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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설 쓸 때 제일 먼저 구상해야 할 건 뭐야? (2)2.파워N인 스레주가 쓰는 이야기! (22)3.If you take these Pieces (410)4.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 (31)5.소설 제목 기부하는 스레 (907)6.읽는 사람들이 만드는 소설 (13)7.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226)8.너무 특이한 이름 별론가 (7)9.로판에 등장인물 이름 고증 어떻게 해? (6)10.☆☆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359)11.첫문장/도입부 적고가는 스레 (400)12.마음에 드는 문장 모으는 곳 (348)13.이과와 문과의 고백법 (6)14.웹소설에서 좋아하는 부분 각자 얘기하고 가자 (3)15.'사랑'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자! (142)16.패러디 소설 창작자+독자 잡담판 (171)17.과거의 흑역사 쪼가리들을 읽어보는 스레 (5)18.소설 주제 좀 추천해줄 사람..?ㅠㅠ (3)19.어른이 되고 깨달은 것은 (1)20.이런 설정 흔한가?? (3)
오늘도 히토미는 여전히 귀여운 모습이라니까~. 저 가느다란 체구에서 그 정도 경기력이 나온다니 정말 굉장해~! 역시 내 히토미. 히토미는 지금까지 본 여자들과는 다르단 말이야. 항상 시끄럽게 꺅꺅거리며 달라붙는 기분 나쁜 것들과는 달라. 넌 정말 특별해.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을 준비했어! 사실 조금 더 공을 들이고 싶었지만,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 오늘 실행하지 않으면 더는 기회가 없을 지도 몰라. 빨리 너의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서 이방에 장식하고 싶어! 후후후~, 이 집을 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히토미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니, 물론 히토미는 이 사실을 모르겠지? 만약 알고 있다면 그렇게 무방비한 모습으로 아무렇지 않게 있을 리 없지. 조금만 기다려 히토미~. 금방 너희 집으로 가서 너를 나의 것으로 잔뜩 물들여 줄 테니까~!
-
나는 그 부분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분명 명희 말로는 히토미 파트에 단서가 많다고 했는데.....”
<여고생 살해 기록>.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추리소설로 살인범의 시점만 보고 범인을 유추하는 소설이다.
살인범의 일기 형식으로 서술되는 이 소설은 서술트릭도 많고 시점도 거의 98% 살인범 시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범인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머지 2%의 피해자 시점도 추리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아 보였다.
“애초에 살인범 시점만 보고 범인을 찾을 수 있긴 한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발만 동동거리고 있을때 아랫층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나야! 빨리 안자니?! 내일 전학 첫날인데 늦잠 자면 어쩌려고!”
우리 가족은 아빠 직장 일로 일본으로 이민 온 상태다. 한국에 있을 때 이런저런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엄마는 아직도 내 학교생활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이제 잘거예요!”
좀 더 범인에 관해 추론하고 싶었지만 더 늦었다가는 엄마가 진짜 화내실게 분명하므로 나는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다.
-
“지나야, 정말 괜찮겠니?”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나를 보며 엄마는 걱정스러운 듯 물으셨다. 하지만 애도 아니고 고등학생이나 돼서 학교도 혼자 못 가면 되나.
“괜찮아요. 일본어도 학교생활에 문제없을 정도로 공부해뒀고, 친구만 잘 사귀면 문제없을 거예요.”
갈색 로퍼를 신고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엄마에게 인사를 하며 현관을 나왔다.
“그럼 다녀올게요!”
-
등교를 하면서 새삼 일본 전철이 지옥철이라고 불이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수, 숨 막혀!!’
앞뒤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있어서 손잡이를 잡지 않았는데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 상태로 30분을 더 가야 하는 건가....’
학교 근처 역에 내릴 때까지 이 상태로 가야 할 생각에 막막해하고있을때 바로 다음 역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 사람들이 내리자 조금 널찍하게 공간이 생겨났다.
‘휴... 이제 좀 살겠네....’
다소 여유가 생겨서 전철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와- 저거 진짜야?’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 뒤에 바짝 붙어서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있는게 보였다. 그녀는 곤란해 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지만 손을 쳐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 괜히 봤어...’
처음부터 못 봤다면 모를까 이미 본 이상 저 상태로 내버려 두는 것은 양심에 찔렸다. 결국 여학생을 도와주기로 결심한 나는 가방을 고쳐매며 그녀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2화부터는 일본어””, 한국어[“”] 이런 식으로 구분합니다. ‘’는 속마음입니다.
나는 여학생에게 다가가서 과장되게 큰소리로 인사했다.
“좋은 아침~! 이런 데서 보네?”
여학생은 당황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팔을 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를 뒤로 숨기고 나는 눈앞에 혼자 남아있는 중년 남성을 노려보았다.
“공간이 이렇게 남아도는데, 방금처럼 다른 사람 뒤에 바짝 붙어있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내 말에 남자는 화를 내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우물쭈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전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자 남자가 황급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 안서! 이 개-!”]
충동적으로 욕설을 하며 남자를 뒤쫓으려 했지만 한쪽 팔이 끌어당겨진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여학생이 내 팔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내가 자신을 쳐다보자 울먹거리 눈으로 쫓아가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이 나왔지만, 본인이 괜찮다는데 이 이상의 오지랖을 부릴 수는 없었다.
“아까는 멋대로 아는 척해서 미안해, 근데 그런 경우에는 좀-.”
나는 여학생에게 사과와 함께 약간의 조언만 해주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팔에 매달려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괜히 봤어.’]
계속 그렇게 서 있어 곤란할 때쯤 다음 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꽤 많이 내렸는지 전철 안에는 이제 몇 사람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비어있는 좌석을 가리키며 여학생에게 말했다.
“우리 일단 자리에 앉을까? 계속 이렇게 서 있는 것도 좀 그렇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여학생과 함께 비어있는 좌석에 앉았다. 하지만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심지어 외국인끼리 쉽게 대화가 오갈 리 없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색해....’]
그렇게 5분 정도 시간이 났을 때, 멍하니 있던 머릿속으로 여학생의 목소리가 언뜻 들렸다.
“-마워.”
“응?”
“정말 고마워. 그런 일은 처음 겪어서 너무 무서웠어....”
“이제 좀 괜찮아?”
“응. 많이 진정됐어.”
그녀에 목소리에는 아직 울음기가 남아있었지만 아까보다는 많이 진정된 것 같아 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이제 그만 그녀에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래? 다행이다. 그럼 나는 이제-.”
“나는 토오사카 사야라고 해. 너는 이름이 뭐야?”
[‘갑자기 통성명이 시작됐네.’]
상대가 먼저 이름을 밝힌 시점에서 이미 안면몰수하기는 글렀다. 나는 그녀에게서 벗어나는 걸 포기하고 그냥 학교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나는 한지나라고 해.”
“한국인이야? 우리 학교에 한국인은 남학생 한 명뿐인데? 혹시 전ㅈ학 왔어?”
“응, 오늘이 등교 첫날이야.”
그런 내 말에 토오사카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나랑 같은 반이었으면 좋겠다! 혹시 지나라고 불러도 돼? 아! 한국인이라서 요비스테 개념이 좀 어색하지? 나도 사야라고 불러도 괜찮아!”
토오사카는 좀 전에 울먹거리며 벌벌 떨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학 첫날부터 친구가 생긴다는 건 좋은 현상이었다.
“그럼 사야라고 부를게, 나도 지나라고 불러도 괜찮아.”
내가 이름으로 부르자 그녀는 얼굴까지 붉히며 좋아하기 시작했다. 조금전까지 그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그러고 보니 어제 읽던 책에 등장인물이랑 이름이 똑같네.’]
신기한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사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나는 부활동으로 뭐 할 거야?"
“응? 아직 생각해 놓은 게 없는데?”
“그래? 그럼 나랑 같이 남자 가라데부 매니저 하자!”
“매니저?”
“응! 거기에 한국인 남자애도 있으니까 좀 덜 어색할 거야!"
[‘확실히 같은 한국인이면 동질감이 생기지.’]
하지만 운동부 매니저라니, 지금까지 그런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서 좀 고민이 됐다.
“일단 생각해볼게."
그 말에 그녀는 조금 시무룩해졌지만, 곧 다시 기운을 차리고 나에게 재잘재잘 말하지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사야와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을 때 학교 근처 역에 진입 중이라는 알림이 들려 왔다.
“이제 다 왔나 보네. 어서 가자. 내가 교무실까지 안내해 줄게~."
“정말 고마워 사야!”
나는 사야와 함께 역 밖으로 나와 학교를 향해 걸었다.
-
[‘역시 다시 봐도 엄청 크다.’]
편입시험을 치러 왔어 때도 느꼈지만 우리 학교는 너무 컸다. 솔직히 사야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학교 안에서 미아가 되는 불상사를 겪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신발장 앞에 도착해서 내가 배정 받은 곳을 찾았다.
[‘분명 내 자리가..... 여기다.’]
신발을 집어넣고 실내화를 갈아 신었을 때 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 끝날 때 압정이나 우유 범벅이 되어있지는 않겠지?’]
사야를 만나서 일본 사람에 관한 편견이 좀 희석되지만 여전히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나는 신발장 앞에서 두 손을 모아 신에게 기도했다.
[‘제발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게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사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나, 빨리 와!”
“응! 금방 갈게!"
“방금 신발장 앞에서 뭐 한 거야?”
“내가 이 학교에서 잘 생활할 수 있게 기도했어.”
사뭇 비장해진 내 표정이 웃겼는지 사야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뭐야~. 분명 괜찮을 거야.”
“그래?”
“응! 적어도 이지메당할 걱정은 안 해도 돼!”
“하아-, 그럼 다행이고.”
확신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 나는 몰랐다. 이 날로부터 1달 후, 나는 이지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에 휘말리게 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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