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평범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상하고 나를 아껴주신 부모님, 부유하진 못하더라도 꽤 풍족하게 살수 있을 정도의 자산,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주는 친구들....
악마들이 범람하고 있는 세상이지만, 나 같은 평범한 사람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날도 언제나와 같았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들과 시내로 놀러 나갔을 때 이상한 노파를 만났다는 것이다.
“꽤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구나.”
“네? 그게 무슨 말이세요?”
노파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안타까운 눈을 하고 있었다.
“온몸에 색의 기운이 가득하구나, 이 어린 것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렇게 말한 노파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할머니, 울어요?”
내가 그렇게 묻자 노파는 몸을 낮춰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나의 양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가야, 얼마 안 있어 네 삶은 어둠의 낙락으로 떨어질 거란다. 그 어둠 속은 매우 더럽고 추악하겠지만, 희망을 버리지 말렴. 언젠가 너의 운명의 사람이 나타날 거야. 그 사람과의 만남은 무척 짧겠지만, 그는 너를 어둠 속에서 구원해줄 거란다.”
당시 10살이었던 나는 노파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무척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데 한순간에 낙락으로 떨어질 거라니.... 나는 노파의 경고보다는 뒤에 나오는 운명의 사람이 더 흥미가 있었다.
“운명의 사람이요? 어떤 사람인데요?”
“자세한 것을 알 수 없단다. 확실한 것은 그 사람은 너를 사랑할 거란다. 설령 모두가 너를 배신하더라고, 그 사람만을 널 배신하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을 어떻게 알 수 있죠?”
“한눈에 알 수 있을 거야, 그 사람은 금빛을 가지고 있거든. 흔한 색이 아니니 금방 알 수 있을 거란다.”
노파의 말에 나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금색은 흔한 색이었다. 옷이든, 장신구든, 심지어 머리카락 색도 금색이 넘쳐났다.
나는 다시 한번 묻기 위해 고개를 들었지만 노파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져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지만, 노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파의 말을 듣고 난후에도 평범한 생활은 계속됐다. 13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마차 사고였다고 한다. 한순간에 양친을 모두 잃은 나는 한동안 절망감에 빠져들어다.
그나마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어는 정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지만, 내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를 맡았던 친척 아저씨는 겉으로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술과 도박에 빠져있는 사람이었고, 술에 취했을 때 나에게 서슴없이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 처음에는 위로 해주던 친구들도 점점 내 곁에서 멀어져 같다. 한가지 다행히 있다면 그는 폭행을 가하는 것을 빼면은 내 몸에 손대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16살이 되던 해에 그는 부모님의 유산과 합의금을 도박과 술값으로 모투 탕진했다. 결국 나는 그자에 의해 매춘굴로 끌려갔다.
처음 그자가 1000골드라는 거액을 불렀을 때 나는 포주가 나를 사지 않을 줄 알았다. 1000골드면 최대한 아낀다면 한 사람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고작 계집 하나 얻자고 그런 거액을 투자하는 멍청이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이 틀렸다. 포주는 나를 샀고 나는 하루아침에 성 노예로 전락했다.
나는 포주에게 어째서 그런 거액 주고 나를 샀는지 물었다. 솔직히 대답을 바라 한 질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일단 얼굴이 예쁘장하고, 교양과 지식을 갖추고 있는 계집이 들어오는 것은 드물기 때문에 높으신 분들을 상대할 때 쓸 거라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내 눈 때문이었다.
머리색은 흔하디흔한 붉은색이었지만, 눈은 꽤 희귀한 보라색이었다. 포주는 나 정도면 하루 빌리는데 1골드라는 금액을 불러도 남자들이 줄을 설 것이라며, 하루도 쉬지 않고 굴리면 원금은 3년이면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굴린다니....
포주의 말이 헛된 망상에 불과하길 기대했지만, 매춘굴로 들어온 지 3일도 지나지 않아서 어느 남작이 나를 하루 동안 빌리겠다고 했다. 정말로 1골드라는 거액을 내고서....
포주는 다른 여자들을 불렀다. 그녀들은 나를 화장시키고, 몸을 가릴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옷으로 갈아입혔다. 준비가 끝나고 가게 밖으로 나가자 남작은 나를 마차 안으로 끌어당겼고 나는 온 힘을 다해 저항했다.
남작은 화가 났는지 내 뺨을 때리려는 것처럼 손을 들어 올렸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살며시 눈을 떴을 때 검은 망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감은 남자가 남작을 팔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욕설을 하며 화를 내고 있는 남작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망토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금빛으로 번뜩이는 눈동자는 오롯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지?”
이것이 내 운명을 바꿔준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름없음2019/01/19 00:31:45ID : xveFa7anDte
할머니가 아가야, 하는 딱 그 대사. 어떻게 시련과 고난을 겪는 여주인공이 어쩌다 능력남인 남주의 도움을 받고 사랑에 빠지는 그런거...
이름없음2019/01/19 00:33:53ID : A441xB9bjxQ
로맨스 판타지로 가서 악녀랑 싸우고 막 그럴 것 같은 분위기
이름없음2019/01/19 00:34:47ID : cGtAqp87anB
그러네.. 힘없고.. 약간 운명적으로 안좋은 그런 여자애가 능력남주 만나는..... 여주한테 어떤거든 힘 하나만 쥐어주면 안되냐ㅠㅠ 맘이 너무 아픈데
차라리 무예실력이 뛰어나서 그 약간 싸움구경하는 그런거 있잖아 그런곳에 상금걸고 계속 나가게 했다던가.. 소설 시대랑 딱 맞는것 같은데
이름없음2019/01/19 00:56:48ID : QrgnTO784KZ
로맨스 판타지... 엄청난 귀족 남주와 그에게 구해진 여주
막 몬스터들이 하나 같이 여주를 노리는데 남주가 그걸 막는 수호자? 그런 포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