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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1/03 10:18:52 ID : O01eGqY4KY1
옛날이래도 그렇게 먼 옛날은 아니고 나 고등학교 다닐 때였어. 그때가 고2 후반쯤이었던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 그날도 어김없이 핸드폰 숨겨놓고 야자하고 있었어. 근데 갑자기 밖이 약간 술렁술렁 한거야. 우리 학교는 반 앞에 안쓰는 신발장같은게 있었는데 그걸 없애고 밖에서도 야자할 수 있게 해놨거든. 애들이 와 뭐야뭐야? 하는 소릴 듣고 반애 있던 애들도 하나둘 나갔는데 누가 밖에서 저거 고양이 아냐? 라고 하길래 나도 박차고 나갔어. 고양이라면 환장하거든
이름없음 2019/01/03 10:23:41 ID : O01eGqY4KY1
밖에 나가보니 복도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있었는데 진짜 너무 이뻤어. 흰색 고양이였는데 와 고양이 너모 귀여워~ 이런 느낌이 아니라 길가다가 엄청 유명한 연예인 본 느낌? 평소에 고양이를 보던 느낌과는 좀 달랐음. 애들이 웅성거리니까 선생님이 나와서 제지시키고 고양이도 쫒아내려고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도 계속 그 자세로 꼿꼿이 앉아있더라. 쌤이 쒹쒹!! 해도 들은 채도 안하고 그냥 가만히 쳐다봤어. 쌤도 빡쳤는지 들고있던 얇은 책같은걸로 겁주는데 애가 갑자기 튀어오르듯이 일어나서는 고양이 겁주는 자세? 그 캬아악!!! 하는 자세로 쌤한테 덤벼들더라. 근데 그 상황에선 위협하는 고양이가 무섭다거나 놀란다거나 할텐데 아무리 봐도 무섭다는 생각이 안들었어.
이름없음 2019/01/03 10:27:22 ID : O01eGqY4KY1
그걸 계속 보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튀어나가서 선생님한테 고양이 겁주지 말라고 말렸고, 고양이한테 다가갔어. 오리걸음 자세로 천천히 다가가니까 부풀었던 등도 가라앉히고 아까 그 앉은 자세로 가만히 쳐다봄. 거의 크게 한걸음 정도 거리를 두고 손을 살짝 뻗으니까 나한테 가까이 오더라. 그러고는 내 치마 위에 한발만 딱 걸침. 왜 영화에 왕이나 공주가 너를 기사로 임명한다. 하고 칼을 어깨에 올리는 그런 느낌으로. 그래서 내가 걔를 데려가서 밖에 놔주고 왔었어.
이름없음 2019/01/03 10:30:12 ID : O01eGqY4KY1
근데 그 날 이후 계속 우리 학교로 찾아오더라. 심지어 내가 있는 반에. 고양이 치고는 너무 똑똑한거야. 학교에 들어와서 계단을 오르고 내가 있는 반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가 나한테 온다는게 좀 신기했어. 근데 그땐 마냥 고양이가 나한테 오는게 좋아서 별로 깊게 생각 안했지만. 늘 아침에 학교에 와서 앉아있으면 어느샌가 문 앞에서 애웅 하고 내 무릎이나 책상 위로 올라왔어. 애들도 신기해하더라. 화장실 갈 때도, 급식실에도 쫒아왔어
이름없음 2019/01/03 10:32:44 ID : O01eGqY4KY1
쌤들도 처음엔 내쫒으려고 했는데 계속 밖에서 울어대고 문이랑 창문을 긁는 통에 그냥 냅두더라. 난 당연히 걔가 길잃은 집고양인줄 알았어. 길고양이 치곤 사람손을 엄청 타고, 냄새도 안나고. 오히려 은은한 향기같은게 났어. 처음 맡아본 향이라 무슨 냄샌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전단도 학교 근처에 붙였는데 주인 없는 길고양이라고 하더라. 그것도 신기했어.
이름없음 2019/01/03 10:37:25 ID : s787bu8parg
아마 주인이 버린 애일 것 같네 아니면 밖에다 풀어두고 키우는 류의 주인이던가
이름없음 2019/01/03 10:37:39 ID : O01eGqY4KY1
왜 하얀 개나 뱀같은 건 영물이라고도 하잖아? 그래서 혹시 얘도 그런건가? 라고 생각했음. 고딩때도 오컬트적인걸 좋아했거든. 수업 중에도 얌전히 무릎이나 책상에만 앉아있고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수업 내용을 듣고 이해하는 것 같았어. 그냥 느낌이. 담임쌤이 흰둥이라는 이름도 붙여줬어. 그리고 한번은 컴퓨터실에서 수업할 때 필통을 안챙겨간적 있거든. 왜 컴퓨터 수업은 필통 잘 안쓰니까. 근데 그날은 무슨 수행평가 때문에 샤프가 꼭 필요했어. 아씨...하고 빌리려고 했는데 흰둥이가 호다닥 밖으로 나가더니 내 필통을 가져왔었어. 애들도 다 놀라고...얘 혹시 천재 고양인가?? 사람들도 태생부터 천재가 있잖아. 얘도 그런거 아냐? 했는데 얘는 그냥 천재라기엔 뭔가 느낌이 달랐어. 마치 그냥 사람친구처럼...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암튼 좀 달랐음.
이름없음 2019/01/03 10:38:45 ID : O01eGqY4KY1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폐지 줍는 아줌마가 알려주셨었어. 어느 순간 동네에 있었다더라. 누가 버리고 간 건 아닌것같음
이름없음 2019/01/03 10:42:43 ID : O01eGqY4KY1
밥 먹을때도 보통은 보채기 마련일텐데 얌전히 무릎 위에만 앉아있고. 덕분에 나도 고양이도 학교에서 알려져서 부담스러웠어...가끔 후배들이 반 앞에서 고양이 보고 가기도 하고, 선배들도 찾아오고... 그런데 고2때는 약간 힘든 일이 많았거든. 개인적인 일도 많았고. 그래서 많이 힘든 때가 있었어. 학교에 있다가도 갑자기 마음이 우울해지는... 그런데 그런 울적한 기분이 들때마다 흰둥이는 나를 보면서 내 손에 앞발을 올렸어. 분명 속으로만 생각하고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내 마음을 읽듯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
이름없음 2019/01/03 10:49:17 ID : O01eGqY4KY1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 몇개 까먹긴 했지만...한번은 흰둥이가 반 문 앞에서 가만히 앉아있다가 높은 소리로 애오옹~ 울더니 다시 내쪽으로 돌아오는거야. 그냥 벌레라도 봤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그날 문 손잡이가 고장나서 앞문이 안 열렸어. 또 내 어깨에 올라타있던 적이 있었는데 내려놔도 계속 올라오는거야. 그래서 그냥 그대로 있었는데 짝지가 핫초코였나? 데워먹는 팩 음료같은걸 먹다가 봉질 잘못 뜯어서 내쪽에 튀었는데 흰둥이 덕분에 안 맞았어. 꽤 뜨거웠을텐데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더라. 나중에 씻겨주는데도 가만히 있었고
이름없음 2019/01/03 10:52:20 ID : O01eGqY4KY1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어떤 아저씨가 검은 봉지를 버렸는데 흰둥이가 진짜 빠르게 뛰어가더니 그 봉지를 박박 긁다가 물어뜯다가 하더라. 깜짝 놀라서 친구들이랑 같이 가서 봉지를 뜯어보니까 새끼 고양이 4~5마리가 봉지에 들어있었어. 그중에 한마리는 이미 질식해서 죽어있었고 나머지는 동물병원에 맡겼어.
이름없음 2019/01/03 10:56:57 ID : O01eGqY4KY1
미리 얘길 안해줬는데 흰둥이는 늙은 고양이였어. 늙었는데도 되게 쌩쌩했던 고양이. 고3 여름방학때쯤에 죽었는데 죽기 전에 버스에 타고 우리집까지 따라왔었어. 한번도 이런적 없었는데 좀 당황했지만 가방 안에 넣었어. 계속 얌전하게 앉아있었어. 그리고 우리 집 앞에서 계속 내 손에 얼굴을 비비더라. 그리곤 죽었어. 근데 손에 고양이 수염 한개가 붙어있었음. 고양이 수염은 잘 안뽑힌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늙어서 떨어진걸지도 모르지만 그때 난 흰둥이가 준 마지막 선물같았어. 아파트 뒤에 작은 산에 묻어주고 자주 찾아갔었어.
이름없음 2019/01/03 10:57:54 ID : O01eGqY4KY1
쓰고나니 딱히 신기하진 않네... 암튼 여기까지 봐준 사람이 있다면 고마워. 너희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면 소중히 대해줘!!
이름없음 2019/01/03 17:24:59 ID : 2IJPbhgqlu2
아니야 너무 신기해 길고양이 인데 은은한 향이 난다니 너무 신기해 그리고 고양이는 널 정말 좋아했나봐 한번쯤은 나를 지켜주는 조언자나 흑기사를 만나게 되나봐 사람이든 동물이든 형태와 상관없이 말이야 당시 힘든 너에게 잘 이겨내라고 수호해 줬나 보다 좋은 인연이야 :))
이름없음 2019/01/03 17:25:53 ID : 2IJPbhgqlu2
응응 나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나중에 누구를 지켜줄 수 있는 어른이 되면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이였거든 정말 소중히 대할께 나의 가족이니까 말이야:))
이름없음 2019/01/03 23:10:53 ID : 3TPfU46rBwF
그 새끼고양이들에게 다신의 역할을 넘겨준거 아닐까? 애완묘 키울생각 있다는것도 그 흰둥이가 눈치채고..
이름없음 2019/01/04 02:44:22 ID : uoK2JVcL85V
말로만 듣던 간택...
. 2019/02/14 15:08:08 ID : byFg446o6o6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수호신이였을까요 그런 작은 친구를 둔 당신의 인생이 정말 부럽네요
이름없음 2019/02/19 04:00:28 ID : O62K2GnzXtg
좋은고양이었네ㅎㅎ
이름없음 2019/02/22 23:40:39 ID : 1zXwFbbhcLh
우와..
이름없음 2019/02/23 12:17:10 ID : aq0lbg7y3Pd
우와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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