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 들어봤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뭐 양자역학 같은데서 보면 모든 물질은 어떤 상태로든 변할수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상태로 변할 확률은 말도 안 되게 작다고도 하잖아. 그런 식으로 확률이 매우 작을뿐 어떤 일도 일어날수 있다는 거지. 그건 일종의 주사위 게임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우리가 살던 시 외곽에 산이 많은 곳으로 가면, 아직 논밭이 많은 농촌 지역이 있어. 그리고 거기에 폐가가 하나 있었어. 곤지암처럼 그런 막장스런 폐가는 아니고 꽤나 깔끔한 곳이었지. 그런데 그 집에서 이상 반응이 관찰된거야. A단체는 우리에게 그곳을 살짝 조사해보라는 지령을 내렸어. 이런 조사는 어지간해서는 낮에, 그리고 여럿이서 함께 하는게 좋아. 그래서 우리는 강의가 비는 때가 어느 정도 겹치도록 시간표를 짰었고, 함께 조사를 할 수 있었어.
방문들은 헐거웠지만 잠겨있지는 않았어. 지훈이 선두에, 나와 그녀가 중간에 양옆으로, 은영이 맨 뒤에 서서 우리는 천천히 조사했어. 우선 내 능력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확률도 여전히 다들 흰색이었고. 아마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을거야. 손에 든 감지기는 미약한 반응이 있다는것을 계속 알려주고 있었지만 별다른 징후가 없었어.
>>624 나는 아직 다른 사람을 투명색으로 만들 정도는 아니었어. 그냥 흰색이 유지되도록 계속 신경을 써주는 정도.
그때 나는 이게 원인인가? 싶었지. 거울은 원래 영향을 받기 쉬운 물건이거든. 그래서 우리는 거울에 다가갔지. 거울은 아래쪽 반 정도가 깨져있었지만 위쪽은 멀쩡했어.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었지. 내 안개는 보이지 않고, 나머지 안개는 모두 흰색. 감지기를 거울에 가져갔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
우리는 큰 소리를 내며 아래에 부딪혔어. 다행히 그대로 낙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 그러나 뭔가가 이상했어. 분명히 바닥이 무너지며 아래로 떨어졌으니 위에서는 빛이 쏟아져야해. 그런데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주변은 어두컴컴했어. 우리는 의식을 잃지도 않았었어. 그런데도 그냥 모든게 어두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