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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7/12/09 19:56:24 ID : XAlveFcr84G
주제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쓰는 방식도 상관없고 일단 조각글이기만 하면 되
이름없음 2018/11/11 11:50:46 ID : 8nO3zO2si1a
로어가 되야겠지? 로어가 될것이다. 마지막까지 그렇다고 외칠 수 있다. 끝까지 긍정할 수 있으리라.
이름없음 2018/11/15 21:04:53 ID : mINwNwK3Xy2
내 나름의 젊음을 모두 너의 성공에 받춰 주었다. 네가 성공을 하려면 몰려오는 시련에 더 강하게 키워야 했다. 넘어져도 일어날 힘을 줘야 했다. 그래서 난 널 혹독하게 키웠다. 무시를 당하면 안 된다고 공부를, 싸움에서 지지 말라고 운동을 시켰다. 그럼 난 네가 더 강해질 줄 알았다. 어느 날 강가 주변 멀지 않은 저 곳에 네 시신이 발견 되었다. 그날의 넌 실족이었을까 투신이었을까. 강하고 현명한 네가 투신 했을 가 없다고. 강하고 현명한 네가 투신 했을 지도 모른다고. 왜 네가 갈 수 있었던 길을 난 못 봤을까. 왜 네게 맞지도 않는 공부를 강요 시켰을까.
이름없음 2018/12/01 16:18:17 ID : nO9wHyGq5e5
이름없음 2018/12/02 20:34:19 ID : 2KY4JRzRyFi
나는 너는 행복해?라고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행복이란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어렸을 적 입에 붙여 살던 말이 이제는 그 어감마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네가 나에게 말했다. 너에게 어떠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매일 같은 나날의 반복이더라도 너는 이에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너에게 물었다. 현재 마주한 것을 즐기지 못하고 곧 불어올지 않을지도 모르는 폭풍을 상상하며 불안감에 떠는 나는 정말 행복한 것이냐고. 좀스레 나를 갉아먹는 행복이 네가 말하는 행복과 같은 것이냐고.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침묵을 택했다. 너는 오늘이 지나도, 또 내일이 다가와도 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 너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달라서 혹 서로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함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러니 우리 둘 사이의 침묵은 영원히 깨지지 않겠지. 나는 되로 너에게 묻고 싶다. 너는 지금 정말 행복하냐고.
이름없음 2019/04/14 19:28:32 ID : 6i8jijclg0q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 우리 사이엔 아무 일도, 어떤 관계도 형성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영영 그럴 일은 없을 테지. 봄꽃이 만개했던 어느 옛날엔 내 제일 깊숙한 부위에 너와 내 열망을 섞어 뿌리내리게끔 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옛날에 몇 레스 적었던 거 생각나서 천천히 읽고 나서 인코 확인해보니까 이거 내 건가? 싶었던 건 다 내가 쓴 거였어 ㄷ... 신기허네 썼던 기억은 안 나는데
이름없음 2019/04/15 03:14:34 ID : lbg3SMrBzal
내 눈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것 만을 비춰왔어요. 부서지는 햇빛, 물 웅덩이에 비친 무지개, 빨간 풍선, 아기고양이의 웃는 얼굴, 체리가 그려진 투명한 유리컵. 내 눈동자에 담은 것 들은 늘 같은게 없죠. 그래서 궁금했어요. 당신만은 왜 한결같이 내 눈에 머무르는지요. 시선이 호기심을 쫒는동안 나는 오직 하나밖에 담을수 없게 되었고 이윽고 그것마저... 사랑해요. 내 세상을 암흑으로 만들지 말아요.
이름없음 2019/04/15 08:55:28 ID : 9vCo6nO1eJR
네 눈을 열어. 난 너를 보고싶어 영광의 빛 비춰주시며 권능 넘치길 보길 원하네
이름없음 2019/04/19 00:06:00 ID : u1jxO63QpSF
양의 교살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입은 낚싯줄처럼 가늘고 억센 힘을 가지고 있다. 기함을 하며 입이 하는 오만한 부림들을 향해 조소를 새겼다. 건실한 양의 육체와 외사랑. 솟구치듯 거꾸로 매달린 양의 가슴께를 찌르면 아직 피다 만 젖은 꽃봉오리가 형체를 드러낸다. 무엇으로 찔렀을까, 무엇으로 찔렸을까. 묻어나온 것은 피일까 아닐까.
이름없음 2019/04/19 00:59:40 ID : 8i5WjinTSGn
내 가시가 두려웠던 너는 유리 덮개를 씌우고 사라졌고 나는 그 뒷모습에 연신 악을 내질렀다 멍청이 머저리 자식아, 정녕 사랑했다면 이런 관짝에 날 가두지 말았어야지, 내 가시를 싹뚝 잘라내고 더이상은 깝치지 못하게 가냘픈 몸뚱아리마저 부러뜨리지, 그렇게라도 함께한다면 더는 널 원망하지 않았을텐데 활활 아름답게 타오르던 내 청춘이 한순간에 시들어 한 줌의 재로 바스라지어도, 애초에 영생이란 없고, 원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천지가 들끓는 소나기처럼 그 순간만큼은 장렬하게 낙사하는 것··· 아름다운 이별이란 없어 하지만 네가 다시 돌아온다면 우린 진창 속에서 함께 죽어갈 수 있겠지, 생각했다 나를 향해 삐딱하게 비치는 태양을 멀거니 응시하면서 바람은 불고 구름은 멀어져간다 햇빛은 작열하고 쓸데없이 푸르른 잎사귀 따위만 살랑살랑 홀로 시들 수 없는 비참한 운명, 나는 처절하게 연명하고, 부디, 진창이 마르기 전에 돌아와··· 소리쳤다
이름없음 2019/04/20 20:41:58 ID : urbxvdzTO60
저는 여기에 있다가도 없습니다. 게임 속 짜증나는 버그가 된 기분입니다.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을 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갑자기 공격이 먹히지 않아 다 이긴 게임을 무승부로 끝난 적이 있었습니다. 짜증난다고 여기저기 친구들과 내뱉은 욕들이 깊숙하게, 그리고 또 길게 저를 쑤셔박습니다. 저주인형이 된 기분입니다. 있다가도 없는 제 자리를 밟고 창틀로 올라가 떨어지면 얼마 동안 불쌍한 국화가 낙서와 칼집으로 가득한 제 책상 위에서 말라비틀어지겠죠. 그 책상은 제가 생각하건대 버려질 겁니다. 누가 학교에서 자살한 불쌍한 왕따의 책상을 쓰고 싶겠습니까? 물기도 없고 손으로 툭 치면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마른 꽃잎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반 아이들이 먹다 버린 음료수 캔 코푼 휴지 과자봉지 지우개 똥과 같이 섞여 쓰레기장으로 향하겠지요.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선생님은 제 책상을 있다가도 없듯이 조용히 치워주세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하얀 국화를 들고 오지 말아주세요.
이름없음 2019/04/21 13:02:31 ID : upQrcNvyK1v
인애는 사라지고, 그 모든 사단은 눈씻고도 사라져 일말의 사덕조차 사라진 지금이, 선악은 없었지만 자비가 있었고 지식은 없었지만 양지와 양능이 있었던 그 옛날 전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낱 육신이 사그라드는 것은 무섭지 않으나, 전하의 선이 사그라드는 것은 무섭기 그지없으니 전하, 부디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옵소서. 가담항설 생각하면서 썼다ㅎㅎ
이름없음 2019/04/21 23:15:52 ID : 9y7urbvhe3P
어제만 해도 생경한 풍경들이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모든 일들이 내게는 그랬다. 처음 서브웨이를 주문했을 때도, 삼성페이를 처음 사용했을 때도, 이자카야에서 사시미를 주문했을 때도, 너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인생에 속하지 않은 것이라 고개를 저어봤지만 점차 그것들은 이삿짐을 서서히 푸는 객식구처럼 함께 살게되었다.
이름없음 2019/04/22 00:37:34 ID : f9fWnO1bg7u
점점 어두워졌다. 나는 혼자였었고, 혼자고, 혼자일 것이다. 내 인생에 잠시동안 들어왔었던 그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였는가. 여기 스레보면 너무 짧은거같은데ㅠㅜ 내가 글을 원래 좀 짧게 써서... 미안해 사랑해
이름없음 2019/04/22 08:15:38 ID : O5U5argmNvD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밤이라 조금 아쉽기는 해도 낮의 하늘과는 다른 그 모습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 계속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듬성듬성 별들이 보였고 어느순간 떨어진 별똥별은 소원을 빌기도 전에 사라졌다. 창문을 열고 멍하니 있자니 밤공기가 서늘해 슬슬 창문을 닫을까 생각했더니 옆에서 강아지가 살짝 짖었다. 그 모습에 잠깐 웃음이 나와 창문을 닫고 강아지를 안았다. 계속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다음에 꼭 제대로 준비하고 보도록 하자. 그렇게 다짐하고는 강아지를 쿠션위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준 뒤 침대로가 이불속에 파묻혔다. 내일 밤도, 하늘이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름없음 2019/04/23 23:26:22 ID : 4K3PcnDxTU4
난 아직 그들에게 마지막 말도 전하지 못하였는데, '안녕, 고마웠어' 라는 간단한 인사조차도 건네지 못한채 떠나버린 나는 차디찬 지하실 바닥에 누워 그들의 기억나지 않는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려보낸다. 아직 차가운 날씨의 한겨울, 공중에서 흩어져버린 새하얀 숨이 그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있었다. 오랜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가여운 꽃 한송이가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가며 죽어가고 있다.
이름없음 2019/04/24 02:59:06 ID : 8i5WjinTSGn
매몰차게 내리는 봄비에 유약한 벚꽃들이 몸을 떨었다. 세상에 난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거두어 가려는지. 그들은 척척한 땅바닥에 처박힌 채 흐느꼈고 자박자박 다가오는 무심한 구둣발에 콱콱 즈려밟혔다. 당신들 같잖은 낭만 위해 힘껏 매달려 있던게 우리야! 아우성쳐도 몸은 갈변하고 하찮게 짓이겨진다. 떨어지는 순간까지 우린 존재했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네들이 봐주지 않으면 더이상은··· 신발 바닥에 붙은 어느 하나가 금세 형체도 없이 쭉 찌부러지고 자잘한 우리들은 더더욱 자잘해진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낭만을 샀고 처연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한 줌의 동정도 없니 개자식들아. 무의미한 넋두리가 쪼개지고 쪼개져 허공으로 스러진다. 우리는 차게 내려앉은 공기에 꺼져가는 명을 내뱉고 척척한 아스팔트 위에 박제되었다. 아름다웠던만큼 세상에서 가장 처량하게···
이름없음 2019/04/25 00:22:47 ID : 4K3PcnDxTU4
갈라진 틈새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붉은 별빛이 그저 너무나도 아름다워 나는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어두운 나의 마음과 이 방을 밝게, 또 아름다운 붉은 빛으로 비추어 주고 있었다. 아아- 너무 아름다워... 아름답고도 가여운 붉은 별 하나가 은하수 안으로 떨어졌다 이제 그 별도 은하수 속에서 밝게 빛나겠지 그레.. 분명 은은하게 빛나는 하나의 별이되어 그들이 찾지 못하도록 은하수 안으로 숨어버린 것이겠지
이름없음 2019/04/25 21:28:15 ID : 4K3PcnDxTU4
난 너희를 위해 이렇게나 노력했잖아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뭐야? 혐오스러운 듯 쳐다보는 눈빛? 무시? 환멸? 나에게도 쉴 곳이 필요하단 말이야 조금 더 따뜻한 대우를 해 줄수는 없는거야? 너희를 위해 내 인생 절반 이상을 갖다 바쳤어. 또 뭐가 필요한거야? 너무하다고 생각 안해? 이젠 내가 뭘 위해 이렇게나 고통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돈이 필요하면 나에게서 뜯고 없으면 버리고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살려줘.. 제발.... 배터리가 떨어져 꺼져있던 폐병원의 녹음기에는 앳된 남자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이름없음 2019/04/29 22:18:02 ID : BgmNxQpPa09
깜깜한 밤, 우리 둘의 그림자와 적막과 가로등 밖에는 없어 보이는 그 조용한 밤.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 털털거리는 너의 아버지의 오래된 자전거 소리와, 한 여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매미 소리가 가득한, 우리의 그 동네. 사실 지금도 어서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겠어. 나 사실은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내 진심을 어서 전하고 싶은데. 너는 우리 둘을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며칠 전에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을 깨달았어. 지금 난 너무 무서워. 뻔하지 뭐, 고백했다간 우리 둘, 친구 만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리는걸. 너무 비참하다. 널 이렇게 친구로는 대하지 못 할 것 같은데. 아직도 너만 보면 심장은 빨리 뛰어가는데.
다탈 2019/05/13 14:43:12 ID : 3zU1Dur9g0m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그저 하염없이 너만을 바라봤다.
EEE 2019/05/13 14:45:03 ID : jBxVcGnBfgp
이름없음 2019/05/25 00:15:55 ID : 4K3PcnDxTU4
''----~'' 순간 그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아, 최근에 그 노래 많이 듣네.. 무슨 곡이야?''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져 가는 나의 질문. ''---,-------!'' 나의 질문에 음악에 박자를 맞추듯 흔들리던 발이 멈추고 검은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내가 뭐 잘못한거 있나? 화창한 오후의 라디오에서는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와 방 안을 가득 채워간다. 방 안으로는 부족한 것인지 공허한 나의 마음도 매꾸어 간다.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름없음 2019/05/26 06:35:14 ID : y43Phgo7wE3
우울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또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아니면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세상에 알 도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알지 못하고 여러 감정 주위를 정처없이 배회하면서 의문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의문은 해소되지 못하고 혀끝에 아릿하게 남아도는 것이다. 당최 삶이란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종착역도 경유지도 없다. 오로지 메마른 땅과 퀴퀴한 먹구름, 가끔은 비, 또 가끔은 오아시스……그래 나의 인생에 달콤한 초콜릿과 부드러운 우유 따위는 존재할 리가 없었다……그거야말로 애저녁에 끝이 난 꿈이다. 그러므로 눈을 뜨고 있는 한 끊임없이 외면해야 한다. 다시 눈을 감기까지의 시간이……아주……멀다.
이름없음 2019/05/29 23:43:40 ID : 4K3PcnDxTU4
너가 나에게 말했지 ''----,-------'' 라고 지금은 생각나지 않아. 어렴풋이 너의 음성이 얹어리에 머물러 떠나지 않을 뿐이야. 지금까지 너는 저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만약에.. 정말 만약에 기억하고있다면.. ''기, 억하고 있다면.. 다시한번 나에게 말해줘..'' 새어나오는 눈물. 왜지? 어째서 기억하지도 못하는 소리따위로 우는 거야? 왜? 말해준 너는 누구였지? 너는 누구야? 혼란스러운 뇌속에 다시한번 그 목소리가 스쳐지나간다. ''--! -지-..!'' 다급한 목소리. 무슨 일이지...? 한발짝 다가간다. 뚜벅- 아, 더이상 다가갈 수 없어. 저건... 누구지? 온 몸으로 느껴지는 햇빛. 귀를 통해 들어오는 메미소리. 여름이구나
이름없음 2019/05/30 08:39:12 ID : hbCkq0rcE65
그걸로 만족하니? ...응 그러면 됬어, 이젠 안녕. 그렇게 우리는 급작스럽게 만나서 급작스럽게 떠났다.
이름없음 2019/05/30 18:11:18 ID : 01eFeHyGso5
"크하하하하하하하! 보아라! 이 세계를 보란 말이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세계를! 오직 나만이 이 세계에 군림하고, 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경배하라, 모두 나에게 경배하라! 크하하하하하!"
이름없음 2019/06/08 00:16:20 ID : 4K3PcnDxTU4
''미안하다 했잖아. 또 뭐가 불만이야?'' 대꾸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이젠 내말을 듣지도 않는구나? 그래 네 소원대로 니 눈 앞에서 꺼져줄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그 간단한 한마디를 못해서 일이 이렇게 커져버린 것 일까? 쿵- 현관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나 정말 이기적이구나..
이름없음 2019/06/08 03:02:08 ID : ldu63TSFjwL
시간은 오늘도 흘렀지만 달라진게 없다. 더욱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야 하는것을 알지만 그것이 부족함을 알기에 더 괴로울지도 모른다. 미래의 자신을 믿는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니 미래의 나는 실수를 만회하지 않을까?
이름없음 2019/06/08 03:08:39 ID : vwpQtwK47tf
너를 처음 본 건 오늘처럼 녹은 땅에서 새싹이 움 틀 때였다. 남들 눈엔 새까만 사내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겠지만 내 눈에 들어온 너는 어느 꽃보다도 아름다웠다. 그 뒤로 정신 차리면 내 시선 끝엔 항상 네 가 있었다. 그렇게 홀린 듯이 너의 뒤를 쫓았다. 너의 머리칼만 봐도 가슴 아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런데도 용기가 없어서 나는 마음속으로만 너에게 수백 번의 고백을 했다.
이름없음 2019/06/09 01:35:10 ID : lbbbg3O5Pir
너를 마주한 첫 날, 내 머릿속에서 네가 움트기 시작했다. 그런 너는 점점 피어났고, 자라났다. 너의 색으로 나를 물들여줘, 진하게 받아들일게.
이름없음 2019/06/16 02:45:33 ID : 4ILfcE7bu2q
그거 기억나? 너가 지하철에서 나한테 보여준거. 뭐였더라? 사람들의 행동으로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거던가? 아무튼, 거기에 나온 것 중 하난데. 사소한 것들에도 잘 웃어주는 사람은, 사실 되게 외로워하고 있다는 글. 나 말야. 그거 읽었을때. 진짜 바보같은 생각 했다? 너가 눈치챘줬으면 하고. 일부로 웃었는데. 멍청하지. 정말 날 생각했다면 그런건 보여주지도 않았을 텐데.
이름없음 2019/07/23 10:43:40 ID : pe3Pa3B83xv
앞서 걷던 소녀가 갑작스레 걸음을 멈췄다. 왜?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소녀가 뒤를 돌아보더니 웃었다. 언제나 어여쁘고 사랑스럽던 미소가 왠지 모르게 비릿했다. 소녀가 아, 하고 말하더니 한쪽 손을 우아하게 들어올려 어두운 문 안으로 손짓했다. 소개할게. 뭘, 이라고 미처 물을 새도 없이 어둠이 다가왔다.
이름없음 2019/07/23 20:14:18 ID : 4Lhta066mK2
언젠가 너가 말했다 나는 참 꽃을 닮았다고 그걸 듣고 말했다 응, 나는 꽃같은 인생을 살고싶어. 시간이 지나고 너도 다른사람들과 다를게 없이 그렇게 나를 떠났다. 나도 전에 있었던 헤어짐과 다름없이 붙잡지 않았다. 그땐그랬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채 그렇게 서로의 갈길로 만남을 끊었다. 꽃같은 인생을 살고싶었던 나는 어느새 이미 그 삶을 살고있었다. 하루하루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고 나니 깨달았다. 아, 너를 만났을때 내가 비로소 핀것이었구나,꽃이 되었던거구나. 너와 헤어진 지금 나는 별로 꽃잎이 남아있질 않으나 느낄수 있다 언젠가 이 긴 겨울도 끝을 내릴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 나의 마지막꽃잎은 저 어둠 어딘가로 천천히 떨어져간다.
이름없음 2019/07/23 20:25:48 ID : dO8jhe6i8rx
먼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네. 네 말이 도움이 되었어. 약간의 횡설수설함이 있지만 참고 들어주길 바라네. 어차피 자네는 편지로 받을테니까 말이야. 그때 말했던 그 인류를 기억하고 있나? 오! 맙소사. 오늘 그 존재가 또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났다네. 그것은 평소와 다름 없이 작았는데, 뭔가를 배워 온 듯 했어. 내 앞으로 오더니 조그만 손을 흔들더군. 손이라고 해 봐야 1cm도 안 될 것 같은 조그만 인간이 말이야! 우리의 인사법을 배워온게로지.
이름없음 2019/07/23 21:10:33 ID : CjfVcNulfSL
이건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일까. 이건 결국 승리의 기억속에 묻힐 찰나의 감상일까 아니면 핏빛 어둠속에 스러진 유산이 되어 끝까지 가슴에 맺힐 마지막을 담을 유언이 될까 나의 모든 사슬을 옥죄는, 찬란해서 차가운 그대들이여 이 타들어가는 심장의 혈서의 주인이 누구임을 당신들은 아시오리까. LEAVE ME MY LOVE
이름없음 2019/10/10 12:11:20 ID : xA6rxSHu002
살다살다 이런 상대는 진심 처음 본다. 반짝이는 금발에 호수처럼 푸른 눈과 잡티 없는 하얀 피부. 한겨울에 서리 나린 것처럼 싸늘하고 무미건조해보이는 인상과,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전체적인 분위기. 저건 절대 인간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니, 내가 지금껏 살면서 소설 속에서나 묘사되던 그런 미인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예전에 피그말리온이 아프로디테 신전 가서 '제발 제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주세요.' 라고 간곡히 빌었더니 정말로 이뤄져서 결혼까지 갔던 그런 사례처럼 조각상이 인간으로 변한 건가? 서양인들이 사랑하는 이 디폴트값 미인은 정말이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대체. 꿈이지, 이거? 현실 아니지?
이름없음 2019/10/12 18:19:51 ID : LcHxBcK7y7w
그거 기억 나? 야자 째다가 쌤한테 걸려서 혼난 날, 사실 쌤 이야기 하나도 안 듣고 우리끼리 입모양으로 '떡볶이 콜?' 했던 거 말이야. 그리고 단합할 때도 술래잡기 하는데 나만 봐줬잖아, 결국 다른 애한테 잡혔지만. 또 졸업할 때 학사모 쓰고 서로 다른 대학 붙어서 부둥켜 안고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잖아. 그리고 동창회 때 빼고 영영 못 볼 줄 알았어. 당연하지 나는 나대로 일에 치이고 너는 너대로 치이며 살았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또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너의 시간은 이제 영원히 멈췄고 나는 점점 늙어가고 있어. 자주 보던 졸업앨범을 볼 수도 없게 됐고 껴안고 울던 네 품을 잊을 수 없게 되었어. 모든 건 기억이 나는데, 네 얼굴이 기억 안 나.
이름없음 2019/10/13 01:14:35 ID : yFfTSJRCjfU
-따뜻한 삼각김밥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를 거야' 추운 겨울. 아무렇지 않게 쌀쌀한 거리를 하염없이 걷고 있었지 차가운 공기는 얼굴의 군데군데를 빨갛게 피우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따뜻한 커피 냄새는 이질감을 주었어 주머니에 들어있는 천 원이 그저 삼각김밥을 사 먹을 시시한 돈은 아니었지만 속이 허기진 나에겐 나쁘지도 않았지 편의점을 들어서는데 거짓말처럼 네 모습이 있었어 딴 데 가서 먹을까 하는데 금방 나가는 거 같길래 그냥 있었지 근데 예상외로 너는 내게 무언가를 건네왔어 금방 데운 삼각김밥 손안이 배불러오듯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지 너를 쳐다보니 그냥 먹으라는 듯 나가는데 내가 널 어떻게 쳐다봤는지 모르겠다 독이라도 탔을까 만져보다 그냥 추우니까 먹어야지 하고 주머니에 넣었어 덕분에 천 원짜리 초코우유랑 같이 먹었지 너는 왜 삼각김밥을 줬을까 먹기 싫으면 환불했을 거고 다른 애한테 줄 수 있는데 아니. 그냥 난 혼자 생각하고 싶어 네가 준 의미 모를 따뜻함을
이름없음 2019/10/14 00:40:37 ID : 06Y3u8jhdO5
여기 영양실조에 걸린 불로불사 흡혈귀가 있다. 안그래도 현대문명 때문에 혈액을 직접 먹는 건 불가능하고 인스턴트 선지국밥이나 먹었던 처지였건만 인간들이 서로 싸워댄 통에 인류가 멸망해 눈을 씻고 찾아도 피를 구할 수 없었다. 아사해 죽을 것 같지만 빌어먹은 불노불사 신체가 그마저도 거부한다. 그는 1년간 쫄쫄 굶어 쥐새끼 피라도 빨고 싶은 심정이다. 뜨거운 때약볕 속에 빈혈로 이미 내성이 생긴 햇빛에 기절한 그는 백년만에 처음으로 동료 흡혈귀를 만난다. 동료를 만난 기쁨에 그동안의 설움이 터져 신나게 신세한탄을 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던 중 동료 흡혈귀에게 인류부흥이라는 원대한 꿈을 듣는다. 인간농장을 만들어 인간을 번식시키겠다는데 얘 미친거 아냐? 비교적 현대에 태어난 어린 흡혈귀는 인권을 무시하겠다는 동료흡혈귀의 말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번식이라지만 애초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동료 흡혈귀는 세상을 떠돌아 다니며 남은 인류를 찾고 있었다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간찾기 여행입니다만 어째 진작에 사라진 줄 알았던 늑대인간이나 좀비 리저드맨들만 찾게 되는데 인간부흥보다 아인의 부흥이 더 빠를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이름없음 2019/10/14 00:53:10 ID : 06Y3u8jhdO5
그는 늦에 가라앉아 가는 나를 지켜보았다. 나를 구하려고 손을 뻗어도 포기하라는 사람들의 만류에 잡혀 입술을 깨물며 오열할 뿐이었다. 그래. 오지마. 어차피 난 구하기엔 늦었어. 지금은 힘들어도 시간이 흐르면 극복할 수 있을거야. 당신은 나따위보다 더 상냥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야 돼. 아. 다행이야. 당신을 이 지옥으로 끌어들이지 않아서. 가라앉아가는 몸을 느끼며 안심하고 기분좋게 눈을 감았을 때 갑자기 바깥에서 비명소리가 울렸다. 무거운 눈을 올리자 그가 모두를 뿌리치고 늪을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왜?
이름없음 2019/10/14 20:04:03 ID : E1g42FhfhAo
작년의 여름이 어떻게 더운지는 몰랐어. 올해 더위가 유난히 거세더니 작년에는 이것보단 덜했겠지 짐작만 했거든. 할머니랑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작년 여름 얘기가 나오지 뭐니. 작년이 훨씬 더웠다고,그래서 햇빛에 닿은 유리창을 만질때 손이 익어버리는줄 알았다며 개구지게 웃음을 지으시는데,그 순간 그게 믿을수 없을만큼 슬펐다. 너도 이제 슬슬 할머니를 뵈러오렴,앞으로 얼만큼 뵐 수 있을지 모르니까.
이름없음 2019/10/16 00:03:57 ID : fQttfQre3Qn
달빛 내린 정원에서 너를 생각하느라 달빛 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달빛을 보고 너를 떠올렸는지 너를 떠올리고 달빛을 봤는지 분간이 가지 않아 웃음이 나왔다.
이름없음 2019/10/28 13:11:45 ID : ijdwk9urhAp
불을 켜고 약간의 용기를 얻은 꼬맹이는 이제 밤길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촛불에 발 밑을 비추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조금 으스스했지만 두근두근하고 왠지 엄청난 모험을 하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추게 되었다. 노랫소리를 들었다. 풀벌레나 새가 아니었다. 사람의 목소리였다. 어쩐지 즐거운 듯한, 은은한 콧노랫소리. 여긴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아닌데. 사람이 다닐 시간도 아니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설마. 설마. 잘못 들은 거겠지 싶으면서도 확인해야 할 것만 같았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웬 여자애가 바위 위에 앉아있었다.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내가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 듯, 먼 곳을 보고 있거나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호기심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나는 결국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그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움찔했지만 그의 얼굴을 불빛로 비춰보았다. 조금 가녀린 외모의 그냥 평범한 여자애였다. 나는 안심하고 그에게 다가가며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여기서 뭐 해? 깜짝 놀랐어. 귀신인 줄 알았잖아." "내가 귀신 같아 보여?" "아니." 그러자 그 애는 즐겁게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그렇지?"
이름없음 2019/10/28 19:09:32 ID : 2Fa08mLdWpd
날 수 없음을 안다. 이미 날개는 꺾였으니, 죽어갈 뿐이라. 하나 바랐다. 빛이 닿기를, 날 수 있기를, 자유로이 살아가기를. 그리하여, 끝에 닿아 소망한다. 붉은 신이시여, 새장의 시간을 되돌리소서. 그에게 희망을, 구원을, 축복을, 마지막을 선물하소서.
이름없음 2019/10/29 10:28:15 ID : 61CknxAY5U5
여전히 하얗다 아니 더욱 하얗다 따듯한 그 모습은 차가워지고 이젠 재로 남아 날 뒤덮고 흔든다 너무 하얗던 그대라 그런가요 가는 그 길 마저도 하얗네요
이름없음 2019/10/29 15:55:32 ID : U7vzSHwnwle
심연으로 가라앉는다는것은 안정과 죽음을 동시에 뜻한다. 하데스의 포옹과도 같은 그 아이러니를 이해하는 순간, 내 몸안 무수한 세포들은 정지하게 될 것이다.
이름없음 2019/10/29 19:56:27 ID : JQk7809By3T
아름다운 별이 내려, 꿈같은 하늘에. 아름다운 하늘 속에 숨겨진 별들은, 반짝이는 해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 그러나 어둠의 장막이 하늘을 뒤덮고 해가 질 때 즈음, 달이 떠오르고 반짝이는 별들이 보여와. 하지만 인공적인 불빛 때문인지, 이젠 더이상 별을 볼 수 없어. 어렸을 적 밤, 친구들과 들판에 누우면 언제든 보였던 별이, 인공적인 불빛만 없었다면 저 하늘에 빼곡했을 터인 별이, 점점, 하나하나 사라져가고 있어. 언제나 나의 빛은 별이었는데, 나의 희망은 별이었는데. 별이 하나하나 보이지 않을 때마다, 내 희망도 저리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아. 내 희망은 점점, 하나하나 사라져가고, 별이 사라질 때마다, 내 희망도 산산조각이 나. 부탁이야, 나의 희망을 지켜주길 바라. 희망이 지워지고 있는 사이, 저 하늘도 내 마음도 텅 비어가.
이름없음 2019/11/09 19:19:42 ID : Xs79a3BcHA5
난 꿈에서 깨서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너무 무서워서,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꿈속에 나온, 달빛이 산산이 부서져내리던 그 호수, 가슴이 저리도록 새파란 그 호수에 난 모든 것을 놔두고 살아온 것이다. 내가 사랑하던 이들과 내 모든 기억. 내가 그 호수에모든것을 놔두고 왔다는 기억조차도 두고 왔었단 것을알아차린순간, 모든것이 무너져내렸다.
이름없음 2020/05/13 22:49:25 ID : uoNtg6kr9dv
ㄱㅅ
이름없음 2020/05/14 00:40:19 ID : 3O07cINuoK3
언제부터였지 너와 사이가 틀어졌을때가.... 나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었는데 너는 그게 싫었나봐 둘이서는 심심하니까 셋,넷,다섯... 모여서 같이 있고 싶었는데 너는 둘이 좋았나봐 나는 지금 너와의 추억을 되감고 있어.. 너와 사이가 틀어지기전으로 돌아가고 돌아가고.. ... 매미소리가 들리고 몹시 더운 한여름,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달려간다.
이름없음 2020/05/14 11:15:30 ID : gphs7gpcE66
선명하던 하늘과 구름. 햇빛이 살포시 우리 둘 머리에 내려앉던 그 여름을 아직 기억해. 따뜻하고 포근했던 그날의 점심을 기억해. 날 부르던 네 목소리와 얼굴, 표정까지 너의 모든 것을 기억해. 그리고 그날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아는 나를 원망해. 다시 회상해. 눈을 감고 우리가 즐겨 듣던 음악을 들으며 그날의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역시 너는 없더라.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 다시 나를 웃으며 반겨줄 너이기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런 너이기에 아직까지 내 마음을 전하지 못했어. 잿빛 하늘과 희미한 구름. 추운 공기에 살이 아려오던 겨울. 지금까지 아직도 말하지 못했어. 미안해. 다시 선명한 그날이 오면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그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름없음 2020/05/14 12:16:05 ID : vB8659ii8kk
달빛이 드리워진 거리에 그대와의 추억을 새겨보아요. 한걸음에 맞대어 움켜줬던 손을 또 한걸음에 세게 품어 안았던 몸을 또 한걸음에 얕게 맞춰보았던 입을 깊은 발자국에 그대를 꾹 눌러 담으며 오랜시간 걷고 또 걸어도 어찌 그대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전부 되짚을 수 있으리랴 달빛마저 져버린 채 적막이 가득 메운 그 거리에는 오직 수없이 곂쳐진 발자국이 흔적하고 있을테요
체리 2020/05/16 23:13:17 ID : nzO5Rxvii3A
아, 내 사랑. 날 거두었으면 책임을 져야죠. 당신이 가볍게 내민 손을, 당신에겐 그저 죽어가는 거지에게 먹다 버린 빵을 던지는 것과 같은 행위였을 지언정. 난 그때 세상을 얻었어요. 당신이 그때 지루한 눈빛을 했었던 걸 알아요. 그저 따분한 일상에 별 것 아닌 행위 중 하나였겠지만 난 아냐. 난 당신에 의해 다시 태어났어.. 그 감정은 아직까지 차마 입밖으로 꺼내기조차 어려운데, 내겐 당신이 내 모든것인데. 어떻게 내가 당신을 포기해? 그 빌어먹을 촌에서 빼주었던 그 시간이 느리게 내 머릿속에서 한낱한시고 재생되는데. 어떻게 그래, 난 죽어도 당신을 포기 못해. 난 죽어도 다른 사람에게 당신을 줄 수 없어. 내 영혼까지 팔아서라도, 절대 난, 난. 아, 내 사랑. 겁먹지 마요. 당신을 사랑해. 난 위협되는 존재가 아니야, 내 사랑..... 그런 얼굴로 날 처다보지 마요.
체리 2020/05/16 23:28:45 ID : nzO5Rxvii3A
천박한 빛들이 무대에서 부서져 내리고, 사람들의 함성소리조차 악의에 꽃힌 비난처럼 느껴졌던 내 답없는 아이돌 생활 중에. 피해의식과 망상에 빠져 누구도 모르게 죽어가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커다란 돔, 사람이 죽어도 모를만큼 넓고, 넓은만큼 화려함이 쌓여 눈이 부셨던 시상식 그 어느날에,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녀는 마치 화려하게 핀 채로 박제된 맑은 물에 빠진 장미같았다. 창백하고도 화려하고 화려한 이목구비에 모두가 숨 죽였음을 그녀도 알았으리라. 이 바닥에서 얼굴로 빌어먹고 사는 모두가 모인 자리였음에도, 모두들 한마음 한뜻으로 숨죽인채 그녀만을 처다보았다. 그녀는 그 모든 시선을 자연스레 받아내며 환히 웃었다. 정말 그때만큼은, 내 옆의 사람들 모두 자신을 찍는 카메라도 무시한채 그녀를 보았다 단언할 수 있다. 모두의 고개 돌아가는 속도가 일정했다. 놀라울만큼, 비현실적인 얼굴. 비현실적인 몸. 싸늘하리만큼 조용한 정적에 그녀의 말 소리만 울려퍼진다.
체리 2020/05/16 23:41:41 ID : nzO5Rxvii3A
내 아름다운 꽃, 죽어가는 아델라. 네가 날 선택했을 때 경악 어렸던 모두의 시선이 선명해.. 늙어빠진 관료들과 타국 사람들의 낮짝들이 아닌척 얼마나 일그러졌었던지, 그들의 주름과 홍채 크기마저 망막에 어른거릴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 난, 정말 온 세상을 얻은 것 처럼 행복했지. 날 시기하는 사람들과 부러워하는 사람들 속에서조차 희미한 열망감이 감춰지지 않을만큼. 근데 아델라. 어쩌지, 내 성녀님. 당신이 날 선택한 것 처럼 다른 사람을 선택할까 두려워서, 내게 빠져나가고 당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갈까 마음이 편치 않은건. 내 사랑, 내 태양. 내게 확답조차 주지 않으니 어쩌겠나. 나는 당신을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텐데. 아델라. 아델라. 미안하지만 당신, 하루하루 당신을 잃을까 죽어가는 나를 위해서라도 부디. 가만히 그 방에서 나만을 기다려주길 바라는 내 마음을 알아주길 염치 없이 바란다. 이게 감금이고 부도덕적인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지만, 내 사랑하는 아델라야. 미쳐가는 날 위해서라도 한번만 눈 감아줬음 하고 비니. 아델라. 불러도 불러도 만족스럽지 않는 내 사랑, 내 태양, 내 성녀님, 제국의 귀보, 아델라. 언제까지고 나와 함께하자 내게 속삭여줘. 그럼 나는 기꺼이 웃으며 알겠노라 대답할테니.
체리 2020/05/17 02:04:26 ID : nzO5Rxvii3A
그 여름 냄새가 났던 계절에. 널 사실 짝사랑했다. 네게 들킬까 두려워 시선조차 차마 그쪽으로 돌리지 못했지만. 다 아는듯 이쪽을 처다보고 웃는 것 같은 얼굴을, 아무리 외면하려 애써도 눈은 항상 널 쫒았어. 항상 네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며 혼자 유대감을 쌓았었는데. 네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생각을 말한 것 같아서 나는 참 네가 나랑 동족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차마 널 좋아한다는 티 조차 낼 수 없었어. 넌 그딴 건 우습게 치부하고 넘어가는 애잖아. 최대한 숨죽이고 숨죽여서 내 사랑을 억눌렀다. 널 좋아한다고 믿고싶지 않아서 매일 매일 널 싫어한다고 되뇌었었던 그 여름날. 그럼에도 차마 네쪽으로 예쁜 얼굴을 보여주려는 그 습관만큼은 못버리겠더라. 내 빌어먹을 중학생때의 호감. 지금은 아릿하게 기억남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 너랑 뭘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그냥. 널 볼때마다 동족이라는 쓸모없고 별 같잖은 단어가 떠오르더라. 이렇게 글 쓴 것 조차 읽을 생각하지 않고 지나가겠지. 잘 지내니 넌. 하긴 네 성격에 못 지낼리가 없겠지만은. 네가 딱 나만큼 힘들고 성격 고쳤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난 꼬였나 봐.
그냥◆glxxva9upSF 2020/05/17 04:57:52 ID : TTSMlwpSHyG
수면 위로 떠오른 젊음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처절하게 불어터진 시체의 피부조각이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 무엇이 그렇게 널 가라앉게 했나. 아무리 사람들이 흙을 두 손에 쥐고 무릎을 잿빛으로 물들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들. 그들은 오늘도 젊음를 물 속으로 가라앉힌다.
이름 2020/05/17 22:10:17 ID : bu1coFip9fR
"안녕" 그가 내게 말했다. 쓰디 쓴 웃음을 지으며... 우리의 봄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이름없음 2020/06/23 02:34:35 ID : nzO5Rxvii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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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06/23 12:18:04 ID : NvClu7cNxUY
끔찍해요. 전부다.. 아니. 나만요. 전부다 아름다운데, 오로지 나만.. 너무 끔찍해요. 선생님.
이름없음 2020/06/24 03:06:35 ID : 59imNutupSI
ㄱㅅ 소설쓰는데 영감주는 글이 많아서...
이름없음 2020/06/25 01:40:05 ID : so3U443Qrap
행복한 기억은 왜 우리를 아프게 하는 걸까. 과거의 나조차 지금의 자신과는 철저한 타인이라고.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과거의 자신과 평행선을 걷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접점조차 발견할 수 없을 때,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은 온몸의 세포가 비참함이라는 감정에 바들바들 전율하는 시간이었다. 새벽의 방 안을 어슴푸레 비추었던 놀이터의 가로등처럼 소중한 것들은 때론 쉽게 꺼지고 만다. 보배를 보배로 인식하지 못하고 귀중한 것을 귀하게 대하지 못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행복조차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동물, 그것이 바로 인간인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잔상이 나를 일시적으로 도취경에 데려다주었다면ㅡ그것은 쓰라림을 필히 동반하지만ㅡ그 순간들 덕으로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맞지 않을까. 비록 당시에는 몰랐을지언정 행복이라는 게 무엇인지 뒤늦게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깨닫지 못했지만 행복했던 날들이 있는 것처럼,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울감에 빠졌던 날들도 셀 수 없을 것이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이틀 전에 무엇을 했는지조차 잊어버리기 일쑤인 나로서는, 그동안 지워지고 메마른 울음 자국의 수를 헤아리는 것이 아마도 불가능하리라. 도파에 잠겨 익사할 뻔했던 나날들을 발버둥 쳐온 나에게 고생 많았다는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과거에 새겨진 순간들은 바꿀 수도,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지만 그 시간들을 견뎌온 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걸. 상처도 잘 받고 여리지만 사실 누구보다 단단한 존재라는 걸.
이름없음 2020/06/28 01:29:32 ID : 0pVhAjba9xX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오늘도 당신을 보며 혼자 머릿속에서 외친다. 봐줄리 없는데도 어제 산 악세사리를 당신의 앞에서 만지작거린다. 일부로 큰 소리를 내며 주위 사람들에게 새로 산 악세사리를 자랑한다. 봐주지도 않는걸 알면서도 몇시간 동안 당신만 바라보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결국은 거울 앞에서 며칠동안 연습했던 인사말은 헤어질 때까지 내뱉지 못했다. 나는 오늘도 그녀와 웃으며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당신의 뒤에서 중얼거려본다. "안녕하세요."
이름없음 2020/06/29 21:01:49 ID : Ve4Y9uq1A6o
난 할 만큼 했어. 덤덤한 표정의 정을 바라보며 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뜸 산책하자 불러내길래 드디어 뭔가 있나 했지, 30분째 걷고만 있을 줄 누가 알았냐고. 타이밍을 못 잡나 했는데, 늘 그렇듯 태연한 얼굴을 한 정을 보면 자신이 멋대로 착각한 것 같아 먼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오해할 여지를 주지 말라고. 아, 망했어.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바닥에 파묻은 윤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제발 고백해, 고백하라고.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인지, 입 밖으로 터져나온 진심인지 모를 한 마디가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이름없음 2020/06/29 22:05:32 ID : 04NxSGmtBxU
소파에 앉은 네가 보여. 부엌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도, 차분히 책을 읽는 너도. 나는 네 말에 대답해. 대화는 막힘없이 흘러가.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두려워져. 하지만 네가 세상에 영원히 존재할 걸 아니까, 조금은 안심이 돼. 왜 다른 사람들은 너를 보지 못할까? 여기에 있는 너를.
이름없음 2020/06/29 22:15:26 ID : 2GrhwMi8kq2
봄이 태어났다. 그렇게 봄은 긴 여름과 짧은 듯한 긴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다가오자 스스로 따뜻한 겨울이 되었다.
이름없음 2020/06/30 11:11:37 ID : GmsmE2r86Zb
돈이 없다. 사채업자들이 달려온다. 이자도 채 갚지 못했다. 육교위에 서서 아래를 바라본다. 지나다니는 차들이 나에게 손을 뻗는다. 그 손을 맞잡았다. 두려움보다 홀가분함이 컸다. 이젠 정말 끝이다.
이름없음 2020/07/24 00:01:09 ID : Ve4Y9uq1A6o
나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장을 팔랑대거나 장터에서 가락지 따위를 만지작거리거나 풀이 이만큼 자란 뒷산 언저리를 빙빙 맴돌거나 했다. 형이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았다. 형은 책도 좋아했고 장터 구경도 좋아했고 뒷산도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또 나도 좋아했었고. 그래서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던 것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겠지 생각했는데. 일주일째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고 나서야 형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를 조금 원망하고 많이 그리워했다.
이름없음 2020/07/26 16:20:28 ID : Ve4Y9uq1A6o
이재영은 눈이 부신지 그늘로 향했다. 그는 물에 젖기 싫어하는 고양이처럼 햇빛을 피했다. 나를 등지고 나무 아래 선 재영은 내게 휴대용 선풍기를 건네 주고 말 없이 섰다. 할 말이 있다면서? 잘 놀고 있던 사람을 불러 놓고, 뭐 하는 짓인가. 나는 머릿속 가득한 짜증 속 일말의 설렘을 품고 그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란 게 뭐야?" 정적을 참지 못한 건 내 쪽이었다. 재영은 고개만 힐끗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젖은 얼굴에 홍조가 져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를 재촉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여? 이재영은 입술을 물어뜯다가 느릿하게 말을 꺼냈다.
이름없음 2020/07/27 12:46:35 ID : UY1irzdPbg1
하얀 가운데 붉게 핀 한 송이 꽃이었으나 줄기를 온통 가시가 덮었을 뿐이었고, 울창한 가운데 흐르는 한 줄기 개울이었으나 저 너머 윗 냇가에서 흘러온 검댕이 한가득이었을 뿐이었다. 황금을 찾아 나선 이들이 무지개 저 끝에서 발견한 것은 후회의 눈물, 그것이 전부였으며 실을 꼬아 만든 팔찌가 얽혀 풀리지 않게 된 것은 한순간이었다.
이름없음 2020/07/27 12:49:30 ID : Le3Qso6koNs
순간 삼성 이재용 팬픽인줄ㅋㅋㅋㅋ 미안
이름없음 2020/07/28 22:23:52 ID : 04NxSGmtBxU
“좋아해. 진심이야.”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가서 일이나 하세요.” 그게 ‘너’의 대답이었지. 다시 한 번 똑같은 말을 들려준다면 지금의 넌 어떻게 반응할까. 애초에 ‘너’와 네가 완전히 같다 생각하지도 않아.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걸. 이 말을 하지 않고서야, 이 간단한 문장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면 내 감정을 참을 길이 없는걸. 미안해, 난 결국 널 사랑한다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좋아해. 진심이야.”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네요. 너는 내게 입맞추었고, 그때 내 세계는 완전히 뒤집혔어. 우리의 사랑은 인류를 구원할 만큼 거대하지도 않고, 로맨스 소설의 연애처럼 아름답지만도 않아. 그래도 지금 내게는 모든 것인걸.
이름없음 2020/09/26 12:43:27 ID : XxO4K3Qlijc
ㄱㅅ
이름없음 2020/10/09 15:23:43 ID : XxO4K3Qlijc
ㄱㅅ
이름없음 2020/10/11 21:36:54 ID : k2qY2q2MmK3
아니 오랜만에 쓰려고 왔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재드래곤 아니라고ㅠㅠ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봐, 바싹 말랐잖아. 수가 가르킨 화분은 잎이 죄다 시들어 있었다. 죽은 식물에 손끝이 닿자 건조하게 바스라졌다. 부서진 조각들이 화분에 깔린 조약돌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보며 나는 문득 해를 떠올렸다. 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제작년 겨울이었다. 흔적 없이 사라졌던 그는, 3년 만에 싸늘하게 식은 살덩이로 내 앞에 나타났다. 몇 시간 후에는 그마저도 타고 남은 뼈 한 움큼으로 변했다. 죽은 것에서는 수분이 빠진다. 그리고 잘게 부수어진다. 죽은 화분이건, 죽은 연인이건, 마지막에 남는 것은 같았다. 고작 바람에 날려갈 가루 한 줌이 해의 최후의 전부였듯이.
이름없음 2020/10/26 19:49:34 ID : XxO4K3Qlijc
ㄱㅅ
이름없음 2020/10/26 22:20:05 ID : UY1irzdPbg1
아 하난아!!!!!!!!!11 하얀 사탕의 포장지를 서둘러 벗겨 입에 넣었지만, 분명 지독히도 단 사탕이었음에도 입 안의 씁쓸함은 쉬이 가실 생각을 않았다. 도리어 사탕을 머금기 전보다 곱절은 강해진 씁쓸함에 사탕의 대를 잡고 입에서 꺼냈다. 아, 그리고 퍼뜩 떠올렸다. 이 쓴 맛은 혀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너를 그리 보내고 닷새는 뇌리를 점령하던, 지옥과도 같은 씁쓸함이었다.
이름없음 2020/10/27 02:47:36 ID : 82lbhbA44Y9
너는 영생을 살겠지만, 나는 아니잖아. 하지만 아쉽게도 내 앞의 그는 이해하지 못한건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리어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되물을뿐. 마치 벽과 말하는 느낌에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앞에 먹구름이 낀 듯 어지러웠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진지하지 않은 모습에 하나.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모습에 둘. 그러면서 계속 사랑하는 한심한 나의 모습에 셋.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왔다. 그는 다가와서 따뜻한 손으로 다정하게 닦아주었지만, 그의 손길 하나하나, 해일이 몰아쳤다. 지독한 사람. 지독한 사랑.
이름없음 2020/10/27 19:02:49 ID : s5PirtbdCjh
어두운 밀실에선 한줄기 빛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빛마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 뻔했다. "미친놈." 욕설이 입에서 튀어나오자 앞에 있던 남자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그 모습에 소름이 돋아 눈을 꾹 감았다. 꿈이면 좋으련만. 당장이라도 깨면 좋으련만. 남자는 그것또한 귀엽다는 듯이 내 머리카락을 친히 옆으로 넘겨주며 말했다. "사랑스러워라."
이름없음 2020/10/28 00:46:25 ID : i03Bhy1yJ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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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10/28 01:44:37 ID : k2qY2q2MmK3
강은 손에 든 잔을 탁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호박색 액체 표면에 파문이 일었다. 사랑, 우리가 사랑을 했니? 그의 목소리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 강은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우리라고는 한 적 없어. 당신이 날 사랑했다는 말이야. 나는 대놓고 빈정거렸다. 그의 반응을 기대하고 특별히 더 과장한 투였다. 저 단정한 얼굴이 흐트러지는 게 끔찍하게 보고 싶었다.
이름없음 2020/11/02 01:51:03 ID : k2qY2q2MmK3
쫙 뻗은 몸에 톰 포드 수트가 아주 잘 어울렸다. 일만 아니었어도 어떻게 한 번 꼬셔 볼 만큼 매력적인데. 바 테이블에 기대 선 남자는 마티니 잔을 쥐고 가볍게 흔들었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유리잔을 아래위로 훑었다. 굴곡있는 손가락이 느릿하게 잔을 매만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침을 삼켰다. 손끝이 찌릿했다. 왠지 모르게 낱낱이 까발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름없음 2020/11/03 01:57:28 ID : qqlzXurdQoI
그를 사랑했다. 하늘을 동경했다. 그의 곁에 있길 원했다. 그가 준비한 자리에 나 자신을 온전히 맡겼을 때, 나는 나락에 떨어졌다. 진실을 안 대가는 고통 뿐이었다. 괴롭고, 아팠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나비는 거미의 덫에 걸린지라, 그의 곁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 나는 죽음을 택했다.
이름없음 2020/11/05 16:31:50 ID : 82lbhbA44Y9
보기도 싫은 분홍머리. 세상 모든 끈적거리는 사탕을 녹아 만든 공예품같은 녀석. 첫만남조차 기억하기도 싫을 정도로 단 맛에 푹 절인 듯한 모습이 최악이였다고 단정 할 수 있다. 나를 오만한 시선으로 볼 수록, 열등감이 계속 쌓여만 갔다. 그런 일이 반복 될 수록 내 손에 으깨지는 수많은 사탕들이 원래 모습조차 무엇인지 모를 가루로 바뀌며 발밑에 쌓여만갔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사탕 따위 입에 넣지도, 먹지도 못했다.
이름없음 2020/11/10 22:55:37 ID : tbhhwE02rcG
꽃을 불태워. 꽃불을 찬란할 거야. 생명과 재생.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재가 돼. 연기를 봐. 아름다울 거야. 재가 남고, 있던 건 사라지지. 바람이 불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계절이 춥고 옷을 두껍게 껴입었는데도 추워. 손이 시리다. 불, 찬란하게 타다 꺼졌는데 그런 게 어디있어. 타들어가던 꽃의 기억만 아련한대. 아, 춥다. 봄은 언제 올까? 사실 춥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지. 그런 걸 고민하고 있던 게 아닐지도 모르지. 그럼 난 왜 바람에 흔들렸을까. 그냥 흔들린 거라면, 그것만큼 비참하게 또 있을까?
이름없음 2020/11/22 23:42:40 ID : fPii2oFa65f
ㄱㅅ
이름없음 2020/12/12 23:39:06 ID : XxO4K3Qlijc
어김없이 생각이 찾아올때면,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생각을 잊으려 잠에 들려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날 괴롭히는 생각이 날 찾아왔을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망각에 동물이란다. 내일 아침이면 분명 다 잊고 말거다. 비참한 기분까지. 그러므로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아무것도 없는 꿈의 세계를 지나 내일이 찾아올때까지.
이름없음 2020/12/13 00:50:57 ID : dyGmqY5U1xv
쿠쿵거리며 나아가는 열차 안. 점점 끝나가는 가을임을 알려주듯이 세차게 몰아치는 비와 함께 낙옆들이 창에 달라붙는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회색 빛이였지만 오히려 햇빛이 들지 않아 낮임에도 어두운 지금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쌀쌀한 날씨가 걱정 되어 챙겨 온 담요와 보온병에 담아 둔 따뜻한 핫초코는 충실히 내 무릎과 손 안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름없음 2020/12/13 18:17:32 ID : fTSNy2Grbu8
망글이라 펑ㅠ
이름없음 2020/12/15 03:05:36 ID : nxzPbg1xu5T
내 삶에 의미가 존재했을까. 과연 그딴게 존재했다면 이미 죽고살던 열심히 일상이나 지내고 있지 않았을까. 딱히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런건 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었다면. 살아갈 힘이 있었다면. 내가 살아가지 못했을 뿐이지 내 덕에 살아간 사람은 많을것이다. 가장 비참한 점이 그거다. 아무도 기억할 사람이 없구나, 설령 내가 죽어도, 너 마저도. 슬프기야하겠지만 내 덕에 죽는 사람은 없겠다. 거기서 오는건 연정의 배신감과 비슷하다. 나는 어쨌든 사랑을 했다. 나에게 한것은 아니었지만. 사랑은 그런 점이 비슷하다. 너는 조금 날카로웠고 예민했지만 선명하진 않았다. 난 그럴때 문득 숨을 들이쉬곤 했다. 네가 조금이라도 더 흐려질때, 그대로 흩어지지 않게. 그럼 너는 흔들렸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 다시 흐려지기를 반복하고. 그럼 난 울었다. 어쩌면 네가 흐리던 건 너의 탓이 아니라 내 눈물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구리지,,, 미안해...ㅠㅠ
이름없음 2020/12/18 10:08:32 ID : 04NxSGmtBxU
부드러운 금발, 언제나 반짝거리는 파란 눈동자.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 그 머리채를 뽑고 눈을 파낸다면 어떨까. 설령 행동으로 옮긴다 하여도,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 소녀가 아름답지 않더라도 사랑할 사람은 바닷가의 모래알 만큼이나 있을 테니. “널 좋아했었다.” 끝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증오의 말을 뱉는 이 잔인한 공주를 보라. 어리석지 않은가? “과거형이네요.” 소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인다. 이럴 때마다 짜증이 난다. 묘하게 똑똑한 것이 심장을 쓸고 지나가는 깃털과 같다. “과거형이지.”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 소녀가 눈물 한 방울 흘릴까 걱정하게 된다. 싫다, 증오한다, 말 한 마디도 꺼낼 용기가 없다. 아, 이 소녀를 어찌해야 할까. 내 아버지의 귀여운 막내딸. 어리고 사랑스런 공주님. 소녀를 칭하는 수식어들은 비슷비슷하다. 소녀가 사랑스러움을 보이면 모두가 감탄한다. 그때마다 내 심장을 겨냥해 날아오는 칼이 있다. 가까스로 잡아채도 손에 상처가 난다. 칙칙한 잿빛 머리,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금발. 눈의 색은 같다. 날카롭고 시퍼런 눈, 동그랗고 반짝이는 파아란 눈이 다를 뿐이다. 소녀가 밝게 웃는다. 등을 돌려 뛰어간다. 그조차도 아름답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심장에 수백 수십 개의 칼이 꽂혀있다. 소녀가 선물했기에 차마 버릴 수도 없었다. 그리했다가는 온갖 말이 다시 심장을 향할 테다. 지긋지긋하다. 왕, 소녀의 아버지 시야 안에서 소녀에게 고맙다 인사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니.
이름없음 2021/08/25 23:09:05 ID : E8rBuoFcoGr
태양이 쨍쨍히 내리쬐는 여름이었다. 초록색과 하늘색이 어우러져 사진으로는 통통 튀는 새콤한 여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는 사진만이 남으니까, 결국 미화되지 않을까? 별로 덥지 않고 아름다웠던 여름이었다고. 이 더운 여름에도 축구를 하는 남자애들은 정말 사람인 걸까? 어린 나이가 좋긴 좋다. 저렇게 쌩쌩할 수 있으니까. 앉아만 있어도 열기에 미칠 것 같은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데도 뛰어다니는 애들을 보면 더 더워진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이 더운 시간에 내 휴식까지 버리며 교실을 나가는 건 손실이다. 생각보다 훨씬 큰 전력 손실
이름없음 2021/08/26 10:57:49 ID : ttfWmJWi063
이상하게 외로운 날이다. "오늘이 며칠이더라?" " " "아 그래, 수요일." 달력을 힐끗 쳐다봤다. 그 어떤 날도 아니다. 이상하지, 그러면 이렇게 지칠 일이 없는데.
이름없음 2022/02/07 02:01:29 ID : 2k8rzak7d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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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2/02/07 12:54:37 ID : 09vA2Hxu05O
거실에 다다르기까지 딱 두걸음이 남았을 때, 아이는 여성의 깨질듯한 비명소리를 들었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비명과는 달랐다. 애원하는 듯한 소리,악에 바친 소리, 또는 울음소리가 섞인 비명이 아닌 순수히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 아이는 무언가가 심각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한 발자국. 아이의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다시 한발자국. 문틈 사이에서 비쳐오는 밝은 빛이 눈을 찔러왔다 빛에 눈이 적응 되었을즈음, 아이는 처음으로 무채색이 아닌 색을 보게 되었다.
그대에게 바치는 親書 2022/02/07 17:13:02 ID : 7s4JV9eNAi3
이 조만한 편지 조각이 그대 손으로 옮겨질 때면 저는 중국과 몽골, 러시아와 그 사이의 수많은 나라들을 지나 동유럽과 서유럽이 경계지는 무렵의 어느 나라에 서 있겠죠.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만나며 길을 걷다보면 그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할 거예요. 서로가 만났던 지난 봄과 늦은 여름과 짧은 가을과 너무나도 빨랐던 겨울이 눈에 시리겠죠. 겨울을 지나 봄으로, 어둠을 지나 새벽으로 함께할 기차역에서 우리들은 헤어졌죠. 그대는 기차를 탔나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디에 있나요. 눈 내리는 역을 헤쳐 돌아간 집에 남아 있던 온기가 생생한데. 홀로 남겨진 집에 서서히 식던 온기가 아른거리는데. 수신인과 발송인조차 없는 이 편지가 그대에게 전해지는 그 날이면, 흐르는 바람따라 그대에게 찾아갈게요. 사랑했다고, 사랑한다고, 사랑할거라.
이름없음 2022/02/07 17:45:08 ID : O2mlbheZdCr
오늘도 너를 기다리며 편지를 휘갈기는 악필로 써내려갔다. 한자 한자 천천히는 시간도 없어, 그저 시계바늘에 이리저리 떠밀리며 재촉받았을 뿐이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고 나는 편지봉투에 빛바랜 종잇장을 대충 쑤셔 넣었으며 너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우울하게 너를 기다리며 편지를 바다 속에 던져 버렸다. 너는 여전히 침묵 속에 잠겨 꼬르륵 거품만 내뿜었다.
이름없음 2022/02/09 23:36:16 ID : 89zbA5eY8o2
우리의 가장 빛났던 시간. 이제는 그 시간들을 애써 모른체 하며 서로를 보고 있지만 마음 한켠 속에는 아직도 너가 있다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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