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쓰는 방식도 상관없고 일단 조각글이기만 하면 되
  •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언제, 왜. 떠오르는 육하원칙의 의문들. 남자는 그 육하원칙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진 날도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밤, 혈향이 묻어나오는 저택에서는 단지 한 남자의 의문만이 떠돌고 있을 뿐이었다.
  • 마음을 다 쏟았건만 후회투성이인 만남이었다. 목마르다고 던진 한마디에 운전하다 말고 물을 사다 주던 너의 다정함에 설렜고, 데려다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네 옆모습을 한 번 더 보게 됐었다. 너의 코가 되게 예쁘다는 걸 새삼 알았다. 네 앞에서 난 항상 어리석고 부끄러운 고등학생 같았고, 넌 멋진 면이 아주 다양한 사람이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감정을 안겨주는 네가 나는 얼떨떨했다. 그래서 표현도 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관심이 생겼다고 말하고 싶었을 거다. 좋아하게 됐다고, 이렇게 계속 좋아하다가 어쩌다 보면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을 거다. 너 와의 만남에서 난 참 이상하게도 말을 많이 아껴야만 했다. 아직도 나 혼자 끝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일 것이다. 해주지 못한 말들이 너무 많아서, 네가 내 옆에 없는 지금도 넌 매일 나를 맴돈다.
  • 감각이 어떻게 되기라도 한걸까. A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주위는 온통 봄이었다. 파릇한 새싹, 화사한 꽃, 눈에 띄게 얇아진 사람들의 옷차림. 그럼에도 추웠다. 마음 한 켠이 그저 시리고 허전했다. 봄바람이 한차례 불자 보드라운 벚꽃잎이 마치 눈처럼 흩날린다. 뺨을 스치는 꽃잎이 날카로운 얼음 조각 같아서, A는 걸음을 서둘렀다. 도망치는 것이었다. 무엇으로부터, 어디로. 어느것도 대답할 수 없었지만, 그는 적어도 이 차가운 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 나의 열망은 어제까지 애써 참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쇠고기 스튜를 끓였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뜨거운 육수, 먹음직스럽게 돌변한 갈색의 큼지막한 버터 덩어리에 결정을 후회할 순 없다. 아, 새벽의 만찬은 이리도 즐거운 것이었던가! 나는 기독교를 믿는 종교쟁이가 아니다만, 지금만큼은 하느님에게 조금 감사하련다. 오두막을 찾지 못했더라면, 눈보라 치는 숲에서 꼼작 없이 얼어 죽어 이 맛있는 걸 먹지도 못하고 어림잡아 이삼백 년 뒤에나 발굴되어 구경거리가 됐을 것이다. 몸에 온기가 달아오르니 차츰 끝 무렵부터 감각이 돌아와서는 잘린 새끼발가락의 상처가 쑤신다. 동사란 놈은 참으로 지독했다. 겨울 산에서 나고 자라신 아버지의 말을 빌려서, 고통은 먹을거리로 해결하는 게 가장 좋댔다. 큼지막한 소고기는 농후한 육즙이 터져 나와 부드럽게 씹는 맛이 일품이다. 잠시 눈을 감아 음미하며 기대하다가, 그래, 여전히 아픈 걸 보니 아버지의 말은 사실 거짓말이었나 보다. 이리 혀에 즐기며 고통에 신음하는 중에 밤의 야수가 나무문을 두드리다가 내심 포효한다. 이러면 무서워서라도 뛰쳐나오지 않을까, 나를 노리고 있다. 창문에서도 그 시선을 태워 나에게 보낸다. 두렵긴커녕 가소롭다. 내 앞에 걸쭉한 음식이 무엇인 줄 아는 건지. 이건 소고기다. 너 같이 사나운 자연에게 넘겨줄 수 있을쏜가.
  • 추리 추리란 무엇인가 추리는 어두운 방의 불을켜고 그 방이 범죄 현장일지 그저 집일뿐인지 생각하며 그 사람은 누구를 좋아하는가를 생각하게도 하고 그 물건엔 왜 뜯긴 자국이 있나 생각하게도 만든다. 이것은 흔히 일상에서도 일어나고 보통 진지하고 어려운 수사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 저 하늘에 닿을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알아? 저 곱게 짜여진 파란 천을 만지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궁금해. 저 하늘색에 다다르는 방법. 날 수 있다면 저곳에 갈 수 있을까? 알려줘. 하늘에 닿는 법.
  • 내일이 너무 무서워. 시계의 건전지도 빼두었으니 시간이 가는게 느껴질 리도 없는데 말이야.
  • 밝은 햇살 아래에서의 너는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흩날리는 벚꽃 사이의 너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눈물을 흘리는 너는 너무나도 애처로워서.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잡으려 애쓰는 너는 너무나도 귀여워서.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는 너는 너무나도 황홀해서. 나는 그때마다 너에게 말한다. "사랑해." 그러면 너는 곱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사랑해."
  • 사랑은 사랑을 하면서 받게될 모든 상처를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해.난 내가 평생 사랑을 하지 않을 줄 알았어.나는 너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계산적이라 나만을 위해 살 줄 알았거든.내가 피해를 입을 일을 피하곤 하니 사랑도 피할 줄 알았지.그런데 아니더라.내가 어떻게 할수 있는게 아니더라고.온몸이 녹아버리는것 같고 모든 생각이 그 애한테쏟아지는데 너무나도 황홀하더라.
  • 세상은그데로 내가뭘하든 네가어떻든 내가죽었든 네가숨쉬든 때묻은시절 숨막힌 빈틈속에 언젠가 터져버린다면 난널비로소 죽일수있을까
  • 다시 날이 밝았다. 이제 정말 봄이 왔는지 아침부터 꽤 따사로운 햇살과 그를 반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하다. 슬며시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무언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예전보다는 못하다지만, 그래도 봄의 파란 하늘은 여전히 싱그러운 것이다. 그래, 꼭 너를 떠올릴 때와 같은 느낌이다.
  • 한 순간이라도 좋으니 잃어버린 널 다시 만날수만 있다면.
  • 파도의 물결은 누군가의 모양을 닮았다 나는 기억이 안나서 울었다 여러 얼굴을 잊고 살았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남아있는데도 입안에서 헤맬 때는 이름 대신 울음이 나왔다
  •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풍경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만큼 아름다웠다.
  • 몸이 무겁다. 몸이 무겁다고 생각하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나다보니 그냥 살이 찐 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 느낌은 내가 살이 얼마건 계속 느꼈을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은 하지만, 지옥의 불을 즐길 자 누가 있을까?
  • 심장이 뛰었다. 쿵. 심장이 뛰었다.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 안녕~ 스레주야! 으음... 벌써 117 아니, 이거까지 포함하면 118이구나... 어째든 그냥 글이나 쓰고 튈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아...! 이제, 이제 그만해!!!" 그녀가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아아... 이제 나를 제대로 봐주는거야? 하지만 말야... "이미 늦었다고요? 아.가.씨.?"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싱긋 웃고 아가씨란 말을 좋아하니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히 말하였다. "알아! 안다고! 이렇게 가족이... 친구가... 죽어있는거 보면 알아! 이제 그만 하라고 말하고 싶은거라고!" 아ㅡ... 그 녀석들의 시체말인가... 역시 착하네. 그딴 새끼들까지 아끼다니... 그래서 난 너의 그 점을 좋아하는거지만 말야?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웃었다. "네가 이 비극의 「여왕」이야." "모두를 돌려줘! 이젠 싫다고!!" "아아ㅡ... 내가 너라서 참는거라고, 알까보냐 그것이 그 녀석들의 운명이라고? 심하고 무른 하찮은 날들이 진짜잖아." 나는 붉은 달이 뜬 쪽을 뒤로 보고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웃고 있었다. +)아우터 사이언스 들으면서 해서 뭔가 이상해...
  • 비명이 들렸다. 누군가, 혹은 제 자신이 입을 황급히 틀어막은 듯 부자연스럽게 끝난 비명소리. "빙고!" "아저씨. 그거 나쁘다고 생각지 않아?" xx은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런들 어쩌리. 문은 열어야겠고, 문을 부수는 것 보단(사실 이것이 처음에 생각한 방책들 중 하나였다지.) 천을 밟는 것이 훨씬 비폭력적인 행위가 아닌가. 꼬마는 내게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제 몸을 위해줬으니.
  • 끼기긱, 낡은 쇠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 신경을 거스르게 만드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법한 정도의 작은 소리였다.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어스름히 창문을 파고드는 밤의 풍경. 찌르르 우는 밤벌레의 소리가 유난히 귓가를 간질렀다. 열 평 남짓한 공간 속에서 나는 바깥을 동경했다. 하지만 바깥에 나가려고 하면 어른들의 말이 떠올라 바깥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 방 안에서 살면 너는 오랜 시간을 살 수 있지만, 나가는 순간 죽고 말거라고. 나는 그럼에도 바깥을 동경했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뜨거운 태양의 불빛이 내 피부를 건드렸다. 큰 소리로, 목청이 떨어져라 울었다. 맴- 맴- 매미 소리가 시끄러운 오후다.
  • 똑.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선연했다. 손을 타고 미적지근하게 식은 피가 흘러내렸다. 검병을 쥔 손은 끈적해져 있었다. 손끝이 싸늘했다. 지금 나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징을 박은 신발이 바닥에 스쳐 싫은 소리를 냈다. 머리가 가벼웠다. 아아, 어떤 생각이 드는지조차 알 수 없다. 저 앞에 선 이가 보였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횃불에 비친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어난 감정은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알처럼 어딘가로 흘러나가듯 사라져갔다.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그녀가 쥔 검의 끝은 나의 심장을 향했다.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검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물에 젖은 얼굴이 횃불의 빛을 반사했다. 심장을 가리키던 검끝은 이내 가슴팍을 스치듯 아래로 떨어져내려 옅은 상흔을 남겼다. 죽 그어진 가슴의 상처가 따끔거렸다. 너무나도 옅게 베고 지나가, 그저 붉게 부은 피부 한 줄기와 희미한 아픔만 남기고 떠나갔다. 힘없이 축 늘어진 손가락 사이로 검이 흘러나갔다. 돌바닥과 부딪힌 검날은 댕그랑 하고 맑은 소리를 냈다. 나는 메마른 입술로 그녀를 불렀다. 스치듯 힘없이 내뱉어진 이름은 나약하게 바스라졌다. "...유모." 뒤에서 다른 이들이 훅 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났지만 이파리에서 물방울이 미끄러지듯 그 소리는 나의 귓가에서 비끄러져 사라졌다.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희게 질린 입술이 바들거렸다. 창백한 얼굴은 그새 많이 여위었다. 수그린 어깨가 부서질 듯 연약했다. 가슴이 저렸다. 깊은 슬픔이 만들어낸 주름 사이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죄송해요, 왕자님, 죄송해요..." 나는 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찬찬히 올라간 검끝이 그녀의 배를 가리켰다. 뾰족한 검끝이 그녀의 배를 건드렸다. 그녀의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런 말은, 날 찌르기 전에 했었어야지."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순종하듯 고개를 숙였다. 언젠가 보았듯, 그녀의 머리칼이 후두두 떨어져 흔들거렸다. 나는 그대로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검날이 살을 찢고 피를 뿌렸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을 꿰뚫은 검날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검을 쥔 손이 그녀의 배에 닿았다. 피로 얼룩진 옷자락이 손에 닿았다. 핏방울이 바닥을 적셨다. 떨리는 손이 나의 등을 감쌌다. 나를 끌어안은 그녀는 부들거리며 떨고 있었다. 아아, 이 얼마나 잔인한 포옹인가. 나는 마주 껴안지 않았다. 그녀가 눈물 젖은 얼굴로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입꼬리가 경련을 일으키듯 떨렸다. 입술이 무어라 속삭이듯 미적미적 움직였다. 나는 숨을 멈췄다. 껴안은 몸의 떨림이 멈췄다. 힘이 빠져나간 팔이 툭 하고 떨어졌다. 굳은 몸이 차갑게 식어갔다.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이토록 알고 싶은데, 피에 젖은 얼굴로는 알 수가 없다. 나는 검을 빼냈다. 피륙음과 함께 시체가 무너지듯 쓰러져내렸다.
  • 숨을 길게 내쉰다. 하얀 입김이 눈 앞을 가린다. 내게도 사랑 받을 권리는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살갗이 따갑다. 발을 내려다본다. 새빨개진 발 위로 눈이 쌓인다.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지켜보는 너를 본다. 우리는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았다.
  •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했던 적은 없었냐고, 진실된 웃음을 지어준 적은 없었냐고 묻던 너에게 사실대로 답 하고싶었다. 언제나 사랑했었다고, 언제나 너에겐 진실된 나였다고. 이제는 더 이상 답할 수 없지만, 만일 그 때로 돌아간다면. 돌아갈 수만 있다면.
  • 아이가 달래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울음소리는 작아지다가 어느순간 사라지고,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 이리 와, 너와 나에게 선물을 내려줄게. 어린 황제는 손짓했다. 가까워지는 기사의 손을 붙잡은 채 소녀는 둘 말고는 들을 수 없을 만큼의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우리가 죽어서 몇 번을 다시 태어난대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을 거야. 내 삶은 비록 불행하지만 네가 있어서 괜찮아.
  • 오전 8시 45분. 나 자신이 더이상 '나'인것이 아닌 '교사'로서의 내가 되는 시간. 계속 웃고, 지켜보며 단 한 순간도 정신을 놓을 수 없는 순간들을 지낸다. 방심하면 찰나에 들려오는 울음소리, 우는 아이를 달래다 보면 뒤쪽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큰 소리, 고갤 돌리면 바닥에 흩어져있는 장난감들. 그리고 그 옆엔 서로의 것을 탐하는 아이들. 끊임없는 릴레이에 정신을 차리면. 교사인 내가 '나'로 돌아갈 시간인 6시. 어린이집을 벗어나며 '나'로돌아와 길을 걷다 보이는 거울을 들여다 보면 그 곳에 비추어지는 '나'의 초라한 모습에 문득 눈물이 났다.
  • 신님 내 기도를 들어줘. 내 소원은 그에게 내 마음이 닿게 해줘, 그가 뒤돌아 볼 수 있도록.
  • 난 최선을 다 했어. 그렇게 말하는 너의 눈엔 나를 향한 경멸과 원망이 담겨 있었다. 그런 너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분명 울고 있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메말라 버린 걸까. 아무 말 없이 너를 바라봤다. 네 얼굴에 흘러내리는 구슬을 보고도 손이 떨어지지 않는 나를 바라보던 너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너를 보고도 나는 발이 떨어지질 않아 눈물이 나질 않아 가슴을 움켜쥐었다. 굳어버린 내 모습을 발견하고 뒤늦게 움직여 봤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메말라버린 자리에 붉은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네가 떠나버린 후에야 움직이기 시작한 다리와 요동치기 시작한 유리구슬은 미약하기 짝이 없어서 떨어지는 붉은 꽃잎에 조각나기 시작했다. 붉은 꽃잎은 모든 것이 닳아서야 하얀색을 띠기 시작했다. 네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흰 꽃은, 내가 그토록 보고 싶은 네가 떠나고 나서야 흩날리기 시작했다. 유리구슬에 박힌 붉은 꽃잎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점점 눈이 감겨왔다. 흔들리는 시야 속 흩날리는 흰 꽃잎과 희미하게 보이는 너를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 우리가 짙게 배인 옷가지를 들고 당신을 바라봤어. 당신은 끝내 나를 바라보지 않았어. 끝낼 때가 온 거야, 당신도 나도. 방울방울 피어나는 시간 속에서 헤매는 나는, 이제야 결심하는 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추억을 들고 서있어. 진한 향수 배인 옷가지의 소매를 베어낸 나는, 당신을 잊고 있어. 모든 것을 잃기 위해 이곳에 서있는 나는, 미소 짓고 있는 당신을 마주 봤어. 희미해져 버린 당신이 내 눈을 마주하고 나는 당신의 눈을 가렸어. 이제야 보내줘서 미안해. 몸만큼 마음이 자라지 못한 나는, 당신을 쉽게 보내지 못했어. 자라 버린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어서, 당신을 안아주지도 못해서, 미안해. 손에 물이 차올랐어. 당신과 내가 있던 이곳에 옅어진 당신은 이내 사라졌어. 비어버린 자리에 남겨진 소맷자락이 나에게 남은 눈물자국이 미련한 나를 밀어냈어. 당신이 있던 곳은 어두워져서 보이지 않게 됐어. 사라져 버린 당신이, 내가 사라지더라도, 내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당신이 나를 기억하기를.
  • 파아아아앗.. 나는 눈부신빛과 함께 찡그린 눈을 살짝떴다 내 바로 눈앞에는 그녀석에 실루엣이 그려져 있었다. 오직 나에게 보이던 것은 그의 푸르고 시디신 눈동자뿐. 깊고 서리 낀 시린 눈동자가 나에게 스며들었다. 곧이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그런 선택을 한거야?" '으으윽..' 그녀석에 서슬깊고 낮은 목소리가 깊고 깊은 한공간에 울려 퍼졌다. 나는 고통스러웠다. 너무나도 큰 가시가 내 심장을 관통시켰다. 세상이 하얗다. 그리고 그녀석의 고운 금발이 한가닥한가닥 흔들렸다. 그녀석의 모습이 우리의 공간을 에워쌌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나의 붉은 눈이 다시는 뜨이지않기를, 뜨이더라도 다시 감기기를. 마음속으로 강하게 염원했다
  • 사람들이 동정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이유는 마음만 먹고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마음을 먹는 다는 것이 중요한 첫 걸음임은 사실이나, 단순 마음을 먹기만 하였다고 해서 그런 감정을 받는 이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는 단순 그 사람을 섯불리 판단하는 잣대가 되어버릴 위험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동정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인식이 깔리는 것이다.
  •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하얀 천이 붉게 물들어 가는 꼴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독한 와인 냄새가 창문 하나 없는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머리가 뜨끈거렸다. 한숨을 쉬듯, 내뱉는다. 대체 뭘 원해.
  • 또 다른 구멍을 팠다. 이번엔 좀 더 비좁고 좀 더 깊은 구멍이다. 나는 이 작은 구멍이 내 목을 조르면 어떻게 될지 상상한다.
  • 눈을 껌벅였다. 앞이 흐릿한게 조금은 나아졌다. 손으로 눈의 양 끝을 비비니 정신도 차츰 맑아진다. 다리에 힘을 주어 밑으로 쭉 뻗고, 양 팔은 방의 천장을 향해 다리와 마찬가지로 힘을 주어 쭉 뻗었다. 개운하다. 침대가 늪이라도 되는 것 마냥 일어나기 싫지만 발쪽의 벽에 붙은 시계가 일어날 때임을 명확히 알리고 있어 더 뻐기자는 핑계도 대지 못하겠다. 적당히 침대를 굴러 내려와 일어났다. 지금부터 또 짧은 전쟁이 시작된다.
  • 당신을 바라봤다. 맑은 눈이었다. ..난 가질수없는, 그런 눈이었다. 눈이 마주칠때면, 모든걸 들킨느낌이었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언제나 넌 친절하구나. 질투나게. "..알아서해. 상관없어" 사실 이 감정이 질투가 아닐지라도 상관없다. 난 이 감정의 이름이 질투면 좋다고 생각했다.
  • 제발 조용히 좀 해. 시끄러운 소리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누르며 천천히 눈을 떴다. 일부러 성가시다는 듯 미간을 좁히며 바라봤지만, 너는 그마저도 좋은건지 나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아, 또다. 난 저 따뜻한 미소가 싫다. 너의 미소는 언제나 내 마음을 약해지게 만든다.
  • 내 글에는 네가 있었다. 그래, 내가 쓴 글에는 너에 대한 나의 추억과, 사랑과, 그리움과, 후회.. 그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네가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면서 글을 썼다. 그러니 네가 알아보지 못하고 내 글이 전부 너임을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야 . 모든것이 이 세계에 섞여들어, 살아있는. 어쩌면 살아있지 않은 세상들의 전부가 민물고기 강물에 뛰어들듯 오묘해지는 시간 . 나는 살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살아 숨쉬고 있었으며, 자신을 부정했으며 목에 가시로 뒤덮인 덩쿨이 자라나듯. 한숨과 거짓으로 나를 두르고 살았으며, 여전히 웅덩이 위로 둥둥 떠있는 상한 물고기 5시 에서 30분이 아래로 흘러가면 5시 30분. 작은 웅덩이 아래로 떨어지는 시간은 6시. 고개를 들어 저 건너편을 바라보면 작은 솜털같던 하늘빛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의 온기를 모아 따뜻한 색깔의 하늘을 그려내였으며. 섞이지 못했던 자신을 바라보았다. 늘 그래온것처럼 하늘에 섞이기 위해 하늘로 빠져들었다. 언제나의 6시. 노을이 지는 시간이였다.
  • 1879년 7월 5일의 여름 오전에 출생한 레슬리는 현존하는 추상화가 중에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해도 좋을 정도로 칭송받아 마땅한 자이지만 그의 명성과는 다르게 그는 자기 집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질 않는 괴팍한 자로 전형적인 천재의 악습을 물려받았고 그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거리에 나돌고 있는 하찮은 찌라시의 수준에 그치어 당신이 저희 신문사를 지원해준 은혜에 보답할 방도로 그동안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요구해오시던 그의 본모습에 대해 주도면밀히 확인해보고자 그의 집 앞으로 추정되는 고저택의 건너편 강가의 여관에 자리를 잡아 유럽 최고성능의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는 휄스 군의 도움을 받아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어느새 밖을 보면 낮과 밤이 다툴 정도로 모든 시간을 할애하여 정문을 관찰하였으나 그로 추정되는 남자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초인종을 누르는 남자라곤 떠도는 집시 부랑자밖에 없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던바, 필시 레슬리에겐 일반인에게 보이길 극도로 꺼리는 그의 성격 탓에 야밤에 세상으로 나가는 다른 비밀통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이틀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우리 신문사 최상의 능력을 갖춘 총 네 명의 기자와 함께 인근 일대를 샅샅이 뒤져보고 수소문하는 활동을 가졌고 그로 인해 일종의 수확을 가질 수 있었는데 별다른 특이사항은 아니고 그 마을의 전설에 근간을 두고 있는 소문인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 중요한 정보는 아닐 것이라 여겨 폐기하였음을 알려드리며 이후 일주일간의 더 뛰어난 조사를 통해 결국 레슬리의 행방을 도저히 하나로 굳힐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이 기나긴 외근으로 인해 약간의 정신쇠약에 걸린 것 같은 후배 기자로 인해 이 편지는 자연스레 지연될 수밖에 없었고 이 편지의 반절 이상을 쓰게 되는 동안에 레슬리에 대해 또 다른 사실을 찾아내었단 점에 당신이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 기뻐하며 다시 수사에 임하였고 경찰과의 허위 실종신고에 의한 동조를 꿈꿔보았지만, 범죄의 경우에는 저희는 심장이 병약하여 아직 그 정도는 좀 부담스러워 저희끼리 진행하게 되었는데 인원이 부족할 거라 고민되어 아무쪼록 다른 신입 기자를 받아들여 임금 체납에 관한 건으로 이 편지를 보냅니다.
  • 이 마수... 인간의 탈을 쓰고 그들과 함께 걸을때 마치 저 또한 순환속을 살아가는 듯했나이다. 순환을 좆고 좆으면 저또한 그것 속에 들어 가리라 믿으며 허나.. 이는 백일몽.. 그저 소원이 있노라면 먼훗날 이 마수의 옷을 벗고 그저 순환속을 여행하는 여행자를 인도하는 등불이되고 싶나이다. 그들의 혼을 위로하는 춤을 추며 나아가는... 그리 되고싶습니다
  • 상냥한 원장님은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랬다. "엄마를 찾으려 했어요." 그랬기에 원장은 멋대로 뛰쳐나간 아이를 혼낼 수 없었다. 아이 한명이 없어진걸 알고 얼마나 놀랐던가. 찾아내면 꼭 혼내줘야 겠다는 다짐은 잔뜩 더렵혀진 옷차림을 하고 이를 악문 아이를 보자 여름날의 아이스크림마냥 녹아내렸다. 몇번씩 넘어졌는지 무릎엔 이미 피딱지가 들러붙은 아이는 너무나도 작고 처량했다. 뜨겁게 내려쬐는 햇빛 아래 잠자리의 날개짓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횡량한 땅 위에 홀로 핀 커다란 해바라기가 언뜻 흔들거렸다. 머리가 아찔한건 두 눈이 멀 것만 같은 샛노람 때문일까 단순히 땡볕 아래를 뛰어 다녔기 때문일까. 원장은 아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자, 돌아가자." 아이는 옷자락을 웅켜쥐고 물었다. "어디로요?" 침묵이 내려앉았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의 작은 머리통과 거칠어진 제 손을 쳐다보았다. 이 세계는 연약한 이들이 살아가기에 너무도 척박했다. 원장은 느릿이 말했다. "우리들의 집으로." 그것은 다신 부모와 만날 수 없을거란 일종의 선고이자 더는 버림받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잠자리가 그들 주위를 한 바퀴 맴돌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이내 아이의 흙투성이 손이 원장의 손을 붙잡았다. 천천히 걸어가는 아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원장은 간간이 들썩이는 아이의 등과 미처 틀어막지 못한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모른척 해주었다. 바짝 마른 땅 위로 떨궈진 몇방울의 물은 순식간에 말랐다. 뜨거운 햇볕을 튕겨내며 빛나던 샛노란 해바라기는 바람 한줄기를 따라 몸을 슬쩍 흔들었다. 저 멀리 어느세 머리를 든 아이와 등을 곧게 편 어른이 걸어가고 있었다.
  • 내가 만약 어제 저녁을 남김없이 비웠더라면 오늘 아침 너는 나를 떠나지 않았을까. 대답은 아니, 아니였다. 나도 알아. 나는 그냥 내가 꿈을 꾸었으면 했어.
  • 흐릿해 지는 시야로 바닥에 번져가는 붉은 색을 바라보았다. 나는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덥혀져 있겠지. 다행이야.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이 당신을 닮은 빨간색이여서. 흐릿해 지는 의식속에서 당신이 날 안고 있는 환영이 보였다.
  • 너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던 그날, 너가 소심하게 고백했던 그날, 바보같이 모진 말만 내뱉었구나. 사랑하는 너의 가슴에 파여있을 상처안에 지금이라도 그 부름에 대해 더 커진 내 마음 속 사랑을 채워보내본다.네 손에 내 온기가 남아있다면. 이제는, 10번 안아주고, 3번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그리고 2번은 네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내가 너를 나에게 맡길 수 있게 다시 불러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정말 이어져 있는걸까. 나는 믿는다. 그러니까
  • 네가 그리운건지, 단 한사람이 느끼게 해줬던 감정들이 그리운건지 모르겠다.. 아니. 둘다인가
  • 당신들에게는 좋은 가십거리며,기삿거리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피비린내 나는 날것의 현실이였습니다.
  • 고백 할까? 안할래. 왜? 응? 왜냐구. 어..만약 거절하면 그애가 날 싫어하게 될거니까.. 넌 바보야. 뭐라고? 그래 난 바보야.. 할거니? 어...아니 너 정말 바보로구나! 어...그러니.. 받아주면 사귈테고 안받아주면 차이는거지. 그것쯤은 알아! 넌 겁쟁이야. ...할거야. 응? 고백, 할거라구. 잘 생각했어.
  • 내 안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기억의 잔재. 그곳에서 건져올린 건 추억 내지는 고통.넌 어떻게 생각해? 지나가기도 전에 그것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낙시꾼이야.기회만 오면 어둠 속에서 기억의 바다에 낙싯대를 던지는 기억 낙시꾼.낙싯대에 뭐가 걸릴지는 던져봐야 알지.낚아챈 기억을 보며 미소를 짓게 될까?아님 몇년동안 괴로움에 시달릴까?
  • 사랑해 아니야 사랑하고 있잖아 아니야 저 푸른 두 눈이 너만 담기를 바라고 있으면서 아니야 아니야아니야!!!! 내가 이 내가 짝사랑을 할리가 없어
  • 네 두 눈이 말하잖아 날 보는 네 두 눈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모습으로 스치듯 널 보다 눈을 피해버리는 날 보는 네 눈이 말하잖아 네 가슴이 말하잖아
  • 심장이 관통당한 신체는 허수아비처럼 쓰러졌다. 소년과 소녀의 옷에 피가 튀었다. 둘은 시선을 마주했다. 찰나의 순간 동안 두 아이의 눈빛에서 많은 것들이 오가고, 소년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제 소녀의 차례다.
  • 저 다짐이 너의 다짐이였으면 좋겠다고, 수백번 수천번 생각했어. 넌 바보야. 넌 겁쟁이야.
  • 네가 무척이나 밉고 꼴도 보기 싫었어 시간 지나니까 너와의 추억이 나를 피식거리게 만드네
  • 종종 그런 날이 있다. 심장 한 켠이 콱, 막혀 갑갑한 날. 그런 중에도 뻥 뚫린 공허함에 새벽 바람을 쐬어야만 하겠는 날. 오늘도 그저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이끌리듯 창문을 열고 난간에 기대었을 때에는 저녁 무렵의 노을도, 늦은 밤의 번쩍이는 조명들도 다 사라지고 까만 먹물만이 내려앉은 시간이었다. 간간이 조그만 불빛만이 허공을 부유했다. 누구에게, 어떤 말이라도, 쏟아내고 싶어서 기억 속 이름들을 더듬었다. 열 명, 스무 명, 수 많은 이름들이 스쳐 지나갔으나 선뜻 연락 할 이는 없었다. 저기 앞사람이 정해준 주제로 소설 쓰기 하려는데 여기서 더이상 진도가 안나가길래 ㅎ 조각글 투척
  • 안녕이라는 단어 하나도 못 남기고 떠날만큼 세상이 널 불편하게 했니. 너랑 주고 받은 메시지로 가득 찬 채팅방이 혼자 덩그러니 남아 너무 외롭고 쓸쓸해. 별일 없었길 바라고 앞으로도 없길 바랄게. 몸조심 하고.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 있으니까 언젠가 한번쯤은 마주치지 않을까.
  • 하루는 언제나 시작과 동시에 끝난다. 하루를 온전히 버텨낸 작은 방의 바깥은 낮동안 저장된 열기로 후끈하고, 안은 에어컨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방 안의 피부는 차갑고 그 속은 뜨겁다. 세상은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는 법이다. 하루는 끝났고, 동시에 시작한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매일같은 하루를 응원한다.
  • 희뿌옇게 변해가는 시야 속에서 희끄무레하게 서린 미소가 보이는 듯했다. 최후에서야 얻은 옅은 기쁨이었다. 그래도 이쯤이면 행복했지, 하고. 모두들 모여서 시끌벅적히 후일담을 나누는 그런 상상을 종종 했다. 결국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우리들은 절대 입 밖으로 불가의 뜻을 내지 않았다. 빛무리가 조각조각 날카롭게 비쳐들어왔다. 문득, 작별인사를 한 것도 같다고. 괜찮아. 행복했노라. 행복했었노라. 나는 이야기하고 있어.
  • 야 나 진짜 너 좋아하는데.너는 나한테 관심도 없는 것도 알고 너 여자친구 있는 것도 알아.근데 네가 좋은 걸 어떡하라고. 내가 너 좋아하는거 혹시 알아?알면 지금처럼 모르는 척 넘어가 주라.모르면 계속 몰라주고.알면 더 비참해질 것 같으니까.나 진짜 분수에 안 맞는 사람 좋아하는 거 알아.근데 나도 내 마음을 어쩔수가 없다. 감정은 나 혼자 정리해도 충분하니까 더 이상 뒤돌아보지마.
  • ...
  •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아직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곳은 나의 침대가 아니라는걸 느꼈지만, 금새 포근함에 몸을 부볐다. 하지만 그 움직임도 잠시.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잠들기 전 배게에서 나던 냄새... 그 냄새와 투박한 배게 천의 촉감이 내 얼굴을 짓눌르고 있었다. 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을 했다. ‘왜, 왜 날 노리는 거야. 대체 왜. 잠들기 전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다 키스 했고, 옷 가지들을 하나씩 벗어 던졌다. 그리고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다 뜨겁게 하나가 됬다. 그리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가 잘못된거지.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거지.’ 그렇게 내 숨은 점점 옅어져만 가고 있었다.
  • 비오는 날, 13층의 바로 밖으로 통하는 난간 없는 창문에 짝짝이 슬리퍼와 니삭스, 잠옷으로 입는 원피스를 입고 우산을 쓰고 걸터앉아있으면 반대편 산에서 하얀 비둘기 하나가 이쪽으로 날아와 나와 눈을 맞추며 인사하고 발아래로 보이는 도로에 내 슬리퍼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떨어지고 바깥의 시원함과 실내의 아늑함이 만나 그 사이에 있는 나는 황홀해지고 투명한 우산 너머로 보이는 깜깜한 밤하늘은 꼭 꽉 막힌 내 속같이 타들어 가는 듯 보이지만,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보이는 별의 반짝임이 나를 밤하늘에 도취시키고, 발밑이 비었다는 불안함이 어느새 자유의 기쁨으로 변해 날 무한하게 만들고 이따금 지나가는 트럭같은 차들이 비를 가르는 소리는 내 마음에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벽 너머 주전자의 물이 끓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는 내 모습에 작고 행복한 배덕감을 느끼며 그 산 너머로 보이는 손톱만한 집들에는 어떤 사람이 뭘 하고 있을까, 지금 이쪽을 보고있을까 하는 상상에 또 즐거움으로 가득 차고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집 근처의 풍경을 하나하나 낱낱이 뇌에 저장하며 그 사이에 다리로 흐르는 빗물의 차가움을 더하고 문득 뒤를 돌았더니 그 빗물에 미끄러져 한번 아찔한 기분을 느낀다. 어느새 12시가 지난 시곗바늘을 보며 내가 좋아했던 이는 지금 누굴 마음속에 담고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이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앞으로 좋아할 이는 어디에 있을까 같은 기대감 넘치는 물음들에 내 세포 하나하나가 반응한다. 부르르 떨리는 어깨와 무심코 나오는 잔기침에 나는 이 쾌락의 시간이 끝났음을 깨닫고 우산을 접어 그 한순간 떨어지는 비를 내 피부로 직접 느낀다. 하얗게 질렸을 터인 다리가 어둠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데, 주방의 주전자는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듯 뿌우우 소리로 내 발걸음을 재촉한다.
  • 처음 만났을 때, 아이는 브리오슈를 먹고 있었다. 밝은 백금발의 머리칼이 흘러내리자, 귀 뒤로 넘기며 붉은 입술을 핥던 아이가 생각난다. 땡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접시에 포크를 던진것도 기억이 난다. 아이는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마틴 아저씨 맞죠?” “그래. 네가 돌로리스니?” “네! 아저씨가 이 시간에 오실 줄은 몰랐어요. 알았더라면 간식을 조금 남겨뒀을텐데.” 햇빛에 반짝이는 아이의 머리칼에 만지고 싶단 생각이 들어 쓰다듬었다. “마음이 예쁘네. 고마워. 아저씨는 벌써 배부르다!” 내 말에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확정했던 것 같다. 이 아이를 내 자식으로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이는 내 곁으로 오기도 전에 죽고말았다. 원인모를 화재가 그 아이까지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 그 후, 나는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생각을 거두었다. 아이를 잃으면 또 아플 것 같아서. 오늘 구름의 색이 그 아이의 머리칼을 닮아있어서 그런지, 더욱 그 아이 생각이 난다. 그곳에서 행복하냐고 물어도, 대답은 못 듣겠지만 그럼에도 묻고싶다. 이곳보다 행복한지를.
  •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 조차 불가능한 피곤이 밤을 지배했다. 콘크리트 바닥에서부터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한기는 모든 피를 얼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서서히 내 몸을 식혀갔다. 문득 눈을 돌려 창 밖을 바라보면 빚 한줄기 없이 칠흑 같은 어둠만이 앉아 있다. 녹슨 쇠 냄새가 가득한 이 밤, 어디 한 방울 누군가 빛을 내려준다면. 지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무엇이라도 될 수 있었다. 태어난 이상 뛰고 있는 심장이 나를 버리는 순간 비로소 나는 혼자가 될 것이었다. 나의 잘못도, 이것이 받아 마땅한 벌임도 알고 있었으나 모든 게 싫었다. 무거운 몸뚱아리 따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나는 본디 이기적인 사람이니 끝까지 이기적인 것도 괜찮지 않을까. 누구라도 벌을 받는 건 싫지 않을까. 이건 반성이 아니라 체념일 테지. 나는 끝까지 좋은 척만 하고 있었으니 그냥 여기서 죽어 세상에 이익을 남기고 가. 갑작스레 구름이 걷히고, 별이 쏟아져내린다. 어쩌면 내가 별에게로 쏟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치스러운 결말이었다.
  • 보라색으로 물든 하늘에 걸려있는 솜사탕 분홍빛 구름을 미끄럼틀 삼아 내려왔다. 새하얀 바다속 검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니고, 붉은 나무와 파란 흙들이 어우러져 풍경을 이루고 있다.
  • 넌 나를 죽였다 네 말이 나를 죽였다 더는 나를 사랑하지않는다는 네 말이 나를 죽였다
  • ㄱㅅ
  • 누구도 저에게 희망을 준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전 너무 갖고 싶었죠, 그게 한낱 순간일 뿐이라도... 그러니, 당신의 변덕으로 언제든지 앗아가도 좋다는 얘기야. 난 평생 당신이 주었던 희망 하나로 살아갈 수 있어.
  • 너는 연필 나는 물감 네가 그린 세상이 나로 인해 물들여져 갔으면 좋겠어
  • (헉 글 쓴지 엄청 오랜만이다 ....ㅠ) 사람 한 명 들이지 않는 곳엔 차가운 유리조각들이 빛나며 바닥에 떨어져 주변을 채우고, 발에 찔려 새빨간 피가 뒤덮혀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긴머리의 아이가 하늘을 쳐다보았다.바닥에 닿은 발은 얼음처럼 차갑고 딱딱해져 갔다. 더럽구나, 추하구나.그녀를 찌르는듯이 가르키는 손가락은 투명했을 텐데. 분명 그 아이는 눈이 죽어있었다.그렇기 때문에 그 눈을 찌르는 유리조각 또한 없었다. 문을 열었고, 아이의 눈에 비친 것은 포근하고 따뜻한 것이였을까?발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유리조각들이 더러운 빨간색을 그리며 길을 만들어내고 두 팔을 벌려 꼭 잡은 손바닥이 반짝거렸다. 따뜻한 기운이 돌고 도는 방안은 그녀가 미쳐버린 환상이라는 사실을 믿어라.
  • 무거운 눈꺼풀, 지끈거리는 머리. 밝고 날카로운 빛이 단숨에 눈을 관통하고 뇌를 흩뜨려놓는 것만 같았다. 인기척이 없는 곳에선 다른 소음이 들려왔다. 물 떨어지는 소리, 날벌레 소리, 간간이 차도로 차가 지나가는 소리. 이곳에 나는 있다. 이곳에 나는 홀로 억겁같은 정적의 시간을 지키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물컹하고 묵직한 찰흙처럼 눈두덩이 아무렇게나 부어올랐다. 금방이라도 눈을 감고 단숨을 내쉴 것 같아 눈 언저리를 열심히 비빈다. 나는 이곳에 홀로 깨어있다.
  • 나는 그대가 살짝 늦는다고 투정부리기만 했어. 하지만 당신은 나의 행복을 위해 당신의 행복을 포기했어. 왜 나는 몰랐던걸까. 내일부터 당신이 없는 일상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아. 내 세계에 당신이라는 든든한 벽이 무너져버린 것 같아. 무너진 벽 너머로는 슬픈 회색빛의 딱딱한 세상이 보여. 그대는 나에게 돌아오리라 약속했지만, 나는 이기적이기에 당신이 정말 금방 오리라 생각하겠지. 더욱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당신이 없는 생활에서도 나는 웃고 그대가 점점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아, 그렇게 세상은 다시 굴러갈지도 몰라 처음부터 당신이 존재하지 않았던것처럼.
  • 너를 처음 마주한 날, 내 심장은 멎었다. 너의 눈을 처음 제대로 마주한 날, 나는 아름다운 것을 잊었다. 너와 처음 대화를 나눈 날, 내 입은 말하는 법을 잊었다. 너의 편지를 처음 받은 날, 나는 너를 사랑스럽다 생각했다. 너에게 나를 사랑한다 들은 날, 나는 너를 잊었다. 나는 짝사랑만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 하늘에게로 손을 뻗으면 멀어지는 하루
  • 참으로 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이었다. 애써 발을 내딛어 앞으로 나아가도 눈앞에 보이는건 칠흑같은 어둠뿐이었다. 눈과 귀를 막은 채로 엎드려 빌어도 진실은 두 눈과 두 귀를 관통해 심장까지 내리꽂힌다. 나는, 죄를 지었다.
  • 파란 하늘과 그 하늘과 닮은 색의 꽃을 들고있었던 너는 눈부실정도로 아름답게 웃고 있었어. 그 모든것을 눈에 담으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오늘의 하늘도 그때와 같은 파란 하늘이었어. 세상이 새하얗게 보일 정도의 파란색. 그때와 마찬가지로 저 하늘과 닮은 색의 꽃을 들고 있는너. 새하얀 세상속에서 울며 웃는 너의 모습은 마치 금방이라도 부서질것만 같았어.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 우리가 처음만난 날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이었어. 네가 은행을 잔뜩 밟고 분에 못이겨 소리치다가 체념하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더니 고개를 휙 돌려선, 나의 손을 잡아당겼지. 내 몸이 네 쪽으로 가볍게 끌어당겨지다 넘어지고 말았어. 매번 말하지만 힘조절 좀 해주라. 어쨌든 우린 서로 손을 맞잡고서 냄새나는 몸으로 근처에 있는 화려한 단풍나무 밑이나 걸었지. 주홍, 다홍, 다갈색의 알록달록한 나뭇잎들이 오목조목 뻗은 나뭇가지 사이로 한가득 들어차있는데 정말 예뻤어. 또 무슨 얘길 했더라. 그래, 그 때 갑작스레 돌풍이 불어서 내 긴머리가 마구잡이로 날렸잖아. 그리고는 급히 저길 보라면서 팔랑팔랑 날아가는 단풍나무 씨앗과 은행잎 따위를 가리키는 너의 모습이나 망연히 바라보았어. 가을은 사랑을 하는 계절이구나 싶더라. -시월의 러브레터
  • 외부인이 마을에 들어온지 두 달이 지났다. 서울에서 왔다는 그 외부인은 의사였다. 유순한 인상의 여자는 여느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처럼 친절하지 않았다. 매사에 짜증스러웠으며 가운 주머니에 사탕같은걸 쑤셔넣어 다니지도 않았고 썩 꼼꼼한 진료도 해 주지 않았다. 종종 생물학적 아버지에게 맞아 생긴 상처로 그 여자가 근무하는 병원에 찾아갈 때면 그녀는 늘 상처부위를 눈으로 슥 훑고는 밴드나 연고 따위를 던져주곤 했다. 이따금씩 손톱자국이 더 깊게 패였다거나 더 격정적인 싸대기를 맞은 날이면 인상을 팍 찌푸린 채 그 앙상한 손으로 내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는 것 외에 더 이상의 자세한 코멘트나 걱정어린 위로 따위는 없었다. 난 그여자의 그런 점이 좋았다.
  • 자동 알람 소리에 맞춰 깬 남자가 바닥을 더듬거리다 이불에서 일어난다. 척척한 땀에 붙은 티셔츠가 구겨지다 말았다. 작년 여름에 산 싸구려 페인트 칠이 된 시계가 11시를 알려주고 있었다. 창문 결 사이로 들어오는 여름의 체취를 잠자코 맡던 남자가 일어섰고, 커튼을 쳤다. 구태여 질척한 계절의 반항이 일었다.
  • 노란 국화가 피었다. 소녀는 깨달았다. 그리고 말했다."아, 너 구나. 내 첫번째 노란국화"
  • 노래를 듣다가 소녀는 눈물을 흘렸다. 너무 자신의 이야기 같았다. 애절한 짝사랑노래가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왔다. 소녀는 언제쯤 아무렇지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쓸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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