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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요정은 옷걸이 요정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 둘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열쇠를 돌렸습니다. 바깥이었습니다. 어둡고, 딱딱하고, 이끼가 잔뜩 낀 인도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미래는 밝을게 분명하다며 착각했습니다.
인형 요정과 옷걸이 요정은 골목길을 누볐습니다. 분명 할아버지의 집에 갇히기 전에도 누렸을 텐데 마치 처음 느껴보는 자유같습니다. 다 썩어가는 쓰레기의 냄새조차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보냈을까요? 그들은 드디어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다 낡아빠진 옷걸이는 아무에게도 필요없었습니다. 솜이 다 터진 인형은 그 누구에게도 눈길을 끌지 않았어요.
잘 둘러보니 생각보다 많은 요정들이 있었습니다. 옷걸이 요정이나 인형 요정이나 다름없는 요정들이요. 그들은 대부분 주인이 있었습니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주인이었죠. 이 더러운 길바닥에서 평생을 사는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들에게 한 가지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침대요정이었습니다. 그를 만난 것은 아주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옷걸이 요정과 인형 요정은 그저 길에 널부러져 있었고 침대 요정은 길을 걷고 있었죠. 그것 뿐이었습니다.
요정의 집은 알록달록했습니다. 누가봐도 요정의 집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깔끔하고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간판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부드럽지는 우스꽝스러운 글씨체로 요정의 집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습니다.
누가봐도 여기 사는 요정들이 요정인 줄 뻔히 알겠네요.
요정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요정이 아닌 인간이 있었습니다.
인간! 하지만 그 사람은 새로온 요정들에게 딱히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서류 여기, 그리고 여기. 빠짐없이 작성하렴."
그 사람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종이 뭉텅이와 펜을 주었습니다. 옷걸이 요정과 인형 요정은 그것을 받고선 멀뚱히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침대 요정은 침대에 눕고 싶다며 지친 표정으로 그들을 떠나갔습니다.
옷걸이 요정과 인형 요정은 별 수 없다며 종이에 쓰고 싶지 않은 것들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옷걸이 요정은 빠르게 대충 적고선 그 사람에게 종이를 건넸습니다. 인형 요정은 아직도 글을 쓰고 있네요.
그 사람은 휘적휘적 종이뭉텅이를 넘기더니 일어섰습니다. 그 사람은 옷걸이 요정의 손을 잡고서는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인형 요정의 곁엔 어느새 다른 요정들이 있었습니다.
인형 요정은 다른 요정들과 웃으며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습니다.
옷걸이 요정은 그 순간 자신이 부러져 그 어떠한 옷도 걸칠 수 없는 옷걸이가 된 것만 같았습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만들어질 때부터 한 번도 인형 요정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옷걸이 요정은 그 사람에게 방을 소개받았습니다. 이미 요정 셋이 쓰고 있는 방이었는데 좋게 말하면 아늑한 방이었지만 나쁘게 말하면 더러운 방이었습니다.
인형 요정은 어디로 갈까요? 이 방은 옷걸이 요정이 들어오기 전에도 꽉 차다못해 넘치던 방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옷걸이 요정의 마음을 눈치챈 듯 말해주었습니다.
"그 애는 바로 옆 방에서 지낼거란다. 방을 바꾸고 싶다면 다른 요정들과 이야기를 해보렴."
옷걸이 요정이 방에 들어가고 그 사람은 다시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안녕...?"
옷걸이 요정이 다른 요정들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들끼리 웃으며 떠들었습니다.
옷걸이 요정은 비어보이는 침대에 걸터앉았습니다. 정말 여기에 있어도 되는걸까요?
옷걸이 요정은 종이뭉텅이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적은 것들. 이름, 나이, 번호. 그 중에서 가장 거슬리던 것은 주인에 대해 적는 것이었습니다.
우당탕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옷걸이 요정이 일어났습니다. 방에서 뛰쳐나가던 한 요정을 얼핏 본 것 같습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옷걸이 요정도 밖으로 나갔습니다.
복도에서는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재잘거리는 소리들 중심에는 인형 요정이 있었습니다.
옆 방에서 방금 나온 듯한 요정들은 인형 요정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인형 요정은 모두와 잘 지냈습니다. 옷걸이 요정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던 탓일까요? 옷걸이 요정은 자신이 쪼글아들어 조그만한 인형 옷걸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인형 요정의 옷을 걸 수 있다면 기쁘겠지만 그래도 자신은 엄연한 사람 옷걸이였습니다.
무슨 정신으로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옷걸이 요정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습니다. 인형 요정이 밤에 찾아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왜 계속 피하는 거야? 너는...너는...내 유일한 친구란 말이야."
인형 요정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옷걸이 요정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눈물이 나오는 걸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옷걸이 요정과 인형 요정은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둘 다 그 이유는 몰랐습니다. 그저 예전과 같이 함께 지내게 될 것이라는 사실만을 알았습니다.
옷걸이 요정과 인형 요정은 이전과 같이 지냈습니다. 함께 다니며 사소한 일로 즐거워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별 것도 아닌 일이었네요.
그나저나 걔네 둘 클로에, 클로디아 이름도 비슷하고 둘 다 이상하지 않아?
아니, 클로디아 걔는 괜찮아보이던데.
계속해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별 시덥지도 않은 자그마한 일들이요.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죠.
아직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자그마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서 문제였습니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요. 이건 그들만이 아는 자그마한 장난일 뿐이었습니다.
큰 일은 얼마 안 가 일어났습니다. 그저 점심을 먹고 있었을 뿐입니다.
인형 요정은 깨작거리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욕이 없을만 하니까요.
모두 그럴만한 일이었습니다.
그걸 본 요정들은 수군거렸습니다. 저렇게 예쁜척하면서 먹어야하냐고. 혼쭐은 내야한다고.
클로에의 얼굴에는 생채기가 나고, 넘어지고,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아, 죽었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저 잠시 휴식을 가질 뿐이었습니다.
클로디아는 클로에의 곁을 계속해서 지켰습니다.
사건은 표면으로 올라 누군가에게 보여졌습니다. 다행히 조금은 잠잠해졌습니다.
클로디아는 이렇게만 살고 싶었습니다. 고요하게 클로에와 함께 그 누구도 괴롭히지 않는 그런 것을 원했습니다.
부모의 손에 끌려간 클로디아는 저항을 했지만 클로디아는 차에 밀어 넣어졌을 뿐입니다.
차에서 클로에가 있은 쪽을 보았지만 그 무엇도 변하지 않습니다.
집으로 끌려가는 클로디아의 모습은 상상보다 더 허름했습니다. 어둡고 음침하며 악취가 나는 모양입니다. 그의 가까이에서 누구도 있고 싶지 않다는 듯이 클로디아를 보자마자 사람들은 눈을 돌렸습니다.
클로디아는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집은 멋들어졌지만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쓰레기같은 집이라니!
하지만 아이에게는 힘이 없습니다.
클로디아는 온종일 클로에만 생각했습니다. 매일이 비내리고 눈이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울적한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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