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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2/10 23:56:12 ID : dTQmmnzPiqk
제목을 뭘로 해야할지 몰라서 없음 해놨어 레주가 끈기 없다는 건 덤이야.
이름없음 2019/02/10 23:58:58 ID : dTQmmnzPiqk
이젠 태양이 보이지도 않는 여기는, 우주의 어딘가. '시간'이라는 개념 조차 희미해져서 우리가 몇년이나 이 우주선 안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 머리 길이로 예측한다면 최소 3년은 지난 것 같다-.
이름없음 2019/02/11 00:03:46 ID : dTQmmnzPiqk
"야, 너 그 머리카락 좀 자를 생각 없어? 진짜 얼마 후면 바닥에 닿겠다. 징그러워!" "안돼. 내 머리카락이 있어야 우리가 어느정도 여기 있었는지 대충 알지." "그건 네 머리카락이 네 허리 정도까지 왔었을 때나 얘기고, 지금은 달라. 종아리까지 오는데 솔직히 소등하고 보면 진짜 귀신 같다고." "하여간 겁은 많아서. 18살 맞아?" "지금은 18살 아닐걸? 성인 됐을거야."
이름없음 2019/02/11 00:08:02 ID : dTQmmnzPiqk
하즈카. 나와 달리 머리카락이 절대 어깨에 닿은적 없는 애다. 그리고 유일하게 나와 나이가 같다.... 물론 이 우주선 안에서만. 왜 우리가 이 우주선 안에 아직까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하즈카와 내가 학창 시절 주고 받던 농담들이 실제로 이루어 졌다는 것.
이름없음 2019/02/11 00:14:51 ID : dTQmmnzPiqk
... "야." "뭐." "혹시 이런 생각 해본적 없냐?" "어, 없어." "말 하지도 않았잖아. 들어봐 좀. 내가 생각하기에 아마 몇 년 후에는, 우리가 가끔씩 도쿄 가는 것 처럼 가끔씩 달도 가고, 금성도 갈 것 같아." "음... 뭐 몇 년 후에나 가능하겠지만 왕복하는 시간만 해도 1년은 걸리지 않을까." "진짜 몇 년 후면 나 이번달 말에 금성가~ 이러고 그냥 관광처럼 갈 수 있겠지 않냐. 나 솔직히 가보고 싶은 행성들 많거든." "우리 살아있는땐 못할테니 꿈 깨." "분위기 깨게. 말걸지마."
이름없음 2019/02/11 00:22:20 ID : dTQmmnzPiqk
... 그때의 나는 완전히 틀렸다. 고작 그 시시한 농담들을 건넨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하즈카의 말들은 정말 실현되었다. 하지만 좀 예상하지 못한게 있다면, 우린 관광을 떠난 것인지, 아니면 영영 지구를 떠난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가 고등학생이 되고 이슈화 된 우주 관광.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길거리, 인터넷, 텔레비전 등의 광고란들을 도배한 '행성 관광, 왕복 1년 오백만엔(약 오천만원)!' 이란 문구들.
이름없음 2019/02/11 00:29:21 ID : dTQmmnzPiqk
우리는 부모님의 엄청난 지원과 알바에 대한 열정으로 우주 관광을 떠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기술들로 어떻게 완벽한 우주 관광을 떠날 수 있는 것인지. 분명 1년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아무리 머리가 빨리 자라는 나일지라도 어떻게 종아리까지 길었는지, 분명히 3년은 지난 것 같은데. 우주선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는지 1년 반이 된 그 시점에서 시계들이 모두 고장나 버렸고, 덤으로 우리가 우주선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표시하는 우주 지도도 고장나 버렸다.
이름없음 2019/02/11 00:42:17 ID : dTQmmnzPiqk
"하즈카, 미노!" "굿이브닝이야, 타로." "나도 굿이브닝, 하즈카. 미노도 굿이브닝." "굿이브닝." "너네 밥은 먹었어? 식당에서 못봤는데." "아직. 우리 둘 다 배가 안고파서." "미노? 나 아까부터 배고프다고 했어." "그래? 그럼 먹으러 가야지, 뭐. 이따봐, 타로." "씨 유 레이럴~" "아까부터 되도 않는 영어라니... 풉." "요즈음 하도 할게 없어서 영어 공부한다고 했지. 비웃지 말라고도 했지." "그럴거면 문법을 공부하던가, 어려운 단어들을 외우던가. 굿이브닝이랑 씨 유 레이러가 뭐냐? 미사키도 아는 걸." "그 싹퉁바가지 없는 꼬마애랑 비교하지마. 나랑 4살 차이나 나는데." "네네."
이름없음 2019/02/11 00:46:29 ID : dTQmmnzPiqk
타로는 우리와 한 살 차이로, 오빠지만 생일이 얼마 차이나지 않아 친구처럼 지낸다. 만약 타로가 나의 친오빠였다면 정말 좋았을 걸.. 미사키는 우리와 네 살 차이지만 하즈카와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 아마도 전에 미사키가 하즈카의 옷에 주스 쏟은 게 여태 마음에 안드는 듯 하다. 뭐 미사키가 사과도 하지 않았으니 미사키 잘못은 맞지만, 그 후 미사키가 사과의 의미로 건넨 쿠키로 그저 티격태격하는 중인 듯 하다.
이름없음 2019/02/11 10:45:11 ID : dTQmmnzPiqk
"아, 그리고 내일이 노아 추모날로 정해졌대. 이쯤되면 세달 된 것 같다나 뭐라나." "이번엔 어떤 식으로 하는데?" "똑같겠지 뭐. 노아 사진 띄워놓고 묵념정도?" "진짜 마음에 안든다."
이름없음 2019/02/11 10:51:31 ID : dTQmmnzPiqk
첫 시작은 그저 평범한 20대 여성이었다. 그 다음은 우리와 또래인 남자, 그 후엔 행성 관광 후 결혼 예정이라는 커플, 지나고 지나 우리와 나이가 같은 노아. 그들이 한결같이 말했기를, 우리는 다시 지구를 보지 못 할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을 이 우주선 안에서 지내야 할 것 이다. 솔직히 우리들 모두, 아직 남은 사람들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나 우리나 다른 건 별로 없다. 그들은 아직 많이 남은 생을 우주선에서 마무리했고, 우리는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으니까.
이름없음 2019/02/11 17:06:04 ID : eZg3PfVeZeF
".... 잠시만." "뭐?" "저거... 천왕성이잖아." "... 천왕성?" 우리는 천왕성과 다시 한번 조우했다. "근데 왜 천왕성이 또...?" "...드디어 돌아가는 거야." "아아-. 드디어 우주선이 방향을 바꿨습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신속히 지구로 귀환할 것 입니다." 와아- 모두가 환호했다. 드디어 지구로,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름없음 2019/02/11 17:10:47 ID : eZg3PfVeZeF
여기까지 오는데에 몇년이 걸렸던가. 천왕성을 지나친데에만 해도 족히 3년이 넘는데, 드디어 방향을 들어 다시 귀환하게 되는 것이다. "목적지가 천왕성 근처였던거야? 뭐야 이게..." "어쨌든 돌아가잖아." "...맞아. 드디어.." 우리는 또 그렇게 몇년을 걸려 지구로 귀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구로 귀환한다면 나는 기다릴 수 있다. 지금까지 버텨온 이정도, 딱 이정도만... ... ...
이름없음 2019/02/11 17:24:26 ID : eZg3PfVeZeF
... ... 태양빛은 더 가까워지고 있다. 지구는 내 눈 앞에 중간 정도 눈덩이의 크기로 가까워 지고 있다. 목성을 지나, 사실은 우리의 목적지였던 화성이 눈 앞에 있다. "이제 반년정도 남은 것 같아." 하즈카는 우주선이 방향을 틀고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반대로 난 머리를 잘랐다. 유일하게 어느정도의 시간 가늠법이던 머리를, 이제는 필요 없으니 우주선이 방향을 틀고부터 어깨까지 잘랐다. 그로부터 몇년이 흘렀을 지금, 난 하즈카보다 머리가 조금 더 긴 허리까지를 유지하고 있다. "우린 지금 몇 살일까?" "음... 최소 24살, 최대 28살? 서른 줄은 아니겠지." "만약 서른 넘었으면 아니라고 우기자. 그건 억울하잖아." 화성을 구경한 뒤 우주선에 탑승하고, 지구를 등진 채 가던 우주선에서 우리는 절망했다. 울고, 기절하고를 반복했다. 그 후엔 원망하고, 저주하고, 화냈다. 시계와 우주지도가 고장났을땐 정신을 반쯤 놨었고, 줄에 목을 매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좀 더 차분해진 우리는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죽고 싶을때, 더이상은 견디기 힘들때 죽자. 최대한 아주 최대한 버텨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죽자.' 우린 죽지 않았다. 우린 살았다. 모두의 얼굴에 생기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모두의 얼굴은 기다림으로 가득 찼다.
이름없음 2019/02/11 17:32:06 ID : eZg3PfVeZeF
"그럼 우리 다이어트부터 할까?" "안해도 돼. 먹지를 못해서 너나 나나 십키로씩은 빠졌을거야." "뭐 맞는 말이네." 우주선이 방향을 돌리지 못한다는 조종사의 말을 듣고, 우리의 식량에 비상등이 켜졌다. 혹시 모를 불안감으로 식량 5년치를 준비하자고 주장했던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찬양 대상이다. 하지만 그것마저 부족하다고 판단한 우리는, 1인당 식량(튜브에 든 음식, 마른 음식 등)은 3일에 한번씩, 물은 하루에 2인당 1리터. 목욕은 언제 마지막으로 감았는지 기억이 안날때쯤, 머리 감는 것은 가물가물하게 기억 날때쯤 감는 것으로 했다. 현명한 대처 덕에 반년정도 남은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 "지구가 이렇게 예쁜지 몰랐어." "나도. 얼른 가고싶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 ...
이름없음 2019/02/11 17:39:12 ID : eZg3PfVeZeF
... ... "드디어 내일!" "으-. 나 지금 발이 너무 간질간질하다. 번지점프라도 해서 날아가고 싶어." "하-. 달이 이렇게 가까운 줄 누가 알았겠어. 나 진짜 떨려." "그나저나 배 터지겠다. 오랜만에 많이 먹었더니 위장이 작아졌나봐." "오늘 목욕도 하고 머리도 감는다잖아. 나 진짜 너무 기쁘다." "나 잠 안 올 것 같은데, 우리 밤샐래?" "콜." 예쁜 우주는, 정말 아름답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우주 관광따위 오지 않을 거니까.
이름없음 2019/02/11 17:51:37 ID : eZg3PfVeZeF
"지구다. 지구다. 지구다!" "아아-. 드디어 착륙합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푸쉬-. "...!" "나 먼저 내릴게. 어떡해, 눈물 나." "나도.." 터벅- "근데 왜 아무도 없지..?" "미노." "타로?" "너무 들떴구나, 너." "무슨 소리야?" 설마, 아니겠지. "맞아. 이건- 꿈이야." "뭐..?" "....노..." 아니야. "....노.." "미.....노...." 아니야. "미노." "아니야-!" 허억-허억- 익숙해서 더 끔찍하다. 널려있는 튜브들, 아직 처리 못한 시체들. 진절머리 나는 하즈카와 타로의 얼굴. "아니야-! 아니라고. 거짓말이야-!" 짜악- 짜악- 꿈이어야 한다. 반드시 깨야하는 꿈이어야 한다. 이건 꿈이다. 제발, 꿈이어야 한다. "왜이래, 미노!" "진짜 지긋지긋하다고-! 너희도, 저 시체들도, 내 머리카락도, 찢어버리고 싶은 우주선도-!" "미쳤어? 왜이러는거야!" "씨발, 너넨 지치지도 않아? 난 죽을 지경이야. 어떻게 이런 개돼지같은 꿈을 꾸는데? 진짜 죽고 싶다고." 더이상 못 버티겠다. 죽어야 한다. "난 죽을거야."
이름없음 2019/02/11 17:57:39 ID : eZg3PfVeZeF
죽어야 해, 죽어야만 해. 더이상은 안돼. 죽겠어. 우주로 나가는 문을 개방해야해- "다같이 죽는거야." 꾸욱- 덜컹- "하-" 숨이 순식간에 가빠온다. 눈은 갑자기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다. 손도, 발도, 장기들도 모두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덜컹- 쾅-. 그래. 나만 이렇게 죽는구나. 근데 어쩌지, 우리에겐 이제 희망이란 없는데. 더이상, 지구라는 건 우리에게 없는- "...아-" 퍼엉-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구에 가까워져가는 우주선. 그리고 난, 죽었다. -end-
이름없음 2019/02/11 17:58:28 ID : eZg3PfVeZeF
정말 난잡하다. 욕해도 좋아. 내가 써놓고 이건 좀 아니다 싶네..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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