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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64ZfUZcnwr 2019/03/09 19:40:16 ID : JTTU6palbhc
(그냥 단편쓰는 스레야! 가끔씩 생각날때마다 쓸것같아. 피드백 환영!) 1. 「글씨」 내가 너의 마음에 '좋아해' 라고 적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너가 어느순간 내 마음에 써넣었던것처럼 말이야. 오늘도 난 지워지지않는 너의 글씨를 지우개로 문질렀다. ****
◆u64ZfUZcnwr 2019/03/09 19:48:37 ID : JTTU6palbhc
죽었던 날에 즐거웠으면 죽은 후에도 즐겁대. 그럼 죽었던 날에 널 사랑했으면 죽은 후에도 널 사랑하는걸까. 넌 어떻게 생각해? 전하지 못할 질문을 던졌다. 새하얀 입김이 내 입밖을 빠져나갔다. 저 입김속엔 내 사랑이 담겨있을거야. 더이상 몸에 담을수도 없을만큼 꽉 차버렸으니까. 내 입김 하나, 말 하나, 몸짓 하나. 내 모든것엔 아픈 사랑이 담겨있다. 너에게 그것들을 보여줘봤자 너에겐 닿지 않는다. 별들이 보이지않았기에, 베란다에서 나왔다. 몸에 힘을 빼며 침대위로 쓰러졌다. 천장에있는 야광별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자취용품을 함께 사러갔을때 너가 몰래 집어넣는것을 보았지만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제일먼저 한것은 스티커를 빨리 붙이자며 웃는것이였다.
◆u64ZfUZcnwr 2019/03/09 19:55:38 ID : JTTU6palbhc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네 얼굴이 좋았다. 한참을 바라보다 대답해주듯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도 좋았다. 너는 별을 좋아하니까 침대가 있는 천장쪽에 붙이자. 목소리가 방안을 맴돌았다. "별을 보면서 잠들면 분명히 좋은 꿈을 꿀거야!" 너는 침대에 앉아 별을 붙이는 나에게 말했다. 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 간질거렸다. 너는 물건을 정리하는것을 도와주는것이 끝나자 네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네 온기가 희미해져갔다. 벌써부터 너가 그리워져버렸어. 너와 기억도 나지않는 오래전부터 함께했더니 어리광을 부리는것도 닮아가는걸까. 그렇다면 너도 나를 닮아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아니, 차라리 내가 너가 되어 날 사랑해볼까.
◆u64ZfUZcnwr 2019/03/09 20:03:52 ID : JTTU6palbhc
네 글씨는 몽돌같았다. 자그만한 몽돌처럼 반짝이다가도 내 위로 후두둑- 떨어지며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뾰족한 가시에 찔리는것보다, 돌에 맞는것이 더 아팠다. 네가 만든 멍이 쉽게 사라지지않는다. 온몸이 멍으로 물들어도, 날 상처주는 네가 싫다고 생각해도, 난 너의 글씨를 소중히 끌어안았다. 너가 내 마음에 써넣었던 그 글씨가 날 비웃고 있었다. 이 글씨를 지울수있는건 너뿐이다. 하지만 너는 글씨의 존재조차 모른다. 그러니 나는 조용히 닳아버린 지우개를 들었다. 네 글씨위로 지우개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이 글씨를 써달라고 했을지 모른다고. 네 손을 붙잡고 스스로 써내린것일지도 모른다고. 고통스러워하며 지우고 또 지웠다. 지우개 가루가 흩날렸다. 글씨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더 진해진것같은 글씨를 읽었다. "좋아해." 나도 네 마음에 글씨 새겨넣을수있으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난 망설임 없이 글씨 하나를 새겨넣으리라. "널 좋아하지않아." 날 좋아하지 말아줘. 난 네 좋아함이 나의 좋아함과 다를것을 안다. 자그만해진 지우개가 손에서 떨어졌다. 몽돌같은 네 글자위로 내 눈물이 떨어졌다. 내 눈물에도 번지지않아. 지울수있는건 너뿐인데. 너는 어디있을까. 빨리 날 찾아와줘. 난 겁쟁이니까. 내가 찾으러갈수없어.
◆u64ZfUZcnwr 2019/03/09 20:55:49 ID : JTTU6palbhc
2. 「몽돌」 너는 언젠가 나에게 말했다. 네 글씨는 몽돌과 같아서, 동글동글하니 귀엽다고. 너랑 정말로 잘어울리는 글씨체라고. 난 그때부터 내 글씨체를 좋아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도. ****
◆u64ZfUZcnwr 2019/03/09 21:06:29 ID : JTTU6palbhc
넌 레이스같았다. 어려가지 복잡한 문양이 일정한 모양으로 어우러진, 그 새하얀 모습이 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딜가나 어른스럽고 고고해보였다. 내 어른스러움을 너가 다가져가버린걸까. 그때와 다름없이 난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네 글씨와 내 글씨를 번갈아 보았다. 몽돌같아. 잔잔하게 울려퍼지던 목소리가 선명했다. 사람은 무언가를 잊을때 목소리부터 잊어버린대. 그럼 난 아직도 네 목소리를 기억하니 그 기억을 영원히 잊어버리진 않겠구나. 네 글씨가 적혀진 종이를 내려놓았다. 몽돌이라, 내 글씨는 반짝거리는 몽돌일까 구멍이 뻥뻥 뚤린 몽돌일까. 분명 후자일거야. 한숨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책상에 걸터앉았다. 아, 너가 자기 책상 위에 앉지말라고 했는데. 그치만 날 두고간 너가 나쁜걸. 심술 좀 부릴게. 인상을 찡그릴 너가 떠올라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u64ZfUZcnwr 2019/03/10 10:12:18 ID : JTTU6palbhc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나무에 가려져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교실 안에 노란 빛이 슬며시 자리잡으려하니 곧 노을이 질 시간이려나.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노을이 지면 어두워지겠지. 어두워지면 집에 가는 길이 무서웠다. 항상 너와 같이 집으로 향했지만, 같은 아파트에 살지않았으니 나는 중간부터 혼자 걸어가야했다. 가로등이 길을 밝혀보았자 무서움이 없어지지않았다. 그럴때마다 난 주머니에 있는 몽돌을 꼭 쥐며 걸어갔다. 4년전에 바다로 놀러갔을때 네가 나에게 건넸던 돌은 구슬처럼 동글거리고 반짝거렸다. 네 글씨같아. 너는 그렇게 말했다. 몽돌에서 시선을 때고 너를 바라보았다. "네 글씨는 동글동글해서 귀엽잖아." 그래서 너랑 잘어울려. 네 말에 몽돌을 꽉 쥐며 너같지않은 소리를 한다며 웃었다.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그건 햇빛이 강해서라며 파라솔 쪽으로 걸어갔다. 네가 쥐어준 몽돌을 가방에 넣었다. 난 아직도 너가 왜 그런말을 했는지 모른다. 가끔씩 너는 의미를 모를 말을 했다. 그게 어른스러운걸까. 어른스럽지 않은 나는 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영원히 이해하지 못한 너의 말을 그대로 껴안고 가야만하는걸까.
◆u64ZfUZcnwr 2019/03/10 13:09:36 ID : JTTU6palbhc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말을 두고 내가 심각하게 고민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수없었다. 한번 내 손에 들어온 그 몽돌은 내손을 벗어나지않았다. 나도 그 몽돌을 던져버릴 생각따윈 없었다. 만일 다시 태어나 너를 사랑하게 된다해도 원래의 너만큼은 사랑하지 못할거야. 네가 나에게 다시 몽돌을 건네준다한들 난 그때처럼 기쁘진 못할거야. 처음이란게 그런거니까. "내가 책상위에 앉지말라고 했지." 반가운 네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았다. 너가 보고 싶어했던 책은 찾았어? 너에게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너는 빨리 가자며 재촉하는것같았다. 좀 있으면 노을 질것같아. 조용히 중얼거렸다. 너는 소리없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너를 따라 교실 문을 닫고 복도로 나갔다.
◆u64ZfUZcnwr 2019/03/10 13:15:46 ID : JTTU6palbhc
3. 「노을」 너는 내 마음에 글씨를 썼어. 그 글씨가 지워지지않아. 붉은 노을 밑에서 너에게 말했다. 그때 내 표정이 어땠는지 난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건 너의 놀란 얼굴과 바람이 스쳐지나간 소리. 그리고 내가 미쳤다는 것일까. ****
◆u64ZfUZcnwr 2019/03/11 22:44:00 ID : JTTU6palbhc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내던졌다. 너의 얼굴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그 눈에 서렸던 놀라움을, 입에 머물렸던 당혹감을, 몸짓에 감추어져있던 혼란스러움을. 모두 떠올렸다. 조금의 진동도 허락하지않는 휴대폰이 야속하기만했다. 아니, 야속한건 생각없었던 그날의 나인가. 너가 왜 그렇게 당황했는지 알것같았다.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니. 그것도 유치원때부터 알았던 친구가? 말도 안돼는 소리다. 근데 넌 그걸 하고 있잖아. 이런 멍청한 자식같으니. 네 목소리가 몸속에서 울렸다. 아마 네 글씨가 소리친거일것이다. 너랑 닮아서 성격도 거칠구나.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너와 난 정말 친했었다. 처음만난 그 이후로 항상 같이 다녔고 많은것을 공유했다. 서로의 취향, 습관, 사소한 말투 하나하나 읊을수있었다. 그런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사랑한다고 말하다니. 이상한것이였다. 항상 입던 운동화의 신발끈의 색이 달라진것처럼. 소매끝이 물감에 물든것처럼. 필통의 지퍼 손잡이의 모양이 변한것처럼. 일상속에 스며든 작은것들이 아주 조금 변한것과 같았다. 그 작은것들은 신경쓸것도 아니고, 큰 불편함은 없다. 그렇지만 눈길이 자꾸만 가서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 거슬림은 실수를 만들어내고 실수는 충동을 만들어낸다. 그 충동이 내 귀에 속삭였던걸까.
◆u64ZfUZcnwr 2019/03/13 22:55:47 ID : JTTU6palbhc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눈에 들어오는건 휴대폰이였다. 여전히 울리지 않고 있었다. 그 흔한 스팸조차 오지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울리던 알람음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않았다. 이러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걸 잊고 끝내 너마저 잊을까 두려웠다. 그것은 분명 어리석은 행동을 한 자에게 내리는 가혹한 형벌일것이다. 사실 가장 가혹한 형벌은 따로 있었지만, 나라면 그 고통마저 너이기에 황홀해할것이다.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 새겨진 가장 큰 별은 속삭였다. 이것이 진정 너가 바라는것이냐고. 아니. 아니야. 그 옆의 작은 별이 속삭였다. 그러니 아주 약간의 기다림은 그 끝에 선 자그만 가시일거라고. 초승달이 속삭였다. 고개를 돌려 네가 멋대로 책상위에 붙었던 스티커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속에서 웃고 있는 너가 속삭였다. 틀린 답을 고치려면 지금까지 쓴 모든것을 지워야만해. 난 그 답을 고칠수없었다. 이제 나에겐 닳아빠진 지우개 하나 들 힘이 없었다. 그 위에 볼펜으로 찍찍 그을 용기조차도 없었다. 그렇기에 난 너가 가져올 답지를 기다리고 있다.
◆u64ZfUZcnwr 2019/03/14 21:42:08 ID : JTTU6palbhc
**** 메세지 알람음이 울리자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이 숨기 시작했다. 테이블밑으로, 책장 틈으로, 자신에게 꼭 맞는 곳을 찾아갔다. 내일 학교 끝나고 봐. 그 글자들을 눈에 새겨넣었다. 네가 알려줄 답안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졌다.
◆u64ZfUZcnwr 2019/03/14 21:43:02 ID : JTTU6palbhc
4. 「가설과 편지」 한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너가 나를 좋아한다는 가설. 그러나 이내 말라비틀어진 꽃잎마냥 가루가 되어 바람결에 날아갔다. 그 가설은 완벽한 모순덩어리였다. 나만 너를 좋아한다. 이것이 모순한점없는 가설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생각했었다. ****
◆u64ZfUZcnwr 2019/06/14 23:00:54 ID : JTTU6palbhc
아 이런 글도 썼었구나....3달전 스레이긴 하지만 한번 끝까지 써봐야겠네. 스레 제목은 단편 쓰기지만 사실 저거 다 이어지는 내용이였어.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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