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데까지만 써보자 우리
애꿎은 신발코만 노려보며 한참을 걸었다. 날씨는 이제 막 따뜻해지는데 바닥엔 떨어진 꽃잎이 흩뿌려져 있었다. 음악이 나오지 않은 이어폰을 꽂은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그냥. 세상이 살아가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름없음2019/04/09 16:46:22ID : TQk5PeK6nQq
스스로 막아버린 귀에 무색하게 날카롭게 꽂혀 파고들어오는 이 소리는, 이제는 희미한 기억의 끝자락부터 들어왔던, 익숙하지만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무언가이다. 그렇다 해도 살아온 세월이 몇년, 모르는 척 만큼은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있었다. 눈을 돌리고, 귀를 막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조금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가면, 그런대로 아무일 없다고 치부하며 살 수 있었다.
이름없음2019/04/10 00:32:01ID : a2q447wLfdT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왜일까 평소와 똑같았는데, 뭐가 문제일까. 울먹거리면서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존재를 처음으로 쳐다보았다. 그것은 당황했는지 푸드덕 거리다가 결국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내생각보다 훨씬 좋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