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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4/19 15:08:03 ID : a8qqi2qY06Z
이제는 대학도 졸업했고 꽤 오래전 이야기인데 솔직히 아직도 그 친구 이후에는 연애 감정을 못 느낀 것 같아. 아니면 너무 끝이 나빠서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걸 수도 있고..
이름없음 2019/04/19 15:18:25 ID : a8qqi2qY06Z
일단 나는 ftm 트랜스젠더.. 여자 좋아함. 사실상 이 친구가 내 정체성을 확신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이 친구를 처음 만난건 고등학교 1학년 첫 날이었어 나는 중2~3학년 때부터 정체성 고민을 시작했는데.. 그 때는 딱히 트랜스젠더가 뭔지도 몰랐고 그냥 ‘긴머리가 싫다, 치마가 싫다’ 정도였어. 결국 고등학교 입학 직전에 가족들한테 말 안하고 짠! 하고 숏컷을 했고. 난 그냥 내 모습에 왠지 만족하는 그런 수준 이었지. 고등학교는, 우리 집 근처는 여고 밖에 없었는데 왜인지 여고는 죽어도 가기 싫다는 마음 뿐이여서 통학이 2시간 정도 걸리는 남녀공학으로 가게됬어.
이름없음 2019/04/19 15:22:39 ID : a8qqi2qY06Z
고등학교 첫날에 반 배정받고 뻘쭘하게 앉아있던게 기억나네. 그 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할 수 있던 때도 아니고, 학교도 조금 멀리서 와서, 아는 친구가 없어서 굉장히 어색했어. 적당히 말하기 쉬어보이는 애들한테 말 붙힐 타이밍 찾고 있었는데 단발머리 여자애 한명이 갑자기 다가와서 안녕? 하더라
이름없음 2019/04/19 15:26:24 ID : a8qqi2qY06Z
그리고 무슨 이야기 했는지는 기억 안나네.. 그냥 어느 중학교 나왔냐 그런거나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어. 아무튼 이 친구는 고등학교 근처 출신이고, 중학교도 이 고등학교 바로 앞에 있던 곳 출신이라 친구가 많았다. 같은 반 안에 9명! 이나 이미 친한 친구였어. 아무튼 그 친구가 같이 밥을 먹지 않겠냐 물었고 그렇게 같이 점심 먹으면서 다른 9명 하고도 친해지게 됬지.
이름없음 2019/04/19 15:27:41 ID : bzQk2nu7ak7
ㅂㄱㅇㅇ
이름없음 2019/04/19 15:31:46 ID : a8qqi2qY06Z
근데 그룹이 9명정도면 아무래도 제일 친한 사람 2~3 정도로 약간 나뉘게 되잖아? 나도 그렇게 되서 처음 말걸어 주었던 친구를 포함한 셋이서 같이 다니게 됬지 대충 말걸어준 친구를 오리, 다른 친구를 안경으로 부를게.
이름없음 2019/04/19 15:36:53 ID : a8qqi2qY06Z
그리고 뭐 고 1 시절은 그 9명하고 굉장히 무난하게 보냈어.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하던 친구들이었고, 성격도 무난했고. 중학교 시절에 내가 제일 힘들었던건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남자이야기, 아이돌 이야기 였는데 다행히 이 친구들은 그런거에 관심이 크게 없었어. 오히려 내가 그때 빠져있던 만화들 좋아해서 그런거 자주 이야기 하고 그랬지. 덕분에 소외감도 크게 안느끼고 좋았어. 솔직히 이 시기가 내 학창시절 가장 행복했다.
이름없음 2019/04/19 15:37:50 ID : bzQk2nu7ak7
만화에 공감해주는 친구들 찾기 힘든데, 잘 사귀었다고 생각했어
이름없음 2019/04/19 15:43:36 ID : a8qqi2qY06Z
고 2가 되면서 반은 갈라져야했지. 이과 문과도 나뉘게 되고. 과에 따라서 반을 또 나누니까. 솔직히 말해서 난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어. 그냥 딱 평균인 정도. 나는 문과를 골랐는데 그냥 간단한 이유였어. 물리가 싫었음ㅎ.. 하지만 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공부를 정말 잘했다ㅋ 우리 학교에 당시에 과학특별반이 있었는데 오리를 포함한 8명이 다 그 반에 들어갔다. 그 반은 한 학년에 한 반만 있는거였는데 성적우수자들만 특별교육하는거라 암튼 걔네는 3년 내내 같은 반인거 확정인 거였지.
이름없음 2019/04/19 15:44:26 ID : bzQk2nu7ak7
혼자 떨어진거라면 진짜 외로울거 같아
이름없음 2019/04/19 15:47:51 ID : a8qqi2qY06Z
맞아!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중학교때부터 만화이야기- 특히 원피스나 나루토 같은거 좋아하는거 다른 남자애들 아니면 힘들었거든. 근데 중학교 졸업할때 부터는 아무래도 성별이 나뉘니까 남자 사람 친구 사귀기도 어려웠고 ㅎㅎ.. 뭐 아무튼 그 9명 중에 나랑 같이 문과를 선택한건 안경 뿐 이었어. 솔직히 문과반도 꽤 여러개이니 다른 반이 될 법도 한데 운이 좋게도 우리는 같은 반이 되었지.
이름없음 2019/04/19 15:49:52 ID : bzQk2nu7ak7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이름없음 2019/04/19 15:53:45 ID : a8qqi2qY06Z
솔직히 말해서, 1학년 말부터 나는 성정체성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된 것 같아. 그 때만 아직 내 정체성이 남자라는 걸 깨닫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뭐랄까.. 나는 다르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심정을 생각하자면 주변 친구들은 본격적으로 화장을 시작하거나 어딘가.. 뭐랄까 관심사나 취향이 어른처럼.. 드라마 이야기를 한다던가 잘생긴 남자 연예인 보면서 신나하거나 아니면 가끔 BL소설을 이야기하는데(ㅋㅋ) 솔직히 나는 그런 이야기에 아무런 관심이 안생겼어ㅋㅋ 나는 내가 남들보다 느리다고 생각했지.. 아무튼 그렇게 알게 모르게 소외감이 생기다보니 성격이 점점 내성적이되고 낯도 많이 가렸지. 2학년 학기 초에 친구 사귀기 어려워서 안경이 있다는게 안심이 되었어.
이름없음 2019/04/19 15:56:25 ID : a8qqi2qY06Z
안경은, 문과이기는 했지만 예체능 전공이었어. 중학교때부터 음악학원을 다니고 실력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2학년 때 안경은 자기랑 같이 학원 다니는 친구라며 하양이란 친구를 소개해줬다. 그래서 주로 셋이 2학년을 보내게 되었어.
이름없음 2019/04/19 15:59:04 ID : a8qqi2qY06Z
하양이는 착했어. 뭐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하양이한테 조금 로맨틱한 호감이 처음에 있었던것 같아. 결국엔 좋은 친구로 남았지만. 결국 고삼때 나때문에 피해를 받아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름없음 2019/04/19 16:05:32 ID : a8qqi2qY06Z
2학년 여름 보충 수업을 들을 때, 오리가 자기네 집 근처에서 놀자고 날 불렀어. 셋이서 같이 소소하게 노래방을 가고 쇼핑도 하고.. 뭐 그렇게 놀았지. 사실 내 입장에서는 오리네 집이 우리 집에서 2시간 정도 걸리다보니 좀 피곤했다.
이름없음 2019/04/19 16:06:30 ID : bzQk2nu7ak7
2시간? 진짜 머네.. 스레주는 착하구나.. 나 같으면 절대로 안갈거야
이름없음 2019/04/19 16:13:11 ID : a8qqi2qY06Z
그렇게 놀고 돌아가는데 나는 버스정류장이 어디인지 몰랐다. 그 둘은 집이 같은 아파트였는데, 아파트 앞에서 헤어지려고 했지. 그 둘이 나한테 대충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을 말로 알려줬는데 우리 집까지 가는 버스를 타려면 약 7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라 헷갈렸지. 그래도 알았다고 하고 찾아보려는데 안경이가 “같이 가줄게” 라고 씩 웃으면서 말했어. ‘엄청 착하네’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씩 웃을 때, 눈이 반달 모양이었어 웃는게 정말 이뻤다. 정말로, 갑자기 안경이가 예뻐보였다.
이름없음 2019/04/19 16:13:54 ID : bzQk2nu7ak7
안경이도 착하다. 솔직히 그런 작은 배려도 설렐때가 있지
이름없음 2019/04/19 16:19:35 ID : a8qqi2qY06Z
그 때부터 안경이를 의식하게 되었다. 사실, 그때는 내가 그 친구를 좋아하는지도 몰랐지만.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부터 나는 하양이랑 안경이가 다니는 예체능 학원 근처로 도서실을 다녔어. 솔직히 말하면 안경이는 학원 가기 전에 꼭 근처 편의점이나 롯데리아에서 밥을 먹었는데, 같이 저녁을 먹고 싶었다는 사심도 있었다ㅋㅋ 하양이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원에서 먹어서, 나랑 하양이는 2학년 2학기 내내 같이 저녁을 먹었어.
이름없음 2019/04/19 16:20:10 ID : a8qqi2qY06Z
앗 미안ㅋㅋ 하양이가 아니라 안경이랑 같이 밥을 먹었어. 본명이 아니라서 헷갈리네
이름없음 2019/04/19 16:23:44 ID : a8qqi2qY06Z
아무튼 안경이랑 같이 밥을 먹으면서 했던 이야기 중에 하나는 안경이가 중학교때 여자친구를 사귄적이 있다는 거였어. 솔직히 놀랐다! 나는 그 무렵에 내가 레즈인지, 젠더리스인지 뭔지 고민하고 있던 시기고, 안경이를 의식하기 시작했던 시기니까. 하지만 안경이는 남자 연예인 이야기를 꽤 많이하고, 또 나에게 BL 이야기를 하기도 해서, 조금 의아했다. “그럼 너 바이야?” 하고 물으니 “뭐? 절대 아니야!” 라고 대답했지.
이름없음 2019/04/19 16:31:53 ID : a8qqi2qY06Z
솔직히 ‘그럼 뭔데?’ 싶었다. 그래도 좀 설레기도 했다. 뭐랄까.. 그 얘기를 듣고 좀 반갑다는 생각이 드니, 내가 그 애를 좋아한다는걸 확신하게도 됬고. 그렇게 좋아한다는 확신이 드니 그게 내 정체성을 깨닫는 계기가 됬어. 조금 민망한 이야기인데.. 그 애랑 야한걸 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는데 그런 상상이나 꿈에서 나는 완전한 남자였어. 그 애가 여자랑 사귀었었단걸 알아도 나는 그애가 나는 여자로 보는게 괴로웠지. 고 2 가을부터, 나는 남자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이름없음 2019/04/19 16:35:02 ID : a8qqi2qY06Z
의외로 선생님들은 뭐라고 안했다ㅋ 근데 학교 애들한테는 제법 쓴소리를 들었지. 여자애들이 떼로 몰려워 남장여자 새끼 라고 반장난식으로 깔깔거리기도했다. 그래도 그것보다도, 안경한테 남자로 보이고 싶었어. 하지만 그것 때문인가.. 안경은 조금씩 이상해져갔어.
이름없음 2019/04/19 16:36:46 ID : a8qqi2qY06Z
그냥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나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심해졌다. 고 3 때 정말로 우연히도 나, 안경, 하양이는 같은 반이 됐어. 솔직히 말해서 3년 내내 나랑 안경은 같은 반이여서 기뻤는데 안경은 어딘가 불만인것 같았다
이름없음 2019/04/19 16:40:18 ID : a8qqi2qY06Z
나는 솔직히 말하면.. 남자교복을 입으면서 부터 성격이 조금 더 밝아졌어. 오히려 남자애들이랑 더 친해지기도 하고. 사실 치마나 리본이 정말 싫었는데 좋아하는 교복을 입으니 좋은 것도 있고, 좋아하는 애랑 같은 반이기도 했고 중학생때부터 내 정체성을 몰랐는데 알게되니 차라리 덜 복잡했다- 인정하는데 시간이 또 걸리긴 했지만.
이름없음 2019/04/19 16:41:14 ID : bzQk2nu7ak7
옷차림이 달라지면 성격이 바뀌는 사람은 자주 있지
이름없음 2019/04/19 16:42:41 ID : a8qqi2qY06Z
아직도, 안경이가 나한테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모르겠어. 안경이는 고3 새학기 무렵부터 내가 다른 사람과 말을 하는 행위자체를 질색했다.. 하양이도 포함해서
이름없음 2019/04/19 16:44:26 ID : a8qqi2qY06Z
초반에는, 같은 반 남자애랑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 애랑 이야기 안하면 안돼?” 라고 하는 수준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좋기도 했어. 질투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름없음 2019/04/19 16:45:16 ID : bzQk2nu7ak7
거기까지는 나도 질투라고 생각해
이름없음 2019/04/19 16:45:59 ID : a8qqi2qY06Z
하지만 조금 지나서.. 학교 축제 무렵에는 내가 옆자리 친구한테 시험범위만 물어봐도 복도에 나를 불러 화를 내면 우는 수준이 되었다.;; 왜.. 도대체...
이름없음 2019/04/19 16:52:55 ID : a8qqi2qY06Z
하지만 난 그래도 안경이가 좋았어 그 때까지는. 솔직히 그냥 내가 뭔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안경이를 좋아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잘 되는건 포기하고 있었어. 안경이는 본인 스스로 바이가 아니라고 했고, 이성애자라면 나를 남자로 보지 않을거고, 레즈라해도, 내 정체성이 남자니 힘들겠구나 싶었지. 사귄다고 해도, 고삼이니 대학 진학 후에는 관계 지속이 힘들 거고... 그냥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다. 나는 안경이가, 친구로도 여자로도 정말 좋았어. 그래서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정도, 이성으로써 호감을 표현 하는걸 조금 자제하려고 했어.. 방심하면 ‘사실 나 좋아해’ 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이런식으로 호감을 자제하는 것이 안경이에게는 친구가 떠나가는 걸로 느껴지는것일 수도 있다 생각했다.
이름없음 2019/04/19 16:59:23 ID : a8qqi2qY06Z
아무튼, 그래도 안경이가 내 친구 관계를 압박하기 시작하는 것은 꽤 고민이었다. 채육대회때 안경이는 나한테 화가 났는지 어디론가 가버렸고, 나는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안경이는 고삼 무렵부터 하양이를 굉장히 싫어하게 되서 하양이는 내가 ‘절대’ 말 걸면 안되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내가 다른 반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것도 싫어했으므로 솔직히 그때 ‘어라....’ 싶었다
이름없음 2019/04/19 17:03:34 ID : a8qqi2qY06Z
그렇게 체육대회때 혼자 덩그러니 있으려니 오리가 와서 잘지내냐고 물었다. 오리는 안경과 꽤 친하니까 이야기해도 괜찮겠다 싶었고, 나는 오리에게 안경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 하는걸 안경이 싫어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안경이 반응이 좀 이상하다’ 정도 였다. 오리는 ‘에이, 진짜? 걔가 그런 애가 아닌데?^^;”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바쁘다며 떠났다
이름없음 2019/04/19 17:05:11 ID : bzQk2nu7ak7
그 일단 내가 보기에는 안경이 스레주에게 집착하거나 소유욕을 가졌다, 라고 예상은 해볼께..
이름없음 2019/04/19 17:08:53 ID : a8qqi2qY06Z
사실 알고보니 오리는 이미 안경쪽 편.. 이었던 것 같아. 무리도 아닌게 사실 나랑 알고지낸건 3년.. 그 중에 같은 반인건 1년인데 뭐.. 안경과 오리는 초등학생 때부터 알던 사이이고 나는 몰랐지만 안경은 자주 오리와 1학년때 친구들 반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모양인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가서 자주 울었던 것 같아. 특히 체육대회때 1학년 때 친구들에게 무언가 결정타를 날린건지? 체육대회 이후로 1학년 때 친구들 모두 다 나를 나쁜년이라고 욕했다...
이름없음 2019/04/19 17:09:43 ID : bzQk2nu7ak7
하?
이름없음 2019/04/19 17:12:16 ID : a8qqi2qY06Z
굉장히 답답해서 안경한테 ‘너 이거 나한테 집착하는거 아니야? 너 혹시 나 좋아하냐?’ 라고 던졌다. 떨렸다. 만약에 그런거면... 돌아오는 대답은 “지랄하지마” 였지만ㅋㅋ... 솔직히 모르겠네, “지랄하지마! 내가 널 좋아한다고...?” 스러운 반응이기도 했는데 이거 내 추억으로 보정 된건가...
이름없음 2019/04/19 17:14:32 ID : a8qqi2qY06Z
아무튼... 나는 그래도 안경과의 관계를 쉽게 놓기는 싫었다. 무엇보다... 그 때 버스정류장까지 나를 데려다 주던 그 친절한 안경 을 기억하니까.. 그 착했던 모습이 이런식으로 변했다면 내 잘못이 있긴하겠지 싶었고
이름없음 2019/04/19 17:18:33 ID : a8qqi2qY06Z
그러다가, 안경은 내 핸드폰을 몰래 훔쳐보다가 내가 하양이와 문자한걸 발견하고 나에게 화를 냈다. 문자 내용은 그냥 내일 쪽지시험 범위 뭐야? 하는 내용에 내가 답한 것 정도... 안경은 “내가 얘랑 얘기하지 말랬지?” 라며 내 연락처 모두를 삭제했다
이름없음 2019/04/19 17:19:06 ID : bzQk2nu7ak7
아무리봐도 집착인데, 연락처 삭제는 너무했어
이름없음 2019/04/19 17:22:15 ID : a8qqi2qY06Z
솔직히 말해서 그 때 아마 처음으로 안경이한테 화가 났다! 연인관계도 이렇게는 안해! 라는 생각이 들고. 아무튼, 그래서 다음날 소소한 복수를 하기로 했다. 뭐였냐면.. 1. 안경이한테 먼저 말 안걸기 < 항상 내가 안경이 자리에 가서 말을 거는 입장이 됬다- 어느순간부터 2. 안경이 보는 앞에서 하양이와 이야기 하기
이름없음 2019/04/19 17:23:40 ID : a8qqi2qY06Z
정말 소소하지ㅋㅋㅋ 애당초 생각해보면 전혀 문제 될게 없어야 하는 것이기도 했고. 그치만 안경이한테는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이름없음 2019/04/19 17:24:31 ID : bzQk2nu7ak7
왠지 역효과 날거같아...
이름없음 2019/04/19 17:26:00 ID : a8qqi2qY06Z
하양이와 당당히 이야기하고 한.. 3교시부터 안경이가 죽일듯이 째려보는게 느껴졌다. 진짜로—- 곧 터질게 느껴져서! 무섭잖아ㅋㅋ 싶었는데 그 쪽이 먼저 사과할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고, 나도 화가 났으니 부딪히기 싫어서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운동장으로 피했다.
이름없음 2019/04/19 17:28:15 ID : a8qqi2qY06Z
운동장에서 2학년때 동아리활동 할때 담당이었던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이 마침 잘 됬다며 3학년 복도에 붙이라고 공고 몇장을 주셨고 나는 그 종이를 받고 탁구장 옆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이름없음 2019/04/19 17:30:17 ID : a8qqi2qY06Z
안경이 “여기 있었네?^^” 하며 탁구 테이블을 내리쳤다. 내가 선생님한테 받은 공고를 발견하더니 쭈욱 쭈욱 찢어버렸다....
이름없음 2019/04/19 17:32:23 ID : a8qqi2qY06Z
나는 “난 지금 너랑 얘기 안하고 싶다” 고 했고 안경은 소리를 지르며 탁구 테이블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꽤 큰소리여서 사람들이 다 쳐다봤고.. 선생님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뭐.. 둘 다 교무실 담임한테 끌려갔지...
이름없음 2019/04/19 17:35:31 ID : a8qqi2qY06Z
담임은 일단 나를 교무실 밖으로 내보낸 다음 안경과 단 둘이 이야기 했고 그 다음 나를 불렀다. 담임의 요지는 그러니까... “아픈 애 건들지 마라” 정도.. 안경이 분노장애 조절 때문에 정신과에 간 적이 있다. 일 만들지 말고 비위 좀 맞춰라.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덧붙여서, “이래서 계집년들 맡기 싫다니까” 하는 이야기도 했다ㅋ 시발
이름없음 2019/04/19 17:37:48 ID : a8qqi2qY06Z
그리고서.. 우리는 둘이 이야기를 하게 됬는데 안경은 ‘나 때문에’ 정신과를 다닌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왜? 냐고 묻자 ‘몰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름없음 2019/04/19 17:38:29 ID : bzQk2nu7ak7
담임도 잘못이 있네..
이름없음 2019/04/19 17:40:00 ID : a8qqi2qY06Z
아무튼... 음... 안경은 자기의 행동에 대해 후회나 미안함이 딱히 없는 것 같았고 그 태도에 나도 좀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깍지가 좀 벗겨진 기분..? 아무튼 나는 안경에게 화 풀릴 때 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고 안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름없음 2019/04/19 17:40:49 ID : a8qqi2qY06Z
그리고 나서.. 그 때가 고 3 입시철 이었는데, 하양이가 담임에서 수업중 교무실로 불려가더니 울면서 돌아왔다
이름없음 2019/04/19 17:42:17 ID : a8qqi2qY06Z
돌아왔지만 계속 울고있으니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하양이는 잠깐 화장실 갔다 온다고 말을 하고 뛰쳐나갔고 나는 선생님 배려로 하양이를 쫒아가서 무슨 이야기 인지 들을 수 있었다. 안경이 때문이었다....
이름없음 2019/04/19 17:42:55 ID : bzQk2nu7ak7
이번에는 무슨짓을 한거야..?
이름없음 2019/04/19 17:44:38 ID : a8qqi2qY06Z
그러니까.. 안경이가 담임한테 가서 “하양이 때문에 자살하고 싶다” 고 말한 거 였다...;;: 하양이가 1지망 하던 대학의 입학전영 중에 담임 선생님의 추천서가 필요했는데 담임은 안경이의 말만 듣고 하양이의 추천서를 취소한 거였다..
이름없음 2019/04/19 17:45:23 ID : bzQk2nu7ak7
아 그거 진짜 너무한거아니야?
이름없음 2019/04/19 17:46:51 ID : a8qqi2qY06Z
나는 정말로 화가 나서 교무실로 가서 담임한테 따졌다 하양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안했다. 오히려 안경이라 하양이랑 나를 괴롭혔다. 나도 안경이 때문에 정말 힘들다... 고 했는데 담임은 귀찮다는 듯이 그럼 셋이서 이야기 하라며 그냥 빈교실에 우리를 데려가고는 본인은 나갔다
이름없음 2019/04/19 17:48:27 ID : bzQk2nu7ak7
고3의 담임이라는 위치에 있으면 신중하게 봐줘야할걸 너무 대충대충하네.
이름없음 2019/04/19 17:49:12 ID : a8qqi2qY06Z
음... 셋이서 이야기 할때 하양이는 안경이에게 본인이 잘 못 한게 있다면 말해달라고 이야기해달라, 있다만 미안하다 앞으로라도 잘 지내자 고 했고 안경이는 “난 처음부터 너같은거 안 믿었어”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랑 이야기 하고 싶으니 하양이한테 돌아가라고 했다; 결국 하양이도 그냥 갔다
이름없음 2019/04/19 17:51:56 ID : a8qqi2qY06Z
사실.. 그 때 단 둘이 있을 때 안경이가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대충 나와의 관계가 이렇게 끝나는게 무섭다 는 것이었다. 나는 “너랑도, 하양이랑 다른 애들이랑도 잘 지내고 싶어” 라고 했지만 안경이는 그건 안된다고 했다. 나는 “그럼 나도 안돼’ 라고 했고 안경이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두번 다시 이야기 하지 않았다..
이름없음 2019/04/19 17:54:08 ID : a8qqi2qY06Z
그러니까.. 사실 썰 이야기를 풀자면 이게 끝이야. 나는 그 이후에 유학을 갔고 안경이는 그 운동장 사건 이후로 애들한테 반 애들한테 이미지는 별로 였지만 그래도 1학년때 친구들이랑 잘 지낸 것 같고... 대학도 잘 간 것 같아 하양이는 1지망은 못 같지만 2지망으로 원하던 대학에 갔어. 대학 입학 무렵엔 연락을 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네.
이름없음 2019/04/19 17:56:48 ID : a8qqi2qY06Z
나는 얼마전에 정식으로 성전환증 진단을 받았어. 아직 호르몬이나 다른 수술은 안했고.. 아무튼 이 친구 이후로 연애감정을 느낀 적이 없어. 이 사건이 좀 트라우마가 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사실 안경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조금 밉기도 그립기도 미안하기도 해. 잘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이 애가 나한테 했던 행동들이 어떤 감정이었던 건지도 궁금하고 만약에 우리가 잘됬으면, 내가 차라리 여자였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이름없음 2019/04/19 17:58:42 ID : a8qqi2qY06Z
하지만 결국 생각하는건 나는 아직도 안경이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아.. 겨울에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갈 때 횡단보도를 급하게 건너면서 안경이가 내 손을 잡은 적 이있는데 그 온기랑 촉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름없음 2019/04/19 17:59:06 ID : a8qqi2qY06Z
아무튼.. 길고 지루한 이야기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이름없음 2019/04/19 17:59:46 ID : bzQk2nu7ak7
아니야 지루하지 않았어. 이렇게 예전이야기를 꺼냈는데 괜찮은거지?
이름없음 2019/04/19 18:10:26 ID : a8qqi2qY06Z
내가 이미 20대 중반이 지났으니 사실 꽤 지난 이야기야. 내 모습도 많이 변했고, 안경이도 변했을 거고. 만약 길에서 마주쳐도 못 알아보지 않을까싶어ㅋㅋㅋ 이야기를 꺼낸거는 그냥 뭐랄까 꽤나 묵혀두던 이야기거든.. 나는 퀴어지인 빼고는 딱히 커밍아웃을 안했고 이건 내 제법 긴 이야기라 이야기 하기 힘들잖아ㅎㅎ
이름없음 2019/04/19 18:15:33 ID : a8qqi2qY06Z
하양이의 관점에서는.. 사실 내가 걔를 좋아했고 그런걸 모를테니 아마 이 글을 보더라도 모를것 같고.. 안경이는 아마.. 눈치챌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내가 좋아했었다는 걸 드디어 말하게 되는 거니 속은 편하네
이름없음 2019/04/19 18:18:38 ID : a8qqi2qY06Z
나는 이미 개명도 했고. 살던 곳에서 멀리 떠났고... 호르몬치료를 받고 호적도 바꿀 계획이니 이 친구들이 나를 찾을 일은 거의 없겠지.. 쓸쓸한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누구가한테 털어놓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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