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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a08oZeE3w 2019/03/15 14:53:48 ID : q7vxA7ummk9
내용은 코티그란 가상의 대륙에서 살아가는 이종족, 그중에서도 주인공인 노턴이 '마노바 거리'에서 많은 사건을 접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첫소설인 만큼 미숙한 부분이 많을테지만 재밌게 봐주었으면 좋겠다! 소설은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lva08oZeE3w 2019/03/15 14:54:18 ID : q7vxA7ummk9
MANOVA STREET Episode One MILESSIAN GOLD 1화 1-1 1-2 1-3 1-4 1-5 1-6 1-7 1-8 1-9 1-10 1-11 1-12 1-13
◆lva08oZeE3w 2019/03/15 14:54:47 ID : q7vxA7ummk9
1-1 눈을 가리는 장대비가 왔던 샹들리엠 서부, 그중에서 마노바 9번지의 언덕, 시멘트의 나열 두 번째 칸의 단조로운 이층집 앞에 분주함이 흔적을 남겼다. 파란색 염료를 푼 것 같은 도로 위에 질척거리는 톱밥 더미가 진흙처럼 무뎌졌고 페인트 도구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졌다. 쫄딱 젖은 옷장이나 탁자 따위의 나무 가구들은 집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전성시를 이뤘다. 집 앞의 행인은 장애물을 피하느라 까치발을 들고 토끼 눈을 부릅떠야 했다. 때때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대체로 도둑이었다-집 안을 훑었지만, 텅 비어서 볼만한 것은 없었다. 창틀에는 유리가 안 달려 돌풍에 뜯긴 테이프가 사방으로 출렁였다. 어두운 계단 위로 보이는 2층 방문 사이로 노란빛이 속삭였다. 방 천장에는 간이전구가 달려 있었고 방 전체가 빛으로 반질거렸다. 리비는 안방과 마주 보는 탁자에서 노트북 자판을 한 자 한 자 신중하게 치고 있었다.
◆lva08oZeE3w 2019/03/15 15:01:06 ID : q7vxA7ummk9
1-2 "노턴?" 리비, 그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안쪽으로 향했다. 리비는 안방 문과 노트북을 잠깐씩 번갈아 봤다. "노터언." 조금 열린 문틈에서 말이 도로 튕겨 나왔다. 리비는 고개를 까딱이고 손을 탁자에 댔다. 팔을 쭉 뻗자 몸이 의자와 함께 뉘어졌다. "내가 말하고 있는데, 지금 듣고 있는 거 맞죠?" 의자가 위태롭게 앞뒤로 흔들렸다. "뭘 하길래..." 한순간의 실수로 시작된 허우적거림, 짤막한 비명에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방 전체를 가득 퍼졌다. 1층 천장에서 시멘트 가루가 수북이 떨어졌다. 리비는 파란색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집 밖까지 뿜어져 나왔다. "일레븐! 당장 안 나오면 머리에 빗물을 부어버릴 줄 알아!"
◆lva08oZeE3w 2019/03/15 15:12:58 ID : q7vxA7ummk9
1-3 "시끄러워." 문고리가 몇 번 철컥거렸다. 노턴은 잠기지도 않은 문을 밀고 안방에서 몸을 드러냈다. 노턴의 샛노란 눈은 느리게 끔뻑였고 풀이 죽은 보라색 불꽃 머리가 실오라기처럼 흔들렸다. 노턴은 왼손으로 세수하다가 곧장 창가로 갔다. 창가의 컵은 물이 흘러넘칠 정도로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노턴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잠을 방해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야. 너도 알듯이..." "저도 알만한 건 잘 알거든요." 노턴이 집은 컵에 리비의 동그란 눈이 맺혔다. 리비는 좋은 생각이 났는지 뒤통수를 매만지다가 목에 턱을 끌어 히죽였다. "오늘 아무것도 안 하려고요? 졸린 척 해봐야 소용없어요!" 리비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lva08oZeE3w 2019/03/15 15:38:22 ID : q7vxA7ummk9
1-4 "흥." 리비의 말이 끝나자마자 노턴은 숨을 깊게 뱉었다. 순식간에 그의 눈에 생기가 돌았고 노턴의 불꽃색이 진해졌다. 리비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컵은 노턴의 입가 가까이에 있었다. "눈치만 빠르지. 그래도 잠은 정말..." 노턴은 물이 반쯤 삼키자 순간 몸을 멈췄고 눈이 크게 흔들렸다. 리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랄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노턴은 물을 바닥에 게워내고 공기에 혀를 닦아내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 걸렸죠!" "날 독살할 작정이야?" 노턴이 입을 닦았다.
◆lva08oZeE3w 2019/03/15 15:42:10 ID : q7vxA7ummk9
1-5 "안 죽었으니 다행이죠. 그건 빗물이에요. 어제부터 오늘까지 종일 창가에 있었다고요." 리비는 노트북이 있는 자리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찬 바람에 리비의 몸은 살짝 떨렸고 팔을 슥삭였다. 샹들리엠의 추운 봄은 노란빛으로 속일 수 없었다. 리비가 자판에 쓸 내용을 미리 읊는 동안, 어깻죽지에 있는 작은 날개가 팔랑댔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더 나은 걸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노턴은 컵을 원래 자리에 올려놓았다. 노턴은 리비의 뒤통수에 가려진 노트북을 기웃거렸다. 리비에게 몰래 다가가자 노턴은 리비가 누군가와의 채팅을 오직 두 손가락으로만 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노턴은 리비와 그 상대방의 대화 내용을 빠르게 훑어 나갔다. 노턴은 그가 미심쩍음을 느낄 때마다 나타나는 눈초리를 지었다.
◆lva08oZeE3w 2019/03/15 15:45:04 ID : q7vxA7ummk9
1-6 "그래서, 이건 상자네." "깜짝이야! 언제 왔어요?" 리비가 흠칫 놀랐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능글맞을 수가 있지? 가격은 확실히 확인한 게 맞아? 사기일 가능성은? 너도 알듯이, 뭐 당연히 알겠지만, 이 상자 꽤 비싸단 말이지." "그렇긴 하지만.. 봐요! 무려 열 세기 전의 보석 상자에요! 되판다면 훨씬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니까요. 게다가." 리비가 우물쭈물했다. 밖에서 첨벙이는 소리와 욕지거리가 들렸다. 비가 다시 오는 것 같았다. "게다가?"
◆lva08oZeE3w 2019/03/15 15:51:37 ID : q7vxA7ummk9
1-7 "저는 정말 이게 필요해요. 노턴도 알잖아요. 제 징크스요. 네? 제발요. 제바알." 리비는 간절한 목소리로 몇 번이고 졸랐다. 노턴은 리비의 아양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제자리를 여러 번 돌았지만 아무리 곱씹어도 생각이 나질 않는지 관자돌이를 후볐다. 노턴은 나지막이 '예전에 보았던 어투'란 말을 되뇌었다. 곧 무지의 짜증이 노턴의 얼굴에 드러났다. 노턴은 생각에 질린 어깨에서 힘을 빼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노턴은 말없이 승낙의 표시를 손에 남겼고 리비는 마침내 마지막으로 남은 케이크 조각을 입에 물었다. 리비는 온갖 기쁨을 표현하느라 여한이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방을 몇 번 드나들더니 다시 노턴 앞으로 돌아와 손을 빠르게 비볐다. 리비는 날개를 간헐적으로 떨면서 손뼉을 짝 쳤다. 한층 더 둥그러진 눈이 노턴을 쳐다봤다.
◆lva08oZeE3w 2019/03/15 15:59:23 ID : q7vxA7ummk9
1-8 "쿠키 먹을래요? 어제 오븐 와서 미리 구워 놓은 게 있는데, 일층에 있어요!" 리비가 계단을 가리켰다. "일단은." 노턴이 주위를 둘러봤다. "창문에 유리나 끼우지 그래. 집보다 밖이 더 따뜻할 정도야." 리비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노턴은 조금 있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테니 다리나 펼 겸 돌아다니라고 했다. 리비가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담배 주머니에서 한 개비를 꺼냈다. 리비가 격렬히 금지하는 손가락 불을 켠 노턴은 계단 근처를 노심초사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기가 봄의 차가운 바람을 타고 넓게 퍼지다가 보이지 않았다.
◆lva08oZeE3w 2019/03/15 16:13:56 ID : q7vxA7ummk9
1-9 노턴은 익숙하지 않은 듯 거리 이곳저곳을 내다보았다. 마노바의 거리의 풍경은 다발적인 물웅덩이 때문에 태양 빛에 반사되어 눈이 아팠다. 거리는 말 그대로 완벽한 교외의 표준이었다. 낮은 건물들은 납작 엎드려 거리의 공간을 빽빽하게 순회했다. 정육면체의 딱딱한 시멘트 건물에 전선이 정돈되지 않아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거리에는 몇 사람만이 거닐었고 서로서로 얼굴을 흘겼다. 그들의 정체는 품에서 약병을 굴리는 약쟁이, 아니면 본모습을 가면으로 숨긴 위선자들이었다. 노을이 남색으로 바래지는 거리의 네온사인은 관능적인 불을 밝힐 준비를 마쳤다. 샹들리엠 밤의 현란한 분위기는 그 어떤 도시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악명 높았다.
◆lva08oZeE3w 2019/03/15 17:14:57 ID : q7vxA7ummk9
1-10 샹들리엠의 괴물, 흔히 그렇게 불리는 중심가의 마천루들이 이층집에서 한눈에 보였다. 그 고층 건물의 꼭대기는 두꺼운 구름까지 이어져 우두커니 서 있는 하나의 기둥처럼 보이기도 했고 작은 건물들을 비집고 들어온 쇠못처럼 보이기도 했다. 노턴은 그 고층 건물들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괴리감을 참을 수 없었다. 오른 주머니에서 꺼낸 노턴의 휴대폰, 전화번호부엔 채 열 명도 안 됐다. 노턴은 그중에서 샹들리엠 토박이인 한 친구를 찾아냈다. 노턴은 잠시 고민하다가 통화버튼에 손을 옮겼다. 담배꽁초가 창문 밖으로 떨어졌다.
◆lva08oZeE3w 2019/03/15 17:25:24 ID : q7vxA7ummk9
1-11 "야! 뭐 하는 거야!" 노턴이 말한 순간에 노턴의 상반신은 바로 창문 밖에 나와 있었다. 노턴이 격노한 자리에는 노턴의 신장 반 정도 되는 소년들이 네 명이나 있었다. 하나같이 엉성하게 구멍 뚫린 복면을 쓰고 있었다. 빗물을 가득 머금은 나무 옷장에는 두 명이 매달려 페인트를 덕지덕지 분무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가방에 페인트 연장을 옮겨 담고 있었다. 그 악동들은 노턴의 호통에 잔뜩 얼어붙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든 것을 바닥에 던져둔 채 자전거를 향해 달려갔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곤 벌써 언덕의 절반을 쏜살같이 내려갔다. 남아있는 아이는 자리에 서서 노턴을 지긋이 응시했다.
◆lva08oZeE3w 2019/03/15 17:41:23 ID : q7vxA7ummk9
1-12 "대체 이게 뭔..." 노턴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 아이의 눈을 똑같이 노려봤다. 노턴의 예상과 달리, 아이는 노턴을 제대로 확인하곤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아이가 말했다. 그렇다기보다는 말을 내뱉었다. "너! 최근에 이사 온 그 새끼 맞지? 불알 빠는 개새끼. 밤마다 후장 따먹히는 게이 새끼가 내 영역에 들어왔네!" 그 악마의 어조는 꽤 즐거워 보였다. 노턴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 문을 '쾅' 하고 열었다. 노턴의 걸음걸이엔 분노가 가득했다. 리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노턴과 그 밖의 상황을 번갈아 보며 쿠키를 깨작거렸다.
◆lva08oZeE3w 2019/03/15 17:56:04 ID : q7vxA7ummk9
1-13 노턴은 과열된 감정을 참고 또 참아서 억눌렀고 자전거에 탄 악마는 거기에 엿을 날렸다. 눈이 말 그대로 이글거리는 노턴은 그 악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악마를 노려보면서 불이 적당히 모일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토박이 친구와 했던 곧 깨질 것 같은 약속을 떠올렸다. 노턴이 결국 팔을 내리자 손의 불이 차츰 꺼져갔다. 언덕 뒤로 그 악마의 머리가 사라지는 중이었다. 노턴은 그 악마가 넘어져 머리가 쪼개지는 상상을 했다. 이 망할 국가의 집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가정이었다. "샹들리엠에 온 걸 환영한다, 사랑하는 씨발놈아!" 그 악마가 말했다.
◆lva08oZeE3w 2019/03/15 18:00:07 ID : q7vxA7ummk9
에피소드1 1화 끝!
◆lva08oZeE3w 2019/03/15 18:10:59 ID : q7vxA7ummk9
MANOVA STREET Episode One MILESSIAN GOLD 2화
◆lva08oZeE3w 2019/03/15 19:09:29 ID : q7vxA7ummk9
2-1 우아한 네온사인의 아래에서 슬퍼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들의 밤은 또 다른 낮을 낳았고 높은 도수의 술에 몸을 담근다. 거추장스러운 재킷은 전부 던져 버리고 모두가 뜨거운 욕조 안에 녹아들었다. 바닥에 드문드문 깔린 물웅덩이가 산산조각이 났다. 새까맣게 코팅된 차들이 거리의 암흑을 뚫고 자신의 견고한 몸체를 지네처럼 이어나갔다. 차 정면에 달린 네 개의 헤드라이트는 일정한 방향을 가리켰다. 굵은 장대비가 거리 전체를 노랗게 물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는 점차 잦아들었다.
◆lva08oZeE3w 2019/03/15 19:10:08 ID : q7vxA7ummk9
2-2 샹들리엠의 서부 변두리, 공기에는 먼지 한 톨 없이 으스스해 보이는 짙푸른 거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건물 모퉁이 녹슨 철제 고리에서 스파크가 튀기는 네온사인이 술집이라는 것을 알렸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자주색으로 작약했다. 검은 차들은 술집 문 앞에서 일제히 멈췄다. 가래 끓는 남자가 '여기다' 라고 얼굴을 일그러뜨리자 거구의 인간들은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가장 큰 치수의 검은 코트를 입은 거구들은 중절모를 얼굴까지 푹 눌러쓰고 붉은색 눈을 번뜩였다. 그들은 모두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상태로 가래 끓는 남자를 호위하며 계단을 기계적으로 내려갔다.
◆lva08oZeE3w 2019/03/15 19:10:47 ID : q7vxA7ummk9
2-3 어두운 술집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상어 얼굴을 한 사람 몇몇이 저가 맥주를 들고 떠들썩하게 수다를 떨고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이 두꺼운 근육 틈으로 흥건한 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술집 안에는 답답한 습기가 자욱했다. 거구의 인간들과 가래 끓는 남자는 이방인이었기에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목에 금목걸이를 찰랑거리는 상어는 맨 앞의 거구를 째려보다가 피우는 담배를 손으로 문질러 끄고 일어났다. 상어는 거구에게 곧바로 다가갔다. 거구의 오른쪽 어깨에 붙어있는 표식을 확인한 상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브의 똥개가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간이 부었어." 상어가 목에서부터 으르렁거렸다.
◆lva08oZeE3w 2019/03/15 19:11:16 ID : q7vxA7ummk9
2-4 "당신이 낙찰자 167인가?" 쇠 비린내가 섞인 목소리가 거구의 몸통에서 울렸다. 거구가 상어를 내려다보자 거구의 그림자에 둘러싸인 상어는 완전히 가려졌다. "무슨 말을 하는..." "음성 분석 중, 레너드 스프너, 일치 정보 없음. 다른 객체를 탐색한다." 거구는 그리 말하고 몸을 돌렸다. 레너드는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들은 레너드의 표정을 안줏거리 삼으면서 끌끌 대며 비웃었다. 레너드는 무심하게 걸어가는 거구와 사람들을 번갈아 보면서 어이없다는 웃음을 뱉었다. 잔뜩 고조된 얼굴의 레너드는 거구의 어깨를 세게 쳤다.
◆lva08oZeE3w 2019/03/15 21:59:39 ID : q7vxA7ummk9
2-5 "너!" 아드득거리는 소리에 레너드의 정신이 아찔했다. 레너드는 자신의 팔도 밖으로 꺾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덜렁거리는 팔을 부여잡은 레너드는 아무런 소리 없이 무릎을 꿇고 자신의 고통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거구는 여전히 레너드의 손을 잡은 채로 군중을 둘러봤다. 대부분은 굉장한 소리에 등을 잔뜩 웅크리고 식은땀을 흘렸지만 험악한 인상을 주는 레너드의 동생과 그의 동료는 거구들을 향해 다가갔다. 술집의 주인인 드랙이 닦던 유리판에 걸레를 던지고 윽박지른 것은 거구와 레너드의 동생이 맞닿았을 때였다.
◆lva08oZeE3w 2019/03/15 22:20:22 ID : q7vxA7ummk9
2-6 "뭐 부수기만 해봐! 너희 목을 전부 꺾어줄 테니까." 드랙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드랙은 레너드의 뭉개진 팔꿈치를 곁눈질하고 부르짖는 사자처럼 거구를 삿대질하며 호통을 내질렀다. 그의 얼굴은 물론 상어였고 우락부락한 몸에, 다른 사람들과 반대로 거구를 내려다봤다. 거구는 뒤로 차츰 물러났다. 드랙에게 거구는 한 입 거리였다. 드랙은 주먹을 꽉 쥐였다. 드랙의 머리가 들끓어갈 즘에 가래 끓는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가래 끓는 남자는 거구에 둘러싸여서 상대적으로 한참 작고 허약해 보였으며 모포를 둘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lva08oZeE3w 2019/03/16 11:30:38 ID : q7vxA7ummk9
2-7 "여기까지만, 드랙. 괜한 소음은 만들기 싫네. 우리는 단지 한 사람만 찾으면 돼." 후드를 벗은 가래 끓는 남자는 두 손을 들어서 드랙을 진정시켰다. 단순한 구조의 기계로 이뤄진 팔에는 금 체인이 찰랑거렸고 머리 대신 이모티콘이 띄워진 모니터가 여섯 개의 유압 실린더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거구는 아이브의 말이 끝나자마자 레너드의 팔을 바닥에 떨구었다. "아이브..." 드랙은 아이브의 모습을 재차 살펴본 후에 가래 끓는 남자가 아이브란 것을 알아챘다. 아이브의 명령조에 그의 고개가 조금 들썩였지만 구태여 일을 벌여서 아이브의 권력을 재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레너드의 동생이 아이브를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거들먹거리자 드랙은 다툼도 없이 몇 대만으로 레너드의 동생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레너드의 동료가 슬그머니 기절한 레너드와 레너드의 동생을 끌어나가는 중에 드랙은 퉁명스럽게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 드랙은 다시 고개를 숙여 살갗 없는 아이브를 내려다봤다.
◆lva08oZeE3w 2019/03/16 11:36:44 ID : q7vxA7ummk9
2-8 "10분, 더는 안돼. 우리의 우정을 위해서 폭력..." "최대한 신경 쓰도록 하지." 모니터의 이모티콘이 씩 웃어보았다. 아이브는 실린더의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까딱였다. 아이브의 손짓에 열 몇 명의 거구들은 각자에게 지정된 사람들에게 자리를 옮겼다. 드랙은 육중한 몸으로 술집 안을 서성이는 거구들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봤다. 술집 군데군데에 놓인 테이블, 바 선반 테이블, 기대어 있는 사람까지 탐색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취조당하는 분위기에 질린 사람들은 입구로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드랙은 입구 근처에 알짱거리면서 한두 사람이라도 잡아보려고 간절히 설득했지만, 그의 체구와 현재 상황에 귀담아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드랙은 헛된 희망을 깊숙이 담아두고 손목시계를 봤다. 5분이 남았다.
◆lva08oZeE3w 2019/03/16 11:47:22 ID : q7vxA7ummk9
2-9 "계획을 바꾸지! 3분이야. 3분밖에 안 남았어!" "3분이면 충분해." 아이브는 일생에 유례없는 자신감을 직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유일한 남자, 저 끝 가장자리에 남은 남자였다. 그가 아니라면 아이브는 헛수고를 한 것이고 괜한 적수를 만들어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을 직면한 것이었다. 거구는 순식간에 그 유일한 남자를 에워쌌다. 남자는 거구가 레너드의 팔을 부러뜨릴 때 신문을 얼굴 위치까지 올려 미리 정체를 감추었다. 아이브는 거구가 가져온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았다. 의미심장한 이모티콘이 엄숙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거구가 물었다.
◆lva08oZeE3w 2019/03/16 11:51:58 ID : q7vxA7ummk9
2-10 "당신이 낙찰자 167인가?" 남자가 고개를 슬쩍 들었다가 다시 숙였다. "모르는 사람이야." 거구가 다시 물었다. "거부. 당신이 낙찰자 167인가?"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나가는 게 어때?" "거부. 당신이 낙찰자 167인가?" "사람을 완벽히 잘못 골랐군." "나랑 장난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는 낙찰품이 누구 손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거든." 아이브가 말했다. 남자가 들고 있던 손이 차츰 내려갔다. 남자의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lva08oZeE3w 2019/03/16 11:52:59 ID : q7vxA7ummk9
2-11 "다시 말하지만." 남자가 말했다. "나는." "음성 분석 중." 남자의 이름은. "네가 찾는 남자가 아니야." "노턴." "일치. 낙찰자 167, 노턴 던하이브로 확인됨." "젠장..." 노턴이 말했다.
◆lva08oZeE3w 2019/03/16 11:53:46 ID : q7vxA7ummk9
2-12 아이브가 슬롯머신 소리를 내며 온몸을 떨었다. 아이브의 이모티콘이 잡신호가 일면서 격렬하게 바뀌다가 이윽고 청아한 띵 소리와 함께 웃음 표시로 바뀌었다. 아이브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머리를 노턴에게 강압적으로 밀어붙였다. 아이브의 머리와 노턴의 불타는 보라색 머리는 불과 몇 센티미터 남짓했다. 노턴은 그의 노란색 눈을 찡그렸고 아이브는 거기에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참 질긴 악연이야. 마지막으로 봤던 곳이 샹거스인가? 뭐 어쨌든. 이 세상은 경이로운 우연으로 가득 차있는 것 같아. 논리력은 완전히 소강 되어 불구가 되어 버리지. 정말 가증스러운 존재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노턴? 네가 낙찰자였다니!" "너, 모르고 있었어?" 노턴이 신문의 각을 재면서 접었다.
◆lva08oZeE3w 2019/03/16 11:54:50 ID : q7vxA7ummk9
2-13 "당연히." 아이브가 자리로 돌아가 다시 다리를 꼬았다. "내 첫 번째 규칙 알잖아. 아이브는 언제나 거짓말을 한다. 너도 많이 유해졌어. 그냥 찔러본 수에 바로 넘어오다니." "나는 절대로 낙찰자가 아니야. 우리 사이가 얼마나 안 좋은지는 아는데 정말로." 아이브는 노턴의 낮은 태도에 싱겁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들을 리가 없지." 노턴이 말했다. "내가 아는 그 노턴이 맞나?" 아이브가 자세를 기울였다. "일주일 전에 너에 대한 소문을 들었어. 마노바 거리의 한 갱단 안과 밖을 뒤집어 놓았다면서? 나는 그때부터 네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런 사유로 찾게 될 줄을 몰랐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이렇게까지 유약해진 네가 그 정도의 분노를 쏟아낼 수 있었지? 널 자극할 수 있는 방아쇠가 뭐야?" "혹시 그 여자아이, 이름이 리비였던가?"
◆lva08oZeE3w 2019/03/16 12:06:43 ID : q7vxA7ummk9
2-14 "리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 노턴이 주먹을 탁자에 내리치자 그 여파로 술집이 굉음으로 요동쳤다. 거구의 손에 붙잡힌 노턴은 머리에서 강렬한 불길을 뿜어냈다. 아이브는 당황한 기색 없이 노턴의 얼굴 방향에 모니터를 맞췄다.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군. 이제 더는 끌 필요가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보라색으로 들끓는 노턴이 아이브를 노려봤다. "상자는 어디에 있지?" "네가 절대로 알지 못하는 곳에." 노턴이 아이브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거구의 손이 노턴을 그대로 박살 낼 것처럼 꽉 조여갔다. 아이브는 모니터에 걸쭉하게 흘러내리는 보라색 덩어리에 아무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말했다.
◆lva08oZeE3w 2019/03/16 12:07:27 ID : q7vxA7ummk9
2-15 "나에게 저항하는 것은 소용없어, 노턴. 이렇게 나오는 이상, 좋은 대우를 기대하기 힘들 거야. 날 건드리는 행위는 마노바 거리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아." "너 같이 입만 산 놈에게 설설 기는 것보단 낫겠지." 노턴이 팔을 벌리자 거구의 손은 힘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갔다. 거구의 기계 외골격이 마구 부들거리면서 코트 아래에 숨겨두었던 앙상한 몸체가 그대로 바깥에 노출됐다. 거구의 갈비뼈가 거미 다리처럼 극렬하게 춤을 췄다.
◆lva08oZeE3w 2019/03/16 12:08:09 ID : q7vxA7ummk9
2-16 "어차피 이딴 거리 마음에 들지도 않았어. 지나갈 때마다 토가 나올 지경이야. 거리 대부분이 약쟁이에다가 속고 속이는 도둑들만 가득하지. 네 모습을 봐봐. 로봇 뭉텅이가 지배하는 거리라고? 웃지 않고 배길 수 있겠어? 솔직히 왜 그렇게까지 상자에 목을 매는지 모르겠어.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와 리비를 건드린 오늘이 네 인생 최고의 오점이 되리란 것이지." "리비, 아이가 그리도 중요한가?" 아이브가 차분한 음성으로 물었다. "넌 그 이름을 말해선 안 됐어. 아까 못 들은 것 같은데 다시 한번 말해주지." "아블란, 그녀를..." "넌 사람을 완벽히 잘못 골랐어." 노턴의 주먹에 액정 쪼가리가 반짝였다.
◆lva08oZeE3w 2019/03/16 13:32:07 ID : q7vxA7ummk9
2-17 "노턴! 밖에 짭새가 쫙!" 리비가 헐레벌떡 술집으로 들어왔다. 발을 구르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리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나뒹구는 쇳쪼가리를 발로 툭툭 찼다.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도 리비의 눈에는 노턴이 보이질 않았다. 리비는 모퉁이 너머에서 무언가가 크게 구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리비는 범상찮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하고 잔뜩 긴장한 눈으로 모서리를 흘겨봤다. 소리의 근원지에서 리비가 본 것은, 어떤 커다란 기계 머리를 두 손으로 뭉개버리고 있는, 남루한 차림의 노턴이었다. "노턴?" 리비는 노턴의 행색에 깜짝 놀라 말했다. "리비?" 노턴은 그제야 리비가 술집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lva08oZeE3w 2019/03/16 15:10:22 ID : q7vxA7ummk9
2-18 "그게 무슨 꼴..." 리비는 눈 깜짝할 새에 뒤로 사라졌다. 리비를 붙잡은 존재는 노턴이 차마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던 거구였다. 거구는 기괴하게 꺾이는 움직임으로 자신의 갈비뼈 안에 리비를 가두어 옥죄였다. 리비는 연신 아프단 소릴 내질렀지만, 그와 동시에 노턴이 쥐고 있던 망가진 머리가 말한 것 때문에 노턴은 움직일 수 없었다. "복구 불가능한 파괴 감지. 자폭 시퀸스 가동 오 초 전. 오." 거구의 눈이 번쩍였다. "사." "젠장할, 리비!" 노턴이 거구의 머리를 열면서 리비를 주시했다. "삼." "노턴!" 노턴은 두 개의 선을 찾아냈다. 고전적인 빨간 선과 파란 선 문제였다. "이." "나 더는..." 리비의 폐가 짓눌렸다. 리비의 몸은 점차 무뎌져 갔다. "일."
◆lva08oZeE3w 2019/03/16 19:43:06 ID : q7vxA7ummk9
2-19 두 발의 총성이 네온으로 점칠 된 공중을 뚫고 나아갔다. 그 두 발은 정확히 두 거구를 꿰뚫었다. 거구에게서 간신히 빠져나온 리비는 무기력하게 바닥으로 떨어졌고 노턴은 이 상황을 그저 얼떨떨하게 바라봤다. 계단 방향 어둑한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노턴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봤다. 여전히 앞으로 들려진 총구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런 술집이 취향일 줄은 몰랐는데." 어둠 속의 여자가 총을 허리춤까지 내리면서 말했다. "샬가?" 노턴이 여자에게서 은연중에 친구의 말투를 떠올렸다. 여자는 부서진 탁자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에 난 두 개의 붉은 뿔, 창백한 피부, 의심의 여지 없이 베인족 여성이었다. "이제는 에이블리야. 너도 그렇게 불렀으면 좋겠어." 에이블리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보조개가 움푹 들어갔다.
◆lva08oZeE3w 2019/03/17 16:09:59 ID : q7vxA7ummk9
2-20 "샬가든 에이블리든 안에 든 건 똑같은 변태지." 노턴이 말했다. 노턴은 리비에게 곧바로 기어가 리비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다음은 팔, 다리, 몸, 약하게 숨을 쉬는 리비가 단지 기절한 것을 확인한 노턴은 안심하고 근처 벽에 몸을 뉘었다. "방금 들어오다가 여기 사장을 본 것 같은데 낯설지가 않아. 내가 아는 사람이야?" 에이블리가 노턴을 지나쳐 양주가 가득 들어찬 유리장을 열었다. 고개를 위아래 양옆으로 돌리던 에이블리는 삼각 면으로 된 병의 양주를 꺼냈다. "여기 괘 괜찮네." 에이블리가 양주병을 돌리면서 말했다. "드랙." 노턴이 리비를 들어 내부의 보완재가 다 드러난 소파에 눕혔다. 리비는 편한지 찡그린 이맛살을 풀고 새근거렸다.
◆lva08oZeE3w 2019/03/17 20:06:34 ID : q7vxA7ummk9
2-21 "지랄하네. 저 근육이 득실대는 돼지가 드랙이라고? 그..." "말라깽이가. 나도 처음엔 그랬지." 노턴이 목을 좌우로 굽히자 호두 깨지는 소리가 났다. 에이블리는 노턴 반대 방향의 탁자에 걸터앉았다. "리비 맞지. 네가 데리고 다니는 그 아이. 너 같은 냉혈한이 마음을 쏟을 일이 또 있을 줄은 몰랐는데, 특히 아블란 이후로 말이야." 에이블리는 노턴을 장난스럽게 치켜보았다. "이미 지난 일이야. 네가 계속 우려먹는 이야기 더는 듣고 싶지 않아." 노턴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노턴이 에이블리에게 다가갔다. "에이블리 형사,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밖까지 들릴 소란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드랙인가? 아니, 그 녀석은 술집을 자기 몸처럼 애지중지하지만, 그만큼이나 경찰을 못마땅하게 여기지. 아이브의 연줄? 너나 드랙이라면 안면도 텄으니 가능할지도 몰라. 누가 널 여기로 보냈지."
◆lva08oZeE3w 2019/03/17 21:53:19 ID : q7vxA7ummk9
2-22 노턴은 손목에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철컹 이며 소리를 내는 물체는 은빛으로 반짝였다. 에이블리는 어처구니없어 하는 노턴의 얼굴에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넌 언제나 말할 때는 주위가 아득해지지." 에이블리는 품에서 글자가 빼곡히 쓰여 있는 하얀 종이를 꺼내 들었다. "노턴 던하이브, 당신을 상해 및 상해치사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 어쩌구저쩌구, 아무튼." "리비는?" "아이도 같이. 우린 아이들한테 유하지 않거든. 밖에 기다리는 놈들이 많으니 저항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꽤 거친 녀석들이라 어떻게 나올진 장담할 수 없어." 에이블리가 노턴의 보라색 배에 영장을 끼워 넣으면서 말했다.
◆lva08oZeE3w 2019/03/18 01:20:46 ID : q7vxA7ummk9
2-23 노턴에게 격한 반김은 부담스러웠다. 주먹이 마구 날아다니고 서투른 발길질이 난무했다. 물론 물리적 신체라곤 불꽃 안의 뼛쪼가리 밖에 없는 노턴에게는 반영되지 않는 현실이었지만 신경이 쓰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장 떠들썩한 녀석은 얼굴에 달걀노른자 같은 민무늬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몇몇 놈들이 노턴을 잡느라 일주일 밤낮을 쉬지도 않고 소진했다고 공중에 하소연을 부르짖었다. 노턴은 우뚝 선 채로 이 각종 행위가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지루해졌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에이블리가 술집 안에서 자신과 한 약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궁금해진 노턴은 고개를 돌려 에이블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너! 이름이 뭐지? 상관없고. 이 아이를 온전한 상태로 보호하는 게 좋을 거야." 라는 협박 투를 에이블리에게서 확인한 노턴은 에이블리가 상당한 상급자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난 이주 간 샹들리엠에서 살았던 노턴은 이 도시가 절대적 권력에 따라 예리한 기준으로 나눈다는 것을 체감했고, 에이블리의 손에 들린 양주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lva08oZeE3w 2019/03/18 02:32:30 ID : q7vxA7ummk9
2-24 에이블리는 명령이 끝나자마자 노턴을 같잖은 놈을 보듯이 눈을 흘기고는 경찰들을 시켜 노턴을 비좁은 차에 태웠다. 하필 노턴의 옆자리에 앉은 녀석은 아까 전의 그 달걀노른자였다. 술집에서 경찰서까지는 아주 먼 거리였기에 노턴은 바깥이 어슴푸레 보이는 어두운 차 안에서 자신의 몸을 선명하게 훑고 과거사까지 세세히 탐색해버리는 욕지거리를 관망해야 했다. 푸른 빛이 창밖으로 훤히 보이는 경찰서는 큼지막했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노턴의 판단이었고 경찰청이라 부르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노턴은 에이블리에게서 리비의 도착을 확인하지 못한 채 차에서 내려 고전풍의 복도를 지나 바로 취조실에 직행했다. 에이블리는 미리 취조실에 들어와 있었고 떨떠름하게 들어온 노턴을 마주했다. 에이블리는 일어나 에이블리의 반대쪽 의자를 끌었다.
◆lva08oZeE3w 2019/03/18 16:09:39 ID : q7vxA7ummk9
으으... 보니까 맘에 안드는 부분이 보인다. 스탑 걸테니까 다음에 리메이크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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