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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8659eKY2s 2019/02/28 13:05:32 ID : Le40mnwq46n
손목에서 새어나온 붉은 피가 천천히 떨어진다. 묵직하게 떨어지는 피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커터칼을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탁자 위로 올려놓은 다음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을 가는 중에도 피는 계속해서 바닥을 어지럽힌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 물을 틀고 흐르는 물에 손목을 가져간다. 상처 부위에 물이 닿는 것이 따갑지도 않은지 얼굴을 찌그러트리는 기색 없이 상처부위를 물로 씻어내기만 한다.
이름없음 2019/02/28 15:57:15 ID : hBvxu3u9yZg
"오늘도 실팬가." 어쩌면 한탄에 가까운 자조적인 목소리가 화장실 안을 울렸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지, 조그맣게 입꼬리를 올리곤 거울 속 자신을 쳐다보았다. 물과 함께 굵게 흐르는 붉은 피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멎었다.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연고를 능숙한 솜씨로 상처에 바른 A는 "아." 라며 무엇을 깨달은 듯, 그제서야 바닥에 떨어진 제 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치워야겠지, 저거.
이름없음 2019/02/28 23:34:02 ID : xQpRDs1jy3W
휴지를 몇 장 가져와 박박 닦는다. "뭐야, 잘 안 지워지잖아" 물티슈로 깨끗하게 닦은후 쓰레기들을 변기에 넣어 물을 내린다.
이름없음 2019/03/01 00:28:24 ID : Pa1eE79bfU7
흘린 피를 닦는 것만큼 비참한 일이 없다.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태풍에 무너진 것들을 되돌려놓는 것은 오롯이 제 몫이었다. A는 주섬주섬 피를 닦아냈다. 손목부터 어깨,허벅지에서 떨어진 피를 그는 항상 이렇게 닦아냈다.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예전에 만난 누군가가 물었다, 그렇게 죽고 싶냐고. 그럼 손목을 반쯤 썰어내지 않는 이상 어림도 없다고. 자신은 항상 그럴 용기도 없는 새끼였다고. '난 살고 싶었는데' A는 목을 쓰다듬었다. 살고 싶었는데 숨을 쉬고 싶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숨이 뱉어지지 않아서 이젠 이러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다들 살려고 바들바들 떠는 내게 왜 죽고싶냐고 물어보지'
이름없음 2019/03/01 01:52:44 ID : QldvjtjvBe3
A는 탁자로 돌아와 다시 한번 커터칼을 집어든다. 무엇인가 결심한듯 칼을 목으로 가져가다 멈칫한다.이내, 칼을 내려놓는다. '....' 그리고 정적. 후회와 절망이 A의 목을 죄여온다.
이름없음 2019/03/02 02:51:45 ID : pPimK7tba2m
- 살고 싶다. A는 읊조렸다. 자신이 들끓고 있다는 것을, 무언가가 계속해서 뛰며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받고자 한 행동은 어느새 강박으로 변해 스스로의 목을 옥 죄고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힌다. A 는 막혀오는 목을 부여잡고 발버둥쳤다. 살기 위한 움직임. 어느샌가 A의 손목 벌어진 상처 틈으로는 피가 다시 흘러내리고 있었다. 살고 싶은 걸까. 죽고 싶다. 아니 살고 싶다. A 는 반복해서 읊조렸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어느 하나도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 숨은 또다시 끊어질 듯 A의 목은 조여들어갔다.
이름없음 2019/03/02 06:19:40 ID : vveNBxXy7tf
숨이 가빴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무언가 목에 걸린듯 턱하니 막혔다. 숨이 막히는 답답함에 커터칼을 놓치듯 내려놓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아, 어지러워. 핑핑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는 낮게 욕을 읊조린 A가 비틀비틀 화장실을 나서서 가장먼저 한것은
이름없음 2019/03/02 06:28:25 ID : Fjy6lu03Bgm
그저 TV를 켜두고 가만히 있는 것이였다. 딱히 보는 것도 아니였다. 집안의 한산한 이 분위기와 고요.. 어쩌면 고독에 삼켜질것같아 방패삼아 켜둔 것이다. A는 TV를 켜둔 채 자신의 손목을 주시 하고 있었다. 이 상처가 나를 죽게 하는건지 아니면 살러고 발버둥 치는 건지 머리가 지끈 거렸다. 죽고싶은건데도 살고싶다는 생각이 오가는 것에
이름없음 2019/03/03 19:01:46 ID : bu07hAo0pQs
혼란스럽기만했다. 애초에 피를 흘리려 칼을 쥐었다는 것 자체가 살고싶다는 것과는 모순된 행동이었지만 칼로 손목을 긋는 그 순간에도 내 안에 들끓은건 오직 삶에 대한 욕망. 문득 책의 구절이 떠오른다.
이름없음 2019/03/03 20:18:45 ID : SMlwoMi3BdU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다.'라고... 니체가 말했었다. A는 살아야 할 이유를 몰랐다. 그래서 자꾸 죽으려 시도하다가도, 죽으려 시도하면 살아있다는 게 느껴져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자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가는 실 같은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연고를 제자리에 놓으니 연고도 제 자리가 있는데 어디에도 있지 못하는 나는, 연고보다 못한 삶이라는 생각이 덮쳐왔다. 그렇게 다시 자괴감에 빠져들던 찰나, 전화소리가 따르릉 울리더니 집안 전체에 울려퍼졌다. 친구 B의 전화였다.
이름없음 2019/03/04 22:51:05 ID : 9h9ikpPbfRz
- A!, 왜이리 전화를 늦게 받아?? A 와 다른 밝은 목소리가 전화 넘어로 들렸다. B와 달리 낮고 조용한 A의 목소리는 웃음소리가 크게 나는 tv와 달리 이질적이다. -그냥, tv 보다 못 늦은 것 뿐이야. 뻔한 전개로 변명을 B에게 하는 A. B는 그저 어둠 따위는 모른 듯한 생기 있는 밝은 목소리로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이름없음 2019/03/05 03:08:15 ID : zTWi5PipfdR
- 보나마나 또 글 나부랭이 짓이나 하고있겠지. 잘 되어가냐? “ ··· ···그럭저럭.” A는 문득 손목을 긋기 전, 자신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를 떠올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중고 고물 노트북. 모니터를 메운 워드 파일에 깜박이는 커서만을 그저 응시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쓴 문장― ‘그는 언제고 갈구할 것이다.’ 만 반추하면서. 무슨 심정으로 적었더라. 직장을 다닐 적 저는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메커니즘에 점차 환멸이 났었다. 자살 시도의 시발점도 아마 그 즈음이었을 거다.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배울 것도 얻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A는 상기시키고 말았다.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슴 한 켠에 묵혀두었던 욕구를. 그게 도화선이었다. 충동적으로 사표를 던지고 나온 A는, 저의 자살 욕구마저 억누르게 만드는 소위 ‘글 나부랭이’ 짓을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우울감이 줄었다. 가끔식 목을 옥죄어오던 답답한 느낌도 회사를 관두고 나서 종적을 감추었다. 집에서 탁탁탁 키보드 위를 달리는 손가락들은 회사에서보다 경쾌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금방 탈력하고 말았다. A가 즐기던 유일한 취미인 ‘글을 쓰는 것’ 도 회사의 ‘일’ 처럼 점차 환멸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들뜬 마음은 천천히 낙사하고 불안이 몸을 들쑤셨다. 써야 되는데, 뭐라고 적어야 하는데··· 강박이었다. 존재를 증명하는 것처럼 이제 글을 쓰는 건 저의 분신과도 같았다. 그만큼 의지했었는데. 무감하게 깜박이는 커서를 보는 시간이 잦아졌다. 그러다가 도저히 강박을 견디지 못할 때는 말도 안되는 문장이라도 적어내렸지만, 전부 같잖은 활자의 놀음으로 밖에 불과하지 않았다. A는 무기력해졌다. 스스로에게 끝도 없이 염오감을 느꼈다. 이제 무엇이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해주지? 더이상 없다면 죽어야 할까. 하지만 살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그 생각들이 머릿속에 극에 달하도록 팽창하던 날이었다. 그리고 푹― 일순 대가리를 쑤시는 서슬퍼런 감각.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시선 끝엔 연필 통에 꽂힌 커터칼이 있었다. 그 후에 이어진 수순은 지극히 충동적이었다. - A, 야 A! “어어, 왜.” - 새끼, 얼빠진 소리 내기는. 오랜만에 같이 한 잔 하자구. 맨날 집구석에 쳐박혀서 답답하지도 않냐? 딱히 집 구석이 아니더라도 언제고 답답한 건 매한가지였다. 직장의 환멸, 의지하던 취미 생활의 환멸, 이도저도 없으니 죽어야 한다는 강박··· 그래. 그는 환기가 필요했다. “언제 볼건데.” - 웬일이래? 8시. 너네 오피스텔 근처 호프집 괜찮냐? “응. 그럼 그 때 보자.” - 오케이, 그럼 먼저 가서 자리 잡고 있어라. 짧은 긍정의 대답을 하고 통화는 바로 종료되었다. A는 핸드폰을 옆에 던지고 소파에 털썩 뭉개져 앉았다. 손목의 상처는 입을 벌리고 한껏 그를 비웃는다. ‘살려고 어지간히 꿈틀대는구나.’ 간간히 들리는 환청이다. A는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생각한다. 존재 가치의 증명. 죽고자 하지만 살고 싶었고, 그럴 만한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야 했다. B를 만나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대뜸 무슨 쓸데없는 기대가 들었나 싶었지만 그렇게 관련이 없는 건 아니다 싶었다. B도 저와 같은 처지였으니까. 부랑자 신세. 하지만 딱히 우울감 따윈 없어보이는 듯한 목소리와 행동. B는 무얼 하며 살고 있는걸까. 궁금했다. 손목에 대충 붕대를 동여맸다. 그 위에 두꺼운 흰 색 아대를 차고 낡아빠진 운동화를 구겨신었다. 현관문을 열기 전 잠시 집을 돌아본다. 차게 내려앉은 공기. 적막함. 커튼이 쳐져 대낮에도 어둠이 그득했던 거실. 우울하기 짝이 없는 것들의 향연이었다. 그렇게 A는 도망치듯이 집에서 빠져나왔다.
이름없음 2019/04/25 18:04:20 ID : Le40mnwq46n
집을 빠져나오니 또 다른 지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작 문 밖을 나왔을 뿐인데 좁은 복도의 차가운 공기가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그래도 B와의 약속은 지켜야했기에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복도와 운동화의 차가운 마찰음이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름없음 2019/04/25 21:19:29 ID : 3O7802lbdCq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부정적인 기억들이 폭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믿고있던 사람에게 배신 당했던 일, 여러명이 자신을 에워싸고 괴롭히던 일들 등 온통 괴로운 기억 뿐이었다. 어쩌면 간신히 얻게 된 B마저 잃는것이 아닌지, 자신이 그를 실망시켜 그가 자신을 떠나가지는 않을지 같은 생각들을 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이 A! 이야~ 빨리왔네~ 저 멀리서 밝은 표정의 B가 나를 발견하고는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내가 이딴 표정을 짓고있다가는 분명 B를 걱정시키고 말것이다. 그레서 그를 따라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눈을 가늘게 휘며 웃어보였다. -하아 늦는다구~ -미안미안~ 두꺼운 가면을 눌러써 꾸며낸 '가짜 나' 는 그에게 가벼운 앙탈을 부렸다. 그레 B는 이게 나라고 생각하겠지. 밝고 친절한 어리광이 많은 아이. 절때 나의 더럽고 하찮은 '진짜 나'를 보이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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