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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3/05 02:19:52 ID : attdwsnRyE6
안녕 나는 현재 성인이고 현재진행형으로 따돌림당하고 있는 사람이야 야심한 시각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나한테는 방금처럼 생생한 일이 남에게는 그까짓것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야 누구한테도 어디서도 이런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다 약 1시간전에 있었던 일때문에 홧김에 쓰고 있는거라 두서가 없을 수도 있어 제목처럼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이고, 혹시 이 글을 보고 불쾌해진 사람이 있다면 미리 사과할게
이름없음 2019/03/05 02:24:18 ID : attdwsnRyE6
내가 왕따를 당하기 시작한건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야 그전부터 당했을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는 잘 몰라 내가 눈새끼가 좀 있거든 왕따를 당하기 전의 나는 흔히들 상상하는 초글링의 모습 그 자체였어 노는거 좋아하고 학원 가기 싫어하고 방금 혼나고도 눈치없이 또 놀러나가는 애였어 사람이 사람을 미워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고 사람이 사람을 그토록 괴롭힐 수 있다는 것도 몰랐지 아는건 오직 노는거 하나였음 내가 저 시기에 왕따를 당했다고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건 역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야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좀 더 의연히 대처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사건이었지
이름없음 2019/03/05 02:24:55 ID : Y3B89xU59ik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03/05 02:31:20 ID : attdwsnRyE6
그때의 나는 첫사랑을 하고 있었어 한동네 사는 같은반 남자애였는데 밝고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는 남자애였지 인기도 많았어 나중에 깨달았지만 내친구도 그애를 좋아했던 거 같아 좀 더 어릴적에는 아버지끼리 서로 친해서 숙제하러 박물관도 같이 가고 동네 돌아댕기면서 같이 놀고 걔네 동생하고도 자주 놀아주고 그랬어 그러다가 문제가 터진거지 원인은 서로 친했던 게 문제였어 걔네 아버지도 우리 아버지도 자존심 세고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는데, 문제는 그애랑 나랑 같은 학교 같은반으로 만났다는 거고 어른들싸움이 애들싸움으로 번졌지 두분이 무슨일로 싸우셨던 건지는 잘 몰라 그때의 일은 나한테는 금기라 생각도 하기 싫거든 그래서 안 물어봤어 어쨌든 두분의 다툼이 애들한테도 번졌고 그건 성적경쟁이 되었어 우리 아빠가 나한테 그랬듯이, 아마 그애도 사사건건 비교당하며 너 그렇게 놀아서 뫄뫄 이기겠냐 니가 이렇게 쳐놀동안 걔는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한다 등등의 말을 들었을거야
이름없음 2019/03/05 02:35:43 ID : attdwsnRyE6
앞에서 말했듯이 난 눈새끼가 있어서 그러거나 말거가 놀고 싶을때는 놀았고 공부하고 싶을때는 공부했지 그러다 어느새 점점 그애가 동네에서 안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애가 이사라도 간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고 시작은 그해 여름 중간고사였어 당시 우리학교는 시험지를 채점만 해주는게 아니라 점수별로 나열해서 등수를 매겨가지고 교실 뒤에 붙여놨었거든 사실 나는 관심도 없었어 그런거 알게뭐야 여전히 놀기 바빴지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그걸 보게 된거야 같은반친구 하나가 며칠동안 그걸 계속 들여다보던 걸 봤거든 난 뭐 급식명단이라도 되는줄 알았어 근데 성적등수더라... 혹시나 아빠한테 혼날까 싶어서 얼른 내 점수를 확인해보다가 그 친구의 등수도 보게 됐어 그애는 10등이었고 나는 7등이었어
이름없음 2019/03/05 02:41:44 ID : attdwsnRyE6
엄친아라는 말이 있지? 엄마 친구 아들... 맨날 옆집의 누구누구는 하는 그 엄마 친구 아들... 그걸 본 순간 그게 뭘 뜻하는건지는 몰랐지만 왠지 모르게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나도 모르게 그애 눈치를 봤지 그날 집에 돌아가서 아빠한테 성적을 얘기했어 말하면 뭐가 이상한건지 아빠가 말해줄 줄 알고... 그날 우리집은 탕수육을 먹었어 부모된 입장에서 자식이 성적 잘 받아오면 당연히 기분좋을거야 더군다나 그게 본인이 라이벌로 여기던 그집네 자식보다 더 잘 봤다면 기분 째지겠지 그래서 기쁜 마음에 그애네 아버지를 찾아가 한참을 자랑했다면서 엄마 앞에서 그 얘기를 하는데... 생각해보면 내 눈새기질은 유전이었나봐 당연히 그애와 나 사이는 파토가 났어 근데 그게 둘 사이만 파토가 났으면 나았을텐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지 내가 앞에서 말했던가? 그애가 반에서 인기도 좋았다고...
이름없음 2019/03/05 02:50:28 ID : attdwsnRyE6
그렇게 왕따가 시작됐어 처음에는 그게 따돌림인줄도 몰랐어 왕따라는 단어도 그때 처음 들어봤거든 하나 둘 애들이 나랑 안 놀기 시작하고 내가 가면 하던 얘기를 멈추고 자리를 피하고 몇명씩 모일때 다들 모이고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 날이 많아지면서 나는 소심해져갔어] 그때까지도 내가 왕따인지 몰랐어 얘가 안 놀아주면 다른 애랑 놀면 되고 같은반 친구가 안 놀아주면 다른반 친구랑 놀면 되니까 그런데 그런식으로 내가 본능적으로(?) 따돌림을 피해가니 다른반에 가서 소문을 낸거야 쟤 왕따라고 그러니까 쟤랑 놀지말라고 결국 초등학교 졸업할때까지 나한테 남은 친구는 단 한명뿐이었다 그나마도 중학교떄 배정이 갈려서 헤어지게 될 예정이었던... 쉬는시간에 화장실에 갈라치면 복도가 그렇게 넓은데도 꼭 밀쳐서 넘어지거나 발이 밟히거나 머리를 잡아당겼어 어느날은 볼일을 보러 들어가니까 나오지 못하게 문을 막고 세면대에서 물을 받아다가 칸막이 윗공간으로 뿌리더라고 그날 체육복 가져온게 천만다행이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친구와 주고받던 다이어리도 누군가의 손에 들려가 읽혀지기 일쑤였고 심심하면 의자가 다른곳에 놀러가있었어 그러나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었던 건 첫사랑이었던 그애가 날 경멸하는 눈빛이었다 자신을 이긴 상대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 마치 곱등이나 바퀴벌레를 바라보는 듯이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그 눈빛이었다
이름없음 2019/03/05 03:03:32 ID : attdwsnRyE6
잘 씻지 않아 냄새가 나는 것도, 전염되는 병이 걸린 것도 아닌데 그애를 포함한 애들은 나를 지나칠때마다 입과 코를 틀어막고 있는힘껏 얼굴을 구긴채 욕하며 지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경멸하는 건 생각보다 꽤 비참해 더욱이 상대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러는건 정말 비참하지 이쯤 되면 아무리 나처럼 눈치없는 인간이라도 알 수 있었어 그애가 주동자였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 얼마나 괴로웠는지도 모르겠어 그당시엔 그냥 학교 가면 멍하니 앉아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이불 뒤집어쓰고 우는 게 일상의 다였거든 그와중에 열받는건 뭔지 알아? 그렇게 몇달을 허송세월 보내고 기말고사를 봤는데 이번에도 내가 그애를 이겨버렸어 성적이 안 나오면 내가 아빠한테 맞을테니까 일부러 백지로 낼 수는 없으니 제발 걔가 나보다 1문제만 더 맞기를 제발 평균이 1점이라도 높기를 얼마나 기도했는데 세상에 신은 없었다 그날 이후로 기독교였던 나는 철저히 무신론자가 되기로 했다 역시 아빠는 행복했다 엄마도 행복했고 부모가 행복하니 내동생도 좋아했지 그날 그집에서 나만 불행했어 그뒤의 전개가 상상이 가니? 그렇게 괴롭혔는데도 졌으니 애초에 자기보다 성적이 좋다고 친구들 동원해 왕따시키던 그 인성빻은 놈이 어떻게 나왔을까? 지역왕따라는 거 혹시 알아? 그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모조리 왕따에 동참하면 그렇게 돼 그때 나는 성희롱을 당했어 나랑 동갑인 애들한테 선생은 몰랐냐고? 선생이 알았으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아니 알았다 하더라도 모른척 했을지도 몰라 나 사실은 그때 담임이 누군지도 몰라 그런거에 신경쓸 겨를이 있었어야지 졸업식때 찍었던 사진은 있어서 그때 찍었던 사람 얼굴만 알고 있어
이름없음 2019/03/05 03:08:24 ID : K5e5cMjbdxw
스레주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지독하다 진짜...
이름없음 2019/03/05 03:20:24 ID : attdwsnRyE6
예전에 꽃보다 남자라고 드라마 한창 유행했던 적 있었잖아 거기서 금잔디가 왕따당하는 장면이 너무 폭력적이라고 욕먹었던 거 아는 사람 있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면서 쇼한다고 욕하는 동안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혼자 울었어 다들 남자주인공이 구해주길 기대하는 동안 나혼자 손을 벌벌 떨었어 그게 폭력적이라면 내가 당했던 건 뭐였을까... 그 3년동안 당했던 일때문에 나는 중학생이 될때까지 배뇨장애를 겪었어 하루는 왕따를 당하던 나를 끌고다니면서 놀아주는 시늉을 하던 여자애 둘이랑 같이 화장실에 갔었어 그때의 나는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라 그렇게 끌려다니며 얻어맞고 돈을 뺐겼어도 그렇게라도 나랑 다녀주는게 고마워서 개들이 하는 말은 뭐든지 들었어 그날 그애들이 빈칸으로 끌고 가더니 억지로 옷을 내리고 소변을 보게 했어 그애들이 보는 앞에서 그날 이후 난 한동안 배뇨장애를 겪어야만 했다 이렇게 될때까지 부모님은 모르고 계셨어 모르게 하려고 그렇게 노력했으니까 당연히 모르셨지 지금도 부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당시 우리집은 정말 가난했어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그나마도 다달이 내는 집세며 수도세를 내지못해서 끊기기 일쑤였고 허구헌날 빚쟁이들이 찾아와서 돈 내놓으라고 난리를 쳐서 동네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였어 그런데도 부모님이 일하러 나가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빚쟁이 중에 아는사람한테 빌어서 나랑 동생을 맡기고 가야만 했지 당연히 학원 같은 꿈꿀 형편도 못되었지만 그래도 남들 다하는거 하나는 시키고 싶다고 무리해서 피아노학원에 보내주셨어 그런 상황에서 부모님이 내가 왕따당한다는 걸 알게 된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 그래서 나는 졸업때까지만 버티자는 일념으로 참고 또 참았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결국 부모님이 사실을 아시게 되었다
이름없음 2019/03/05 03:38:08 ID : attdwsnRyE6
그래 세상에 신은 없다 신이라는 새끼가 존재한다면 내가 죽여버릴거야 그러니까 없었으면 좋겠어 사실을 알고 머리끝까지 열받은 부모님이 교장을 찾아가 뒤집어놓았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냥 그랬다라고만 들었거든 학교에서는 당연히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해 진짜 몰랐을 수도 있고 그냥 책임회피일수도 있고 이제와 어느쪽인지는 궁금하지 않아 자식이 당한 게 있으니 속에서 열불은 나는데 학교는 절대 그런 일 없다고 나오지 그렇다고 하소연할 구석이 있는것도 아니고... 화살은 나한테 돌아왔다 험악한 얼굴로 엄마가 내게 말했어 니가 등신같고 힘이 없으니까 그런꼴을 당하는거라고 니가 얼마나 등신같이 굴었으면 그런 일을 당하냐고...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그건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부모님 자신한테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거든 그날 나는 철이 들었다 그래도 그렇게 한바탕 했던 게 효과가 있긴 했던걸까 다음날 이후 괴롭힘의 수위가 확 줄어들었다 여전히 걸어가다보면 밀쳐지고 머리가 당겨졌지만 적어도 돈을 뺏기는 일이 없어졌고 애들이 적은 시간에는 마음놓고 화장실에 갈 수 있었으며 내 책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다만 그때부터 학교 내의 모든 선생들이 나를 주목했다 일부러 나한테 다가오거나 살갑게 굴지는 않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시선이 날 따라다녔다 누굴 감시하려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괴롭힘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나는 살 수 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다 싶어 교육청에 신고해서 장학사를 뜨게 했어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냥 그것만으로도 족했어 다만 그때부터는 오히려 어른들의 시선이 더 괴로웠어
이름없음 2019/03/05 03:47:53 ID : attdwsnRyE6
우리집 형편이 안 좋았기 때문에 우유값이나 급식비를 못 내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행정실에 불려가야만 했어 이미 여러번 왔었던데다 왕따사건이 터지기도 했던지라 모든 행정실 직원이 내 얼굴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찾아갈때마다 또 너냐 하는 얼굴로 한숨쉬던 것들도 기억해 그러면 난 행정실 한쪽에 있는 의자 구석탱이에 앉아있다가 직원이 나가보라고 하면 최대한 인기척 없이 나가는 게 일과에 추가됐지 그때쯤 되니까 눈물도 안 나더라 흔히 드라마 여주인공들이 하는 얼굴 안 찌푸리고 우는 법을 그때 터득했어 그렇게 초등학교 3년을 보냈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중학교에 올라가며 유일한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지만 날 왕따시키던 주동자 무리와도 헤어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처음 1년동안은 여전히 숨죽이고 살았어 누구도 나를 괴롭히지 않았지만 누구든 나를 괴롭힐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러다가 2학년이 되면서 두번째 친구가 생기고 세번째 친구가 생기고 나도 같이 다닐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게 생겼다
이름없음 2019/03/05 03:59:44 ID : attdwsnRyE6
생애 처음으로 급식을 먹기 싫단 이유로 담도 넘어보고, 점심시간에 학교 뒤뜰에 자리깔고 누워서 만화책 보면서 낄낄대기도 하고, 복도를 너무 뛰어다녀서 선생님한테 꾸중을 들으면서도 너무 행복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행복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았어 하지만 행복은 짧고 불행은 긴 법... 지역적으로 왕따를 당했다고 했었지? 그게 결국 알려지게 되었다 주동자였던 애들이 워낙 인기도 많고 발도 넓은 애들이라 사실 그때까지 아무도 몰랐던 게 더 이상한 일이기는 했지 아 끝이구나 생각했어 오랜만에 이불 속에 틀어박혀 운 날들이었어 같이 다니는 애들이 그 사실을 언제 알게 될까 항상 눈치를 살피고 혹시 기분상하게 할까봐 행동을 조심했어 만약에 초등학교때 날 끌고다녔던 그애들이 했던 것처럼 나오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지만 오히려 그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그건 해봤잖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슬슬 한 두명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절망적이지는 않았어 적어도 그애처럼 선동하거나 날 끌고 다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멀어질 뿐이었지 아마 고등학교 입시가 시작되다보니 차마 그런데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같아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참 다행한 일이었지 그리고 더 다행스러운 건, 그걸 알고도 남은 친구들이 있었어 몇 명 되지는 않지만 나랑 같이 왕따당하는 걸 감수해줬어 그덕분에 나는 연락이 끊긴 지금까지도 그 기억 하나로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었어
이름없음 2019/03/05 04:09:48 ID : attdwsnRyE6
언젠가 얼굴도 기억안나는 어떤 애가 날 가리키면서 왜 저런 왕따랑 같이 다니냐고 니네도 쟤처럼 왕따되고 싶냐고 비아냥댄 적이 있었어 그때 친구 중 하나가 그러더라고 나도 왕따라서 왕따끼리 친구하기로 했다고 하고 싶으면 어디 한번 해보라고... 그날 집에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난 그냥 나랑 같이 다녀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너무 고맙고 내가 민폐라고 생각했었거든 만약에 다시 한번 그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꼭 그앞에서 너무 고마웠다고 너한테는 별 거 아니었을테지만 그 별 것도 아닌 게 날 살려줬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 그리고 반드시 그 친구에게 생애 한번쯤은 꼭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출근하러 갈거야 그덕에 나는 지나갈때마다 왕따 지나간다고 모르는 애들한테 욕을 먹어도, 조 짤때 나혼자 남게 되는 일이 많아도, 가끔 뒤통수에 지우개나 작은 돌멩이가 날아와도 버틸 수 있었ㅇㅓ
이름없음 2019/03/05 04:21:32 ID : attdwsnRyE6
그렇게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배정이 또 갈려서 전부 헤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주동자였던 애들이랑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되고, 날 끌고다녔던 애들의 친구와 만나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수능이 다가오고 있었고 반에서 여전히 겉돌았지만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초등학교때 이후로 놔버렸던 공부를 다시 잡느라 항상 모르는 문제를 물어봤던 내 짝꿍이 내가 바로 뒤에서 나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야 쟤 그렇게 무시해도 되냐는 질문에 어 괜찮ㅇㅏ ㅈㅒ 어차피 왕따야 하고 낄낄거려도 그래도 괜찮았다 오히려 옆으로 샐 일이 없어져서 이악물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 남들 다 하는 영어 따라가려고 중1 교재부터 시작해서 내가 가고싶은 대학에도 갔어 그러는 동안 자잘한 괴롭힘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서 다시 또 괴롭히던 애들을 마주치게 됐어
이름없음 2019/03/05 04:59:44 ID : attdwsnRyE6
아... 그때의 심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정말... 너무너무 지겹고 4학년 이후로 안 찾던 신을 찾으면서 쟤들은 왜 저리 명이 길까 아니면 아예 운이 터져서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기라도 하지 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까 싶으면 꼭 마주치게 해서 괴롭게 하는걸까 만약 전생이라는 게 있다면 나는 나라를 대체 몇 개를 팔아먹었길래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걸까 괴롭힘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어 같은 곳에서 숨쉬기조차 싫었어 걔들이 죽든지 내가 죽든지 누구 하나 죽기전까지 계속 마주치는 운명같아서 정말 딱 죽고싶더라 그때 돈이 없다는 게 얼마나 서러운건지 정말 뼈저리게 알았어 가난하다는 건 단순히 먹고 싶은거 못 먹고 하고 싶은 거 못하는 게 아니야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 인간이 있는데도 심지어 그 인간이 날 보면서 안녕~ 하고 인사하면서 웃는데 돈이 없어서 도망갈 수도 없는거, 그게 가난이야... 그날 저녁에 소주 한 병 들고 옥상에 올라갔어 어디 옥상이었는지 모르겠어 사실 그날은 기억이 가물가물해 간만에 제정신이 아니었거든 아마 학교에 있는 건물 중 어느 건물의 옥상이었을거야 처량맞게 비까지 오더라 정말 최악이었지 하지만 술에 취한 채 돌아다니다 빗물에 미끄러져 앗 하는 사이에 사고가 나기에 좋은 날이었어 초등학교부터 시작했으니까 대략 9년간의 따돌림이었어 이제 그게 10년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몰랐지 중고등학교때야 입시가 중요했으니까 그게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지만 과연 대학교에서, 혹은 사회에서 또 마주쳤을때는 뭐가 방패막이가 되어줄 수 있을까 형편은 나아졌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힘이 없었고 나말고도 자식은 하나 남아있었어 도리어 내가 죽으면 보험금이라도 나올테니 도움이 될 것 같았지 선생도 아니고 동기나 선배가 내 편을 과연 들어줄까? 들어준다고 해도 그순간뿐이지 얼마나 나를 도와줄 수 있겠어 희망을 맛보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지옥같았어 내가 겪었던 게 지옥이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에 거길 다시 기어들어가야한다는 게 더 고통스러웠어 찰나였지만 나와 함께 해줬던 그때의 친구들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어 차라리 몰랐으면, 그랬으면 힘든 것도 모르고 그냥 살지 않았을까? 좀 괴로워도 그러려니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지금처럼 죽을까 말까 고민도 안하고 그냥 눈 감고 뛰어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죽는 게 아플까 아니면 계속 사는 게 아플까 어느쪽이 더 아플까? 그래도 죽을때 아픈건 순간이니까 곧 괜찮아지지 않을까? 그걸로 이 연쇄를 벗어날 수 있다면 잘된 일 아닐까? 근데 대체 난 뭘 잘못한걸까...
이름없음 2019/03/05 13:18:10 ID : attdwsnRyE6
기껏 썼는데 날아가버렸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객기를 부려서 올라갔지만 결국 뛰어내리지는 못했어 술기운이라도 빌려서 하고 싶었는데 막상 뛰어내리려고 끝에 선 순간 보이는 아래에 막 내 시체가 상상이 되고 그게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 진짜 구질구질하고 한심했어 소설이나 드라마에선 잘도 뛰어내리던데 그사람들은 주인공이고 난 그냥 그정도뿐이었던 거지 차라리 욕을 하든가 아니면 머리끄댕이라도 잡아보지 지레 겁먹고 도망가려는 내가 한심하고 근데 또 불쌍해서 쭈그려앉아서 한참 울었어 그리고 그다음날부터 중학교때로 돌아간 것 같더라 언제 소문낼지 몰라서 빌빌거리며 애들 눈치만 살피고 다녔어 너무 한심하게 구니까 동기들 중에 몇이 뒷담까는 걸 알아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중학교때는 운이 좋았지만 그런 일이 또 있을거란 보장이 없잖아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 친구들하고도 연락이 거의 끊어진 상태였고 그나마 연락하던 애들한테도 뭐라 하소연 할 수가 없었어 친구들은 잘 살고 있는데 나는 맨날 옛날 얘기에 매달려서 징징거리기만 하는게 너무 꼴사납잖아 그러다가 질려서 그마저도 끊겨버리면 그땐 정말 못 견딜거야 벌벌 떨면서 몇달이 지나고 며칠안에 소문이 퍼질거란 내 생각과 달리 그동안 아무일도 없었어 아마 대학생활 하느라 바빠서 그런건 신경쓸 겨를이 없었겠지 어쨌든 나한테는 잘된 일이었지 그렇게 무사히 2학년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19/03/05 13:35:18 ID : attdwsnRyE6
우리 과에서는 학교 축제때 주점 말고도 주제를 정해서 세미나를 해 3학년 이상은 학점관리, 취업준비에 바쁘니까 주로 새내기랑 2학년이 하는데 새내기가 뭘 알리가 없으니 2학년이 실질적으로 다하는 셈이지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해 모이는 날이면 항상 끝나고 뒷풀이를 했어 사실 말이 뒷풀이지 그냥 모여서 술 마시러 가는 자리야 새내기랑 선배가 친해지는 자리였고 꼭 그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는 참석하려고 했어 솔직히 술 마시는 거 좋아하지도 않고 그냥 한쪽에서 안주나 집어먹다가 오는거지만 그래도 좋았어 다같이 모여서 떠드는 자리에 앉아있으면 아무것도 안해도 왠지 나도 그 사이에 낀 것 같고 일원인 것 같아서 그 소속감이 좋았거든 자기들끼리만 아는 얘기를 하면서 놀리고 웃는 거 보는 게 좋았어 어쩌다 한번씩 나도 거기에 낄 수 있었거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 몇 번 참석하면서 연락하고 지내는 선배들도 생겼고 그중 한 명이랑 썸 비슷한 것도 타봤어 내가 눈새라 늦게 알아채는 바람에 잘 안됐지만 아무렴 어때 그래도 혼자는 아니잖아 세미나 당일도 똑같았어 끝나고 세미나를 보러왔던 한참 위의 기수인 선배들까지 다함께 뒷풀이를 가게 됐어 정말 정말 가고 싶었지만 그날 부모님도 행사 보려고 오셨던지라 그럴 수가 없었어 사실 그때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으셨거든 지금도 좋진 않지만 심장쪽에 병이 있고 공황장애도 있으셨어 그래서 고향에 가계셨었는데 그래도 자식이 대학 들어가서 하는 세미나 보겠다고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오셨거든 두분 다 대학 진학을 못하셨던 터라 아마 더 감회가 새로우셨을거야 나도 그걸 아니까 차마 뒷풀이 가고 싶다고는 못하겠더라고 다음날 아버지가 돌아가실 예정이라 그전에 가족끼리 단란하게 보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 근데 욕심을 부리지 말걸 그랬나봐 난 그날 뒷풀이에 갔었어야 했었어
이름없음 2019/03/05 14:06:49 ID : attdwsnRyE6
아무말없이 안갈수는 없으니까 평소에 알고 지내던 여자선배에게 부모님이 오셔서 뒷풀이를 못갈 것 같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사실 회장오빠한테 직접 말하고 싶었는데 찾아온 손님들이며 교수님들, 선배들한테 둘러싸여 정신없어보였어 그렇다고 나 가는거 그거 말하려고 따로 불러내는 건 너무 민폐같고 더 정신없을 것 같아서 선배한테 말을 전해달라고 했지 아는사람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덜 바빠보여서 그정도는 해도 될 것 같았어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어려웠거든 그 선배도 안 바쁜 건 아니라서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말은 했으니까 괜찮을 것 같았어 그럴 게 아니라 따로 문자를 했어야 했는데 워낙 사람도 많고 복잡해서 얼른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거기까지 미치지를 못했어 그리고 그것때문에 일이 터지게 된거야 세미나 이후엔 겨울방학이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 쉽지 않았어 아니 시기야 어찌됐든 '나'는 알기 쉽지 않았을거야 그날 그 자리에 있단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으니까 내가 일이 터진 걸 알게 된건 2학년이 되고 나서도 몇달이 더 지났을 시점이었어 세미나가 끝나고도 종종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 갈때마다 왠지 겉도는 느낌이 들기는 했어 원래도 자기들끼리만 아는 얘기를 하면서 떠들고는 했으니까 그냥 그때 뒷풀이가 정말 재미있었나보다 나도 갈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근데 가면 갈수록 연락이 점점 더 안 오는거야 난 그것도 전공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서 그런거려니 했어 무슨과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서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따라가는 것도 벅차기는 했거든 그러다가 나랑 같이 있던 애들이 수업있다면서 먼저 갔는데 알고보니 자기들끼리 모여서 야구장 놀러간걸 알게 됐을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건 알았지 그렇지만 대체 뭐가 잘못된건지 짐작도 못했어 기껏해야 예전에 따돌림당했던 일을 알게 됐나? 그정도밖에 추측할 수가 없었지 그러던 어느날이었어
이름없음 2019/03/05 14:51:15 ID : attdwsnRyE6
전 시간이 공강이라 그날은 좀 일찍 도착했어 선배들 몇명이랑 동기 몇명이 와있었고 인사했지만 받아주지 않았어 갈수록 이건 아닌 거 같아서 당할땐 당하더라도 이유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전에는 그냥 괴롭히면 괴롭히는대로 당하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 실행은 못했지만 죽으려고도 했었고 만약에 해결할 수 없다면 차라리 돈 벌겠다 하고 학교를 때려치자 내 나름대로는 굳게 다짐하고 왔어 그래서 그날 뒷풀이는 꼭 참석해야지 하고 마음먹었지 근데 이유라도 알고 싶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어 제일 뒤에 앉아있던 선배들이 나를 불렀어 그순간 공기가 쩡하고 얼어붙으면서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걸 느꼈지 갑작스런 일에 나도 놀랬고 잔뜩 긴장해서 선배들 앞에 섰어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나 긴장됐지 혹시 맞는 건 아닌가 겁도 좀 났어 그래도 보는 눈이 있는데 설마 때리겠냐만은 거기엔 다 서로 아는 사람들뿐이었고 자기들끼리 말맞추는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어 기껏해야 나랑 같이 안 다닐거라고 생각했지 이런식으로 불러낼 줄은 몰라서 그 잠깐동안 정말 별의별 상상을 다했던거 같아 불러낸 남자선배가 나한테 말하더라고 너 그때 세미나때 뒷풀이 가기 싫어서 다른애들이랑 짜고 아무말도 없이 튄 거 맞냐고 그러더라 사람이 너무 황당하면 진짜 눈앞이 새하얘지더라 이 사람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지? 애써 그때 일을 떠올리려 노력했고 아니라고 했어 그때 분명 회장오빠한테 말을 전해달라고 그 여자선배한테 말했었단 말야 입학 직후부터 아는 사이였고 착한 사람이라 당연히 전해줬으리라고 믿었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두 손을 꼭 쥐고 필사적으로 해명했어 아니라고 난 분명 그 선배한테 얘기했다고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느냐고 그러니까 그 남자선배가 그러더라고 니가 걔한테 그렇게 말했다는 증거가 있냐고 이번엔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증거고 자시고 남길 틈이 어딨어... 아니 애초에 이런 일이 있었을 줄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내가 그런건 없다고 얘기하면서 표정이 울 것 같았나봐 그 선배가 당황하니까 옆에서 다른 선배가 대신 얘기해줬어 실은 그날 뒷풀이에서 그걸로 뒷말이 나왔었다고 너 옛날에 왕따였다며 그뒤에 아무 얘기를 안하길래 직속은 물론이고 한참 위의 선배들한테까지 찍혔다는 얘기까지 덧붙였어 난 그저 아니라고 그 여자선배한테 물어보면 안다고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데 내가 이름 팔아서 대체 무슨 이득을 보겠냐고 최선을 다해서 얘기했어 그랬더니 자기들끼리 뭐라고 귓속말하더니 가보라고 하더라 돌아가면서 얼핏 들리는 말중에 따돌림 당하는 애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을 하더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었어 근데 거기서 도망가면 진짜 내가 그랬다고 시인하는 거 같아서 그럴 수도 없었어 그리고 집에 갈때까지 아무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았고 나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왕따 얘기를 꺼낸 게 누군지는 분명했지 아마 다시 만난 걔들 중 한 명이었을거야 아니면 전부 다였거나 입 다물어주는 건 솔직히 기대도 안했어 그렇지만 절친은 아니어도 나름대로는 그래도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었어 그 자리에 분명 그 사람들도 있었을거야 아니면 누군가한테 전해들었겠지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반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왜 아무도 나한테 거기에 대해서 귀띔조차 해주지 않았을까 내가 평소에 그렇게나 인간관계가 최악이었나? 아니면 인성 빻은 짓을 하고 다녔나? 그것도 아니면 너무 가난한 티를 내고 다녔을까? 그래서 꼴보기 싫었던 걸까 그래도 그렇게 피해다닐거면 차라리 트집을 잡아 싸움이라도 걸지 그랬어 그랬으면 변명이든 해명이든 말했을 거 아냐 대체 왜 나한테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걸까? 대체 내가 뭘 그렇게 거슬리게 했기에? 이제 죽고싶단 생각도 들지 않았어
이름없음 2019/03/05 15:43:15 ID : GpPeGsoY6Zf
쭉 읽었는데 너무 짠하다..ㅠㅠ 힘내 스레주..
이름없음 2019/03/05 18:44:47 ID : mtAmNtfSLe3
이 모든게 지 같잖은 열등감때문에 괴롭히던 그 소꿉친구 때문이라니 아니 소꿉친구라 부를 가치도 없는 쓰레기지만 어쩜 그렇게 사람이 지독하고 끔찍할까? 걔때문에 스레주는 10년이 훌쩍넘는 세월을 망쳤는데..진짜 죽을만큼 힘든세월들을 견디며 꿈을위해 노력해온 스레주가 너무 짠하고 멋있어..그자식만 없었다면 스레주는 분명 더 큰 인물이 되었을거야 마음같아선 내가 스레주 평생친구 하고싶어 솔직히 초등학교때 열등감으로 시작한 왕따가 대학까지 따라붙다니 대가리가 중학교때에서 업데이트도 못했고 치졸하고 악랄하다 그자식들도 사회생활 못하게 재기불능 시켜야해
이름없음 2019/03/05 20:32:30 ID : attdwsnRyE6
답글은 하던 얘기 마무리하고 마저 달게 기분 안좋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읽어줘서 고마워 말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이해못하는 건 아냐 친하게 지냈어도 결국 그들에겐 남의 문제고 그것도 민감한 문제고 끼어들기 껄끄러웠을거야 만약에 나도 직접 당한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이었더라도 그랬을 것 같아 무슨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남의 문제에 나서고 싶지 않았겠지 그렇지만 나는 학교고 뭐고 진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 단순히 배신감을 넘어서 삶에 회의감이 들었어 그때까지 내가 괴롭힘 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모든 인간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그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어 그동안 내가 살았던 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였어 나서주길 바란게 아니잖아 그냥 나한테만 슬쩍 얘기해줘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거잖아 무서워서 싸울 수는 없어도 도망칠 기회 정도는 줘도 되잖아 그애들이 한짓을 못본 척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도망치는 걸 못본 척 해줄 수도 있었잖아... 등록금이 아까워서 며칠동안 수업을 빼먹지도 못하고 꼬박꼬박 출석하면서도 정신은 딴데가있었어 무슨 정신으로 돌아다녔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어느때는 강의실이었다가 어느때는 버스안이었다가 그랬어 과 사람들도 꼴보기 싫어서 모임이고 뭐고 연락도 다 씹고 강의시작직전에 강의실 들어갔다가 끝나자마자 바람처럼 나왔어 집에 있는날엔 어지간하면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나가더라도 모자랑 마스크로 가리고 나갔어 혹시 누가 날 알아볼까봐 무서웠거든 더이상 어떤 사람과도 엮이고 싶지 않았어 그래 참 구질구질하고 멍청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겨우 그정도였어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회장오빠한테서 연락이왔어 기장(동기중에 반장같은거)이랑 같이 만나고 싶대 솔직히 회장오빠도 꼴보기 싫었어 그당시 워낙 정신없던 상황이라 잘못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냥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
이름없음 2019/03/05 20:54:18 ID : attdwsnRyE6
며칠동안 실랑이가 있었어 회장오빠와 기장이 끈질기게 전화와 문자를 했고 내 시간표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공강시간에 날 찾아왔어 그당시 무슨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다 누가 그랬던 건지 안다면 지목해줄 수 있느냐고 했어 그땐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나도 있는대로 고집을 부렸어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원하면 휴학이든 퇴학이든 할거고 당신들이 날 왕따든 병신이든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니 놔둬달라고 했어 두사람을 마주친 날은 항상 밤을 새웠어 누군가 날 위해 나서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야 그렇지만 그땐 이미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를 돕겠다고 나서는 그 마음조차도 너무 아프기만 했어 그냥 다 관두고 사라지고 싶었어 아마 그즈음이었을거야 중학교때 친구들 중 한명한테서 연락이 왔어 원래 건강이 안 좋았던 친구라 중학교까지만 한국에서 다니고 호주로 이민갔었거든 가끔 연락을 주고받기는 했어 거리도 거리이지만 그친구가 여행을 좋아해서 돈만 모이면 여행가는 애라 워낙 연락하는 게 어렵기도 했던 애였어 그런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 딱 그애한테서 연락이 왔던거야 별 얘기도 안했어 그냥 요즘엔 어디서 지내고 있고 저번엔 어디에 다녀왔다 거기 사람들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시답잖은 얘기였어 오랜만에 나도 아무 생각 안하고 아무말대잔치를 했어 돌이켜보면 맥락도 없이 진짜 성의없이 얘기하고 있는데 그애는 그걸 다 듣고 있었던거야 한 30분 좀 안되게 통화했을까? 그애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말했어 잘 지내? 밥은 먹었어? 그 아무것도 아닌 말에 난 또 등신같이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을 울기만 했어
잘버티고있어 2019/03/05 22:38:55 ID : 1A5fdTSIGpU
스레주 난정말스레주가 부러워 포기하지않고 열심히버틴거잖아 난 그렇게못해...아예포기를해버리지 그러니까 조금만더버티고 힘든일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줬으면좋겠어 스레주만괜찮다면 ㅈ여기서말고 연락하고싶다
이름없음 2019/03/06 00:33:47 ID : attdwsnRyE6
참 이상한 일이지 아무 말도 안하고 등신같이 울기만 했는데 그거 하나로 숨은 쉴 수 있을 것 같더라 마치 뿌연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 힘이 빠져서 가라앉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호흡기를 달아준 것 같은 느낌이었어 울고 나서 되게 민망했는데 막상 상대편이 아무렇지 않으니까 그게 또 슬금슬금 넘어가는 거 있지 희한한 일이었어 이 친구도 내 보답리스트에 있어 꼭꼭 갚을거야 그러고나서 기장한테서 문자가 왔어 니가 정 원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물어보지 않겠다 대신 그냥 점 하나만 찍어도 좋으니까 꼭 답장해달라고 했어 그걸 보고 마음이 풀렸어 탓을 할때는 하더라도 만나서 알고도 방관했던 건지 그거 하나만 알고 탓하자 그렇게 다짐했어 그래서 약속을 잡기는 했는데 솔직히 겁도 나서(겁쟁이라 미안..) 동생한테 몇시에 우리학교로 나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해놓고 나갔어 세 명이 모여서 얘기를 하게 됐는데... 막상 말을 해보니 둘이 알고 있는 게 전혀 없었어 일전에 뒷풀이사건 추궁했었던 선배들 있잖아 그때 나한테 말걸었던 선배 두 명이 아무래도 찜찜했었나봐 그래서 회장오빠한테 찔러봤던 거 같아 근데 일을 벌인 애들이 웃긴 게 회장이나 실세? 였던 총무언니쪽에는 얘기가 안 들어가게 했더라 둘 다 그런 일을 두고 못 보는 성격이거든 특히 무섭기로 소문난 총무언니나 그 언니랑 친한 여자선배들은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어 그걸 알고 나니까 이상하게 웃음이 계속 나더라고 여전히 무서웠지만 왠지 모르게 그냥 웃겼어 좀 회장오빠랑 기장은 누가 이렇게 한건지 알고 싶어했지만 난 그냥 모른다고 했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임져줄 수도 없으니까 그냥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신 없게만 해달라 하고 말았지
이름없음 2019/03/06 00:53:38 ID : attdwsnRyE6
그뒤에 어떻게 되었냐면...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게 됐어 난 결국 그 모임을 관뒀어 어떻게 되던간에 어차피 더 마주치기 불편할테니 서로 잘된 일이었지 회장오빠랑 기장이 앞으로 애들이 뭐라 하는 일 없을거라고 알려줬고 확실히 내가 지나갈때마다 수군거린다거나 시선이 느껴지는 일은 거의 없게 됐어 총무언니랑 그언니랑 친한 여자선배들이 어느날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는 우리 뫄뫄 괴롭히지 말라고 막 편들고 며칠동안 데리고 다녔던 건 좀 당황스러웠어 선배로서 몰랐던 것에 대한 나름의 사과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역시 무섭지만 좋은 사람이야 정작 그 일을 벌인 당사자들에게서는 사과 한번 못 받았지만... 내가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여자선배는 본인이 건망증이 심해서 잊어버린 것 같다고 했대 나한테 커피 기프티콘을 보냈길래 나랑 통화해줬던 친구한테 먹으라고 줬어 그리고 아마 내 얘기를 퍼뜨렸을 그애들중에 한 명이랑 우연히 마주칠 일이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꼽다는 듯 날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스쳐가면서 들으라는 듯이 얘기하더라고 벌써 그게 몇년 전 일인데 그까짓 장난 좀 친거 가지고 유난떤다고... 그래 꽤 오래전 일이지 걔네들한테는 별 것도 아닌 일이었고 근데 그게 나한테는 어제처럼 생생한 일이었고 내 인생의 절반을 앓아야만 했던 일이기도 했어 그덕분에 새벽에 열이 뻗쳐서 여기까지 글도 쓰러 오게 만들었기도 하고 말야
이름없음 2019/03/06 01:28:14 ID : attdwsnRyE6
나는 아직도 왕따야 몇몇 선배들이 편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곧 졸업준비로 바빠질거라 일시적인 것에 불과해 동기들하고는 거의 연락하지 않고 과 내에서 아는 사람도 없어서 내가 알아서 해야만 해 혼자 밥먹고 혼자 수업 들으러 가는 게 익숙하고 가입한 동아리도 없어 여전히 날 싫어하는 사람은 많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아 노력하는 중인데 아직도 조금만 불안해지면 손톱을 물어뜯거나 몸을 긁고는 해 그날밤은 잠들기 전까지 내내 뒤척이지 지금은 누구도 날 괴롭히지 않지만 언제든 누구든 날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해 아직도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가끔 지하철에 치이는 상상도 해 그치만 날 도와줬던 친구들한테 보답은 하고 죽어야지 생각하면서 아직은 잘 참고 있어 다만 요즘 고민인건 이런 일들을 겪은 나같은 사람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게 좀 무서워 지금까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익명이라고 해서 넋두리하러 온건데 이렇게 반응해줄줄은 몰랐어 다들 정말 고맙다
이름없음 2019/03/06 01:39:53 ID : attdwsnRyE6
지금까지 읽어주고 댓글 달아준거 정말 고마워 어디든지 털어놓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사실 너희가 없었더라면 끝까지 적지 못했을거야 덕분에 적으면서 내 감정도 조금은 정리할 수 있게 된 거 같아 넷상이고 익명이라 내가 보답을 해주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자존감이 낮아질때, 너희는 나같은 사람에게 위안을 준 좋은 사람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어 잘자
이름없음 2019/03/06 01:41:59 ID : tdu2k2q7y7y
글뿐인 스레딕이지만 스레주하고 친구하고 싶다 진국이야
이름없음 2019/03/06 02:47:37 ID : yGtz9ikq0oH
진짜 마음아프고 스레주 너무 안쓰러워서 읽는 내내 눈물이 줄줄 나네 개미친년들 사람 인생 조져놓고 장난? 누가 칼로 존나 쑤셔놓고 장난이라하면 용서되겠네 그딴 논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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