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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pgrunDAi7 2019/04/21 03:36:54 ID : dPfO2pRzSJO
- 당신의 약속 -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의미한 전쟁, 그중에도 희망이 담긴 말은 존재했다. 바로 내일보자는 말. 당장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알수 없는 상황속에서 뱉는 내일 보자는 말은 가벼웠지만 그만큼 무거웠고, 평범했지만 또 그만큼 특별했다. 의무병인 그녀는 언제나 하루를 끝마치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내일보자며 인사를 건넸고, 그들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화답해주었다. 단 한사람을 빼고는. "내일봅시다." "수고하십니다." 조금 머뭇거리며 뱉는 대답에는 어떻게 해서도 내일보자는 말을 입에 담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내일봅시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내일 봅시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벌써 몇주, 몇달동안 지속된 그녀만의 화법에 의무병은 그녀가 신경쓰일수밖에 없었다. 물론, 처음엔 그녀가 어려서였다. 군인으로써 최전방에 나서 싸우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앳되어보이는 소녀의 얼굴에 의무병은 언제나 그녀를 걱정했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의무병만이 아니었다. 아직 얼굴에서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어린아이가 전쟁터에서 총기를 들고 싸우니, 그 누가 걱정되지 않을수 있을까. 그녀 같은 어린 소녀 소년들을 지키고자 목숨을 내걸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거늘, 그런 '지켜줘야 할' 대상인 아이가 부대에 들어오게 된것은 정말로 충격 그 자체였었다. 의무병은 언제나 그녀가 신경쓰였다. 저렇게 어린아이를 최전방에 몰아내야 할만큼 우리가 내몰려 있느냐고 따진적도 있었지만 상부에서는 '이미 내려진 결정이다' 라며 의무병을 돌려보내기 바빴다. 그래서 특히나 더 의무병은 아이를 보면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내일 보자고. 그렇지만 아이는 단 한번도 내일보자는 대답을 돌려준적이 없었다.
◆3CpgrunDAi7 2019/04/21 03:40:07 ID : dPfO2pRzSJO
하루는 신경쓰여 물어보았다. 왜 매번 내일보자는 대답을 회피하는건지, 아이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아이는 의무병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감정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전 내일 보자는 말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째선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지킬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약속 아닙니까. 그런 약속 해서 뭐합니까." 어딘지 체념한 듯한 어투로 말하는 아이에게 의무병은 놀랄수 밖에 없었다. 비록 군인이라곤 하나 아직 어린아이다. 전쟁만 아니었더라면 아직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속에서 살아가야 할 나이의 아이다. 그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 인생 다 산 노인네가 할법한 말이었으니 의무병은 기분이 착잡해졌다.
◆3CpgrunDAi7 2019/04/21 03:44:31 ID : dPfO2pRzSJO
그 대화를 나눈뒤 며칠 뒤, 몇주 뒤에도 아이는 계속해서 내일보자는 의무병의 인사를 회피했다.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통에 고작 병사 한명한명까지 신경쓸 여유가 있는 그녀가 아니었으나, 의무병은 다시 한번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했던 얘기 말입니다." "... 내일봅시다-라는 인사에 관련된거 말입니까?" 그녀는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확실히 전 오늘 부대원들에게 내일보자고 인사를 남긴뒤 바로 오늘 밤에 죽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짤막하게 예-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내일보자는 말은 장담하지 못할 약속입니다. 하지만 전 그렇기에 더더욱 말하고 싶습니다. 내일 보자고, 그렇게 말할겁니다. 왜냐면, 그렇게 약속해야... 그렇게 약속해야 내일을 위해 살아갈 이유가 하나 늘지 않겠습니까." 의무병의 말을 들은 아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낮은 어조로 대답했다. "... 저희는 군인입니다." "압니다." "바로 내일이면, 아니 10분 뒤면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있을수도 있죠." "압니다." "그런데도 내일을 약속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3CpgrunDAi7 2019/04/21 03:47:39 ID : dPfO2pRzSJO
아이의 질문에 의무병은 아주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 어릴적,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과 서로간에 한 약속은 어기는게 아니라 배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킬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전 장담 못하는 일인 만큼 약속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 약속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발버둥 쳐볼 테니까." "발버둥..." "당신은 약속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전 할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저 자신이 한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신도 조금 힘써주십시오." "..." 의무병은 그럼 이만, 내일뵙죠-라는 말과 함께 의무실로 되돌아갔다. 아이는 멍하니 작아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3CpgrunDAi7 2019/04/21 03:55:50 ID : dPfO2pRzSJO
다음날, 아이는 전투도중 부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많은 의무병들중, 아이를 제일 먼저 치료하게 된것은 그때 그, 언제나 내일보자는 인사를 남기는 의무병이었다. "상처가 심합니다.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의무병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이래서 애들을 군대에 데려오면 안되는건데... 의무병은 타들어가는 속을 강제로 숨긴채로 아이의 치료를 계속해나갔다. 아이 말고도 돌봐야 할 사람들이 한 트럭은 넘을것이다. "... 전 역시 내일 보자는 인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이가 고통에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딱딱하게 말했다. "...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계속 저한테 내일보자고 인사를 건네주시기 바랍니다." 의무병은 벙찐 표정으로 잠시 아이를 내려다보다 손이 멈추었다는것을 인지하곤 다시 분주히 움직였다. "남의 약속을 저 때문에 함부로 어기게끔 할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계속 인사를 건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러면 저도 조금 더 노력하겠습니다." "... 그렇습니까."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예, 라고 대답했다. "약속, 어기게 하면 가만 안둘겁니다." 의무병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에 아이가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예, 라고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3CpgrunDAi7 2019/04/21 03:57:24 ID : dPfO2pRzSJO
내가 군대에 관한건 잘 몰라서... 혹시 군필자가 보면 정말 짜증날수도 있긴 하겠다... 근데 원래는 어떤거 2차창작을 염두에 두고 쓴 창작아닌 창작이라... 그냥 글 연습할겸 써본 거니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설정오류 같은건 넘어가 줬으면 해! 아, 물론 너무 눈에 띄거나 하는 오류는 지적 환영이야!
◆3CpgrunDAi7 2019/04/21 04:05:34 ID : dPfO2pRzSJO
- 두 사람의 세계 - "그대의 세계에는 누가 있죠?" A가 침대에 누운채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당신이 있습니다." 침대 옆, 작은 의자에 앉은 B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했다. "그런가요. 영광입니다." "별말씀을. 그렇다면 제가 물어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당신의 세계에는 누가 있습니까?"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 있죠." "그렇습니까." B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곳에 있습니까?" A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B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렇습니까." "왜냐면, 왜냐면 당신이 제 세계니까, 당신안에 당신이 존재한다는건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천천히 지어보인 A의 미소에, B의 세계에 조금 금이 갔다. "울어도 됩니까?" "조금 참아주십시오. 마지막으로 보는건 조금 더, 뭐랄까...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웃겠습니다." B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B의 세계가 지진이라도 난것마냥 흔들리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름답네요. 감사합니다. 당신은 아마 상상도 못하겠죠, 지금 저의 세계가 얼마나 찬란히 빛나고 있는지." "그거 다행입니다." A는 아마 상상도 못할것이다. B의 세계가 얼마나 어두운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는지를. "저의 세계가 되어주어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당신이 존재하는 한 제 세계는 무너지지 않아요." B는 대답하지 않았다. A의 세계는 계속해서 그 빛을 더했지만 B의 세계는 그와는 대조되게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며 어둠을 더했다. 마치 A의 세계가 B의 세계에서 생명력을 흡수하기라도 하듯이.
◆3CpgrunDAi7 2019/04/21 04:10:27 ID : dPfO2pRzSJO
- 악마와 천사, 그 사이의 어딘가 - "눈을 뜨셨군요." A가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뜨자마자 보인것은 사람의 형체를 한 누군가였다. "... 악마?" "전 그저 인간일 뿐이에요. 제가 악마처럼 보이던가요?" 사람 좋게 웃어보이는 눈 앞의 사람에게 A는 허둥지둥 대며 급히 사과했다. "아, 죄,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라, 그냥. 그냥... 제가 죽은줄로만 알아서요." A의 대답이 석연치 않았던건지 '그'가 표정을 굳혔다. "그러면 보통 천사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뭐, 제가 천사 같다는건 아니지만." '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모습을 본 A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 저에게 천사가 올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A의 입안에서 비릿한 혈향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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