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집은 진짜 깡시골인데 논밭하고 교회하고 식당두개뿐인 농촌이야. 내가 여기서 아홉살에 겪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소름돋는 이야기 해줄게
이름없음2019/03/01 12:07:24ID : 9AkpXzhAi5V
ㅂㄱㅇㅇ
이름없음2019/03/01 12:13:29ID : O9Bs5QpXupW
ㅂㄱㅇㅇ
이름없음2019/03/01 12:14:09ID : HBhs2k6Y2oE
내가 삐지면 나 혼자서 생각하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그 날에 내가 왜 삐졌었는지는 까먹었는데 어쩼든 내가 삐져서 할머니집을 나와서 그 논길을따라서 쭉 걸었던거같에. 계속 걷고 걷고 걷다가 냇가를 발견했고 또 그 냇가를 따라서 걷고 걷고 또 걸어서 다리가 아플쯤에 처음 보는 버스정류장을 발견했어. 막 플라스틱으로 된 버스정류장이아니라 벽돌로 이루어진 벽돌정류장인데 이렇게 말하면 알아들을지 모르겠다
이름없음2019/03/01 12:21:48ID : O9Bs5QpXupW
알아! 보고있어
이름없음2019/03/01 12:26:37ID : HBhs2k6Y2oE
다리도 아프고 좀 쉬어야겠다라는 생각에 그 정류장에 앉았고, 다 무너져가는 시골 정류장이였는데도 의자는 되게 깨끗했던 기억이 있어. 원래 정류장이 있음 그 앞에 또 정류장이 있잖아, 근데 그 앞에도 그 주변에도 정류장이 없었고 그 생각을 한 순간 도로가 좁게 보였던거 같에. 마치 한 방향으로밖에 갈 수 없다는듯이 말이야. 자주 차가 지나다니던 도로엔 단 한대의 차도 지나다니지 않았고 조금 있다가 초록색 버스가 정류장앞에 멈춰섰어.
이름없음2019/03/01 12:29:58ID : HBhs2k6Y2oE
초록색이라기보다는 연두색에 더 가까웠는데 하늘색깔하고 되게 잘 어울렸던 그런 초록색이였어. 난 뭔가에 홀린듯이 버스에 탔고, 버스에는 얼굴없는 사람들만 가득했어. 다들 얼굴은 없었는데 옷은 무슨 파티라도 가는마냥 한껏차려입고 다들 웅웅대면서 이야기했어. 놀랍게도 난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버스기사만 입이 달려있었어
이름없음2019/03/01 12:33:10ID : O9Bs5QpXupW
보고있어
이름없음2019/03/01 12:36:29ID : HBhs2k6Y2oE
내가 버스에 올라타자 사람들은 날 쳐다봤고 분위기가 싸해지더니 모두가 날 보고있을때는 정적이 돌았어. 버스 문이 닫히고 출발할때쯤 난 빈 자리에 앉았고 이제 어쩌지 라는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내 발만 보면서 멈추길 기다렸던거 같에. 그렇게 정적을 유지하면서 버스가 멈췄을때 다들 머뭇거리다가 내리는 기색이 보였고, 한 여자가 구두소리를 내면서 내 앞에 멈춰섰어.
이름없음2019/03/01 13:47:26ID : HBhs2k6Y2oE
보는 사람 있나? 어쩼든 이어서 써볼게
이름없음2019/03/01 13:49:31ID : HBhs2k6Y2oE
그 여자의 표정도 말도 난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여자는 날 내려다보고 있었고 내 손을 잡겠다는지 손을 뻗었어. 그 차가운 감촉이 내 손목을 잡았을때 그 소름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 어쩼든 난 그 여자를 올려다보고 그 여자가 가자는듯 몸을 틀었을때 난 그여자를 따라갔고. 그여자는 자신의 집에 날 데려갔어. 그 여자 집에는 내 또래의 애들이 많았고 애들은 날 반겨주기도했고 날 보고 정색하기도 했어.
이름없음2019/03/01 13:53:51ID : HBhs2k6Y2oE
그 아주머니는 날 자기 집에 넣어두고 바쁘다는듯이 달려나갔고 애들을 향해 손 흔들어 주셨어. 몇몇 애들은 창문에 달라붙어 아주머니께 손 흔들었고 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입으로 막 뭐라뭐라 웃으면서 소리친거같아. 분위기가 좀 가라앉고 난 애들한테 인사를 했어. 막 안녕 난 윤아야 어쩌다보니 여기 왔어. 아홉살이고 잘부탁해 막 이런식으로 인사했는데 박수치면서 환영한다는 애들도 있었고 무관심한 애들도 있었고 박수만 치는 애들도 있었어
이름없음2019/03/01 14:08:33ID : O9Bs5QpXupW
보고있어
이름없음2019/03/01 14:22:19ID : HBhs2k6Y2oE
분위기가 좋고 나잇대들이 어려서 애들하고 쉽게친해질 수 있었는데 나한테 무관심한 애들은 날 관찰하듯이 흘겨봤어. 그 시선이 느껴졌지만 난 애써 무시했고 금방 저녁이 되서 다들 잠자리에 누웠어
이름없음2019/03/01 14:23:23ID : HBhs2k6Y2oE
밤이되니까 집생각이 나고 막 엄마아빠가 보고싶어지더라, 그래서 난 문을 열고 나왔고 나가는 날 보고 따라온건지 그 무관심 무리 세명이 날 따라왔어.
이름없음2019/03/01 14:37:34ID : HBhs2k6Y2oE
한참을 걷다가 그중 남자애가 날 붙잡았고 걔네들 이름은 기억 안나니까 택수 민수 지수 라고 할게 날 붙잡은건 택수인데 택수가 나보고 어떻게 오게됬냐고 물어봤어. 난 오게된 경로를 이야기 해줬는데 어 잠깐만 내 머리속에 다른 기억이 있어
이름없음2019/03/01 14:38:09ID : HBhs2k6Y2oE
기억조작인가? 잠깐만 나 거기 다르게 간거 같은데.. 냇가에 빠졌었나?
이름없음2019/03/01 14:44:35ID : K2Gr9jteGoG
보는사람 있나? 일단 이어서 써볼게
이름없음2019/03/01 14:48:50ID : HBhs2k6Y2oE
택수랑 나랑 둘이서 이야기하다가 지수가 나한테 말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지수가 뭔가 여왕벌 같았어. 지수가 여기 애들은 미쳤다고 했고 쟤네를 믿지 마라고 했어. 일단 난 알겠다고 했고 민수한테 말 걸었어. 몇살인데 넌 말을 안하냐고, 민수는 입모양만 꿈뻑꿈뻑거리고 말은 못하더라. 근데 이건 내 착각이였어. 어쩼든 셋이서 이야기 하는데 택수는 열살 민수랑 지수가 열두살인걸 알았고 그 이후로 우리 넷은 같이 다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