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고 눈알을 굴려봐도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집, 나의 방 그리고 내 낡은 침대밑의 작은 박스. 그 안에는 쓰다만 일기들과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 내가 좋아했던 사탕, 때탄 강아지 인형, 그리고 처음보는 사진과 작은 쪽지가 들어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의 비밀스런 침대밑, 작은 박스를 알고있는 사람은 없다. 부모님,절친 조차 내겐 작은 박스가 있다는걸 모른다. 그런데 박스 안에는 나도 모르는 것이 들어있다. 사진과 쪽지.
사진속엔 길고 곧게 뻗은 손이 찍혀있고 옆에있는 작은 쪽지는 열어보기 겁난다. 눈을 반쯤 가리고 공포영화를 보는것처럼 겁은 나지만 호기심을 이길 인간은 없는것처럼 다급히 열어본 쪽지안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잉크가 터져서 생긴듯한 큰 점 뿐이였다.
이름없음2019/02/25 02:38:57ID : tirBwHBdO2t
사진을 꺼내 상자를 닫고 다시 침대 아래에 숨겨둔다.
상자에 있는 손 사진을 찍은 기억도, 인화한 기억도, 상자에 넣어둔 기억도 없다.
이름없음2019/02/25 02:51:54ID : tirBwHBdO2t
일단 나를 제외한 인물을 찾아보기로 한다. 내 상자에 손댄 범인.
친구나 엄마는 제외대상이다. 물론 남자친구도. 친구는 집에 데려오지않는 규칙이 있고 엄마는 하늘에 있고 남자친구는 없다.
그러므로 이들은 용의자 목록에서 제외한다.
그럼 아빠밖에 없다. 하지만 아빠는 출장간지 닷새째.
닷새전엔 상자의 존재도 잊고있던 나였다.
정리하자면 내가 상자를 알고 손댈수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것,
상자에 사진을 넣어둔 범인은 내가 되는셈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그런 기억이 없다. 이 사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건 말이 안된다.
아무래도 내가 미친것같다.
피곤하다.
이름없음2019/02/25 03:02:34ID : tirBwHBdO2t
꿈을 꿨다.
꿈속에서 꿈을 그안에서 꿈을 또 꿈을 악몽을.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른꿈을 꾸는데 지독히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울리고 다급히 외쳐대고 화내고 애원하고 소리지르고 사랑한다 속삭이고 나는 작게 웅크린다.
그들에게 멀어지려 추하게 기어간다.
눈물때문인지 어두워서인지 눈앞은 흐릿한데 누가 자꾸 날 막는다. 내 다리를 잡고 운다. 참 서럽게도 울어.
잡음이 사라지고 눈이 떠진다.
기분나쁜 사진 기분나쁜 쪽지 아픈 꿈
무슨일이라도 일어날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