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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2/26 05:04:41 ID : srz9bfRCjfU
2012년 여름. 그 당시 나는 14살이었다. 그때는 꿈인지 아니면 꿈만같은 현실이었는지 아직도 헷갈린다. 내 이야기가 그 아이까지 전해지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이야기를 써내려 감으로 하여금 다시 나를 돌아볼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다.
이름없음 2019/02/26 05:28:41 ID : srz9bfRCjfU
2009년 나는 잦은 이사로인해 친구 하나없이 초등 3년을 보냈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그 친구는 부잣집 소위 금수저였다. 당시 우리집은 군것질 하나 못할 정도로 형편이 안좋아서 어쩌면 그 친구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지도 모른다. 그 부잣집친구는 학교에서 유명한 문제아였는데 싸움은 물론이고 폭력, 절도같은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항상 있을정도로 문제아였다. 그런 친구가 나에게 선뜻 다가와 같이 놀자며 운동장으로 불러내어 축구를 하였는데 문제아라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친구가 없었던 나로써는 찬밥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였다. 축구를 하며 친해진 아이들과 무리를 이루며 다녔고 어느새 나는 그 무리에 물들어 교내 굵직한 사건의 중심지엔 항상 나와 그 무리들이 있었다. 초등학생이 그래봐야 얼마나 그렇다고...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아도 술담배만 안했지 할껀 다해보았다. 지금은 정말 부끄럽고 한없이 죄스러운 나의 과거가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눈에 뵈는게 없었다. 그리고 2010년 어느 가을 내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터졌다. 축구를 하다 시비가 붙었는데 그 시비를 붙은 아이는 우리 무리에서 항상 눈엣가시였다. 그 시비를 빌미로 세속적인 말로 "다구리"를 깠다. 그땐 CCTV나 그런 장치는 물론이고 학교지킴이같은 보직도 없어 구석에 몰아 아이들을 괴롭히고 때리곤 했었다. 얼마나 때렸을까 나는 이미 축구때문에 지쳐 교실에 들어와 있었고 그 시비가 붙었던 아이는 점심시간 내내 맞았다. 그 다음 날 그 아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몇 주가 흐르고 선생님께서 그 아이가 머리에 충격이 가서 한쪽 눈이 실명되었다며 누군가 폭력을 행사한것 같다는 의혹이 있어 설문지를 돌렸다. 나는 덜컥 겁이났고 설문지를 백지로 제출하였다. 학폭위니, 징계위니 그땐 그런게 존재하지도 않았고 잘못하면 맞던때라 들키면 맞고 소년법에 의하여 처벌도 면할수 있었기에 내 친구들은 담담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는것 같았다. 그 뒤로 여러사건이 생겨났고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내 죄는 우리 무리의 한 학생에 의하여 드러났다. 나는 아버지에게 불려가 두들겨 맞았다. 노가다와 화물차운송으로 다져진 솥뚜껑만한 손바닥이 풀 스윙으로 내 뺨을 강타했고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허리띠를 풀어 나를 때리셨다. 안경은 산산조각이 나고 굳게 잠겨진 내 방문 뒤로 어머니의 곡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맞았을까 내 뺩음 퉁퉁부었고 허리띠로 맞은 내 엉덩이와 종아리는 살이 터져 짓물렸다. 아버지는 눈이 벌겋게 된채로 나를 거실로 나가라고 했고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뺨을 때리셨다. 나는 이때까지 괴롭혔던 아이들에게 찾아가 미안하다며 용서를 빌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를 용서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무리에서 멀어졌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름없음 2019/02/26 05:57:39 ID : srz9bfRCjfU
그 무리에서 멀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무리에 항상 끼여있었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며 갑자기 학교폭력 관련 법안이 강화가 되어 내 친구들은 전부 강제전학, 퇴학조치가 되었고 나는 그때 용서를 빌었던 탓인지 처벌이 나를 빗겨나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난 외톨이가 되었고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의리없는 쓰레기라는 이야기 때문에 아무도 나와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달에 한 번씩 자리를 바꾸었는데 어떤 아이가 내옆에 와서 앉았다. 잘지내보자며 인사하는 웃는 얼굴이 그땐 왜 그렇게 못마땅했는지 나는 그 아이를 괴롭혔다. 짖궂은 장난에도 웃으며 당해주는 모습을 보고 일찌감치 포기하였고 나는 그 아이와 친해졌다. "너는 내가 우습냐 왜 실실 쪼개냐"라는 내 물음에 그 아이는 "사람은 착해보이는데..."그러면서 웃어주었다. 웃음이 정말 예쁜아이였다. 처음느껴보는 감정이 가슴에서 올라왔다. 나는 같은 남자에게 반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아이와 같이 다니고 항상 붙어있었다. 너무 좋았다. 지금와서 병원에서 알았지만, 나는 트라우마로 인한 감정공유장애가 있었다. 1차원적인 내 감정은 느끼지만 남들과 공유하는 감정이나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을 하지 못했다. 내가 그 당시 느낄수 있었던 감정은 슬픔, 화남, 재미 같은 몇안되는 감정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와 같이 있으면서 질투나 연민같은 감정도 느끼게 되었고 나는 성장해갔다. 차츰 밝아지기 시작했고 내 친구들도 불어났다. 그리고 프로그래머라는 꿈도 생겼다. 컴퓨터를 만지며 이것저것 해보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가술선생님의 권유로 ICT관련 대회에 출전했고 그 아이와 함께 나갔다. 2014년 엄청 더웠던 여름 나는 연습을 빌미로 그 아이를 우리집에 초대했고 내 마음을 고백했다.
이름없음 2019/02/26 12:37:59 ID : fWjbhdPjwLe
"난 니가 좋다" 내 얼굴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 감정 또한 처음 느껴보는 검정이었다. 아무말이 없자 고개를 푹숙이고 장난이었다고 말할까... 또는 망했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때 그 아이가 말했다. "나도 좋아" 깜짝놀랐다.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웃고있는 보습이 정말 예쁘기 그지없었다. 우린 한참을 꼭껴안았다. 집안형편이 나아져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 아이가 사는 옆단지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당연하게도 항상 우린 붙어다녔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까지 같이 들었었다. 형편이 좋아지자 내가 배우고 싶어했던 음악도 배웠다. 물론 학원도 같이 다녔다. 그 아이가 쳤었던 음악(키쿠지로의 여름ost Summer)을 듣고 있노라면 아직도 내 가슴 한켠이 시려온다. 내 인생 들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행복은 다시 깨지고 말았다. 항상 그 아이를 괴롭히던 애가 있었는데 말이 괴롭힘이지 거의 추행수준이었다. 어느 날 화장실 대변기칸에 밀어넣고 몸을 만지며 입술을 내미는 시늉을 하는 모습을 난 목격했고 그 자리에서 눈이 돌아가 죽도록 팼다. 엄청팼다. 반 죽여놨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떡을 만들어 놨다. 그리고는 한 번더 건들면 진짜로 죽여버리겠다고 하며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나즈막히 화장실 바닥에서 일어나며 그 애가 말했다. "뭐 둘이 사귀냐 씨발" 홧김에 나는 그럼 어쩌라고 라고 답했고 그게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다음 날 학교에서 좀 논다던 아이들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끌려가 게이냐며 추궁을 받았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게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그렇게 좋은 인식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후 나는 아이들의 장남감이 되었고 그 애들이 시키는건 다 했다. 항상 아침마다 내 책상에 적힌 호모새끼, 트젠극혐 같은 욕들을 지우는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내가 당한 따돌림은 철저하게 비밀리에 이루어진 조리돌림이라 같은반 친구도 선생님도 몰랐다. 그저 아침마다 일찍나와 책상을 지우는 나보고 책상에 낙서하지 말라며 핀잔을 주시곤 하셨다. 하지만 나는 항상 웃어주는 그 아이 덕에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나로는 부족했는지 나를 괴롭히던 애들이 그 아이를 가르키며 쟤도 게이지? 라는식으로 내게 물었다. 나는 그 아이만은 절때 이런일을 당하게 하고싶지 않아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항상 같이 붙어있고 같이 등하교를 하는 모습을 보며 애들은 확신에 차 있었고 분위기가 슬슬 그 아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내 나이 14살. 그 어린 소년의 머릿속에서 나온 대책이라곤 형편없고 바보스럽기 짝이없었다. 그 아이와 멀어지면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강타했고 그 아이에게 칭구는 많으니 나 하나쯤은 없어져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일부러 싸워 멀어졌다. 결국 나를 괴롭히던 친구는 친한것도 아니였냐며 다시 나를 괴롭혔고 며칠 후 나는 그 아이에게 찾아가지만 냉담한 반응으로 나를 아는체도 하지않았다. 세상을 다 잃은 기분이었다. 내 앞이 너무 깜깜했고 보이질 않았다. 아마 내가 웃지 않고 무표정이 된 것도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그렇게 중학생 3년내내 나는 아팠다. 차라리 그때 일찍 병원을 찾아갔더라면 지금은 좀 나았을까 싶다. 2014년 중3이 되고 진로의 갈래에 부딪혔다. 아무리 형편이 나아져도 대학을 간다는 것 자체가 부모님께 죄송스러웠다. 거기다 난 내 고향이 엄청 싫었다. 그리고 내 머리를 스친 한 가지 기억이 나의 진로를 선택했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니 먹여살릴께" "그럴시간에 영단어 하나 더 외워라" 그 아이가 영어를 잘했었는데 항상 시험기간만 되면 같이 공부 하곤했었다. 나는 돈을 벌면 다시 나를 봐줄것 같은 생각에 실업계 마이스터고에 진학을 했다. 물론 대구가 아닌 타 시도전형으로 부산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나는 돈때문에 울고웃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돈이 뭐든걸 해결해 줄수있다고 굳게 믿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3년동안 보내고 방황의 시간도 꽤 되었다. 지향성 혼란도 찾아와 나는 게이가 아닌 범성애자라는걸 깨달았고 프로그래머가 되고싶었던 꿈, 음악윽 하고 싶었던 꿈을 모두 버리고 쉬핑 엔지니어가 되었다. 내 나이와 학력치고는 많이 버는 수준이다. 엄청 노력하여 진급도 빨랐고 동기들보다 1년이상 앞질렀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내 통장의 돈들이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고 그 아이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환상에 빠졌다. 그리고 2018년 연말. 나는 조심스레 연락을 했다. 다시 연락한건 7년만이었다. 장문의 사과 편지를 보냈고 답장이 왔다. 꿈이 점점 가까워지는것만 같았다
이름없음 2019/02/26 23:29:53 ID : TO2r9dyJVdV
오 보고잇어 ㄷㄱㄷㄱㄷㄱ
이름없음 2019/02/27 04:22:29 ID : IIMnRwsmHws
직장때문에 내 고향으로 가는것은 매우 힘들었다. 그저 내가 할 수있는것은 작업 후에 그 아이와 톡을 주고 받는것 이었다. 그렇게 3달동안 톡만 주고 받았다. 7년 전과 마찬가지로 그 아이는 내게 힘이 되어 주었고 나는 다시 그 아이에게 의지하며 적성아도 맞지않은 일을 꾸역꾸역해내가며 오직 그 아이 생각으로만 버텼다. 톡을 주고받으며 7년동안 어떤일이 있었는지 듣게 되었다. 그 아이도 많이 아팠다고 한다. 특히 고등학교때가 너무 힘들었다고 하였다. 항상 내가 힘들때마다 옆에 있어주며 힘이 되어주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2019년 새해가 밝고 구정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며칠간의 휴가를 받아냈다.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올라가며 연락을 넣었다. 약속을 잡고 나는 고향에 도착해 집으로 달려가 멋진 옷을 고르고 기름냄새가 날까 내가 좋아하는 바디워시로 샤워를 한 후 다시 연락했다. 술 한 잔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집으로 오라고 그랬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난 그 아이의 집으로 향했다. 매일 하교하며 걷던길을 따라 걸으며 그때의 향수를 잠시나마 느꼈다. 아파트 단지의 정문을 지나 들어서니 7년전 그대로 그 여름날 장면이 펼쳐지는 듯 했다. 심장은 미친듯이 마구 뛰었고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나는 설렘에 미칠것만 같았다. 그 아이를 보는건 중학교 졸업 후 5년만이었다.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고 찰칵 하며 문이 열렸다. 중학생땐 나보다 작고 조그마했는데 지금보니 나보다 더 크고 덩치도 커진 모습이었다. 오히려 내가 더 작아진 기분이었다. 같이 티비보며 장난치던 쇼파, 낙서가 있는 벽지 모든게 다 그대로였다. 가슴이 벅차올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으니 앉으라며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바닥에 앉아 멍 때렸고 그 아이가 말을 꺼냈다. "할말 있다며" 사실 그 할말이 처음 톡하던 때에는 진정한 사과와 오해를 풀고싶다는 할말이었지만, 점점 톡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죄책감이 사라지고 그 밑에 숨어있던 억눌린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내 머릿속을 휘감고 있었다. 나보다 작고 귀여웠던 그 아이가 이렇게 커져 나보다 더 덩치가 커졌어도 마냥 좋기만 했다. 나는 심호흡 후 그 아이의 물음에 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너 좋아한다고 친구 그 이상으로" 그 아이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미안한데 나 사귀는 사람있어" 억장이 무너졌다. 심장은 더 빨리 뛰기 시작했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미칠것만 같았다. 화가 난건지 아니면 슬픈감정인지 분간이 안갔다.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구나... 한마디와 내 정신은 날아갔다. 내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항상 이런식이었다. 행복하려고 하면 항상 이런식으로 나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는 춥고 어두운 저 밑 심해에서 항상 물 밖으로 나가길 바랬다. 누군가 저 위에서 손짓하는것이 보인다 싶으면 죽을동 살동 헤엄쳐 올라간다. 하지만 항상 내 착각이었다. 그렇게 끝이났다. 이번에는 다를줄 알았다. 그 아이가 내게 손을 뻗고 있는것 같았다. 나는 그것만 보고 미친듯이 헤엄쳐 올라갔지만 그 아이는 다른 누군가와 이미 손을 잡고 있었다. 어쩐지... 내가 잘될리가 없지... 기적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아이는 게임을 한다며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티비를 멍 하니 보다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아무렇지도 않은척 게임하는걸 구경했고 아무렇지도 않은척 웃어보였다. 그래도 밀려오는 자괴감과 뭐같은 이상한 감정에 나는 생각좀 한다며 방바닥에 大자로 드러누웠다.
이름없음 2019/02/27 16:40:26 ID : 2mso1yNxQoN
어느정도 생각 정리가 되어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때 그 아이는 갑자기 하던 게임을 끄고 방문을 잠그며 내게 왔다. 그리고 내 옆에 누웠다. 나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놀랐고 그 아이는 내게 달라붙었다. 나쁘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좋았다 나도 사람인지라 좋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이는 코와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고 나는 엄청 당황했다. 화도 났다. 아까는 사귀는 사람있다면서 갑자기 이러는것이 내 정상적인 사고범주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고싶은거 해" 그 한마디에 나는 솔직히 엄청 화가났다. 나를 가지고 노는건가 싶기도 하고 화딱지가 앉아 욕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 나는 거절했다.
이름없음 2019/02/28 13:18:47 ID : ClBfeY003Dw
내 직장도 직장인지라 이번이 아니면 못볼꺼 같은 기분도 들었다. 나보다 덩치도 커진 애가 힘도 장난 아니었다. 옆으로 등지고 돌아누운 나의 어깨를 잡더니 당겨버렷고 나는 순식간에 훅 돌려졌다. 그 아이는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나는 차마 눈을 못 마주쳐 시선을 피했다. 그 아이가 손을 잡아주었다. 7년전 여름. 장마철 나는 그 아이와 같이 하교를 했었다. 우산을 안가져왔는지 우왕좌왕하길래 나랑 같이쓰자며 조그만 우산을 그 아이에게 씌워주었다 물론 내 어깨는 젖다못해 축축해졌고 장마철에 쌀쌀맞은 날씨에 나는 교복위에 덧입은 바람막이에 손을 찔러넣었다. 손을 찔러넣는 순간 나는 그 아이의 가방열린지퍼틈으로 우산을 보았다. 소낙비는 멈추고 우산을 접었다. 그리고 춥다며 내 손을 그 아이의 바람막이점퍼 주머니 속으로 찔러넣어 그 아이의 손을 잡았다. 조그만 손이 따뜻했다. 7년 후 오랜만으로 잡은 손은 뭉툭하고 여기저기 터서 거칠어진 내 손을 다시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지워지지도 않는 기름때 낀 손 그리고 기름에 수분이 다 날아가 허옇게 일어나고 기름독 흉이 진 얼룩덜룩한 손 상처 흉터 가득한 손을 꼭 잡아자기 뺨에 갖다댔다. 나는 내 손에서 기름냄새 날거라고 손을 뺄려고 했지만 안난다며 기름때 가득 낀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피아노 치던 고운손 아직 있네" 눈물이 솓구쳐올랐다. 아무도 내 손을 보고 그런말 해주지 않았다. 피아노?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부 잊은지 오래다. 내 기름때진 손은 오직 쇳내와 기름묵은내만 가득했고 상처투성이에 볼품없었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준다는게 이렇게 푸근한 일이었는지 몰랐다.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아이의 눈을 쳐다봤다. 분명 울고있었다. 그 아이의 눈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차마 지금 우는거냐고 왜 우냐고 묻지는 못했다. 사정이 있겠지 그렇게만 생각했다.
이름없음 2019/02/28 13:30:32 ID : 1juoGmoLcIL
스레주 글 잘 쓰는것 같아 ㅜㅜ
이름없음 2019/02/28 13:31:00 ID : 1juoGmoLcIL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02/28 14:23:23 ID : ClBfeY003Dw
파아노 학원에서 서로 피아노를 치며 듣던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아마 여름이었을것이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덜컥 눈물이 났다. 나는 잘 울지 않는다. 아무리 슬픈장면을 보아도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나오면 공감을 못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내가 울었다. 자존심상했고 부끄러웠다. 내가 너무나 비참했다. 멋진 내가 되어주지 못해서, 내 손이 볼품없어 보여서, 그 아이의 예쁜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나는 정말 비참했다.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5년전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꼭대기 층으로 갈때 누군가 나에게 괜찮다며 말해주길 바랬다. 누가 뭐래도 너는 내 친구야, 내 아들이야 라고 밀해주길 바랬다. 그러면서 엘리베이터 안에 주저앉아 울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한번도 울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의 울음이었다. 엄청 서럼게 울었다. 눈물을 흘리니 그 아이는 나를 안아주었다.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울었었다. 그리고는 그 고운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제 다울었어?" 나는 고개를 말없이 끄덕였다. 미칠거 같았다. 원래 나는 이런사람이 아닌데, 맺고 끝음이 확실한 사람이고 사무적인 성격인데 속에서 알수없는 무언가가 계속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어른인척 다하더니 속은 어린애구만?" 사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꾸역꾸역 되도않는길 걔 하나만 보고 걸어왔다. 어른인척 다해왔다. 어쩌면 내 성격조차도 내가 만들어온 허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미 6년전 여름날 그 아이와 함께했던 시절 내 장애는 치료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때까지 내가 만들어낸 나라는 인생을 살고있었고 없는것을 갈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린 키스를 했고 서로 담소를 나누다가 피지를 시켜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늦어 집에가려고 일어났는데 그 아이가 나를 뒤에서 안아주었다. 회사와 계약한 3년. 나는 3년뒤에 다시 고백할때 시귀는 사람 없다면 받아줄거냐며 물었다. 참 찌질해보이지만 그땐 뭐라도 잡고싶은 심정이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건 네 마음이라며 웃어주는 것 뿐이었다. 이젠 아무것도 없다. 내가 가진건 그저 통장에 찍혀있는 8자리숫자 뿐. 곧 9자리가 되겠지만 앞만보고 달려온 나는 취미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돈이면 될줄 알았던 내 과거가 한없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며칠간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멍때리다 손톱이 날아가버렸고 서류는 실수투성이가 되었다. 직장 상사는 나보고 잘하던 놈이 왜그러냐며 술한 잔 사주시겠다고 그러셨지만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아프다. 난 8년동안 무얼했나. 그리고 그 아이를 찾아다니길6년. 사실은 6년이 아니라 1년민에 찾았지만 5년은 더 기다렸다. 혹시나 나 때문에 더 아플까봐서 내가 더 아파했다. 나는 희생이 아무래도 내 성격인것 같다. 내가 조금더 힘들면 그 아이가 편안해질수 있었고 내가 더 아프면 그 아이는 나라는 부담도 가지지 않을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나는 아프기로 결정했다. 8년. 그리고 6년. 또 앞으로 올 무수히 많은 날들 언제까지 아파야 이 고통이 끝나는지는 모르겠다. 살아는 봐야지. 기적은 오지 않는다. 내 딴엔 욕심을 좀 부려 친한친구로써 남기로 결정했다. 그냥 행복한 모습 지켜보며 살수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해야겠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게,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나는 행복할수 없으니까.
이름없음 2019/02/28 17:50:31 ID : 5bxCjbeFipa
내가 보는 만화에 민트에 대해서 나왔다. "민트는 추억을 강하게 회상하게하는 약효가 있다." 어쩌면 내가 민트를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아팠던 그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슬픈미소를 지으며 아픈행복을 그릴 수 있어서 내 유소년기 시절이 어쩌면 더 각별하게 느껴진다. 그날 먹은 음식도 8시간이 지나야 소화가 된다는데, 8년동안 좋아했던 사람을 어찌 빨리 잊겠나. 나는 게이도 무엇도 아니다. 다만 이 세상에 하나뿐인 그 아이만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며 앞으로도 좋아할것이다. 어떤날은 사무치게 죽고싶다가 어떤날은 내가 죽으면 그아이가 죄책감을 질까봐 정신차리곤 한다. 꿈을 포기하며 매달렸던 지난 날들을 후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잘 됬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평생 가슴에 응어리진채 못볼 수도 있었으니까. 내 욕심은 여기까지다. 지난날들은 어딘가에 묻어두고 다시 친구로써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야한다. 또한 그런 현실이 정말 가슴아프고 슬프지만 언젠간 무뎌지겠지. 늘 그래왔듯이. 2019.02.28 1745LT 한 여름밤의 꿈처럼 빛나는 시간을 묻어두고 다시 새롭게 추억을 만들어가리라 다짐하며 그리고 내심 기적이 일어나리라 은근히 기대하며 긴 글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름없음 2019/03/01 01:54:18 ID : ZiqmMmIGmtu
스레주. 그 동안 감정 죽이고 사느라 고생했어. 스레주 이야기 듣다 보니까, 안예은님의 '편지'라는 노래가 떠올랐어. 꼭 들어봐. 다시 실컷 울어. 상처에서 소금물 조금이라도 뺄 수 있도록. 나도 스레주처럼 범성애자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무덤덤하게 좋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 사람을 생각하면 코 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고여. 아직은 좋아한다는 거겠지. 언제까지 좋아할 지는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나도 스레주처럼 8년간 그 친구를 좋아할 지도 모르겠어. 17살 여름에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는데, 19살 겨울인 지금도 좋아하는 걸 보니, 그리고 그 친구가 간 대학이 계속 어른거리는 걸 보니 미련이 참 무서운것 같아. 포기하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인생에서 단 한 사람만이 이정표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어쩌면 나도 그럴지 모르겠고. 네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빌어.
이름없음 2019/03/01 05:53:43 ID : zglu01eNvxC
고마워. 노래 잘 들었어. 주위도 돌아보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왔었어... 포기는 안해. 사실 못 하지 ㅎㅎ 그냥 맴도는 것 만이라도 나는 만족해 그 아이가 아플때 바로 달려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를 혹사시켜가며 이뤄오고 모으 놓았던걸 나를 위해서 한 번 써보려구 ㅎㅎ 어쩌면 내가 성장 할 수 있는 발판을 그 아이가 만들어 준 셈이야. 이렇게 또 그 아이에게 하나 배우며 얻어가네... 나는 준게 없는데말이야 ㅋㅋㅋㅋ 간만에 휴가를 잠시 얻어서 또 고향에 올라가보려구. 고향을 떠날땐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지금보니 고향만한 곳도 없더라.
이름없음 2019/03/01 23:06:43 ID : yHxDs4GlirA
> 읽는데 눈물 난다.... 고향 잘 다녀오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
이름없음 2019/03/01 23:35:55 ID : kk7e5fcJXs0
오늘아침에 일이 터지는 바람에... 휴가가 취소됬어ㅎㅎ 다음기회를 기다려 봐야지...
이름없음 2019/03/01 23:43:56 ID : Y9wFcmk4IK2
스레주 이렇게 글 남겨줘서 고마워 잘 읽었어 두고두고 읽고 싶어지는 글이야.. 스레주 행복할 거야 정말로
이름없음 2019/03/01 23:45:19 ID : kk7e5fcJXs0
내 생각을 정리해보려던 글이 누군가에겐 두고두고 읽고 샆어지는 글이 되다니 참 고맙고 신기하네... 두서없는 글 읽느라 고생했어 ㅎㅎ
이름없음 2019/08/23 14:24:49 ID : 3ClzSLdPhfd
잘 지내고 있니 여름도 이제 한 풀 꺾여가는구나. 너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을때도 7년전 늦여름이었지. 이제야 나는 너를 정리할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것 같네.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나는 너를 좋아했었다. 내 모든걸 다 줘서라도 너를 가지고 싶었어. 그래서 오해도 많이 생기고 결국 나는 사소한 모든 것까지 전부 안고 총대를 매었었지. 너와 같이 해결하면 별것 아닌 문제인데도 너에게 굳이 말하지 않았던건, 너를 어떻게든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였다. 그 사건이 있은 이후로부터 너는 나를 피하기 바빴지. 나도 안다. 난 병신이다. 수 많은 정신병을 얻었다. 난 아직도 그 이후로 7년간 잠을 설치지 않아본적이 없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꺼 같아 약간 무섭기도 하다. 그렇지만 너라는 사람은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 사람이다. 넌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어. 어디서 굴러먹던 쌩양아치새끼를 너는 인간으로 바꿨다. 자전거나 훔쳐 팔아먹고 가난에 찌들어 패배의식만 있던 나를 돈을 벌게 만들고, 돌아오실줄 모르는 아버지와 늦게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대신해 너는 내 가족이 되어주었다. 너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니 아프지 마라. 서론이 길었구나. 나는 대구를 뜨려고 마음먹고 있다. 4년전 중학교를 졸업하고 너와 멀어지고 우리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혼자 떠안으며 괴로웠던 나는 부산으로 떠났었지. 하지만 이내 졸업 후에 대구로 돌아오게 되더구나. 이번이 2번째 탈출이다. 나는 과감하게 번호를 바꾸고 모든sns계정을 새로 팠다. 그리고 개명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른지역의 물색은 모두 마쳐놨다. 영원 뜨게 되겠지. 대구에서 있던 친구들은 나를 못찾을거다. 20년동안 대구에 있으면서 알아온 15년지기 친구들조차 전부 놔두고 간다. 그러니 너도 나를 찾지 말거라. 7년전, 우리가 행복하게 사귀었었던 그 여름날 너는 내게 "왜 화를 안내냐"며 물었었지. 나는 화낼줄을 모른다. 선을 넘으면 조용히 관계를 끝내버리지. 그래 어쩌면나는 화내고 있는것이다. 나는 너를 다시 잡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났고, 다시 대구로 돌아온 나에게 화가 났고, 너와의 추억에 빠져 아직도 헤메고 있는 나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길 곳곳에 묻어있는 너와의 향수들을 보지않기 위해 대구를 떠나려는 것이다. 솔직히 너에게도 화가 났었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할때매다 나를 가지고 논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만은 좋았지만 나는 너에게 외로울때만 찾는 친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닌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가슴이 더 아프더라. 마지막으로 좋아해서 미안하다. 우리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이미 너무 많은 길을 걸어온것 같네. 이젠 너를 제발 사무치게 잊고싶구나. 안녕.
이름없음 2020/01/28 13:47:03 ID : 3Ru788o6rth
https://youtu.be/r87lcK-RHXo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일본노랜데 가사가 왠지 어울리는? 그런 이야기네...
이름없음 2020/12/09 05:15:57 ID : tiktwJUY4Le
벌써 2년이 지나가네... 참내 잊을라 혔는디 결코 안잊어지는갑다 ㅋㅋㅋ 그냥 추억과 흑역사의.한편으로 남아서 다행이긴하네
이름없음 2021/08/15 06:56:11 ID : 2FeLbxyGoE8
전역했다. 타지에서 만나다니... 진짜 질긴 우연인갑다 19년도에 내가 고백한다 했제?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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