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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 2019/03/23 19:33:18 ID : 3SLfcFba8jh
예전에 인기 많았던 모 이야기를 모티브로 써볼려고 합니다. 모티브로 삼았기에 닮은점이 많으니까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이름없음 2019/03/23 19:45:55 ID : 3SLfcFba8jh
#1 2014.06.02 오늘도 무에타이 학원에 갔다. 늘 똑같은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이다. 나는 올 해에 고등학교에 입학하였고, 이제 고등학생 1학년인데 처음으로 야자를 하고 매일 밤 9시에 마치고 집에 가려니 참 힘이든다. 거기에다 마치면 3월달 부터 다닌 무에타이까지.. 참으로 힘들다. 사부님의 구령소리에 맞춰서 샌드백을 치고난 후, 정확히 11시에 훈련이 끝난다. 힘들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도장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이 강하늘~ 바닥에 앉지마 얼른 일어나~" 사부님은 힘들 때 앉거나 누우면 더 힘들다고 항상 일어서있으라고 한다. 요즘 이런저런 일 때문에 너무 바쁘고 힘을어 죽겠는데 이게 웬 말인가? 고등학교 올라오니 앞으로 인생도 걱정되고 하루하루 피곤해 지쳐 죽을 마당인데 운동까지 하면서 저런 잔소리도 들으니 참으로 인생에 회의감이 들지 않을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네~ 네~" 라고 버릇없이 대답하다가 한 대 맞고 벌떡 일어나서 샌드백에 기댄다.
Bin 2019/03/23 19:53:09 ID : 3SLfcFba8jh
인생은 늘 도돌이표다. 언젠가 새로운 일이 생기려거든 그 새로운 일 마저 다시 반복되는 지루한 인생이 시작된다. 언제 누군가 한 말이다. 그 때는 그러려니 하고 그냥 흘려 들었건만, 지금에서야 뇌리속에 강하게 박혀서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쉬는시간 책상에 엎드려서 이것저것 생각중이었는데 김준현이란 녀석이 말을 건다. "야! 뒤짐? 오늘 시지에 피방 ㄱㄱ?" 시지는 대구 수성구의 한 동네이름이다. 참고로 내 학교는 만촌동이고, 무에타이 도장은 시지에 위치해있다. 시지에 피방? 좋지 뭐. 어차피 학교 마치고 무에타이 가야하는데 가는 김에 피방도 가면 동선도 효율적이지 않나? 특히 오늘은 수요일. 단축수업하는 날이라 나한테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돈은 있고?" 내가 일어나서 매섭게 쏘아 붙였다. "딱 2천원 있는데. 버스비는 네가 대주는걸로 알고있고." "꺼져 병시나" "장난인거 알제 ㅋㅋㅋ" 이런저런 시덥잖은 대화를 니눈다. "근데 사실 진지하디" "에휴 병신...." 피시방에서 한창 각자 할 게임을 할 때였다. "오오오 시벌 야 강하늘!" 김준현이 다급하게 옆자리에서 게임하다 불렀다. "왜 병시나 뭐" "헤드셋 껴봐 여자목소리 존나귀엽다" 병신같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디 보자는 격으로 헤드셋을 쓰고 들어본다. 웬 귀여운 척 하는 목소리로 쫑알쫑알 거리는 여자목소리였다. "에라이 병신아 그렇게 난리칠 정도는 아니고 걍 여자네" 헤드셋을 벗어 던지며 김준현에게 말했다. "아이구~어련하기겠어요 김민 생각나셨어요?" "얼씨구 이 미친놈이?" 나는 반 진지 반 장난으로 김준현을 후드려팼다. 그도그럴게 전 여친 이름이 김민인데, 학기 초에 별 같잖은 변명으로 애들한테 둘러대다 오히려 쪽팔림만 당하면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교제중일땐 진짜 너무 좋아했고 차였을 때 애들한테 하소연도 더럽게 할 정도로 인사불성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부끄러운 기억이다.. 라고 하기엔 솔직히 지금도 완전히 잊은건 아니다.
Bin 2019/03/23 20:01:25 ID : 3SLfcFba8jh
어느새 무에타이 학원에 갈 시간이 되었고, 나는 김준현을 뒤로하고 먼저 계산을 하고 나온다. "야 시발 잠만 나 한판만!!" 그 말을 뒤로하고 나와서 혼자 상가 구석에서 담배를 피며 괜히 김민 생각 하면서 혼자 추억회상을 해본다. 고등학생이 담배를 피우는건 참 꼴갑이지만, 뭐 그때당시엔 그냥 멋져보이고 싶은 심리였을 뿐이다. 마저 담배를 피우고 휴대폰으로 카카오스토리를 좀 하다가 이내 발걸음을 떼서 무에타이 학원으로 옮긴다. 도장에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 탈의실로 향한다. 도장의 구조는 샌드백을 치는 넓은 강당?이 있고, 그 옆에 링, 그리고 그 앞으로 좁게 외길로 탈의실과 화장실로 향하는 길이있다. 외길이라 사람을 마주치면 서로 옆으로 비켜줘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언짢게도 마주쳤다. 어래? 라고 생각한다. 엄청 이뻤다. 고운 피부에 조막만한 얼굴, 커다랗고 붉은 눈동자 선명한 쌍커풀과 눈썹. 뾰족한 코에다 작은 입술. 진짜 만화에서 볼법한 여자였다. 그냥 이도저도 아니고 비율만 좋고 얼굴이 작다는 장점만 가진 나는 꿈도 못 꿀 그런 여자였다. 좀 어려보였고, 넋놓고 쳐다보다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비켜주었다. 여자애는 좀 당황한 눈치였고, 이내 서둘러 지나간 뒤 나는 여전히 그 얼굴을 못 잊어 뒤돌아 쳐다봤다. 무에타이 엄청 잘 하는 형이랑 친해보이는 듯 했다. 하기사 저 형은 재치있고 잘생겼고 운동도 잘하니.. 라고 혼자 열등감에 싸여서 쳐다보다 앞에서 같이 운동하는 형이 오는지도 모르고 안 비키고 있다가 한대 맞고 정신을 차리고는 운동을 할 준비를 했다.
Bin 2019/03/23 20:12:39 ID : 3SLfcFba8jh
#02 2014.7.20 어느새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고등학교 첫 여름방학이라 참 설레이게 다가왔다. 아주 고양된 감정을 가지고 기말고사를 망친 지금 아이들과 동성로로 향하고있다. (대구의 홍대같은 느낌) 참 더워서 떠죽을뻔 했다만, 마냥 걱정없이 노는게 너무 즐거웠다. 영화도 보고, 볼링장도 가고 밥먹고 난 뒤 아이들과 식후빵을 골목에서 치다가 경비떠서 추노도 해보고,... 그렇게 진짜 재밌게 놀았다. 물론 학교 친구들이 아니라 내 동네(동대구쪽. 만촌과 시지와는 거리가 좀 있다.) 아이들과 노는 것이긴 했지만. 박정우, 김수현이라는 죽마고우 친구 둘과 그렇게 실컷 옷쇼핑도 하고 오락실도 가고 아주 즐겁에 즐기다가 대망의 노래방을 가기로 했다. 우리 삼인방은 노래를 참 더럽게 못 하는데 나는 그런 점을 극복하고자 '그대라는 사치'만 줄곧 연습해왔다. 물론 잘하진 않지만, 전여친한텐 기가막히다고 칭찬까지 받았었다. 동성로의 한 노래방에 들어가서 3번방에 자리잡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물론 더럽게 못 불러서 괜히 랩이나 빅뱅노래 같은 것을 불러댔지만, 이 쯤에서 하이라이트를 갱신시켜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한동근의 그대라는 사치를 입력했고, 남정네들이 모인 좁은 방에서 감수성 충만하게 불러냈다. 그렇게 나의 혼신을 다한 가요자랑이 끝나고, 마침 노래방 시간도 5분밖에 남지 않았었다. 정우와 수현이는 박수갈채를 선사하며 이왕 이렇게 된 거 옆방 가서 불러주고 온나!라고 드립을 쳐댔다. 수현이는 다음 곡을 시작하고, 난 잠시 물을 마신다고 한 뒤 나왔다. 너무 노력한 탓일까, 목이 엄청 아팠기 때문이다.
Bin 2019/03/23 20:17:33 ID : 3SLfcFba8jh
문을 닫고 앞을 보는데 웬걸, 김민이 있었다. 너무 갑작스럽고 돌발적인 만남이라 서로 쳐다보고는 한 동안 돌하르방 마냥 그 자리에 정직돼있었다. "아.. 안녕.." "으..응 안녕? 잘지냈어?" 어색함을 먼저 깨준건 민이쪽이었고, 나는 그나마 어색함을 덜고자 말을 이었다. "ㅋㅋ 뭐야.. 너무 형식적인 멘트인데?" "그런가.. 민이 너도 시험마치고 놀러온거야?" 앗.. 실수다. 민이라고 이름을 입에 올리자 뭔가 엄청 어색해졌다. 상대방은 아닐지라도 난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음... 응.. 우연이네 진짜." 아 제발 . 그렇게 뜸들이며 대답해서 사람 무안하게 하지 말란 말이야. 정말 너때문에 엄청 고통스러워 했고 니가 참 밉고 좋았던 감정 아직 그렇게 오래된거 같지도 않은데 이 이상 상처주지마. "아 그렇네. 그럼 나 물마시러 가는데.. 가볼게." "아..응..! 응.. 잘가!" 아휴 이 병신아! 어차피 같은 좁디좁은 노래방 안 인데 뭘 물마시러 가볼게야! 그리고 넌 또 잘가는 뭔데??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괜히 자신감이 없어 먼저 얘기를 끊고 카운터에 가서 정수기에 물을 받아 마시면서 어지러운 생각과 감정을 정리했다. "하.. 존나 어색하네"
Bin 2019/03/23 20:25:07 ID : 3SLfcFba8jh
서로 헤어졌다. 이 것은 중의어로도 해석 될 수 있다. 연인이 아니라 친구랑 헤어졌다는 점이긴 하지만. 다 놀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939 버스를 탔다. 정말 이게 인연이라는 건가? 맨 뒷자리에 자리하나가 남았는데 그 옆에 민이가 있었다. 괜히 못본척을 하고, 버스 손잡이를 잡고 폰을 들여다봤다. "하늘! 일루와!" 크고도 작은 목소리로 민이가 날 불러서 예상외의 상황에 깜작 놀라서 몸을 허둥댔더니 왠지 사람들이 날 보고 웃는듯한 피해망상이 들었다. 여전히 마음이 있었기에 괜히 거절하지 않고 그녀의 말에 순응하였다. "어.. 또만나네" "그러게 진짜 신기하다 ㅋㅋ" "너 학교는 잘 다니냐? 그 꼴통 학교 ㅋㅋ" "뭐래 말조심해라?" 서로 하루에서 두번째 만남이라 그런지 어색함은 딱히 없었고, 어느덧 이야기가 사귈때처럼 술술 트게 되었다. .... "아 진짜, 너 아직도 그 선배 좋아해?" "뭔 소리야~ 마음 접은지가 언젠데. 너처럼 친절하지도 않고 ㅋㅋ" "이제와서 나한테 오기 없기다~ 나 이미 마음 다 떠났다." 사실 헤어지게 된 계기는 내가 성격이 좀 오락가락해서 잘해줄 땐 정말 잘해주지만 한 번씩 쓸데없는걸로 많이 화내고 상처 많이 내서 민이가 참 힘들었는데 그 때 훈훈한 선배가 많이 위로해줘서 민이 마음이 떠났던거였다. 상처주고 병주고 약주고 한 나도 잘못이고, 속된 말로 환승한 민이도 잘한건 아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럴 감정은 아니었던 것 만은 분명하다. 아, 섣불리 민이 감정을 논하면 욕먹을수도. "그런가? 난 너랑 헤어지고도 여전히 너 생각났는데.. 참 나쁜년이지?" 정말 의외의 답변이었다. "뭐래~ 나도 관심없거든?ㅋㅋ" 라고 말할줄 알았는데, 뒷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예상외의 답변에 쩔쩔매고 있자,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줬다. "하늘이 넌 아니었어? 섭섭한데.. 뭐, 내가 먼저 찬거라 할 말은 없나?" 그렇게 말하며 작게 미소짓는 그녀를 보고 이게 약올리는건지 뭔지.. 싶었다.
Bin 2019/03/23 20:37:17 ID : 3SLfcFba8jh
"내가 좋아하고 못 잊은거면 너보다 더 할텐데, 감당되냐?" 그냥 질러버렸다. 나는 예전부터 귀찮음을 많이 타는 타입으로, 이번에도 시원하게 질러버렸다. 뭐, 먼저 지른건 민이쪽일수도. 민이는 한 동안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예뻤다. 뭐 여전히라고 할 만큼 헤어진지 오래 된 것도 아니다만, 흔히들 보는 sns의 얼짱같은 생김새였다. 어느덧 동대구역에 도착하였고, 민이는 내릴때가 되었다. "난 간다 하늘!" 뭐라 더 말해보지도 않고 간다니 아쉬웠다 뭔가가. 나는 다음 정류장에 내리는데 여기서 내릴까 생각도 할 쯤에, 이미 민이는 하차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우물쭈물 하다 떠내보낸 뒤, 나는 초연하게 앉아있었다. 어쩐지 버스 내 사람들이 그동안 재잘재잘 시끄러웠는지 나를 째려보는 기분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리고 집까지 걷고있을 때, 폰이 울렸다. [바보얔ㅋㅋ 우리가 뭐 구세대냐? 휴대폰이 있는데 뭘 그렇게 연락 못 하는 사람 떠나보내는 듯 슬픈 표정 짓냐?] 민이한테 온 문자였다. 아 그렇지, 나 민이 번호 지웠지만 아직 기억하고 있었는데. 얘는 내 번호 지우지 않았구나. 아니 나처럼 기억하는건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 감정이 표정으로 다 드러났다고? [아 ㅋㅋㅋㅋ 그렇구먼] [그렇구먼은 뭐야 아저씨도 아니곸ㅋㅋㅋ] [ㅋㅋㅋㅋ 집에 조심히 들어가~] [그랭 ㅎ] 문자를 하니 괜히 연애시절로 돌어간 듯 하여 기분이 묘하게 설레였다. [아니 근데, 하늘아] [왜?] [그런말은 버스에서 내릴때 해주는거 아니야?] [아.. 미안...] 괜히 사과를 했다. 아니 이게 내가 사과를 해야할 상환인건가? [아 미안은 또 뭐옄ㅋㅋㅋㅋ 그래 내가 한 번만 봐준다 ㅡㅡ] 자기가 사과하게 만들어놓고는 무슨 말이야 얘는, 이라고 생각되지만 기분이 좋기만 하다. [아 뭐야 ㅡㅡ] [여전하네 울 하늘이는 ㅎ] 하기사, 나는 언제나 여전하김 하다. 능청하고 느린 성격도, 뭘 하나 잘하지 못 하고 집착하는 성격도. [공부는 열심히 하고있어? 의대가고싶다며 ㅋㅋㅋ] [음, 나 380등이야 데헷] [전교생이 몇 명인데?] [우리학년 전체 학생수는 392명. ㅎㅎ] [엌ㅋㅋㅋㅋㅋ 무슨 의사냐 임마 열심히 해!!] 민이나 나나 둘다 공부 못 하는건 마찬가진데. 나를 놀려?.... 그렇지만 쟤는 예체능 특기생이라 꼴통고를 가도 그 뭐지 실기전형?으로 간다한다. 노래랑 피아노를 드럽게 잘해서 나도 걔한테 피아노를 어느정도 배우긴 했다. [ㅋㅋㅋㅋㅋ 그래야지 ㅎㅎ...] [여튼, 앞으로 기회는 더 없다~ 잘하자~ [오킹 ㅋㅋ] [잘자♡] 음? 이게 뭐지 싶었다. 아니 이렇게 급 전개라고? 자기가 차고 자기가 사귀고 뭐야이거, 실화냐? 가지고 노는건가? 갑작스럽게 아무도 고백 안 했는데 자연스럽게 재결합이 되었네? 뭐 아무렴 엉터리라도 상관없다. 난 여전히 그녀가 좋았고 너무 좋았기에 그냥 쾌재만 부르며 신나했을 뿐이다. [그래 잘자♡ 낼방 ㅋㅋ]
Bin 2019/03/23 20:52:08 ID : 3SLfcFba8jh
#03 2014.12.13 모든게 완벽하다. 어느덧 겨울방학이 다가와 학교내에선 아이들이 즐겁게 떠들고 있고, 날씨는 선선하니 그렇게 춥지도 않고 딱좋다. 무에타이도 이제 좀 오래 다녀서 길이 텄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서 참 행복한 나날이다. 것보다, 아주 예쁜 여친이 있는게 너무 좋다! .. 공부못하는것만 빼면 아주 완벽한 나날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무에타이 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 하늘이 기말고사 이후로 오랜만이네." "네..ㅋㅋ 죄송해.." '퍽-' 어디선가 고무공이 날라와서 내 머리를 가격했다. 돌아보니 김준현이 있었다. "야이 시발롬아!!" 급하게 신발을 벗고 김준현을 쫓아 달려가서 후드려 팬다. 얼마없는 도장에 사람들이 보고 웃으며 사부님은 화낸다. "신성한 체육관에서 뭐하는거야 둘이! 푸쉬업 스무개 실시!" 서로 어물쩡거리며 바라보고있자, 사부님이 호되게 소리쳤다. "장난같나! 실시!" ... 김준현은 힘들어하며 죽으려한다. 이놈은 진짜 운동부족임이 확실하다. "야, 잠만" 김준현이 내 귓전에다 뭔갈 말하려한다. "꺼억-" 김준현은 쪼개며 도망갔고, 난 똑같이 쫓아간다. 그리고 다름없이 도장 사람들이 보고 웃으며, 여전히 사부님은 호통을 치셨다.
Bin 2019/03/23 21:01:44 ID : 3SLfcFba8jh
"야 근데 있잖아" 탈의실 안에서 김준현이 또 말하려 한다. "아 닥쳐 병시나 또 트럼할거 안다" "아니다 병신아 들어봐라" "뭔데" "그 샌드백 앞에 검은티입은 여리여리한 여자애 누구냐?" 불현듯 여름때 봤던 그 백옥같은 피부에 별똥별같이 빛나던 예쁜 눈동자부터 그 여자애의 예쁜 얼굴이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난다. "아 그여자애? 존나이쁘지않냐? 한 번씩 흘깃흘깃 엿보는데 존나 이쁘더라 진짜." "엿본다고? 미친놈 ㅋㅋㅋ 당장 김민한테 말한디" "아 미쳤나." "지랄이고, 여튼 친함?" "친할리가.. 말도 못 해봤다." "찐따가?" "아니 병신아 같은 도장이라고 무조건 아는사이냐? 그리고 쟤 엄청 조용하고 뭔가 침울해보여서 말도 못 건다." "ㅋㅋㅋㅋ 웃기네.. 몇 살인데?" "그래. 중1이더라. 이름은 몰겠음" "와 개미친 중1이면 화장도 안 할텐데 생얼이 저리 이쁘다고?" "내 말이.." 근데 생각해보면 운동하는데 화장을 애초에 할 리가 있냐? 그렇게 김준현이랑 시덥잖은 이야기를 끝내고 탈의실에서 나와 앞에 링에 걸쳐앉았다. "야 강하늘, 쟤 도촬 기?" "미친놈 ㅋㅋㅋ 그건 또 내 전문이지 잠만 기달려봐" 범죄자 마냥 둘이서 수군댔다. 사부님은 그런 우리 둘을 개의치 않아 하셔서 다행이었다. "크 기가 막히다" "보자보자" 김준현이 재촉해서 사진을 보여주자, 김준현은 내폰을 가져다가 눈을 크게뜨고 보았다. "와 존나 이쁘다!!!" "병신아 소리 낮춰라" "닌 진짜 프로몰카범 인정한다." 이 병신같은 친구가 나를 몰카범으로 몰아간다. 저번에 시내에서 엄청 이쁜데 담배피는 여자들 몇 장 찍은걸 계기로 날 계속 저렇게 몰아간다. 근데 뭐 틀린말은 아닌가? "나도 보내주셈" "담배주면 보내드림 ㅇㅇ" "아 나 돛대임 ㅅㅂ" 내가 김준현의 주머니를 재빠르게 쥐어잡자, 곽이 하나 잡혔다. "당장 꺼내라" 김준현이 도망가려하자 내가 재빠르게 쥐어잡아 주머니를 뒤져서 담배를 꺼냈고, 담배는 풀갑(꽉차있음)이었다. "이새끼가 밑장빼기를 해?" "아 시발년아 내놔 ㅋㅋㅋ"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을때, 김준현이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내 폰을 숨겼다. 나는 "뭐지 이 병신은?" 이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았다. 아뿔싸, 우리가 도촬한 그 여자애가 내 뒤에 서있었고 병신같은 처지인 우리둘을 번갈아 보고있었다. 초점없는 눈빛으로.
Bin 2019/03/23 21:11:52 ID : 3SLfcFba8jh
우리들은 대놓고 여자애 사진을 찍은 사진을 휴대폰 화면에 떡하니 켜놓고 있었고 고딩 둘이가 담배가지고 난리치고 있었기에 이만큼 약점 잡힌건 없겠구나 싶었다. 나도 김준현도 당황하여 우물쭈물하고 있으면서 속으로 '좆됐다..'를 연발하고 있을 때, 여자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요," 나는 놀라서 당황하며 괜히 존댓말을 하였다. 아니 모르는 사람한텐 존댓말이 당연한건가? "담배피실거면.. 저도 같이 데려가주시면 안 돼요?" "예?" 예상치못한 전개에,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되물었고 김준현도 당황해있었다. 결국 그 날은 "어린애가 담배피면 안 된다고 나중에 후회한다"고 주제에 미치지도 않는 이상한 소리로 둘러대며 돌려보냈다. 뭔가 한심하게 쳐다보는 듯 했지만, 이내 수긍하고 무언으로 돌아섰다. 나는 무에타이를 마치고 김준현이랑 노래방 갔다가 헤어졌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김준현이 노래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부른다.) 신호등 반대편에서 여자친구를 봤는데 와.. 진짜 이뻤다. 단연 사람들 중에서도 돋보였을 만큼. 콩깍지가 씌었을수도 있다만 내 눈에 그저 예쁘게만 보였다. "하늘~" 민이가 달려왔다. 뛰어오다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도 됐다. "민이 추운데 괜찮어?" "너는 괜찮냐? ㅋㅋ 나만 추위 타?" "네가 여자니까 글치! 커피라도 하나 사줄게"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지갑을 꺼냈는데, 이게 웬걸? 천원 한 장이었다. 아뿔싸. 노래방에서 너무 놀고 먹었나? "됐네요~ 그냥 내가 살게. 그나저나 넌 담배나 피우지마." "들켰나..?" 민이는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들켰나는 무슨! 나 담배 싫어하는거 알아 몰라!!" "고멘!! 민쨩" "아 징그러 제발 좀 하지마"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나는 여자친구한테 최대한 사과했다. 커피숍 안에서 서로 커피를 마시면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하늘아, 우리 오늘 찍은가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어. 봐바." "오~ 하트 달게" "하트 말고 별눌러!" "엥?" "우린 특 '별'한 사이니까??" .... 한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민이는 농담도 못 하냐며 뾰루퉁해졌고 나는 최대한 또 민이를 달랬다.
Bin 2019/03/23 21:18:46 ID : 3SLfcFba8jh
시간이 많이 늦었고, 민이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이제 또 방학이네.." "응.." 내가 먼저 운을 띄웠다. 춥고 어두운 밤에 가로등이 켜진 골목을 걸으니까 기분이 많이 진정되었다. 어느덧 민이 집 앞에 다다랐고, 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민이를 끌어안고 서로 뽀뽀를 해댔다. 참 원앙같은 연인이야. 여기서 헤어지는건 좀 아니다. 이럴때 깜짝 이벤트를 해야한다고 생각한 나는 민이를 잠시만 기다리게 하고는 가방에서 종이봉투를 꺼냈다. H♡M 이니셜이 새겨진 초록색 목도리였다. "이게 뭐야앙 ㅎㅎㅎㅎㅎㅎ" "쓰고 다녀 민아." "우와 우리 이니셜도 박혀있네.. 보라색으로 사주지" "주는데로 받아라 ㅡㅡ" "넹 ~ 고마워요!" 민이가 볼에 뽀뽀를 해줬고 엄청 좋았다. 입술이 아니라 아쉬웠지만 언젠간 첫키스도 민이랑 하고 결혼도 할 것을 뻔히 예상중이었기에 기회는 언제나 있어! 같은 바보같은 상상을 했다. "민아 정말 사랑해. 진짜진짜 좋아해." 민이 집 앞에서 끌어안으며 오글거리는 말을 내뱉었다. "나도 정말이야 하늘아. 진짜 너무 좋아해. 나 너랑 계속 이대로 있고싶어. 우리 싸우지말자." "응..." 그렇게 한동안 서로 껴안고 있다가, 민이 부모님한테서 전화가 오는 바람에 멋쩍게 헤어졌고, 민이가 엘레베이터 타는 것 까지 지켜봐주었다. 나는 진짜 행복하고 좋은 사랑을 하는 것 같았다. 근데, 진짜 그러면 안 되는거 알지만 민이 얼굴에 그 무에타이 도장의 이쁜 애가 오버랩되어 아른거려서 나름대로 너무 괴로웠다. 뭐 그냥 걔가 그렇게 예쁜거지 싶고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민이는 부모님이 두분 다 계셔서 너무 부러워. 어쩌면 나한테 없는걸 찾아서 민이를 더 좋아하게 되는 걸지도." 혼자 집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가로등들은 마치 스포트라이트 마냥 비춰지는 것 같았으며, 유난히 추운 겨울밤처럼 느껴졌다.
Bin 2019/03/23 21:26:37 ID : 3SLfcFba8jh
나는 어렸을 때 드라마에서나 보는 가정폭행을 당했다. 아버지가 난폭한 분이셨고, 어머니와 나를 번갈아가며 폭행하셨고 당시엔 워낙 옛날이라 경찰도 손을 못 썼으니 참 말세였다. 어머니는 너무 고통스러워 아버지로부터 도망치셨고, 난 뭣도 모르고 혼자 아버지 집에 남겨졌다. 아버지가 이혼하실 때 나는 데려가겠다고 하셨고 어머니는 힘없이 울면서 나를 보내셨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또 나한테 심심하면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집에서 버림받아 쫓겨나기 까지 하면서 어머니가 나를 다시 거둬들이셨다. 아직도 어머니가 그 진눈깨비가 쏟아내리는 추운 겨운날 얇은 면티만 입고 밖에서 눈에 파묻혀서 쪼그려 앉아 벌벌 떨고있던 나를 발견해서 꼭 끌어안고 우셨던 것만 생각하면 온 몸에 전율이 일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한 편으로는 너무 슬프다. 양육권은 아버지한테 있고 키우는건 어머니가 다 떠먹여 살리는 기이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이 강하늘! 말 안들려?" 멍때리고 있자, 사부님의 강한 호통소리가 들렸다. 아 그래, 샌드백 훈련중이었지. 빠딱 일어나서 샌드백을 친다. ... 훈련이 끝나고, 인사를 한 뒤 도장을 나서서 집으로 가는데 웬 여자애 한 명이 갑자기 뒤에서 달려와 팔짱을 끼고 끌어안는다. 민이인가? 싶었지만 엄청 여리고 작고 어린아이였다. 엄청나게 좋고 향긋한 냄새가 풍겼고, 기분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 여자애였다. 도장에 있던 엄청 이쁘고 귀여운 애. 어딘가 항상 슬퍼보이는 애. 갑작스런 전개에 나는 넋을 잃고 있었다. 여자애는 내 팔을 붙들고 고개를 숙이고 나를 놔주지 않았다. "어.. 무슨 일이니?" 여자애는 아무말 없이 내 품에 안기려했다. "오빠 좋아해요" 아니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한테서 떨어지나 싶더니 측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갑자기 훽 뒤돌아서 달려나갔다. 아직도 난 그 눈동자를 못 잊는다. 얼떨결에 상황이 벌어진지라 나는 어리둥절해있었다.
Bin 2019/03/23 21:32:22 ID : 3SLfcFba8jh
#04 2014.12.28 방학이라 일정이 없었고, 아침일찍 무에타이 도장을 찾았다. "사부님!" "어 웬일이고 이리 일찍" "그 중1짜리 여자애 있잖아요 걔 몇시부에요?" "걔 어제가 마지막이었는데?" "예??" 나는 뭔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걔 멀리 이사갔어. 근데 왜?" "걔 전화번호 알 수 있어요 이름이라도?" "관심있냐 ㅡㅡ 사부님은 모른다~" 결국 사부님은 알려주지 않으셨다. 하기야 개인 프라이버신데. 이름도 모르고 학교도 모르고 나이, 얼굴 빼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인데 ... 이 일 때문에 나는 한 동안 즐거운 방학도 못 누렸다. 여자친구랑 있어도 있는게 아닌거 같았고 항상 뭔가가 허전했다. 여자친구에겜 참 미안했지만, 이러면 안 되지만 뭔가 너무 허전했다. 여자애가 막무가내로 그렇게 하고 가버린 것도 이해가 안 가고, 너무 속상했다. 사람 가지고 노는건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뭐 별 수 없었었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 2학년생을 맞이하고 있었다. 점점 미래에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상 끝.
Bin 2019/03/23 21:37:53 ID : 3SLfcFba8jh
#05 2018.3.1 회상 끝. 어느새 겨울에 만들어진 눈사람이 부음을 올리고, 산수유나 벚꽃등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당연한 자연의 이치지만, 계절은 바뀌었고 모든게 모호한 경계선을 기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공기의 맛 마저 달라진듯 하였으며, 하늘의 색은 더 짙고 푸르어졌다. 모든게 새롭게 느껴진다. 새 생명이 생긴다. 꽃 들이 피기 시작하며 동면중이던 곤충과 동물들은 이제 일어날 때를 맞이했고, 굼벵이 같은 학생들도 다름없이 곧 개학날을 맞이한다. 나도 별반 다를게 없었다. 지겨운 재수생활을 탈피하고 이제 새 삶을 사는 듯 했다. 그동안 난 참 많이 변했으며, 격세지감 금석지감을 비로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름없음 2019/03/23 21:56:50 ID : 3SLfcFba8jh
근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강의실로 향한다. 강의실은 넓게 자리가 띄엄띄엄 있었다. ... "이 작품을 설명해보실 분 있나요?" "음. 강하늘 군인가요?" "예 교수님." "머리색이 독특해서 항상 먼저 눈에 띄네요. 그럼 잘생긴 강하늘 군이 설명해보실까요?" "예. 화면에 보이는 작품은 '몽마르트의 밤을 사랑한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의 작품입니다. 겉 모습으로는 평범한 주전자처럼 보이지만, 짧은 다리와 그에 비해 비대하게 표현 된 주전자의 몸체는 로트레크, 자신을 표현한 자화상입니다. 로트레크는 귀족가문 이었으며, 근친혼이 유명했습니다. 덕분에 희귀 유전질환을 가진채 로트레크는 태어났으며, 농축이골증이라는 병을 선천적으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뼈가 엄청 약하게 되었으며, 수많은 골절과 고난을 겪고 휠체어에 평생을 앉아 사는 신세가 되었고 가문에 버림받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만, 이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림에 자신을 주전자에 빗대어 표현한 대단한 화백입니다. 그는 집창촌에서 매춘부들과 어울리며 그림을 그려주고 그런 인생을 살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습다. 참 아이러니한 삶이죠. 그는 이 외에도 <물랭루주 에서>라는 유명한 작품을 남겼습니다. " "진짜로 유명한 하늘군 답네요. 그럼 이 그림에 대해 느낀 바는 뭔가요?" "네. 제가 얻은 바로는 자신의 겉모습에 국한되지 않아 자존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서 그 누구보다도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는 그의 대단한 면모애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의 친한 친구였던 집창촌의 매춘부들도 그에게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껴서 친하게 지냈던 듯 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약 로트레크가 자존감 없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면 매춘부들이 그를 받아들였을까요? 아마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로트레크의 당당함과 부끄럼 없는 모습이 매춘부들로 하여금 자존감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친해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자신이 하고싶은건 무엇이든지 두팔과 두 다리가 멀쩡히 있으니 하면 된다. 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병을 앓는 로트레크도 상관않고 일반인 보다 더 대단한 업적을 남겼으니 저라고 안 될게 있습니까? 그런 로트레크에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남의 눈치를 보지 말자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휼륭합니다 하늘군. 내가 덧 붙여서 말해보자면..." ... 교양 서양미술사 강의가 끝났고 할 일 없이 근처 빵집에 들른다. "어서오세요~" 은은하게 주황색으로 빛나는 나트륨등에 맛스럽에 빛나는 빵들 중 가장 비싼 빵을 하나 골라서 결제한다. "연세대학교 다니시나봐요?" "예. 의예과." 딱히 부가적으로 학과를 말할 필요는 없었지만, 열심히 죽을 노력을 해서 여기 왔다는 일종의 보상심리를 얻고싶은 마음에 말했는지도 모른다. "우와~ 연세 의대생? 진짜 멋있네요 학생!" 이젠 이런 호의마저 날카롭게 받아들이게 된다. 언제 이렇게 된 지는 모르겠지만 매사에 날카롭고 어두운 성격이 되었다. 사람을 믿지 못한다고 할까. 저것마저 그저 단순한 상술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게 된다. 립서비스로 괜히 더 부담스러운 감정을 안겨주어 뭘 하나 더 구입하게 만들 셈인건가? 하고 의심부터 하고 본다. 인간은 뭘 하든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본다. 그게 어쩔수 없는 동물의 본성이고 매출 즉, 수입은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다. 여기서 비롯해 판단하자면 그저 자신의 이익을 채울 상술일 뿐인거다. 라고 멋대로 생각한다. "예. 그럼 ." 어딘가 예의없이 보이는 말투로 목례를 한 뒤 빵집을 나왔다. 완전히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지만 쌀쌀한 공기가 반긴다. 근처 골목에서 담배를 한대 태우기 시작한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입김이지 담배연기인지 구분이 안 된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도 본인 스스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Bin 2019/03/23 22:13:11 ID : 3SLfcFba8jh
"어이 강하늘!" 저기 저 쪽에서 한 명이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지금 만나기로 약속한 박정우다. "출세한 자식아! 이번에도 네가 쏴야지?" "뭔 개떡같은 소리냐?" "돈도많고 수도권 의대생에다가 잘생기기까지?" "잘생긴건 무슨 상관인데?" "오호 부정은 안 한다 이거잖아?" "아이고.. 됐다. 가자." "뭐야 차 안 타?" "지근거리에 널린게 술집인데 차는 뭔 차" 확실히 많이 출세하긴 했다. 투자했던 코인이 크게 대박나서 어린 나이에 순수 재산 127억에 고3때부터 빡공해서 재수에 성공, 연세대 의대. 물론 당시엔 엄청 난리났다. 일일이 그 때 일을 다 적기엔 너무 길고, 여하튼 그 이후로 대구에 제니스라는 값비싼 아파트도 하나 사놨고, 벤츠 e63도 끄는 말 그대로 진짜로 엄청 출세했다. 뭐 자기 자랑은 아니다만 뭔가 될놈은 된다? 라는 재수없는 생각을 있는 나로서는 딱히 놀랍지도 않다. 특히 재수때 있던 일을 생각하면 참 그러려니 하다. (재수때 사건으로 인해 내 성격이 바뀌게 되었다.) 지금은 뭐 서울로 올라와서 작은 방 하나 얻어서 생활한다. 기숙사는 딱히 안 하고싶고, 돈도 많으니 그냥 근처 원룸하나를 구해서 사는 중이다. "얌마, 진짜 수현이 얼굴 안 보고싶냐?" 벌써 술에 쩔은 정우가 말을 하기시작한다. "금마는 오랜만에 네 얼굴 보고싶다는데 왜그러냐" "싫다고 몇 번을 말해. 난 금마가 지금까지 친구가 아니었어. 꼴도 보기 싫어." "그래도 옛날엔 친했는데에..." "옛날인들 뭐해. 난 옛날로 절대 돌아가고싶지 않아." 이 말을 하면서 몇 개 머리를 스쳐가는게 없지는 않았다. 물론 딱 한 순간 돌아가고 싶은 때는 있다. 무에타이를 다니던 시절로. "너 이새끼.. 너무 한거 아니냐?" "또 뭐, 이제그만 일어서자." "얌마! 들어!" 정우놈의 술꼰대질이 또 시작됐다. 이놈도 공부 드럽게 안 했지만 나처럼 막판 스퍼트를 올려서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로 오는데 성공했다. "너어는.. 고등학교 졸업한 뒤 성공했는데.. 나는 뭐하나 변한게 없고.." 이럴땐 그냥 들어주는게 상책이다. "너 고등학생때 솔직히 못생겼던거 아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고 들어준다. "근데 대학교 올라와서 비싼차도 사고.. 비싼 집도 사고.. 얼굴도 존나 잘생겨지고..운동 더해서 몸매 비율도 개쩔고... 슈벌놈.. 머리도 존나 잘했네 어디서했냐? 애쉬퍼플???" 갑자기 칭찬 세례를 하니까 살짝 기분좋아진 나도 알만한듯 하다. "새끼.. 고딩땐 맨날 머리 덥수룩하게 다녔는데 가르마 펌 하고 염색하고 난리났네 난리났어.. 귀는 뭐 벌집도 아니고 그렇게 뚫어놨냐..." "새끼야 연골 한 쪽이랑 양 쪽 귓볼 하나씩 뚫었을 뿐인데 뭐가 어떻냐? 내가 소달구지를 했나 뭐를 했나.." "어쨌든..! 이제 곧 방학인데 우리도 대구 내려가야지~?" 나는 갑자기 뭔가가 불현듯 생각났다. 괜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계산을 먼저하고 술에 골아떨어진 박정우를 택시를 태워 보내고 원룸으로 돌아왔다.
Bin 2019/03/23 22:29:57 ID : UY4JQoFcty3
#06 2018.8.12 전날 박정우 녀석이랑 마실 때 난 딱히 취하지 않았는줄 알았다만, 나도 아예 술에 강한 체질은 아닌지 머리가 띵하게 아파왔다. 방학이라 다행이지 진짜 이 컨디션으로 수강들어갔으면 큰일날뻔했다. 휴대폰을 어제 충전기켜놓고 잤었네.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방전 됐었던 휴대폰 전원을 켰더니 문자가 밀려온다. 역시 보나마나 박정우 녀석의 실없는 문자가 대부분이었고, 원석이한테 하나 와있었다 임원석 중학교 시절 김준현만큼 친했던 친구다. 물론 잘생기고 집도 잘 살고 공부도 잘해서 김준현처럼 부랄친구마냥 많이 놀지는 못 했지만 여튼 친한 친구다. 중3, 고3때 같은 반이었다. (김준현은 반면 고1학년만 같은 반이었다.) [야 살아있냐? 괜찮으면 동창모임에 좀 온나. 3개월마다 하는데 애들 니 오랜만에 보고 싶다고 난리다.] 동창모임이라.. 확실히 재수한다고 작년엔 하나도 안 나가긴 했다. 원석이가 남 얘기를 떠벌리는 성격이 아니라 ( 얘는 진짜 조용하고 지금의 나만큼 날카로운 성격이지만, 친한애들 사이에선 낯가림이 아예 없었다.) 중학교 동창들은 아무래도 내 성공신화를 모를듯 싶었다. 그럼 뭐 부담없겠네. 라고 생각하고는 원석이한테 간다고 문자를 넣으려는 순간,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어, 오랜만이네 원석아. 근데 거기에 김민 오냐?] 문자보낸지 10분도 안 돼서, 문자가 온다. 하기야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내가 얼마나 잔거야? [어 그래 살아있었구나! 다행이다 야. 민이는 불편하면 안 봐도 돼~ 우리가 다 챙겨줄게] 많이 언짢았다. 그러지만 오랜만에 중학교때 녀석들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특히 원석이를 많이 동경했었기에 나가기로 했다. [15일 오후 6시 @@포차에서 보자!] @@포차면 대구잖아? 아 하기야, 방학이니 집에 내려가기도 해야지.. ... 요즘 참 피폐한 삶을 살고있다. 계속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술이나 퍼마시고 박정우녀석 앓는소리 들어주느라 매일매일이 술파티다. 그러면서 열심히 하던 취미공부도 하지않게 되었고 게임에 빠져살게 되면서 옷도 아무거나 대충입고 편의점 부실한 밥이나 먹다 보니 폐인이 다되어 있았다. 명품옷을 입고 고귀하게 클래식 음악을 즐기거나 미술관을 취미로 들리거나 아니면 취미로 전공 외의 공부, 음식은 늘 직접 서양식 요리를 해먹거나 근처 비싼 레스토랑에 가던 나의 초반 대학 생활에 비하면 진짜 누구냐고 못 알아 볼 정도로 수염도 덥수룩 해지고 여하튼 거지꼴이 되었다. 깔끔함이나 냄새도 중요시 여기던 내가 온 몸에서 꿉꿉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으며 원룸은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어휴 사람 천성은 역시 쉽게 안 변하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날도 낮술을 하러 박정우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분홍색 페인트로 칠해진 허름한 원룸 빌딩앞으로 이어진 길고 긴 언덕 길, 양 옆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주택가에 근처 노래방과 유흥주점. 하늘엔 전봇대에 이어지고 이어진 전선들과 지저귀는 참새와 뚱뚱한 비둘기 투성이. 각자의 집 대문은 녹슬은 초록 철문이 마치 달동네를 연상케 했다. 그 날 따라 참 인상이 깊었던 하루였다.
Bin 2019/03/23 22:51:35 ID : UY4JQoFcty3
#07 아주 인상 깊었던 하루 그렇게 언덕을 다 내려갈때 쯤, 박정우 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야 진짜 미안 ㅠㅠ 미용실 누나가 밥먹고 가래 ㅠㅠ 쫌만 더 기달려 ] [또? 이번엔 얼마나?] [2시간 정도 ㅠㅠ] [말이냐 방구냐 이새끼야] [진짜 미안 ㅠㅠ 하여튼 아 이 미친년은 너도 잘 알다시피 한 번 잡으면 안 놔주자나 ㅠㅠ] [알아서 온나] [오늘은 내가 살게 미안해 ㅠㅠ 좀따보자] 염치가 있으면 당연히 지가 사야지. 그나저나 좀 말하려거든 언덕 내려오기 전에 말 하지, 이게 뭐냐고. 다시 언덕을 올라갈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옆에 노래방으로 빠졌다. 누구누구 덕분에 노래실력 하나 만큼은 뛰어나게 되어서 코인노래방으로 갔다. 아뿔싸, 막상 방 안에 들어오니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5만원짜리를 깨자니 참 불편하게 그지없는 경우였다. 매우 귀찮았던 나는 덥기도 해서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창 밖을 내다봤다. 근데 웬걸? 저 멀리에 CU편의점 앞에 앉아있는 꼬맹이가 보였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모자를 푹 눌러쓴 반팔티 핫팬츠를 입은 걔는 딱봐도 뽀얀 피부에 늘씬한 몸매 뭔가 어린티가 났다. 근데 그냥 앉아만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라? 앞에 소주를 두병이나 까놨네? 뭔가 재밌는 일이 있겠다 싶어서 얼른 내려가서 꼬맹이한테 다가갔다. "얌마! 너 몇 살이야?" 역시 학생이었는지 "에이씨.."같은 말을 하더니 부스스 모자를 다시 푹 눌러쓰고 고개를 돌렸다. "어쭈? 요놈봐라.." 물론 내 성격 자체가 워낙 조용하고 차가운? 성격이었어서 이렇게 꼰대노릇 하는건 처음이다. 아니 너무 오랜만이라 엄청 재밌었다. 철 안들은 고딩시절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요즘 너무 조용하고 고상하게 살아오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었는데 물만난 고기마냥 신났었다. "너 어디 고등학교야!" 괜히 지레짐작하여 고등학교를 물어봤다. "아 아조씨가 뭔데요..." 얼씨구? 고등학생이 맞나보구나 목소리가 뭔가가 낯익었다. 좀 귀엽고 청아하고 예쁜? 목소리였다. 내가 너무 오버한건가. "고삐리가 대낮에 술먹고 뻗어있음 부모님이 좋아하겠냐?" "아이씨.." "아이씨???" 그 귀여운 목소리로 저런 말을 하니까 너무 어색했다.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 하다. "아조씨 담배있어요?" "아니 뭐 이게??" 순간 너무 황당했다. 당당히 담배를 구걸하는 고등학생이라니. "부모님 전화번호가 뭐니??" 어쩐지 술에 쩔어서 순순히 불 것만 같았다. "부모님 없는데요." 예상치 못 한 답변에 순간 정직되었다. 뭔가 엄청 미안했다. 괜히 말걸었다 싶었다. 재밌는 일이 아니라 이거 완전 귀찮은 일이 되었구먼 아주. "에휴..." 라고 한숨을 내쉬며 술에쩔어 앉아있는 고딩을 뒤로하고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상쾌한 주세요" "4500원이요" "감사합니다." "혹시 저 앞에 저 애 오빠이거나 그러신가요?" "아뇨 그정도로 안 늙었는데요.." "아.. 예..." 뭔가 병신같은 대답을 했지만 멋쩍게 목례를 하고 편의점을 나와서 고딩한테 먹인다. "야 먹어." 아무리 술에 쩔었어도 스스로 먹겠지 싶어서 탁자에다 상쾌한을 툭 던졌다. 그러더니 이 멍천한 고삐리가 봉지째 입에 넣고 씹다가 길바닥에 퉷 뱉었다. "야이 멍청아!!!" 침에 흠뻑젖은 상쾌한을 더러워서 다시 들긴 싫고, 궁시렁대며 편의점에 다시 들어가서 상쾌한을 산다. "많이 힘드시겠네요.." "아 네" 그 쪽이 알빠냐는 표정을 짓고 나온다. 나도 참 불편한 인생을 괜히 사서 하고있는 듯 하다. 이번엔 내가 직접 뜯어서 손에 쥐어줬다. 입을 벌려서 직접 먹여주고 싶었지만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그럴 엄두는 안 났고, 이번엔 걍 입에 넣기만 해도 뜯어놨으니 알아서 먹겠지 싶어서 나뒀다. 내 예상을 아주 비웃듯이 빗나갔다. 이번엔 입에 잘 털어넣나 싶더니 입이 아니라 지 마스크에 털어넣고 있었다. 결국 상쾌한은 다 쏟아서 마스크와 바닥에 나뒹굴었고, 이 멍청한 고삐리는 다시 손을 축 내리고 고개를 숙였다. 진짜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달았다.
Bin 2019/03/23 22:59:13 ID : UY4JQoFcty3
#08 괜히 했어 "야이 고삐리야 정신 안 차리냐? 땅파면 4500원이 나오는줄 아냐? 4500원이 애 이름이야? 임마!"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고딩은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근데 동네가 동네기도 하고 이대로 냅뒀다간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이런 생각하는 내가 제일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만, 얼굴은 마구 가려놔서 잘 안 보이지만 몸매는 쭉쭉뻗은 기럭지에 적당히 글래머스러운 이쁜 몸매, 뽀얗고 하얀 속살까지 누가봐도 딱 노려질만한 표적이었다. "얌마 집 어디야"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완전히 째려서 골로간거다. 이건. 어쩔수없네.. 같은 망상하고는 혼자 멋진 척 하면서 여고딩을 등에 업었다. 아뿔싸.. "윽"같은 멍청한 소리를 내며 휘청거렸다. 평소에 운동을 엄청나게 해서 이정도는 가벼울줄 알았는데, 기절한 사람의 몸무게는 엄청났다. 불쌍한 눈빛으로 유리창 너머로 알바를 쳐다보니 알바가 당황해하면서 뛰쳐나와서 날 도와주며 여고딩을 등 위에 업게 해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에 잠시 멈춰서 꼭대기에 있는 내 원룸집을 보니 진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지경에 이르렀다. "아 시발...." 더운 여름에 나는 기절한 여고생을 하나 등에 업고 가파르고 긴 경사면을 오르고 있다.
이름없음 2019/03/23 23:03:29 ID : UY4JQoFcty3
진짜 녹초가 되어서 40분동안 업어서 원룸까지 도착했다. 가다가 근처 주민을 마주칠때마다 아니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길거리에 내팽겨놓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힘들어하면서 원룸빌딩의 대문을 열려고 하는데, 중심을 잃고 털썩- 거리면서 여고생이 등에서 흘러 떨어졌다. 다행이 어디 다친데는 없어 보여서 힘들어하며 다시 등에 업을라고 낑낑 거리며 애쓰고 있는데, 뒤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우욱-" 나는 한 순간에 얼음이 되었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느님 제발.....' 이라고 초조해하며 하늘에 빌고 빌었지만, 그런 내 간절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등은 축축해지면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우웨웨엑" 괴랄한 소리를 내며 내 등은 축축해졌다. 하.... 시발.....
Bin 2019/03/23 23:23:24 ID : UY4JQoFcty3
#09 진짜 좋지않은 만남 아침이다. 샤워를 하고 있자니 밖에서 우당탕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악!!!!" 이윽고 비명소리마저 들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마저 씼고 나가니 어제의 여고생이 붉은 얼굴로 내 방안에서 침대에 걸터앉아 손으로 얼굴 반을 가린채 날 쳐다보고있었다. "어 잠깐.. 어디서 본.."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고딩은 근처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져댔다. "야!야! 고딩 ㅅㅂ 좀 기다려봐!" "노숙자 변태 아저씨!!!" "아니 슈발 멀쩡히 집이 있는데 뭔 노숙자 드립인데?" "방도 이렇게 더럽고 고작 원룸에 살면서 덥수룩한 수염에 피폐한 모습!!!그리고 나를 옷갈아입혀놨는데 이게 변태 노숙자 아니면 뭔데요!!" "어. 확실히 그렇긴 하네. 네 가슴 고딩치고는 크더라 야." 그렇게 고딩을 놀리니까 고딩은 이쁘장 한 얼굴을 한껏 붉게 물들이더니 입술을 꽉 깨물고 급하게 폰을 찾는들 보였다. "뭐하는거냐?" "경찰에 신고하려고요!" 당혹스러움이 내 온 몸을 가격했다. 아니 뭐 이런 염치없는 여자가 다있지? 내 주변에 사람들 왜이렇게 나를 괴롭히는걸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것보다 바로앞에 범인?이 있는데 대놓고 신고한다고 말을 하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고딩이 내 앞으로 와서 까치발을 들어 얼굴을 들이내밀고 고함치기 시작했다. "내놔요 내 폰!!!" 이쁘다. 엄청 이쁘다. 머리가 헝클어져있고 어른 남성용 반팔티가 커서 안 어울리지만 헉 소리가 나올정도로 엄청 예뻤다. 붉은 눈에 짙은 쌍커풀과 눈썹, 조막만한 얼굴에 브이라인에 작은 입술, 높은 콧대. 어디서 많이 본 듯 했지만 이정도로 예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이때까지 본 애들 중에 단연 가장 이쁘다 할 정도로 이뻤으나, 이런 염치도 없고 성격 사나운 여자는 마음에 전혀 들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고딩이 술이라니!!!! "네 폰 내가 숨겨놨는데" 사실 거짓말이었다. 애초에 폰 옷을 갈아입힐때도 폰 같은건 없었다. 녀석이 왠지 귀여워서 놀려주기로 했으나. "꺄아아아아악!!! 납치야!!!납치!!!변태 아저씨!!!!" 눈을 꼭 감고 있는힘껏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몹시 당황하여 허둥거리며 여자애 입을 틀어막았다. "뭐하는거야 인마??!" 고딩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으며 나를 째려보았다. "손 떼요 아저씨!!" 내 손을 뿌리치며 성질냈다. "아니 개빡치게 아까부터 네 은인한테 아저씨 아저씨 거리네? 나 스물 한살이야 이 미친년아!!" "네,?? 처음보는 여자한테 미친년??? 아니 것보다.. 내가 고등학생인걸 알고있는 것 보니.. 계획된 범죄인가?!!" 참 정신없는 미친년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눈에 쌍심지를 지켜들고 대드는 그 모습은 내가 진짜 유괴범이라도 보자마자 도망갈듯한 기세였다. 근데 난 뭐 진짜 납치범도 아니기에 물론 도망가지는 않았고, 그 자리에서 머리를 말리지도 못 하고 일일이 다 설명해줬다. ".....이제 됐냐?" 여전히 고딩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날 의심하고 있었다. 그모습마저 참 이뻤지만 얼굴이 참 아까웠었다. "알겠어요 아저씨. 그렇게 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제가 기꺼이 한 번만 봐드리죠." 그 말을 듣자마자 나의 당혹스러움과 애타는 감정은 어느새 과격한 분노로 바뀌어 있었다. "봐드리긴 개뿔!! 당장 문 앞에있는 내 옷 챙겨서 나가 임마!!" 내가 저 고딩때문에 얼마나 큰 수모를 겪었는데 이런 취급을 받는다? 그건 말이 안 된다. 고딩은 갑자기 내가 소리쳐서 놀랐는지, 훌쩍이기 시작했다. "왜 화내요 으아아앙..." 순간 당황스러웠다. 내가 죄인이 된 듯이 고딩을 달래기 시작했다. "아 미안.. 하.. 미안해 울지마..." 진짜 오랜만에 호구잡힌 느낌이 제대로 들었다. "집 들어가기 싫어요 ..."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보고 어쩌라는건데. "왜? 사고라도 쳤어?" "제가 사고치게 생겼어요???" 아니. 담배달라하고 고딩이 술이나 퍼마시면 그게 이미 큰 사고 아니야?? "아니 그런말이 아니고.." "저.. 부모님이 두분 다 돌아가셔서 이모집에 살게됐는데 이모가 맨날 때려요.. 이모부님이 말리긴 하는데 맨날 말릴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말을 듣자 한 순간 난 또다시 당황했고, 손이 벌벌떨렸다. 나도 그 기분을 잘 안다. 나도 아버지한테 어릴적 학대당했었으니까. "그렇구나.. 진짜 안됐네.. 내가 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여기서 좀만 지내게 해주세요." 아니 네 가정사가 슬픈건 알겠다만 나랑 그게 뭔 상관인데??? 우리 둘 다 가정사가 콩가루인거랑 같은 동네 사는거 말고는 접점이 없은 쌩판 남여가 그것도 고딩이랑 성인이?? 이런 개떡같은 소리를 그냥 하다니. "아니.. 네가 딱한건 잘 알겠다만.. 네가 방금까지만 해도 신고할거니 뭐니 난리쳐놓고 이제와서 갑자기..?" "아 몰라요!! 여기서 지내게 안 해주면 경찰에 신고할거예요!!" 진짜 귀찮은 일에 휘말렸구나. 싶었기분이 문득 들었다.
Bin 2019/03/23 23:42:58 ID : UY4JQoFcty3
#10 제발 나가줘 항상 같은 인생을 반복중이던 무료한 나에게, 그런 나를 보고 신이 변화를 준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결국 집 밖에 나와서 박정우를 만나기로 했다. 여고딩은 어떻게 됐냐고? 결국 못 쫓아냈다. 내가 졌단 말이다. <##포차> "얌마! 어제 뭐하느라 전화 처안받았어!" "그렇고 그런 일이 있었다." "뭐냐 여자..?" "넌 내가 그 일 뒤로 여자를 사귈 것 같이 보이드냐?" 정우가 한 순간 입을 다물었다. "임마, 너도 이제 슬슬 군대도 가고 해야할텐데.. 복귀하고 나면 의대니까 더 바빠질테고 여자만날 시간이 있겠냐? 청춘을 즐기라고 임마! 여소해줄게~" "됐어. 그 일 뒤로 절대로 여자는 안 사귀어." "하.. 답답한 새끼" 우린 서로 술잔을 계속 기울였다. 그렇게 얼마나 퍼마셨을까, 벌써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포차에서 나와 서로 비틀거리며 어깨동무를 하고 길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저 멀리에서 키크고 늘씬한 여자가 오는게 보였다. "오.. 뭐냐.. 강하늘 보이냐?" "뭐...잠만" 날카롭게 생긴 그여자는 곧장 우리쪽으로 오더니 나한테 다가와서 어깨를 퍽퍽 때리며 친한척을 했다. "야~오랜만이다 임마! 낄낄" "뭐냐 강하늘!! 여자가 있었던거냐 이 기만자 새끼!!" "아 옆에분은 친구이신가봐요? 안녕하세요 박민지입니다." "아 저는 박정우요. 역시 박씨는 남다르군요!!" "하핫..." 뭐라.. 박민지.. 박민지..? "야!! 니 박민지라고?" "어. 왜 귀신본거같이 놀라냐" "슈벌 살아있었구나" "살아있긴 ㅋㅋㅋ 미친놈아. 중3 이후로 오랜만이다 그치?" "어. 이번 동창회때 대구 내려갈라했는데 여긴 웬 일이냐?" "웬 일이긴? 나 여기 근처 대학교 다니잖아." 요즘은 뭐 개나소나 인서울인가? 싶었다. "술 얼마나 퍼마셨냐.. 네 친구랑 같이 2차나 갈까?" "좋죠 민지씨! 갑시다 출바알~" 아주 미친놈들 같았다. 사교성이 미친 둘이 콤비가 아주 잘 맞는 듯 하였다. <밤> "와~ 취한다 진짜" "미..민지...씨.. 진짜 수을 대단하시네요 헤헤..." 박정우 녀석은 완전히 째렸고 박민지는 살짝 취기가 돌은듯 했다. 2차 술집에서 주저리주저리 서로 학창시절 이야기를 청산유수로 뱉다 보니까 어느새 어두운 새벽이었다. "오늘은 하늘이 집으로 출바알~~" "아니 미친 정우년아 우리집이 니 아지트여?" "오 하늘이의 서울 자취방은 어떤지 궁금한거얼?? 3차 갈까??" "아 제발..." 불현듯 원룸에 혼자 남아있을 고딩이 생각났다. 엄청나게 걱정이 된 나는 둘을 뿌리치고 빠른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택시!!" "정우씨, 빨리 쟤 쫓아가요!!" "에.. 같이가요 민지...씨..." 둘은 비틀거리며 뒷좌석에 탔고, 난 앞좌석에 타서 얼른 @@원룸빌딩으로 데려달라고 했다. 요금이 꽤나 깨졌지만,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비틀거리는 둘을 뒤따라오게 냅두고, 먼저 뛰어 올라가서 방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뭔가 다행이면서도 뭔가 허전한 기분을 느꼈다. 어느새 정우와 민지는 뒤따라 올라왔고, 우리 집에 들어가자마자 골아떨어졌다. "아니 슈발.. 병진들아 현관에 뻗으면 뭐 어떻게 하라고 에이씨.." 욕하면서 또 혼자 일일이 뒷바라지일을 다 해주었다. 신발 벗겨주고, 매트 깔아주고.. 엄청 짜증나고 고단한 하루였다. 라고 되내이며 옥상으로 가서 담배를 필려고 문을 열었을때였다. 문을 열자 보인 계단 위쪽 구석에 고딩이 웅크려 앉아있었다. "고딩!!!" 나는 걱정된 마음에 급하게 올라가서 괜찮냐고 물었다. "아저씨.." 고딩은 힘없이 대답했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언제 오시나 싶어서 옥상 올라가서 오는지 보고 있었는데 하도 안 오길레 들어가려 했더니 문이 닫혀있어서 못 들어가고 있었어요.. 근데 친구들이랑 같이 들어가시길레 그냥 여기 있었어요.." 뭔가 넋을 잃은 불쌍한 표정과 어조로 중얼거리듯이 말해서 혼이 빠지게 했다. 얼른 부축해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여고딩 배에서 귀여운 소리가 났다. "배고파요 아저씨..." "오냐.. 근데 근처에 열린 식당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사요. 저 라면 잘 끓여요." 어련하시겠지요.. 라고 생각하며 고딩이랑 같이 집 앞 편의점에 갔다.
Bin 2019/03/24 00:27:37 ID : UY4JQoFcty3
"아저씨 이거!" "니 돈도 아니고 뭐 이것저것 다 사냐? 편의점 털이하러 왔어?" "아 저 진짜 치즈없으면 못 먹는다고요~" "어 먹지마 그럼" "진짜 꼰대~" "아니 뭐라는거야 진짜?" 안 그래도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이녀석까지 챙길라하니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다. "또오세요~" "아저씨~ 얼마나 퍼마셨으면 술냄새가 걸어다닐때마다 풍겨요~" "시꺼임마." "헐~ 완전 차도남 코스" "? 뭔 말이냐 그게" "역시 옛날사람~" "아니 이게 진짜..." 갈수록 머리가 아파온다. 빨리 집에 들어가서 자고싶은데 얘 때문에 너무 귀찮다. "아저씨~ 가스밸브 어떻게 켜요?" "돌려.. 오른쪽으로.." "아저씨 자면 안 돼요~" "내집인데 임마..." 그렇게 필름이 끊겼다. "아이고.. 시벌 머리야" 일어나니 이미 12시였고 방바닥에 친구 두 놈은 떡이되어 여전히 퍼질러 자고 있었다. "다 일나 이 돼지우리도 아니고!!" 소리치며 정우를 걷어차고 민지를 일으켰다. "하늘~ 물없냐" "얌마 냉장고 뒤지지마!" 정우을 타박하며 냉장고를 닫고 쪽 문을 열어 물을 꺼내다주었다. "하늘~ 뜨거운 물이 안 나와" "보일러켜야지 빙신아 근데 왜 남에집에서 씻고 지럴이야??" 진짜 안 그래도 숙취때문에 죽을 판인데 너무 짜증이 났다. 고등학생때 내 성격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이때까지 조용하게 잘 살아왔는데.. 그러다보니 문득 바쁜 아침이 지나고 나서야 고딩생각이 났다. "먼저 집에 돌아간건가??.." 라고 생각하고있자,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을 비웃듯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아저씨!!" 문을 열자 여고딩이 서있었다. "아저씨 배고파요 밥먹으러가요" 이런 염치도 없는 여고딩을 보았나. 네네. 까라면 까야죠. 전 성폭행범으로 몰리기 싫거든요. <뼈감자탕집> "로망없게 꼭 이런데 오셔야해요??" "아니 너 전부터 다 내가 사주고 다 내가 해주는건데 왜자꾸 감놔라 배놔라야?" "이왕 해줄거 제대로 해주면 해주고도 욕 안 먹고 좋잖아요~" 이게 뭔 개소린가 싶었지만 얼떨결에 납득해버렸다. "시끄러 임마. 나 해장해야해." "바~보 술돼지" "아니 너 자꾸 어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어휴 또봐 씹선비" "씹..뭐..?" 참 당혹스럽게 그지 없었다. 이쁜 얼굴로 꼭 저런 저속한 말을 해야하나 싶기도 했고 무슨 신조어인가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아저씨~ 집에 돌아갈때 술사가요" 아니 얼척이 없네 진짜? 원룸이 너거집이야? 무전취식하는 주제에 왜 이래저래라야? "미성년자가 뭔 술 인마" "진짜 꽉 막혔다 사람이~" 짜증이 난다 계속. 이 귀찮은 고딩을 어떻게 돌려보낼지 생각하다가 좋은 방안이 떠올랐다. "그래! 술한전 먹어보자 어디" "오~ 아조씨 술 쎄신가봐요?" 좋아하기는. 다 니 내쫓으려고 하는 짓인데 <원룸가> "아저씨" "응?" 나혼자 한 손에 흰 봉투에 짤랑거리는 무거운 소주를 담아다가 가파른 언덕길을 고딩과 오르고 있었다. "저 부모도 없고 가정폭력도 당해서 술마시고 가출하니까 발랑 까진 아이로 보여요?" 아니 애초에 힘들면 그럴수 있겠다만 염치없이 내 집에서 무전취식하는게 더 안좋게 보이는데 왜 그것만 홀라당 빼먹고 말하냐? "아니? 누구에게나 가정사는 있는 법이야." 딱히 내 가정사를 얘기하진 않았다. "저는.. 진짜 열심히 살아왔거든요. 중학교때도 초등학교때도.. 쾌활하게.." 아니 왜 갑자기 무겁고 진지한 어조로 분위기 잡는건데. 부담스러워 하지마. "그런데 부모님이 한 순간에 죽으시니까 진짜 사람이 막 돌변하더라구요. 중학교때 까진 반장도 도맡아서 하고 친구도 많고 진짜 부족한게 없었어요." 아니 이렇게까지 자기 가정사나 삶의 애환을 스스럼없이 쌩판 남한테 말하는게 정상인건가?? "부모님이 역주행 차량이랑 들이 받아서 두분 다 즉사하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제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요?" 안 돼, 제발 그만해. 거기까지만 말해. "진짜 찢어지는줄 알았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감이 안 오시죠? 삽으로 제 가슴을 찔러서 안을 헤집는 느낌이었어요. 막 숨도 막히고 울음도 안 나오고 소리없는 아우성만 쳐대고.. 진짜 웃기죠? 상상하니까. 중1때 그랬어요. 부모님 두분 다 돌아가셔서 저는 이모집에 맡겨져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전학가게 되었고, 낯선 친구들을 마났어요. 전 언제나 항상 밝고 쾌활하고 사교성이 좋았지만 그시기 만큼은 우울했고 항상 어두웠어요. 그래도 잘 적응해서 중3때 까지는 새로운 친구들이 잘 챙겨줘서 잘 지냈거든요." 뭔가 가슴이 아프다. 괜히 내 어릴때와 오버랩 되어서 고딩한테 동정심마저 들 정도다. "근데.. 고1 올라가니까... 흐으윽...." 아니 왜 갑자기 말을하다말고 우는건데? "괜찮아? 괴로우면 나중에 말해줘도 돼. 안 말해줘도 되고. 아이고.. " 등을 토닥이면서 괜시리 위로해주고 있었다. 이게 뭔 꼴이냐 듣고싶다고도 안 했는데 자기혼자 해주더니 자기혼자 울고 괜히 내 마음만 무겁고 귀찮잖아.. <집> "고딩 이제 좀 괜찮냐?" "음... 덕분에요." 내가 뭘 해줬다고 덕분이니? 여튼 기분은 좋구먼. "그럼 다행이네." "얼른 술마셔요." 고딩이 서두르는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이걸 어째.. 분위기가 그 말을 할 분위기가 아니다만 난 널 오늘 꼭 집으로 돌려보내야 겠는걸.. "잠깐만 고딩" "네? 이름으로 불러주실래요? 멀쩡히 이름 있거든요!" "아니 필요없고, 이제 집에서 나가." "네...? 아저씨 그렇게 말하셔도 안 나갈건데요~~" "장난하는거 아니다." "장놘하눤궈 아뉘..." "야!!!!" 여자한테 그렇게 소리쳐본거 중학교때 여자친구 사귈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고쳤다고 생각했지만.. 고딩은 움찔거리더니 내 눈을 피하고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하.. 너 이제 장난 받아주는것도 여기까지야. 그만큼 밥맥이고 챙겨주고 재워줬으면 됐지 이러는 것도 한 두번이지 염치가 있는거야? 장난아니고 이제 집에 돌아가라. 너 계속 여기 남으면 경찰에 신고할거야. 주거침입죄로." 그렇게 말하니까 어쩐지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저씨이...." 고딩이 눈물을 그렁그렁 맺으며 울먹이며 무릎을 꿇은채로 말한다. 별 소용없다. 진짜 제발 좀 나가주라. 나 방학 끝날때까지 쉬고싶어. "울면 세상이 끝나냐? 넌 이제 곧 개학이고 나는 개강해서 대학교 나가야해. 아무리 네 이모가 밉다지만 걱정 할거라곤 생각 안 하냐? 나 곧있으면 대구내려가서 집도 비워야하고..." "아저씨가 몰라서 그래!!! 이모가 날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 기분을 흑...흐극" 콧소리에 말문이 막혀서 한창동안 울면서 눈물을 닦다가 박차고 일어나서 나가버렸다. 기분이 아주 홀연했지만, 뭔가가 애잔하고 답답했다. "보낼때 기분좋게 보내야하는건데... 내가 그런 말솜씨가 없다 에휴" 좋게 훈계하면서 보내는게 퍼펙트지만 , 인간관계를 유순하게 못 하는 내 탓이었으려니. 하고 생각한다. 나는 너를 그렇게 처음으로 윽박지르고 떠나보냈다. 더이상 만나지 안날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에.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누가봐도 특이하다면 특이한 인연이었고 우연이라면 우연이라겠지만 나에겐 그저 진상일 뿐이었다.
Bin 2019/03/24 01:02:04 ID : UY4JQoFcty3
#11 대구로 아침에 일어나보니 엄마한테 문자가 와있었다. [아들, 얼굴보기가 왜이렇게 힘드냐.] 하기사, 요즘 어머니랑 연락도 뜸해서 참 불효하는 자식 입장으로써 항상 미안할 따름이었다. 혼자서 금지옥엽 열심히 키우셨는데 아들내미는 코빼기도 안 내미는 형세라니. 어머니를 너무 홀대한 듯 싶었다. [죄송해요 엄마. 안 그래도 오늘 내려갈려고요. 기다리세요♡] 개운하게 씻은 다음에 오랜만에 원룸 청소를 하였다. 인심 좋으신 원룸 주인 아주머니도 인상을 쓰실 정도니 방 상태가 꼴이 꼴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게 웬 여고생을 데리고오지않나, 매일 술처먹고 오질 않나... 대충 청소를 끝내고 있자니 정우 녀석에게 문자가 왔다. [야ㅠㅠ 오늘 술 ㄱ?] [안댐 나 오늘 운전해야댐] [아침인데?] [그래 아침인데 웬 술?] [민지씨 전번좀 ㅎㅎ] [ㅋㅋㅋㅋㅋ 미친놈 박민지도 대구갈텐데 오늘] [엥? 같이 감?] [ㄴㄴ 오늘 동창회야] [ㅇㅎ... 따라가도 되냐..] [너혼자 기차타고 오셈] [너무햄 힝 ><] 미친놈.. 이라고 생각하며 대충 방정리를 끝내놓고 방학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강 하루 전 까지는 대구에 있다 올 심산이었다. 오랜만에 차를 타려고 하니 설레인다. 마치 차를 처음 탔을때 느낌 그대로다. 대학 새내기 시절, 겁도없이 면허따자마자 벤츠 e63을 일시불로 결제해버려서 하루죙일 드라이브하며 타고다녔는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즐거워졌다. 그래서 야외 주차장으로 가는데 낯익은 뒷 모습이 보였다. "설마..?" 나는 녀석의 동태를 살피며 담장 뒤에 숨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귀엽고 이쁘장한 여고생은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듯 보였다. 물론 나겠지. "하..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도.." 그렇게 중얼 거리며 몰래 차로 이동하고 있자, 한순간에 딱걸려버렸다. 아, 이거 완전 잘못걸렸네. 싶은 순간 "아저씨!!!!!" 고딩이 울면서 나한테 매달렸다. 아니, 왜자꾸 울어? 뭐 바보도 아니고 울보도 아니고 맨날 짜냐? "아저씨.. 흐윽 빨리 줘요!! 돌려줘요!!으아앙" 아니 뭔지 말해야지. 주어 생략하고 달라하면 뚝딱 하면서 생기냐? "아니 또 뭔데 차근차근 말해봐." "휴대폰이요!! 그거 집에 없잖아요 흑..." 하.. 진짜 없었다니까.. 그때 업었을때 떨어트린건가? 라고 기억이 났다. 아 진짜 괜히 재밌는 일이 생길까봐 그랬던걸 지금와서 후회하다니.. 하.. "얌마 짜지마 좀. 내가 새로 줄게." "아니이이이 갤러리에 엄마 아빠랑 찍은거 있었단 말이에요 흐에에에엥" 하.. 어리긴 어리구나. 엄마 아빠라니.. 것보다도 울만한 이유가 따로 있었구먼. "얌마 너 무슨 폰인데" "훌쩍.. 갤럭시 s4요..훌쩍.." 아니 누가 기종을 물었나 "통신사는?" "Skt일걸요.. 훌쩍.." "너 폰 바꾼적 있지?" "당연한...흑 걸요..흑" "내가 그거 다 백업시켜줄테니까 따라와" "아저씨..가..훌쩍..요?" 아 진짜 짜증나고 귀찮게 만드네. 결국 근처 휴대폰 대리점으로 같이가서 제일 새로나온 스마트폰을 사줬다. "S4가 뭐냐 s4가. 네안데르탈레인이냐?" "와 아저씨!! 진짜 저 사주시는거에요? 막 할부금 제가 내고 이런거 아니죠?" "별 같잖은 소리한다.. 일시불로 했으니까 걱정마." 대충 종업원에게 귀찮은 일은 다 알아서 해주고 혜택이나 프로모션 이벤트는 필요없다하고 혹시 skt서버에 백업 된 휴대폰 정보 없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있다 하네? 그걸로 전화번호 목록은 다 백업해주고, 이제 남은건 클라우드를 열 시간이다. "야, 켜봐" "넹!!" 폰하나 사줬다고 기뻐하는거 봐라. 애는 애구나. "삼성 클라우드 보이지? 그거 니 계정 로그인 해봐." "저 계정 모르는데요..?" 하.. 이 멍청이 진짜. "그럼 니 전화번호 입력하고 비밀번호 니가 원래 쓰던거 해봐" "오 돼요!! 꺅 사진 다 있잖아!!" "좋냐?" "사랑해요 아저씨!!" 아저씨란 단어도 이제 거부감이 드는구나. 아니근데 사랑해라는 말 막 해도 되는거냐? 넌 고등학생이고 난 성인이야. 주위에서 보면 혀를 차고 철컹철컹 한다고. 절대 꿈에도 꾸면 안 되는 일이야. "아저씨! 밥먹으러 가요!" "안 돼 오늘 바빠." "엥?? 제가 사드릴게요!" "..안내해봐" <골목 토스트집> 역시 애는 애인건가. 고작 이런 토스트집이라니. 내가 아무리 힘들고 정신없어도 적어도 적당한 음식점은 가는데. "아저씨 많이 시켜요! 오늘은 제가 다 쏠게요!!" 아니. 뭐 제일 비싼 메뉴가 5500원이야. 이건 뭐 껌값도 안 나오겠구먼. 너한텐 큰 돈이겠지? "됐어 임마.. 고딩 코묻은 돈 가져서 뭐하게." "헐.. 최악.. 그러면서 은근슬쩍 슬러시랑 핫바에다 5천원짜리 토스트 고르는것 봐." 아니 니가 지금 들고있는 그 휴대폰은 120만원이 넘는건데요 아가씨?? 뭐 요금제는 그대로 했다만. 그런거까지 일일이 내주기는 귀찮아서 말이지. 고딩이 주문하고나서 난 고딩을 빤히 바라본다. "왜 쳐다봐요 아저씨?" "보면 닳냐?" "헐.. 멘트봐... 완전 구려" "요녀석아." 갑자기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얘네들 말로는 이게 '갑분싸'냐? "움...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참 빨리도 물어본다. "강하늘. 너는?" "헐 아저씨 제 이름도 몰라요? 교복에 써있잖아요!!" "네가 언제 내 앞에서 교복입었는데" "아맞다 방학이구나. 헤헤" 철없이 떼묻지않게 웃는 널 보니까 있는 고민도 사라지는구나. 갑자기 왜 이런 기분이 드는가 싶네. "전 서연주예요!" 연주. 연주.. 이쁘다. 엄청 이쁜 이름이구나. 얼굴만큼 엄청 예쁜 이름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데 왜 빛이 나는거 같냐. 후광이라는게 진짜 실존하는거였구나. 실제로 과학적으로 있는 모양이네. 진짜 예쁘다 너. 아니아니, 일개 고등학생 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시킨 메뉴가 왔다. "뭐야? 고딩 너 왜 컵떡볶이 하나밖에 안 먹냐?" "오늘 만원밖에 없었어요.." 하 진짜 너란 녀석은.. "이모가 돈을 안 주는걸요. 이모부가 한 번씩 크게 돈 주는데 그걸로 몇 달씩 살아요! 뭐 부족하면 아저씨거 먹으면 되죠." 아니 니가 사주고 니가 먹는다고? 아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거지만 아니 당연한게 맞는건가? 니가 너무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그러니까 당황스럽잖아. 아니 진짜로?? 내 토스트 반에다 핫바, 슬러쉬를 자기가 혼자 다 해치워먹었어?? 아니 이런.. 뭐.. "너 그렇게 먹고 살 안 찌냐?" "왜 먹는것 가지고 놀려요!! 개도 먹을땐 안 건드려요." "그래 진짜 개같긴 하다. 개네 개 완전." "헐..진짜 심했다 방금." "얌마 다 씹고 말해 헴스터마냥 볼 빵빵하게 해서 말하지말고." "흥 자기가 뭔 상관이야" 적어도 상대방이랑 같이 식사를 할 땐 지켜야할 예의라는게 있단다. 근데 뭔 상관이냐고?? 하.. 귀여우니까 봐줄게. 진짜로.
Bin 2019/03/24 01:11:29 ID : UY4JQoFcty3
뭐 먹은 것 같지도 않았지만 연주가 즐거워 보이니 그걸로 됐다. 해치우고 나서 토스트점을 나오니 어느새 시간이 벌써 10시였다. "아니 뭘 했다고 10시야" "아저씨! 커피는 아저씨가 쏴요~" "개념이 있어라 개념이." "헐.. 진짜심했다 또." 아니 거기에다 네가 가르키는 저 쪽은 커피집이 아니라 다방이라고. "야. 넌 저게 커피집으로 보이냐?" "왜요? 다방이 커피마시는데 아니에요?" "아니.. 사전적 의미는 그러려나.." "뭐예요 진짜~ 사주기 싫으면 사주기 싫다고 해요. 남자가 쪼잔하게." 아니 사주기 싫은건 맞는데 애초에 저 다방은 그 다방이 아니라고. 유흥주점이 쭉 늘어선 이 곳에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순수하게 살아온건데?? 물론 네가 근묵자흑 되길 바라는건 아니지만. "야 쪼잔하다 말도 심했다? 남자한케 가장 큰 공격 아니야 그거?" "역시 찔리는 구먼유 쪼하늘아저씨~" 와 진짜 심했다. 빈정 상했어. 그냥 갈래. "아저씨 어디가요??" "나 바뻐 임마" "아 제가 미안해요 아저씨 좀만 더 있다가요" "왜 나랑 같이 있고싶은건데?" "..." 아 내가 뭐라한거지 내가 말하고 내가 얼척이 없네. 빨리 도망가야지. "아 저도 바쁘거든요!" "뭐가 바쁜데 니가" "저도 오늘 저녁에 기차타고 어디 가야해요" "또 가출이냐?" "아니거든요!!" 연주가 삐졌는데 엄청 귀엽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진짜. 나 너무 악마처럼 보여. 아니 근데 내가 뭘 또 삐지게 했는데??? "그럼 가요 아저씨 흥!" 그렇게 너는 뒤돌아서서 가버렸다. 아니 뒤 한 번쯤은 돌아줄지 알았다. 이제 더 이상 너와 나의 접점은 없다. 너가 날 찾아올 이유도, 내가 널 만날 이유도 없어졌다. 같은 동네 살면서 얼굴 보기가 그렇게 힘들었던가? 하기야 넌 학생이니까.. 고3 재수생 이후로 여자와는 절대로 인간관계 구축 안 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조금이나마 그런 감정이 생기는 건 진짜 이해가 안 간다.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안 될 사이고 우리 사이의 공통 분모도 접점도 없는데 그리고 난 더이상 아무한테도 마음을 주지도 줄 수도 없는데 네가 뭔데 이리저리 헤집지?
Bin 2019/03/24 01:31:08 ID : UY4JQoFcty3
#12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고딩한테 그런 감정이 생긴다고 생각하다니. 내가 미쳤었지. 아무리 여자를 못 만났다 해도 어떻게 고삐리한테 감정호소를 할 생각을 하지? 혼자서 이리저리 부정하면서 해봐야 거미줄마냥 나를 더 옭아 매였다. 인간관계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혼자 고된 시련을 다 겪었고 이제 더이상 여자는 안 만나고 생각하지 않고 이런 감정을 안 가질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네가 다 뒤집어놨다. 내가 괜한 생각이라고 부정해봐도 너는 거미줄처럼 더 엉켜붙어 날 옭아맬 뿐이었다. 걔는 그런 생각조차도 안 하고 있을텐데 나혼자 이러고 있으니 참 바보같고 변태같다고 생각했다. 네 말 틀린거 없어 나 변태에 생각없는 노숙자 아저씨야. "수성IC 지났네. 여기서 만촌네거리 까지 가서 대충 기억하는 길로 가면 되겠지." 오랜만에 차를 끌고 달리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염색물 다빠진 머리고 새로이 샵에서 정리하고 뿌염까지 하고 면도후, 이것저것 피부화장하니 멀끔해졌다. 옷장에 쳐박아둔 톰브라운 정장셋트랑 대충 돌체엔가바나 티셔츠를 입고 크롬하츠 악세사리를 끼니 리즈시설로 돌아간 듯 했다. 먼저 엄마집에 들를 생각이었다. <엄마 집> "엄마~~~~" "아이고 우리 아들 얼마만이고 이게, 서울생활은 갠찬나?" "엄마 말도마라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있다. 내가 사모님 소리 듣게해준다 했제? 아들만 믿어라 진짜" "아이고 당연하지. 개천에서 용난기지 울아들. 엄마가 너무 사랑한다." "내도 엄마.." 모자간의 감동적인 재회를 뒤로하고, 나는 오랜만에 한국식 집밥을 제대로 먹었다. "엄마 진짜잘한다 요리" "그래 니가 누굴 닮았겠는데" "나는 노력이고 엄마. 엄마는 재능이다 "재능같은 소리하고 있네." 엄마랑 웃으면서 집에 있으니까 너무 행복했다. 내가 성공해서 어머니 여행도 보내드리고 이것저것 다 해드렸는데 항상 어머니가 재혼은 극구 안 하셔서 언제나 불안한 감정은 있었다. "엄마 재혼 안 할기가 진짜로" "안 그래도 할 얘기가 있다." 설거지를 하시다 말고 내 앞에 자리를 잡으신다. 드디어 재혼상대를 정하신건가? "네 아비가 니 보고 싶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노 아들." 뭐? 누구? 김광식 그 양반이? "엄마 밥맛떨어지게 이케야겠나." "글체. 엄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그 양반이 어저께 우리집에 와서 엉엉 통곡을 하더라. 무릎꿇고. 제발 아들 한 번만 만나고 싶다고." "엄마, 와이러는데. 엄마도 나도 그 인간 때문에 고생 많이했잖아. 엄마는 마음이 약한게 문제다. 내가 엄마를 엄청 아끼는 만큼 그인간 꼴도뵈기 싫어한다. 말도안되는 소리마라 엄마." "아이구... 알았다. 엄마가 괜한소리 안 할게. 꼭꼭 씹어먹어라" 내가 그 인간 속내를 모를줄 아나. 백프로 팔불출 우리 엄마 입담에 내 신상이 온데간데 퍼져서 내 성공한거 알고 단물만 빨아먹으려 하겠지. 다 안다. 인간천성 어디가려나 진짜. 밥먹고 양치하고 있자니, 엄마가 뒤에서 말씀하신다. "아들, 민이랑은 어떻게 됐누?" "엄마! 내가 걔 이름 꺼내지 말랬제 진짜!" "와 성질이고 자꾸" "엄마 나 진짜 걔랑 아버지라는 작자 진짜 싫어한다. 그러니까 말하지 말아도." "엄마는 걱정돼서 그라제. 청춘을 즐길 나이에.." 청춘.. 청춘이라. 정우도 분명 그 말을 했었지. "엄마 걱정마라, 정우가 맨날 소개팅 자리 주선해준다. 엄마 아들답게 싹슬이 한다 아니가." 거짓말로 떼우며 엄마를 안정시키니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진다. 물론 연대 의대생에다가 돈많고 스타일도 좋고 잘생겼으니 (자기자랑 미안.) 여자가 줄을 서는건 맞다만 난 여전히 누구도 만나기 힘들어한다. 연주 걔가 나타나기 전까진 그랬다. 적어도. <저녁 5시> "엄마 내 가볼게 진짜 좋았다. 앞으로 자주 올게 시간나면." "그래 저녁이라두 먹고 가지.." "괜찮다 엄마. 대구에 몇 일 더 머물거니까 자주 들릴게. 아님 엄마가 서울 올라오던가." "아이구 야, 내는 서울 절대 못 가겠다. 너무 복잡하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사모님.. 나 동창회 있어가 먼저 가볼게 미안하디 엄마!!" "그래! 늦게까지 돌아다니지말고 위험한 짓 하지말고! 사고치지 말고!" "웅 엄마 사랑해!" 익숙한 아파트를 나선다. 무에타이 다닐 때 썼던 글러브가 현관 밖 구석에 있다. 똑같은 곰팡이 냄새를 맡으며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똑같은 하늘, 똑같은 공기, 똑같은 낡은 로비문, 똑같지.. 않은 바뀌어버린 어린이 놀이터. 똑같은 경비실. 경비실은 진짜 더럽게 안 바꿔주는구나. 너무 낡았는데. 똑같은 골목을 지난다. 너무 예전 그대로다. 내가 이 아파트 주차장을 언제 써볼까 고교시절 항상 궁금했는데 지금 내가 여기다 차 주차시켜놓은 입장이 되니까 참 별거 없네. 괜히 아직 애로 보이는 어머니의 시선에서 벗어나 동창회 포차로 간다. 너무 옛날과 똑같이서 익숙하고 그리웠던 고향 대구. 포차는 시지에 위치해있었다. 시지.. 시지. 그러고보니까. 혹시나 싶어서 시지 외곽의 무에타이 도장으로 가봤는데 이미 철거하고 난 후였다. "하기야.. 쩝.." 아쉬워 하며 포차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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