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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17:46:53 ID : 784Mo0nzWnX
일기의 주인공이자 대상은 바로 나. 짧은 일기를 지향하고 있지만 쓸 데 없이 길어짐. 일기를 쓰는 이유는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서. 20대 중반, 초봄에 시작.
3월 13일 2019/03/13 07:54:27 ID : 784Mo0nzWnX
출근 전 아침. 오늘도 나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 취직하기 전만 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돈을 벌게 되면 100만원은 저축하고, 40만원은 생활비에, 30만원은 월세에, 나머지는 부모님 용돈과 취미에... 그렇게 계획을 세워둔지도 몇 주일 전이었다. 나는 사회 초년생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어떠한가.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불안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이 변한 것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나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한다. 나는 여전히 학생의 마음이고, '일'을 해야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내 나는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선택에 마음이 끌린다. 일을 관두고 싶다. 고. 하지만 일을 마음 놓고 싫어하기에는 또 문제가 있다.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자리에 오고 싶어할텐데, 내가 하기 싫다고 관둬버리고 싶어 해도 되는 걸까. 사실 다른 사람 걱정보다는 사실 '나'에 대한 걱정이다. 갑자기 관둔다면 주위의 시선은 어떨지, 당장의 생계는 어떻게 해야할지... 남겨진 사람들이 나를 엄청 욕하겠지, 같은 종류의 고민들이다. 딱딱하게 굳어진 타인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기분은 최악이 된다. 그런 사람이었다. 남 눈치를 보고, 남의 기분을 신경쓰는 사람이었다. 정작 자신의 기분은 그 우선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았다.
3월 13일 2019/03/13 07:59:18 ID : 784Mo0nzWnX
블라인드에 가려져서, (창문 밖에 바로 건물이 들어서 있어서, 블라인드를 거두면 바로 내 사생활이 다 보이게 되어 있다.) 오늘의 하늘 색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습하고 싸늘한 공기로 봐서는 비가 곧 올 것 같은 회색빛 하늘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보았다. 나는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나도 알지 못했다. 그저 도망치고 싶은 아침. 결국 오늘도 직장으로 향한다.
3월 13일 2019/03/13 09:19:00 ID : ZfQoHBdO7e4
역시 도망치고 싶다. 눈두덩이가 아팠다. 가슴 한 쪽에 추라도 단 것처럼 묵직하다. 나는 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무엇이 나를 그리도 아프게 만드는 걸까. 목도 아파왔다. 글을 쓸 때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질 만큼 괴로웠다. 아픔 속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 외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3월 13일 2019/03/13 16:20:35 ID : 784Mo0nzWnX
하루 종일 눈물을 흘렸다. 오열하기도 했고, 가슴을 도려낼 듯한 슬픔에 잠겨서 울었다. 뭔가를 하려고 해도 눈물이 울컥울컥 차 올라와서, 뭔가를 할 수가 없었다. 이상한 병이라도 걸렸나보다. 감정은 그리도 폭발적이었지만, 이성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감정은 나에게 나를 알아달라 말했고, 오늘 하루 종일 나는 나 자신을 달래기 위해 행동했다. 힘든 티를 냈고, 아프다고 조퇴를 써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내가 나를 달래는 동안, 이성은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든 감정이 가라앉고 나서 든 생각은, 강해져야 겠다는 당연한 결론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지만, 그 당연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참 힘겹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감정은 이성을 가리니까.
3월 13일 2019/03/13 16:27:52 ID : 784Mo0nzWnX
나는 내 나름대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나 자신을 갉아 먹는 행위였다. 아무런 이득도 없고, 고통만이 존재하는 행위였다. 바로 그건 '참는다' 라는 것. 내 인생의 행동원리 중의 가장 1순위는 '참는 것'이었다. 나는 인내가 미덕이라 생각해왔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하기 싫은 일이 분명 있었지만 참고 버텨내면 상을 받는다. 중학생 때도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했다. 참지 않았던 적은 있지만, 그 결과 후회할 일이 뒤따랐었다. 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였고, 대학생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랬다. 아마 이대로라면 난 죽을 때까지 참고만 지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게 옳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믿어 왔으니까. 하지만 틀렸다. 나는 틀렸다.
3월 13일 2019/03/13 16:30:20 ID : 784Mo0nzWnX
내가 강해지는 방법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무조건 참을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요령을 가지고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실패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워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순간에 한 사람의 삶의 패턴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의 결심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다시 좌절하게 될 때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마음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된다. 실패해도 된다. 실패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인생이다... 라고.
3월 13일 2019/03/13 16:34:58 ID : 784Mo0nzWnX
그래. 실패하자. 오늘 하루는 완전히 실패했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실패했으니 아주 잘했다고.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냈으니까, 오늘은 실패하더라도 내일은 성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말해준다.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지만,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 북받친다. 안도. 또는 희망이다. 나는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힘들더라도 시도는 해보려 한다. 노력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실패하려고 한다. 실패하면 뭐 어떤가, 하는 마음으로 해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흐를 것이고 나는 지금보다 성장하지 않겠는가. 반성이 없으면 성장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반성이 꼭 자기 자신을 고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는가. 나는 나 자신을 고문하는 습관이 있다. 관둬버리기로 했다. 삶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포기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3월 13일 2019/03/13 16:38:18 ID : 784Mo0nzWnX
잔뜩 울고나니 다시 배가 고프다. 몸에 힘은 없지만 맛있는 것을 먹어야겠다. 그리고 오늘 남은 시간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죽고 싶더라도, 맛있는 건 먹고 싶다. 이것과 비슷한 책 제목을 스쳐지나가듯 본 것 같았다. 언젠가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3월 13일 2019/03/13 17:31:11 ID : 784Mo0nzWnX
내일은 7시에 출근해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 시켜서가 아닌 자의로. 야근 때문에 늦게 퇴근할 바에야 일찍 와서 빨리 하고 일찍 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아주 평범한 발상의 전환. 물론 매일매일 7시에 출근했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노력하겠다고 결심한 마음이.) 할 일이 없을 때는 느긋하게 출근할까 싶다. 대신 퇴근 시간은 칼같이 맞추기로 했다. 나 자신에게 하는 약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부터 퇴근 후에 할 일이 있으니까. 그건 바로 창작을 하는 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매일 창작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했다. 기분 전환 겸이기도 하고, 줄곧 하고 싶었던 일이었으니까. 힘겨울 수록 꿈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3월 14일 2019/03/14 19:41:26 ID : i2ldzU5gklf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퇴근은 빨리 했지만, 어딘가 다녀올 곳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 근처의 풍경을 둘러보며 여유를 즐겨본다. 춥고 귀찮으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현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지금 이렇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좋지도 싫지도 않다. 그냥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낸다.
3월 19일 2019/03/19 07:53:24 ID : 784Mo0nzWnX
5일이라는 시간의 공백을 두고 다시 일기판을 찾았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 본다면, 짧은 시간 내에 내 인생이 뒤흔들릴만한 경험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나 자신의 모순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거짓으로 가득 차 있던 내 인생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내가 타인의 기분과 기호에 맞추어 나를 꾸며내고, 진짜 나에 대해 알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게 옳다고 여겼던 것과,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것은 엄청난 간극이 있었다. 이제라도 나 자신을 되찾고, 살고 싶은대로 살자고 결심했다. 사실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나 자신일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사는 사람이나,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사는 사람이나 나 자신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똑같다. 행동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3월 19일 2019/03/19 08:02:21 ID : 784Mo0nzWnX
그리고 둘째로 내가 나에 대해서 알아낸 것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 나의 하루는 두 개의 시간으로 쪼개지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시간. 그것을 맘에 들어하지 않게 되는 순간, 현상유지를 바라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를 바꿀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오히려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시간이 끔찍하게 다가오게 되는 경험만을 하고 말았다.
3월 19일 2019/03/19 08:11:01 ID : 784Mo0nzWnX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예전의 나라면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려 했을 것이다. 이제 질문을 조금 바꿔보았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나라면 어떤 행동을 할까. 꾸역꾸역 참아냈을 것이다. 혹은 포기해버렸을 것이다. 내 행동은 이 두 가지 선택지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3월 19일 2019/03/19 08:31:20 ID : ZfQoHBdO7e4
사실 지금까지의 나는 꾸역꾸역 참아내는 것을 선택해 왔다. 중학생때부터,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억지로 무언가를 참고 해내는 것 외에 잘 하는게 없었다고 할 정도로 그러했다. 그만큼 포기도 쉽게 선택하곤 했다. 참아내는 것에 두려움이 생긴 것도 그때부터였을까. 사람은 어느 정도 무언가를 참고 감내해야할 필요가 있지만, 나는 '참아낸다'라는 것에 과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오도가도 못하고 아무 것도 할 의욕이 들지 않고,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인 순간이 오게 된다.
3월 19일 2019/03/19 08:33:30 ID : ZfQoHBdO7e4
지금 내가 직장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과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그때문일 것이다. 도망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것 또한. 상태를 이해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나의 상태를 알아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테니까. 어제 정신과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라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내가 모르는 내 상태를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면죄부를 얻고 싶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라, 나는 내가 힘든 것을 여전히 내 탓으로 돌리며, 내가 휴식을 취하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포감을 줄이고자 했던 것이다. 나는 아프니까 좀 쉬어도 돼, 하고 말이다. 오늘은 병원에 가 보아야겠다. 병원에 가기까지 조금만 버티자. 숨을 크게 쉬고, 지금의 나는 뭘 해도 괴로운 상태니까 일을 무리해서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해야 할 최소한의 일만 하자.
3월 19일 2019/03/19 08:50:28 ID : ZfQoHBdO7e4
참아내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아닌 쉬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 그게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리라 생각한다. 퇴근 시간까지 버텨내자. 설령 이곳이 생지옥이더라도, 언젠가 끝은 나게 되어 있으니까.
3월 19일 2019/03/19 21:29:22 ID : 784Mo0nzWnX
퇴근. 그리고 또 다시 우울함이 시작된다. 사람은 왜 밤이 되면 우울이 도지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본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 내 우울이 도지는 것일터다. 고민을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내 일상을 둘러 싼 모든 것이 고민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고 있다.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말라는 누군가의 조언이 떠오르지만, 고민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내 정신을 침범해 오는 것 같다. 내 정신은 마치 흙탕물이 묻은 천쪼가리같다. 또는 얽힌 실타래 같다. 흙탕물을 닦아내려 할수록 오히려 더러워지는 하얀 천. 그리고 풀어내려 할수록 더 엉켜가기만 하는 실타래.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그대로 둘 수 조차 없다.
3월 19일 2019/03/19 22:37:03 ID : 784Mo0nzWnX
이럴때면 쉽게 생각하자. 정신과를 다니고 최대한 휴식을 취하면서 현재의 일을 지속해 나간다. 도저히 못해먹겠을 때는 휴직을 하겠다고 한다. 휴직을 허락하지 않으면 사표를 내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좀 버틸만 해지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창작을 한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돈 문제도, 직장 문제도, 대인관계 문제도.
3월 20일 2019/03/20 09:45:17 ID : 784Mo0nzWnX
아침에 견디지 못하고 정신과엘 갔다. 4일치의 약을 처방해줬지만, 의사 선생님이 해주시는 말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섣불리 결정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말들이나, 다른 사람들이랑 잘 지내보라는 말들이나... 누구나 나에게 했던 말들이었다. 내가 바랐던 건 무엇이었을까. 내가 듣고 싶은 말만을 듣고 싶었던 걸까. 말 몇마디로 오랜 응어리가 풀리는 기적을 기대했던 걸까. 의사 선생님이 내 인생을 바꿔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왜 했던걸까.
3월 21일 2019/03/21 10:02:51 ID : 784Mo0nzWnX
나는 어쩌면, 다른 사람의 인생의 무게를 지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내가 해내지 못하면 누군가가 피해를 입어야만 하고, 내가 실수하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나의 일을 대신해야하는 상황이 싫었다보다. 나는 물론 다른 사람의 고통을 배려할 정도로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결국 나에게 돌아 올 고통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고통을 주면 고통이 돌아온다. 그런 법칙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생각이 마음 깊숙한 곳에 단단히 박혀 있는지도 모른다.
3월 21일 2019/03/21 10:06:49 ID : 784Mo0nzWnX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이타적으로 보이도록' 행동하고 싶어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이미지를 위한 것이며, 나에게 보복이 돌아오지 않도록 보험을 걸어두는 것이며, 나의 이득을 위한 것이다. 그래, 나는 사실 철저히 이기적인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순수한 마음으로 돕고 싶어하는 의지. 옳은 일을 옳기 때문에 행할 수 있는 의지. 칸트가 이야기 했던 선의지... 라는 것이 나에게 아예 없지 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지친 지금은 나 자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3월 21일 2019/03/21 10:12:27 ID : 784Mo0nzWnX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나 하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내가 없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겠느냐 하면, 절대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 사실이 절망감을 줄 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짐을 전부 덜어버린듯 후련하기만 하다. 내가 없어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니까. 타인을 위해,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지도 않는 되도 않는 이야기를 나는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어차피 지구의 인간들 중 70억분의 1의 조각일 뿐이다. 생물 중에서 본다면 분모는 더더욱 커질 것이고, 무생물 중에서 본다면, 더 나아가 우주 안에서 나 자신을 본다면, 나는 티끌만도 못한 존재다. 티끌은 티끌처럼 살아가면 되는 것 뿐이다. 나는 대단하지 않다. 그렇기에 난 행복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짐을 떠안고 살아가면 불행하겠지만, 그런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게 된다면 내 어깨 위는 어느새 조금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3월 21일 2019/03/21 10:17:40 ID : 784Mo0nzWnX
욕심을 가지는 것도 경계하게 된다. 내가 다른 짐을 떠안지 않는 대신 타인에게 짐을 지우는 것도 최대한 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는 현재 직장에 짐을 지우는 중이니까. 물론 그것도 내일이면 정리가 될 것이다. 직장에 더 이상의 짐을 지우지 말자. 그리고 나 한 몸만 잘 건사하며 살아가보자. 실직자로서의 삶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늘을 떠받치는 아틀라스보다는, 나는 길거리의 작은 풀 한포기로 사는게 낫다.
3월 21일 2019/03/21 11:47:08 ID : 784Mo0nzWnX
프리터로 사는 것은 어떨까. 어떤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해보면서 어떤 일이 재미있는지 찾아보는 거다. 안 맞는 것 같으면 관두고, 맞는 것 같으면 계속 하고. 그런 식으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내 선택을 누가 비난할 권리가 있을까. 아무도 나에겐 신경 쓰지 않는다. 다들 자신의 인생 살기에도 바쁜 사람들이니까. 가족이라면 걱정을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때는 확실하게 말하자. 나는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비난할 권리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 또한 내가 살고 싶은 방식대로 살면서 비난 받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을 것이라는 당연한 논리. 당연한 사실을 기억하자. 나는 남에게 비난 받을 이유도, 남을 비난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단순하게 살자.
3월 21일 2019/03/21 11:58:08 ID : 784Mo0nzWnX
금전적인 문제라면 고민거리도 아니다. 나에겐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첫째, 나는 밥을 많이 먹지 않는다. 하루에 2끼 정도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 식비는 많이 필요하지 않다. 둘째, 돈이 많이 드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 취미는 게임과 창작과 스레딕이니까, 돈을 별로 안 들이고서라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셋째, 나는 운전이 무섭다. 운전하다가 사고를 낼 바에야 그냥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탈 테니, 자가용도 살 필요가 없다. 넷째, 넓은 집이 필요하지 않다. 넓은 집에 살아봤자 청소하기만 힘들지, 내가 필요한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그러니까 작은 방이라도 필요한 것으로만 꾸미면 나만의 공간이 된다.
3월 21일 2019/03/21 12:02:17 ID : 784Mo0nzWnX
일을 그만두면 당장 내일은 어쩔건데? 1년 뒤는? 10년 뒤는? 30년 뒤는? 그 이후는?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오를 때 나는 이렇게 반박한다. 미래의 나를 위해 살기에는 현재의 내가 너무 팍팍하게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러므로 나는 현재의 나를 좀 더 아껴줄까 한다.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면? 그때는 마음 편하게 생을 끝낼까 한다. 그때 가서 아쉽지 않도록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월 21일 2019/03/21 18:53:04 ID : 784Mo0nzWnX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런 내가 싫다. 극단적으로밖에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사람이거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는 되길 바라는 건가. 이상한 사람이네, 싶다. 변덕도 죽 끓듯 해서, 그만둬버리자고 결심해 놓고서 다시 1년만 딱 눈 감고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끝나지 않는 고민의 루틴 속에 빠지게 될 터다. 머리만 쥐어뜯지 않았을 뿐, 괴롭다.
3월 21일 2019/03/21 18:57:31 ID : 784Mo0nzWnX
그 분이 찾아오지만 않았더라도. 나를 울게 하지만 않았더라도. 손을 꽉 잡아주지만 않았더라도. 나는 내일 사표를 내고 홀가분함과 새로운 불안감을 맞이했을 거다. 이럴때면, 내 삶에 누군가의 의지가 개입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중대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로 중대한 착각이겠지만.
3월 21일 2019/03/21 18:59:15 ID : 784Mo0nzWnX
아니, 착각은 아닐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는 각자의 삶에 개입하고 있으니까. 이타심 때문인가? 혹은 자신을 위해서인가?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선의를 악의로 쳐내버릴 만큼 나쁜 사람이 되질 못한다. 그래서 나는 선의라는 것에 약하다. 솔직히, 내가 실직자가 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보여준 호의를 배반하는 것이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3월 21일 2019/03/21 19:02:00 ID : 784Mo0nzWnX
호의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표를 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배신감을 느낄 거라고, 슬퍼할 거라고,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나의 마음에 비추어 그리 추측할 뿐이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찜찜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요 며칠 새 많이도 울었다. 난 내가 눈물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란 사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3월 21일 2019/03/21 19:07:03 ID : 784Mo0nzWnX
슬슬 마음 속에서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 계속 고민만 하다가 일상생활이 마비될 지경이 되었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정 기간까지는 그냥 이대로 지내본다. 중요하니 두 번 말한다. 지내는 것이다. 버틸 생각은 없다. 내 능력을 벗어나는 것은 도움을 청할 것이다. 그 이상의 일을 억지로 하다가 지쳐 쓰러지면 그거야 말로 민폐니까. 그 기간은 딱 반년까지로 정했다. 그러고 나서 고민을 해 보는 걸로 하자. 정신과 진료는 다른 병원을 찾아보는 것으로 하고, 웬만하면 주말로 미루자. 그리고 일을 하는 시간이나, 집에서 쉬는 시간이나 치료에 전념하고, 되도록이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한다. 이상 끝.
3월 21일 2019/03/21 19:14:57 ID : 784Mo0nzWnX
당장에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모두 놓아버리고 그만둬야만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돌을 멈춰세우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돌을 멈춰 세우려면, 경사라도 완만한 곳으로 돌이 굴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물론 나는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 넣어야만 뭔가를 그만두게 되는 인간은 아니다. 자신에게 위협적인 것이라면 피해가는 겁쟁이의 기질을 잘 타고 났으니까. 그런 겁쟁이의 기질이 나에게 속삭이는 것이다. 직감적으로. 지금보다는 나중에 그만두는게 낫다고. 나는 이제보면 합리화를 참 잘한다.
3월 21일 2019/03/21 23:12:19 ID : 784Mo0nzWnX
영화 <겟 아웃>을 봤다.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살아 온 나로서 경험으로부터 우러난 깊은 공감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인간의 광기로부터 느껴지는 공포감이라면 굉장히 잘 와닿았다. 영화 내내 느껴지는 기분 나쁜 기시감에 뭐야, 뭐야 하면서 심장을 졸여가며 봤다. 내 영화 취향은 아무래도 스릴러 영화인 것 같다. 액션 영화나 로맨스 영화, 코미디 영화같은 장르는 심심풀이로 보긴 좋지만 조금 심심하다. 스릴러 영화 중에서도 별로인 건 별로지만... 조던 필 감독의 새 작품이 3월 말에 나오는 모양이었다. 그건 영화관으로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3월 21일 2019/03/21 23:22:47 ID : 784Mo0nzWnX
오늘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들켰다.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것을 보았던 모양이었다. 가볍게 아픈 것이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줬으면 했는데 그 사람이 나를 엄청나게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내 속내를 얘기하다가 또 울어버린 것도 강한 척에 실패하는 것에 한 보탬을 했지만. 솔직히 말해 나에게 있어 정신과 약은 면죄부다. 정신과 약봉투가 내가 이렇게나 아프다, 라는 증명서라도 되는 것같다. 어쩐지 마음 한 켠이 든든하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아프다고 해도 정신력으로 이겨내라느니 하는 이야기나 듣게 될게 뻔하니까. 차라리 이 사람 조금 문제 있는 사람인가보다, 같은 편견어린 생각을 하는게 낫다. 저 녀석 엄살부리는 거네, 하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게 되면, 열심히 하면 다 이겨낼 수 있다며 힘내라는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세상에 힘내라는 말만큼 힘 안 나는 말이 또 없는데 말이다.
3월 21일 2019/03/21 23:39:52 ID : 784Mo0nzWnX
잠 들 시간이 되었는데도 내가 아직 잠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때문이었다. 내일 아침을 위해서다. 매일 아침 찾아오는 알 수 없는 우울감이나 불쾌감, 또는 불안감, 도피 욕구를 없애버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나. 스스로 칭찬을 해준다. 졸려서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려본다.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던 말이 떠올랐다. 내일 아침 6시에 깨어나 운동을 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맛있는 아침밥을 먹고, 기분 좋게 목욕을 할 것이다. 그날 하루를 잘 마치면 매일매일 자신에게 작은 선물도 주기로 했다. 가지고 싶은 물건도 좋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경험도 좋다. 무엇이든 매일 매일 선물해보기로 했다.
3월 21일 2019/03/21 23:49:17 ID : 784Mo0nzWnX
저것으로 부족하다면 내 감정을 여기에 표현하거나 하는 방법도 있었다. 감정을 억지로 속이거나 할 필요는 더 이상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니라 나 자신이니까. 여전히 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는 감정을 숨기곤 했다. 오늘도 억지로 웃어버렸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억지로 웃는 것을 뇌는 구분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내 뇌는 유별난 건지 거짓 웃음을 구분하는 것 같다. 자꾸만 머리가 거부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 웃고 싶지 않다. 얼마나 바보같이 보이겠어." 하고.
3월 21일 2019/03/21 23:54:09 ID : 784Mo0nzWnX
내일 불안하고 괴로운 감정이 든다면, 나에게 줄 선물을 고민해보아야겠다. 그리고 수시로 나에게 괜찮다고 속삭여줘야겠다. 그냥 제때 할 일만 하면,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예상 못한 일에 당황할 필요도 없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별 일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보자. 나를 괴롭히지 않는 선에서만. 내 감정이 그렇지 않은데 괜찮은 척은 하지 말자.
3월 22일 2019/03/22 00:01:47 ID : 784Mo0nzWnX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림도 그리고 싶었으며, 작곡도 하고 싶었다. 과거형으로 쓸 필요 없이, 지금도 그렇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무엇인가가 '영혼을 울린다' 라는 표현이 있다. 예술은 영혼을 울리게 한다. 아니, 반대로 말했다. 영혼을 울리게 하는 것이 예술이다. 게임이나, 사진이나, 영화나, 연극이나, 요리, 공예 같은 것도 전부 예술의 범주에 든다. 사실 철학이 담겨있다면 무엇이든 예술이 된다. 철학이라고 고상하게 말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는 울림이 없던 종이와 펜이, 하나의 피아노 음이, 데이터 조각이, 우연히 찍은 풍경이, 어떤 울림이 될 때 그것은 예술이 된다.
3월 22일 2019/03/22 00:11:27 ID : 784Mo0nzWnX
예술을 왜 좋아하느냐고 한다면, 그것만이 나에게 살아 숨쉬는 것 같은 감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직관적이면서 간단하며 명확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복잡하고 정교하며 모호한 것들이 숨어 있다. 그것은 삶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으며, 어떤 메시지일 수도 있다. 나는 글을 읽거나 그림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비밀스런 저택 안으로 초대 받는 느낌이 든다. 가끔은 그 안을 인내심을 가지고 탐색해야 할 때도 있고,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주위를 편안히 둘러보게 될 때도 있으며, 선물을 받아들고 떠날 때도 있다. 나는 그러한 경험들이 늘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제 나의 집이 가지고 싶다. 그리고 나의 집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3월 24일 2019/03/24 08:45:18 ID : 784Mo0nzWnX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 홀린 듯이 게임만 했다. 그러다가 일요일이 되어서야 일기판에 들어왔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나는 게임을 했다. 중학교 때 나는 내내 게임에 빠져 지냈다. 게임 속의 세계에 들어오면 현실은 잠시 잊혀지니까. 현실의 수많은 고민을 생각할 필요 없이, 게임 속의 세계만 생각하면 되니까. 어제도 그렇게 게임을 했다. 잠시 현실은 잊혀지는 것 같았다. 행복했다.
3월 24일 2019/03/24 08:49:22 ID : 784Mo0nzWnX
만약 지금 당장 인생을 새롭게 살 수 있다면, 나는 새로운 인생을 택할 것이다. 그만큼이나 내 인생에 미련이 없다. 그래서 남들은 다 무서워 한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덜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을 당시의 고통이다. 고통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죽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새로운 인생에 대한 미련이 나를 이 세상에 붙들어두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새로운 인생에 대한 미련. 나는 내 인생이 맘에 안 들지만, 그건 과거에 한정한 것이다.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면 더 살고 싶은 마음은 충분하다.
3월 24일 2019/03/24 08:58:00 ID : 784Mo0nzWnX
나는 내가 불안할 때 손톱을 깨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방금 전에 눈치 챈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계속 손톱을 씹는 습관 때문에 내 손톱은 언제나 짧았다. 언젠가부터 손톱이 자라지 않아서, 계속 그렇게 짧은 줄로만 알았다. 최근에는 그 습관을 고친 줄 알았으니까. 나는 불안해질 때 그 짧은 손톱을 어떻게든 깨물어 보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톱을 계속 씹어서, 손톱이 계속 자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았다.
3월 25일 2019/03/25 05:31:08 ID : 784Mo0nzWnX
무엇이 그리도 두렵느냐. 저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럼 왜 그리 떨고 있느냐. 실은 두렵다고 말하기조차 두렵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이 죄라고 생각하느냐. 두려움은 죄가 아닙니다. 깨달음이 너를 바꿀 것이니라.
3월 25일 2019/03/25 05:33:38 ID : 784Mo0nzWnX
새벽에 하는 샤워를 좋아한다. 몽롱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것이 내 몸을 휘어감는 느낌은 나쁜 감정을 씻어내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 7시까지 출근해서, 회사에서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6시까지는 일기판에서 머무를 수 있다. 하루 중에서도 일기판에 머무르는 시간을 좋아한다.
3월 25일 2019/03/25 05:51:59 ID : 784Mo0nzWnX
이것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고민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최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없이 무엇인가를 원하며 사람은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만족감을 가져다줄 뿐, 완전한 만족감을 가져다주진 못한다. 어떤 철학자들은 그 완전한 만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그것을 행복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여태까지 내가 인생에서 추구해온 가치들을 살펴본다면, 1순위, 안정. 2순위, 재미. 이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안정이라는 가치를 굉장히 중요히 여겼다. 안정되지 않는다면 금세 불안이 나를 좀먹어 갈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재미 또한 중요하게 여겼다. 안정보다 재미를 후순위에 둔 것은, 안정을 위해 재미를 포기하며 지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재미와 안정의 순위가 서로 뒤바뀌었다. 지금은 조금 불안정해도 좋으니,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현재로서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본다면 이 정도의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답 밖에 낼 수 없을 것 같다.
3월 25일 2019/03/25 10:40:52 ID : ZfQoHBdO7e4
오늘을 버텨내는 것이 힘겨워, 내일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는 내일은 당연히 힘겨울 수밖에 없어서, 하루하루 반복되는 나날들을 미워하게 된다. 남탓, 세상탓을 해서 바뀌는 것이 없으니 나 자신을 탓하고, 나 자신을 미워한다. 그러다보면 세상이 싫어진다. 그렇게 미워하고 싫어하다보면 지치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품는 것 자체가 진저리가 나게 된다. 그저 벗어나고 싶어진다. 이 세상에서. 즐거움이나 행복은 극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여긴다. 갑자기 인생이 마법처럼 변하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며 자포자기 하고, 괴로워 한다.
3월 25일 2019/03/25 10:44:21 ID : ZfQoHBdO7e4
나는 왜 창작을 하고 싶은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가능' 해 보이는 동시에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대한 도전 욕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은 수준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해버리게 되지, 그걸 꿈으로 삼게 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을 때, 사람은 꿈을 품게 된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의 작품에서 느꼈던 전율과 행복감, 영혼을 뒤흔드는 그 몰입감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오르고 싶은 산이다. 내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다.
3월 25일 2019/03/25 13:12:29 ID : 7amldzQq3TP
이루게 된다면 그때는 미련도 없이 죽을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미련이 커져서 죽지 못하게 될까. 어느 쪽이든, 조금밖에 없는 미련에 기대어 겨우겨우 살아가는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오늘 나는 죽는 상상을 했다. 목에 밧줄을 메고, 의자 위에 올라서는 상상이었다. 의자를 발로 차면 나의 몸이 늘어질 것이다. 죽는 것도 예술이 될까. 내가 내 삶을 스스로 끊게 된다면, 아니면 자살이 아니더라도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면, 기왕 하는 거 예술적으로 죽고 싶다.
3월 27일 2019/03/27 10:14:46 ID : ZfQoHBdO7e4
무기력하다. 불안하다. 두렵다. 도망치고 싶다. 며칠 째 계속 이런 기분이다.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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