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쓰는 방식도 상관없고 일단 조각글이기만 하면 되

로어가 되야겠지? 로어가 될것이다. 마지막까지 그렇다고 외칠 수 있다. 끝까지 긍정할 수 있으리라.

내 나름의 젊음을 모두 너의 성공에 받춰 주었다. 네가 성공을 하려면 몰려오는 시련에 더 강하게 키워야 했다. 넘어져도 일어날 힘을 줘야 했다. 그래서 난 널 혹독하게 키웠다. 무시를 당하면 안 된다고 공부를, 싸움에서 지지 말라고 운동을 시켰다. 그럼 난 네가 더 강해질 줄 알았다. 어느 날 강가 주변 멀지 않은 저 곳에 네 시신이 발견 되었다. 그날의 넌 실족이었을까 투신이었을까. 강하고 현명한 네가 투신 했을 가 없다고. 강하고 현명한 네가 투신 했을 지도 모른다고. 왜 네가 갈 수 있었던 길을 난 못 봤을까. 왜 네게 맞지도 않는 공부를 강요 시켰을까.

나는 너는 행복해?라고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행복이란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어렸을 적 입에 붙여 살던 말이 이제는 그 어감마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네가 나에게 말했다. 너에게 어떠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매일 같은 나날의 반복이더라도 너는 이에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너에게 물었다. 현재 마주한 것을 즐기지 못하고 곧 불어올지 않을지도 모르는 폭풍을 상상하며 불안감에 떠는 나는 정말 행복한 것이냐고. 좀스레 나를 갉아먹는 행복이 네가 말하는 행복과 같은 것이냐고.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침묵을 택했다. 너는 오늘이 지나도, 또 내일이 다가와도 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 너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달라서 혹 서로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함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러니 우리 둘 사이의 침묵은 영원히 깨지지 않겠지. 나는 되로 너에게 묻고 싶다. 너는 지금 정말 행복하냐고.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 우리 사이엔 아무 일도, 어떤 관계도 형성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영영 그럴 일은 없을 테지. 봄꽃이 만개했던 어느 옛날엔 내 제일 깊숙한 부위에 너와 내 열망을 섞어 뿌리내리게끔 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옛날에 몇 레스 적었던 거 생각나서 천천히 읽고 나서 인코 확인해보니까 이거 내 건가? 싶었던 건 다 내가 쓴 거였어 ㄷ... 신기허네 썼던 기억은 안 나는데

내 눈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것 만을 비춰왔어요. 부서지는 햇빛, 물 웅덩이에 비친 무지개, 빨간 풍선, 아기고양이의 웃는 얼굴, 체리가 그려진 투명한 유리컵. 내 눈동자에 담은 것 들은 늘 같은게 없죠. 그래서 궁금했어요. 당신만은 왜 한결같이 내 눈에 머무르는지요. 시선이 호기심을 쫒는동안 나는 오직 하나밖에 담을수 없게 되었고 이윽고 그것마저... 사랑해요. 내 세상을 암흑으로 만들지 말아요.

네 눈을 열어. 난 너를 보고싶어 영광의 빛 비춰주시며 권능 넘치길 보길 원하네

양의 교살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입은 낚싯줄처럼 가늘고 억센 힘을 가지고 있다. 기함을 하며 입이 하는 오만한 부림들을 향해 조소를 새겼다. 건실한 양의 육체와 외사랑. 솟구치듯 거꾸로 매달린 양의 가슴께를 찌르면 아직 피다 만 젖은 꽃봉오리가 형체를 드러낸다. 무엇으로 찔렀을까, 무엇으로 찔렸을까. 묻어나온 것은 피일까 아닐까.

내 가시가 두려웠던 너는 유리 덮개를 씌우고 사라졌고 나는 그 뒷모습에 연신 악을 내질렀다 멍청이 머저리 자식아, 정녕 사랑했다면 이런 관짝에 날 가두지 말았어야지, 내 가시를 싹뚝 잘라내고 더이상은 깝치지 못하게 가냘픈 몸뚱아리마저 부러뜨리지, 그렇게라도 함께한다면 더는 널 원망하지 않았을텐데 활활 아름답게 타오르던 내 청춘이 한순간에 시들어 한 줌의 재로 바스라지어도, 애초에 영생이란 없고, 원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천지가 들끓는 소나기처럼 그 순간만큼은 장렬하게 낙사하는 것··· 아름다운 이별이란 없어 하지만 네가 다시 돌아온다면 우린 진창 속에서 함께 죽어갈 수 있겠지, 생각했다 나를 향해 삐딱하게 비치는 태양을 멀거니 응시하면서 바람은 불고 구름은 멀어져간다 햇빛은 작열하고 쓸데없이 푸르른 잎사귀 따위만 살랑살랑 홀로 시들 수 없는 비참한 운명, 나는 처절하게 연명하고, 부디, 진창이 마르기 전에 돌아와··· 소리쳤다

저는 여기에 있다가도 없습니다. 게임 속 짜증나는 버그가 된 기분입니다.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을 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갑자기 공격이 먹히지 않아 다 이긴 게임을 무승부로 끝난 적이 있었습니다. 짜증난다고 여기저기 친구들과 내뱉은 욕들이 깊숙하게, 그리고 또 길게 저를 쑤셔박습니다. 저주인형이 된 기분입니다. 있다가도 없는 제 자리를 밟고 창틀로 올라가 떨어지면 얼마 동안 불쌍한 국화가 낙서와 칼집으로 가득한 제 책상 위에서 말라비틀어지겠죠. 그 책상은 제가 생각하건대 버려질 겁니다. 누가 학교에서 자살한 불쌍한 왕따의 책상을 쓰고 싶겠습니까? 물기도 없고 손으로 툭 치면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마른 꽃잎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반 아이들이 먹다 버린 음료수 캔 코푼 휴지 과자봉지 지우개 똥과 같이 섞여 쓰레기장으로 향하겠지요.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선생님은 제 책상을 있다가도 없듯이 조용히 치워주세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하얀 국화를 들고 오지 말아주세요.

인애는 사라지고, 그 모든 사단은 눈씻고도 사라져 일말의 사덕조차 사라진 지금이, 선악은 없었지만 자비가 있었고 지식은 없었지만 양지와 양능이 있었던 그 옛날 전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낱 육신이 사그라드는 것은 무섭지 않으나, 전하의 선이 사그라드는 것은 무섭기 그지없으니 전하, 부디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옵소서. 가담항설 생각하면서 썼다ㅎㅎ

어제만 해도 생경한 풍경들이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모든 일들이 내게는 그랬다. 처음 서브웨이를 주문했을 때도, 삼성페이를 처음 사용했을 때도, 이자카야에서 사시미를 주문했을 때도, 너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인생에 속하지 않은 것이라 고개를 저어봤지만 점차 그것들은 이삿짐을 서서히 푸는 객식구처럼 함께 살게되었다.

점점 어두워졌다. 나는 혼자였었고, 혼자고, 혼자일 것이다. 내 인생에 잠시동안 들어왔었던 그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였는가. 여기 스레보면 너무 짧은거같은데ㅠㅜ 내가 글을 원래 좀 짧게 써서... 미안해 사랑해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밤이라 조금 아쉽기는 해도 낮의 하늘과는 다른 그 모습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 계속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듬성듬성 별들이 보였고 어느순간 떨어진 별똥별은 소원을 빌기도 전에 사라졌다. 창문을 열고 멍하니 있자니 밤공기가 서늘해 슬슬 창문을 닫을까 생각했더니 옆에서 강아지가 살짝 짖었다. 그 모습에 잠깐 웃음이 나와 창문을 닫고 강아지를 안았다. 계속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다음에 꼭 제대로 준비하고 보도록 하자. 그렇게 다짐하고는 강아지를 쿠션위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준 뒤 침대로가 이불속에 파묻혔다. 내일 밤도, 하늘이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난 아직 그들에게 마지막 말도 전하지 못하였는데, '안녕, 고마웠어' 라는 간단한 인사조차도 건네지 못한채 떠나버린 나는 차디찬 지하실 바닥에 누워 그들의 기억나지 않는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려보낸다. 아직 차가운 날씨의 한겨울, 공중에서 흩어져버린 새하얀 숨이 그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있었다. 오랜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가여운 꽃 한송이가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가며 죽어가고 있다.

매몰차게 내리는 봄비에 유약한 벚꽃들이 몸을 떨었다. 세상에 난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거두어 가려는지. 그들은 척척한 땅바닥에 처박힌 채 흐느꼈고 자박자박 다가오는 무심한 구둣발에 콱콱 즈려밟혔다. 당신들 같잖은 낭만 위해 힘껏 매달려 있던게 우리야! 아우성쳐도 몸은 갈변하고 하찮게 짓이겨진다. 떨어지는 순간까지 우린 존재했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네들이 봐주지 않으면 더이상은··· 신발 바닥에 붙은 어느 하나가 금세 형체도 없이 쭉 찌부러지고 자잘한 우리들은 더더욱 자잘해진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낭만을 샀고 처연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한 줌의 동정도 없니 개자식들아. 무의미한 넋두리가 쪼개지고 쪼개져 허공으로 스러진다. 우리는 차게 내려앉은 공기에 꺼져가는 명을 내뱉고 척척한 아스팔트 위에 박제되었다. 아름다웠던만큼 세상에서 가장 처량하게···

갈라진 틈새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붉은 별빛이 그저 너무나도 아름다워 나는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어두운 나의 마음과 이 방을 밝게, 또 아름다운 붉은 빛으로 비추어 주고 있었다. 아아- 너무 아름다워... 아름답고도 가여운 붉은 별 하나가 은하수 안으로 떨어졌다 이제 그 별도 은하수 속에서 밝게 빛나겠지 그레.. 분명 은은하게 빛나는 하나의 별이되어 그들이 찾지 못하도록 은하수 안으로 숨어버린 것이겠지

난 너희를 위해 이렇게나 노력했잖아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뭐야? 혐오스러운 듯 쳐다보는 눈빛? 무시? 환멸? 나에게도 쉴 곳이 필요하단 말이야 조금 더 따뜻한 대우를 해 줄수는 없는거야? 너희를 위해 내 인생 절반 이상을 갖다 바쳤어. 또 뭐가 필요한거야? 너무하다고 생각 안해? 이젠 내가 뭘 위해 이렇게나 고통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돈이 필요하면 나에게서 뜯고 없으면 버리고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살려줘.. 제발.... 배터리가 떨어져 꺼져있던 폐병원의 녹음기에는 앳된 남자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깜깜한 밤, 우리 둘의 그림자와 적막과 가로등 밖에는 없어 보이는 그 조용한 밤.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 털털거리는 너의 아버지의 오래된 자전거 소리와, 한 여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매미 소리가 가득한, 우리의 그 동네. 사실 지금도 어서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겠어. 나 사실은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내 진심을 어서 전하고 싶은데. 너는 우리 둘을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며칠 전에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을 깨달았어. 지금 난 너무 무서워. 뻔하지 뭐, 고백했다간 우리 둘, 친구 만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리는걸. 너무 비참하다. 널 이렇게 친구로는 대하지 못 할 것 같은데. 아직도 너만 보면 심장은 빨리 뛰어가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그저 하염없이 너만을 바라봤다.

>>222 >>222 >>222 >>222

''----~'' 순간 그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아, 최근에 그 노래 많이 듣네.. 무슨 곡이야?''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져 가는 나의 질문. ''---,-------!'' 나의 질문에 음악에 박자를 맞추듯 흔들리던 발이 멈추고 검은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내가 뭐 잘못한거 있나? 화창한 오후의 라디오에서는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와 방 안을 가득 채워간다. 방 안으로는 부족한 것인지 공허한 나의 마음도 매꾸어 간다.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울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또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아니면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세상에 알 도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알지 못하고 여러 감정 주위를 정처없이 배회하면서 의문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의문은 해소되지 못하고 혀끝에 아릿하게 남아도는 것이다. 당최 삶이란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종착역도 경유지도 없다. 오로지 메마른 땅과 퀴퀴한 먹구름, 가끔은 비, 또 가끔은 오아시스……그래 나의 인생에 달콤한 초콜릿과 부드러운 우유 따위는 존재할 리가 없었다……그거야말로 애저녁에 끝이 난 꿈이다. 그러므로 눈을 뜨고 있는 한 끊임없이 외면해야 한다. 다시 눈을 감기까지의 시간이……아주……멀다.

너가 나에게 말했지 ''----,-------'' 라고 지금은 생각나지 않아. 어렴풋이 너의 음성이 얹어리에 머물러 떠나지 않을 뿐이야. 지금까지 너는 저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만약에.. 정말 만약에 기억하고있다면.. ''기, 억하고 있다면.. 다시한번 나에게 말해줘..'' 새어나오는 눈물. 왜지? 어째서 기억하지도 못하는 소리따위로 우는 거야? 왜? 말해준 너는 누구였지? 너는 누구야? 혼란스러운 뇌속에 다시한번 그 목소리가 스쳐지나간다. ''--! -지-..!'' 다급한 목소리. 무슨 일이지...? 한발짝 다가간다. 뚜벅- 아, 더이상 다가갈 수 없어. 저건... 누구지? 온 몸으로 느껴지는 햇빛. 귀를 통해 들어오는 메미소리. 여름이구나

그걸로 만족하니? ...응 그러면 됬어, 이젠 안녕. 그렇게 우리는 급작스럽게 만나서 급작스럽게 떠났다.

"크하하하하하하하! 보아라! 이 세계를 보란 말이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세계를! 오직 나만이 이 세계에 군림하고, 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경배하라, 모두 나에게 경배하라! 크하하하하하!"

''미안하다 했잖아. 또 뭐가 불만이야?'' 대꾸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이젠 내말을 듣지도 않는구나? 그래 네 소원대로 니 눈 앞에서 꺼져줄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그 간단한 한마디를 못해서 일이 이렇게 커져버린 것 일까? 쿵- 현관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나 정말 이기적이구나..

시간은 오늘도 흘렀지만 달라진게 없다. 더욱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야 하는것을 알지만 그것이 부족함을 알기에 더 괴로울지도 모른다. 미래의 자신을 믿는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니 미래의 나는 실수를 만회하지 않을까?

너를 처음 본 건 오늘처럼 녹은 땅에서 새싹이 움 틀 때였다. 남들 눈엔 새까만 사내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겠지만 내 눈에 들어온 너는 어느 꽃보다도 아름다웠다. 그 뒤로 정신 차리면 내 시선 끝엔 항상 네 가 있었다. 그렇게 홀린 듯이 너의 뒤를 쫓았다. 너의 머리칼만 봐도 가슴 아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런데도 용기가 없어서 나는 마음속으로만 너에게 수백 번의 고백을 했다.

너를 마주한 첫 날, 내 머릿속에서 네가 움트기 시작했다. 그런 너는 점점 피어났고, 자라났다. 너의 색으로 나를 물들여줘, 진하게 받아들일게.

그거 기억나? 너가 지하철에서 나한테 보여준거. 뭐였더라? 사람들의 행동으로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거던가? 아무튼, 거기에 나온 것 중 하난데. 사소한 것들에도 잘 웃어주는 사람은, 사실 되게 외로워하고 있다는 글. 나 말야. 그거 읽었을때. 진짜 바보같은 생각 했다? 너가 눈치챘줬으면 하고. 일부로 웃었는데. 멍청하지. 정말 날 생각했다면 그런건 보여주지도 않았을 텐데.

앞서 걷던 소녀가 갑작스레 걸음을 멈췄다. 왜?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소녀가 뒤를 돌아보더니 웃었다. 언제나 어여쁘고 사랑스럽던 미소가 왠지 모르게 비릿했다. 소녀가 아, 하고 말하더니 한쪽 손을 우아하게 들어올려 어두운 문 안으로 손짓했다. 소개할게. 뭘, 이라고 미처 물을 새도 없이 어둠이 다가왔다.

언젠가 너가 말했다 나는 참 꽃을 닮았다고 그걸 듣고 말했다 응, 나는 꽃같은 인생을 살고싶어. 시간이 지나고 너도 다른사람들과 다를게 없이 그렇게 나를 떠났다. 나도 전에 있었던 헤어짐과 다름없이 붙잡지 않았다. 그땐그랬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채 그렇게 서로의 갈길로 만남을 끊었다. 꽃같은 인생을 살고싶었던 나는 어느새 이미 그 삶을 살고있었다. 하루하루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고 나니 깨달았다. 아, 너를 만났을때 내가 비로소 핀것이었구나,꽃이 되었던거구나. 너와 헤어진 지금 나는 별로 꽃잎이 남아있질 않으나 느낄수 있다 언젠가 이 긴 겨울도 끝을 내릴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 나의 마지막꽃잎은 저 어둠 어딘가로 천천히 떨어져간다.

먼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네. 네 말이 도움이 되었어. 약간의 횡설수설함이 있지만 참고 들어주길 바라네. 어차피 자네는 편지로 받을테니까 말이야. 그때 말했던 그 인류를 기억하고 있나? 오! 맙소사. 오늘 그 존재가 또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났다네. 그것은 평소와 다름 없이 작았는데, 뭔가를 배워 온 듯 했어. 내 앞으로 오더니 조그만 손을 흔들더군. 손이라고 해 봐야 1cm도 안 될 것 같은 조그만 인간이 말이야! 우리의 인사법을 배워온게로지.

이건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일까. 이건 결국 승리의 기억속에 묻힐 찰나의 감상일까 아니면 핏빛 어둠속에 스러진 유산이 되어 끝까지 가슴에 맺힐 마지막을 담을 유언이 될까 나의 모든 사슬을 옥죄는, 찬란해서 차가운 그대들이여 이 타들어가는 심장의 혈서의 주인이 누구임을 당신들은 아시오리까. LEAVE ME MY LOVE

살다살다 이런 상대는 진심 처음 본다. 반짝이는 금발에 호수처럼 푸른 눈과 잡티 없는 하얀 피부. 한겨울에 서리 나린 것처럼 싸늘하고 무미건조해보이는 인상과,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전체적인 분위기. 저건 절대 인간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니, 내가 지금껏 살면서 소설 속에서나 묘사되던 그런 미인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예전에 피그말리온이 아프로디테 신전 가서 '제발 제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주세요.' 라고 간곡히 빌었더니 정말로 이뤄져서 결혼까지 갔던 그런 사례처럼 조각상이 인간으로 변한 건가? 서양인들이 사랑하는 이 디폴트값 미인은 정말이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대체. 꿈이지, 이거? 현실 아니지?

그거 기억 나? 야자 째다가 쌤한테 걸려서 혼난 날, 사실 쌤 이야기 하나도 안 듣고 우리끼리 입모양으로 '떡볶이 콜?' 했던 거 말이야. 그리고 단합할 때도 술래잡기 하는데 나만 봐줬잖아, 결국 다른 애한테 잡혔지만. 또 졸업할 때 학사모 쓰고 서로 다른 대학 붙어서 부둥켜 안고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잖아. 그리고 동창회 때 빼고 영영 못 볼 줄 알았어. 당연하지 나는 나대로 일에 치이고 너는 너대로 치이며 살았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또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너의 시간은 이제 영원히 멈췄고 나는 점점 늙어가고 있어. 자주 보던 졸업앨범을 볼 수도 없게 됐고 껴안고 울던 네 품을 잊을 수 없게 되었어. 모든 건 기억이 나는데, 네 얼굴이 기억 안 나.

-따뜻한 삼각김밥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를 거야' 추운 겨울. 아무렇지 않게 쌀쌀한 거리를 하염없이 걷고 있었지 차가운 공기는 얼굴의 군데군데를 빨갛게 피우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따뜻한 커피 냄새는 이질감을 주었어 주머니에 들어있는 천 원이 그저 삼각김밥을 사 먹을 시시한 돈은 아니었지만 속이 허기진 나에겐 나쁘지도 않았지 편의점을 들어서는데 거짓말처럼 네 모습이 있었어 딴 데 가서 먹을까 하는데 금방 나가는 거 같길래 그냥 있었지 근데 예상외로 너는 내게 무언가를 건네왔어 금방 데운 삼각김밥 손안이 배불러오듯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지 너를 쳐다보니 그냥 먹으라는 듯 나가는데 내가 널 어떻게 쳐다봤는지 모르겠다 독이라도 탔을까 만져보다 그냥 추우니까 먹어야지 하고 주머니에 넣었어 덕분에 천 원짜리 초코우유랑 같이 먹었지 너는 왜 삼각김밥을 줬을까 먹기 싫으면 환불했을 거고 다른 애한테 줄 수 있는데 아니. 그냥 난 혼자 생각하고 싶어 네가 준 의미 모를 따뜻함을

여기 영양실조에 걸린 불로불사 흡혈귀가 있다. 안그래도 현대문명 때문에 혈액을 직접 먹는 건 불가능하고 인스턴트 선지국밥이나 먹었던 처지였건만 인간들이 서로 싸워댄 통에 인류가 멸망해 눈을 씻고 찾아도 피를 구할 수 없었다. 아사해 죽을 것 같지만 빌어먹은 불노불사 신체가 그마저도 거부한다. 그는 1년간 쫄쫄 굶어 쥐새끼 피라도 빨고 싶은 심정이다. 뜨거운 때약볕 속에 빈혈로 이미 내성이 생긴 햇빛에 기절한 그는 백년만에 처음으로 동료 흡혈귀를 만난다. 동료를 만난 기쁨에 그동안의 설움이 터져 신나게 신세한탄을 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던 중 동료 흡혈귀에게 인류부흥이라는 원대한 꿈을 듣는다. 인간농장을 만들어 인간을 번식시키겠다는데 얘 미친거 아냐? 비교적 현대에 태어난 어린 흡혈귀는 인권을 무시하겠다는 동료흡혈귀의 말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번식이라지만 애초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동료 흡혈귀는 세상을 떠돌아 다니며 남은 인류를 찾고 있었다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간찾기 여행입니다만 어째 진작에 사라진 줄 알았던 늑대인간이나 좀비 리저드맨들만 찾게 되는데 인간부흥보다 아인의 부흥이 더 빠를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그는 늦에 가라앉아 가는 나를 지켜보았다. 나를 구하려고 손을 뻗어도 포기하라는 사람들의 만류에 잡혀 입술을 깨물며 오열할 뿐이었다. 그래. 오지마. 어차피 난 구하기엔 늦었어. 지금은 힘들어도 시간이 흐르면 극복할 수 있을거야. 당신은 나따위보다 더 상냥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야 돼. 아. 다행이야. 당신을 이 지옥으로 끌어들이지 않아서. 가라앉아가는 몸을 느끼며 안심하고 기분좋게 눈을 감았을 때 갑자기 바깥에서 비명소리가 울렸다. 무거운 눈을 올리자 그가 모두를 뿌리치고 늪을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왜?

작년의 여름이 어떻게 더운지는 몰랐어. 올해 더위가 유난히 거세더니 작년에는 이것보단 덜했겠지 짐작만 했거든. 할머니랑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작년 여름 얘기가 나오지 뭐니. 작년이 훨씬 더웠다고,그래서 햇빛에 닿은 유리창을 만질때 손이 익어버리는줄 알았다며 개구지게 웃음을 지으시는데,그 순간 그게 믿을수 없을만큼 슬펐다. 너도 이제 슬슬 할머니를 뵈러오렴,앞으로 얼만큼 뵐 수 있을지 모르니까.

달빛 내린 정원에서 너를 생각하느라 달빛 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달빛을 보고 너를 떠올렸는지 너를 떠올리고 달빛을 봤는지 분간이 가지 않아 웃음이 나왔다.

불을 켜고 약간의 용기를 얻은 꼬맹이는 이제 밤길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촛불에 발 밑을 비추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조금 으스스했지만 두근두근하고 왠지 엄청난 모험을 하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추게 되었다. 노랫소리를 들었다. 풀벌레나 새가 아니었다. 사람의 목소리였다. 어쩐지 즐거운 듯한, 은은한 콧노랫소리. 여긴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아닌데. 사람이 다닐 시간도 아니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설마. 설마. 잘못 들은 거겠지 싶으면서도 확인해야 할 것만 같았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웬 여자애가 바위 위에 앉아있었다.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내가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 듯, 먼 곳을 보고 있거나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호기심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나는 결국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그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움찔했지만 그의 얼굴을 불빛로 비춰보았다. 조금 가녀린 외모의 그냥 평범한 여자애였다. 나는 안심하고 그에게 다가가며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여기서 뭐 해? 깜짝 놀랐어. 귀신인 줄 알았잖아." "내가 귀신 같아 보여?" "아니." 그러자 그 애는 즐겁게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그렇지?"

날 수 없음을 안다. 이미 날개는 꺾였으니, 죽어갈 뿐이라. 하나 바랐다. 빛이 닿기를, 날 수 있기를, 자유로이 살아가기를. 그리하여, 끝에 닿아 소망한다. 붉은 신이시여, 새장의 시간을 되돌리소서. 그에게 희망을, 구원을, 축복을, 마지막을 선물하소서.

여전히 하얗다 아니 더욱 하얗다 따듯한 그 모습은 차가워지고 이젠 재로 남아 날 뒤덮고 흔든다 너무 하얗던 그대라 그런가요 가는 그 길 마저도 하얗네요

심연으로 가라앉는다는것은 안정과 죽음을 동시에 뜻한다. 하데스의 포옹과도 같은 그 아이러니를 이해하는 순간, 내 몸안 무수한 세포들은 정지하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별이 내려, 꿈같은 하늘에. 아름다운 하늘 속에 숨겨진 별들은, 반짝이는 해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 그러나 어둠의 장막이 하늘을 뒤덮고 해가 질 때 즈음, 달이 떠오르고 반짝이는 별들이 보여와. 하지만 인공적인 불빛 때문인지, 이젠 더이상 별을 볼 수 없어. 어렸을 적 밤, 친구들과 들판에 누우면 언제든 보였던 별이, 인공적인 불빛만 없었다면 저 하늘에 빼곡했을 터인 별이, 점점, 하나하나 사라져가고 있어. 언제나 나의 빛은 별이었는데, 나의 희망은 별이었는데. 별이 하나하나 보이지 않을 때마다, 내 희망도 저리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아. 내 희망은 점점, 하나하나 사라져가고, 별이 사라질 때마다, 내 희망도 산산조각이 나. 부탁이야, 나의 희망을 지켜주길 바라. 희망이 지워지고 있는 사이, 저 하늘도 내 마음도 텅 비어가.

난 꿈에서 깨서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너무 무서워서,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꿈속에 나온, 달빛이 산산이 부서져내리던 그 호수, 가슴이 저리도록 새파란 그 호수에 난 모든 것을 놔두고 살아온 것이다. 내가 사랑하던 이들과 내 모든 기억. 내가 그 호수에모든것을 놔두고 왔다는 기억조차도 두고 왔었단 것을알아차린순간, 모든것이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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