼 챙겨주셨는데 어떻게 그러냐." 친구는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아 너네 아버님 상은 왜 말안해줬었어 나는 그렇게 된 줄도 모르고.." "어머니가 주변에 알리시는걸 많이 꺼려하셔서 1년전에 가족장으로 치뤘었어 아버지 유골은 고향에다가 안치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극구 반대하셔서 그러질 못했어 이번에 어머니는 고향에다가 안치할거야." "너가 전에 나한테 얘기했었나? 아버님이랑 어머님 같은 고향에서 학창 시절부터 만나셨다고.." "맞아, 어머니랑 아버지가 고향 얘기는 나한테 한적은 없었는데 저번에 둘이서 얘기하시는걸 들었어. 나한테 워낙 옛날 얘기 하시는걸 싫어하시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태현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잘 모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달전에 마침 본가에 올라와서 태현은 아버지랑 마당에 있는 정자에서 저녁겸 술을 마시게 되었고 그가 잠깐 화장실을 갔다온 사이에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랑 무언가 심각한 얼굴로 얘기하고 계시는걸 엿들었었다. 대충 들었던 얘기로는 학창시절과 어떤 사람에 대해서 얘기하고 계셨는데 너무 조용조용히 말씀하고 계셔서 뭐라고 얘기하시는지는 잘못들었지만 한가지 확신할수 있었던건 지금 본가에 있는 거주지와는 전혀 다른 지역에 대해서 얘기하고 계시는걸 들었었다. 정확한 지역은 내일 외할아버지께 물어보면 되는 일이니까 태현은 별로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봐 오늘 다시 출근해야 한다면서" "아냐 조금만 더 있다가 갈려고 한 두시간뒤에 출발하면 오늘 출근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추겠다." 친구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아니야 얼른 가봐, 조금이라도 자야지 내가 오히려 미안해져서 안되겠다." "그래도.." 면도를 제대로 못해서 군데 군데 거뭇거뭇한 턱을 만지작 거리면서 친구는 말끝을 흐렸다. "얼른 가봐 임마, 장례식 끝난뒤에 내가 연락할게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 하자." "미안하다 태현아. 꼭 연락해라" "그래 임마" 친구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뒤 양복 바지에서 차 키를 꺼내들어 자신의 검은색 티볼리 차량에 대고 버튼을 눌렀다. 그 후 차에 올라탄뒤에 창문을 열고 내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자기 자신과 마음이 맞는 친한 친구 한명이 돌아갔을 뿐인데 주차장에 있는 모든 차량이 한 순간에 주차장을 빠져나간듯한 공허한 기분이 마음속을 헤집는 기분이였다. "휴우" 짧은 한숨을 내뱉은 뒤에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깊게 한모금 빨아들이고 연기를 폐에 채워 넣는다 다시 연기를 내뱉는 순간 혈관을 타고 흐르는 모든 피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담배를 끊은지 1년도 더 되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습관적으로 담배를 샀다. 태현은 필터 가까이 담배를 태운 뒤에 재떨이에 꽁초와 담배곽을 한번에 버리고 식장으로 들어갔다. 새벽의 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가족들만 남아있었다. 외할머니와 다른 친척들은 분향소 벽에 기대어 선잠을 주무시고 계시고 외할아버지는 접객실 구석에 앉아서 소주를 드시고 계셨다. 장례식이 마무리된 후에 말씀을 드릴까 싶었지만 이왕물어볼꺼 미리 물어보는게 나을꺼라는 생각에 그는 외할아버지 맞은편에 앉았다. "할아버지" "태현아 괜찮냐? 많이 힘들테야 너도 그렇고 너희 외할머니도" "할아버지 물어볼께 있어요." "무얼 말이냐?" "할아버지 이번에 어머니 유골은 꼭 어머니 고향에 안치하고 싶어요. 전에 아버지랑 어머니가 얘기하시는걸 들었어요. 고향이 어딘지 자세히 몰라서 그런데 할아버지가 알려주세요" 태현의 눈에 소주병을 술잔에 따르는 할아버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게 눈에 보였다. 할아버지의 손에서 술병을 받아 술잔에 따르고 할아버지는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할아버지의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순간은 10초도 되지 않은 시간이였지만 그에게는 마치 1시간처럼 길고 길었다. "나는 모른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모르실수가 있어요. 어머니랑 아버지도 그렇고 할아버지까지 왜 저한테 이러한 얘기를 안해주시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한두살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자식된 도리로써 마지막은 그렇게 보내드리고 싶은거에요." "..갈 가치가 없다." "네?" 할아버지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셨다. 할아버지를 따라나가고 싶었지만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마치 평소의 외할아버지와는 다른 낯선 사람의 등처럼 보이는 이질감이 느껴져서 태현은 그 자리에서 굳은 듯 가만히 앉아있을수 밖에 없었다. 왜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향을 알려주시지 않는 것이며 갈 가치가 없다는건 대체 무슨 뜻인지를 속으로 생각하며 새벽은 점점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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