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데 조각글 올리지 않을래?

주제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쓰는 방식도 상관없고 일단 조각글이기만 하면 되

심심한데 조각글 올리지 않을래?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언제, 왜. 떠오르는 육하원칙의 의문들. 남자는 그 육하원칙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진 날도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밤, 혈향이 묻어나오는 저택에서는 단지 한 남자의 의문만이 떠돌고 있을 뿐이었다.

심심한데 조각글 올리지 않을래?

마음을 다 쏟았건만 후회투성이인 만남이었다. 목마르다고 던진 한마디에 운전하다 말고 물을 사다 주던 너의 다정함에 설렜고, 데려다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네 옆모습을 한 번 더 보게 됐었다. 너의 코가 되게 예쁘다는 걸 새삼 알았다. 네 앞에서 난 항상 어리석고 부끄러운 고등학생 같았고, 넌 멋진 면이 아주 다양한 사람이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감정을 안겨주는 네가 나는 얼떨떨했다. 그래서 표현도 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관심이 생겼다고 말하고 싶었을 거다. 좋아하게 됐다고, 이렇게 계속 좋아하다가 어쩌다 보면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을 거다. 너 와의 만남에서 난 참 이상하게도 말을 많이 아껴야만 했다. 아직도 나 혼자 끝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일 것이다. 해주지 못한 말들이 너무 많아서, 네가 내 옆에 없는 지금도 넌 매일 나를 맴돈다.

심심한데 조각글 올리지 않을래?

감각이 어떻게 되기라도 한걸까. A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주위는 온통 봄이었다. 파릇한 새싹, 화사한 꽃, 눈에 띄게 얇아진 사람들의 옷차림. 그럼에도 추웠다. 마음 한 켠이 그저 시리고 허전했다. 봄바람이 한차례 불자 보드라운 벚꽃잎이 마치 눈처럼 흩날린다. 뺨을 스치는 꽃잎이 날카로운 얼음 조각 같아서, A는 걸음을 서둘렀다. 도망치는 것이었다. 무엇으로부터, 어디로. 어느것도 대답할 수 없었지만, 그는 적어도 이 차가운 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심심한데 조각글 올리지 않을래?

나의 열망은 어제까지 애써 참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쇠고기 스튜를 끓였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뜨거운 육수, 먹음직스럽게 돌변한 갈색의 큼지막한 버터 덩어리에 결정을 후회할 순 없다. 아, 새벽의 만찬은 이리도 즐거운 것이었던가! 나는 기독교를 믿는 종교쟁이가 아니다만, 지금만큼은 하느님에게 조금 감사하련다. 오두막을 찾지 못했더라면, 눈보라 치는 숲에서 꼼작 없이 얼어 죽어 이 맛있는 걸 먹지도 못하고 어림잡아 이삼백 년 뒤에나 발굴되어 구경거리가 됐을 것이다. 몸에 온기가 달아오르니 차츰 끝 무렵부터 감각이 돌아와서는 잘린 새끼발가락의 상처가 쑤신다. 동사란 놈은 참으로 지독했다. 겨울 산에서 나고 자라신 아버지의 말을 빌려서, 고통은 먹을거리로 해결하는 게 가장 좋댔다. 큼지막한 소고기는 농후한 육즙이 터져 나와 부드럽게 씹는 맛이 일품이다. 잠시 눈을 감아 음미하며 기대하다가, 그래, 여전히 아픈 걸 보니 아버지의 말은 사실 거짓말이었나 보다. 이리 혀에 즐기며 고통에 신음하는 중에 밤의 야수가 나무문을 두드리다가 내심 포효한다. 이러면 무서워서라도 뛰쳐나오지 않을까, 나를 노리고 있다. 창문에서도 그 시선을 태워 나에게 보낸다. 두렵긴커녕 가소롭다. 내 앞에 걸쭉한 음식이 무엇인 줄 아는 건지. 이건 소고기다. 너 같이 사나운 자연에게 넘겨줄 수 있을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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