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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WmMnO2rcJ 2019/05/18 13:52:36 ID : 42GpPdyGsly
조금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한때 내가 사랑했던 아저씨에 대해 이야기를 써보려고 해.
◆oJWmMnO2rcJ 2019/05/18 13:56:09 ID : 42GpPdyGsly
몇년 전이었지? 5년 전이었을거야. 내가 고등학교2학년, 꽃다운 나이었을 때. 숨막히는 집을 벗어나 집 앞 놀이터 그네에 앉아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어. 좋아했던 아이유 노래를 들으며 따스한 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었지.
◆oJWmMnO2rcJ 2019/05/18 14:00:27 ID : 42GpPdyGsly
나는 남들이 보기엔 평범하지만 온화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잘 자란 둘째아들이었지만, 내가 보기엔 항상 부모라는 사람들한테 형이랑 비교만 당하는, 부모님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잘 가꿔진 조형물같은 둘째'인형' 이었어. 형도 내게선 그저 부모님의 자랑거리인 인형으로밖에 안보였지만... 글쎄, 형은 그걸 그리 신경쓰지 않아했던거같아. 하긴 형이야 뭐든 잘 했으니까. 나랑은 다르게 키도 컸고, 나보다도 훨신 잘생기고 머리고 좋았으니까.. 삶이 만족스러웠겠지
◆oJWmMnO2rcJ 2019/05/18 14:03:47 ID : 42GpPdyGsly
그날도 어김없이 아버지는 내 머리를 때렸어. 너는 왜 형보다 모나게 태어나서 부모에게 부끄럼을 주느냐고. 차라리 태어나지 말지 그랬어! 라며.... 내 머리가 좋기를 바라면서, 내 머리를 때리는 꼴이 참 웃겼어. 고등학교2학년 남학생이었던 나는 다른 아이들보단 작았어도, 결국 똑같은 남고생이었어. 아버지를 손을 뿌리치고 바깥으로 뛰쳐나왔지. 붙잡으러 나오시지도 않았어. 돈 한푼도 없는 내가 나가봤자 집 앞 놀이터일 뿐이었으니까.
◆oJWmMnO2rcJ 2019/05/18 14:06:22 ID : 42GpPdyGsly
따스한 햇살아래 이어폰에서 새어나오는 아이유의 너랑나는 아쉽게도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지 못했어. 원래는 마음이 진정됐는데 말야, 그날따라 컨디션이 정말 안좋았나봐. 그네에서 일어나 붉은빛을 띄는 태양을 뒤로하고 아파트단지를 나가버렸지. 돈 한푼도 없는 내가 가봤자 얼마나 멀리 간다고... 아파트 앞에 시장만 맴돌게됐어.
◆oJWmMnO2rcJ 2019/05/18 14:11:52 ID : 42GpPdyGsly
그렇게 몇시간이나 있었을까.. 초여름 치고는 많이 쌀쌀해졌어. 추운 몸을 감싸쥐고 바들바들 떨며 근처에 있던 호프집 앞 벤치에 털썩 앉아버렸어. 시계를 보니 오후9시가 다 돼가고 있었어.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집으로 돌아가면 또 맞으려나, 아니면 휴대폰과 전자기기 다빼앗기고 공부방에 가둬둘려나, 아니면.... 핑 도는 머리를 감싸쥐고 눈을 질끔 감았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휴대폰 배터리도 거의 다 달았고, 공부에 집착하는 집안에서 데이터를 많이 줄리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도저도 없는 신세가 돼버렸어. 친구도 없었어. 친구라고 해봐야 학교에서 전교20등 안에 드는... 나를 경쟁자라고 밖에 생각 안하는 애들 뿐이었어.
◆oJWmMnO2rcJ 2019/05/18 14:15:27 ID : 42GpPdyGsly
추적추적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예고에도 없던 비와 쌀쌀해진 기후 덕분에 감기걸리겠구나.. 생각했지. 감기 라는 생각에 부모님의 간병이 아닌, 짐만 된다는 구박을 받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우울한 마음으로 조용히 벤치에 앉아 쏟아지는 비를 맞고있었어.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그런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어. 집으로는 정말 들어가기 싫었고, 우산 살 돈도 없었는데, 앉을 곳까지 사라지면 내가 너무 불쌍할것 같았거든.
◆oJWmMnO2rcJ 2019/05/18 14:19:51 ID : 42GpPdyGsly
어쩔수 없었는지 내 옆에 있던 호프집으로 눈이 가더라. 그저 술집이지만 나에게는 따듯해 보이던 그곳. 술에 취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솔직한 속마음을 겁도 없이 쏟아내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멋지고 부러워보였어. 나도 모르게 호프집 문에 달린 작은 손잡이를 잡았어. 학생의 신분인것도 잊어버리고 겁도없이 문을 활짝 열어버렸지. 안 그래도 중딩같다는 소리를 듣는 내 얼굴인데, 들어가자마자 직원은 나를 밖으로 내보내려 했어. 비에 젖어 머리와 옷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며 바들바들 축 처진 내가 불쌍해 보이지도 않았나 봐. 손에 우산하나 없었는데... 그것마저 보지못했던 걸까
◆oJWmMnO2rcJ 2019/05/18 14:23:08 ID : 42GpPdyGsly
호프집 직원들의 냉정하고 따끔한 시선에 역시 남들한텐 코딱지 만큼이라도 관심을 가져줄거라는 기대는 하면안된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봤자 나는 더 공허해지고, 상처 받을테니까... 밖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보며 한숨을 쉬고 일단 나가자고 생각했어. 그래. 내 잘못이야. 미성년자가 호프집에 왜 들어가. 다 내 잘못이야. 또 내 잘못이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질문들은 되려 되묻고 되묻다 질문으로 돌아왔어. 부모님과 형을 생각하니... 그들의 주변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시선들을 생각하니 속이 점점 답답해져왔어.
◆oJWmMnO2rcJ 2019/05/18 14:24:13 ID : 42GpPdyGsly
떨어질것만 같은 눈물을 머금고 혹시라도 내 추해진 얼굴을 누군가볼까봐 고개를 푹 떨구고 호프집을 나가버렸어. 그래봤자 비를 맞으며 그곳에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어.
◆oJWmMnO2rcJ 2019/05/18 14:27:25 ID : 42GpPdyGsly
어느순간 비가 멎겠지.. 그럼 더 이상 춥지 않겠지... 안 춥겠지.. 말도안되는 생각을 할때였어. 비가 그치고 더이상 춥지 않았어. 뭐지? 내 바람이 이루어진건가?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땐 내 앞에 잘생긴 남자 한분이 서있었어. 체감상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큰 키를 가진 성인 남성이 양복을 잘 갖춰입고 내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더라. 또 어느틈이었는지 내 몸에 담요가 둘러져있었어.
◆oJWmMnO2rcJ 2019/05/18 14:29:16 ID : 42GpPdyGsly
누구지? 누군데 나한테 담요를 두루고 우산을 씌워주지? 내 앞에 있는 남자를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어. 검은 머리를 예쁘게 넘겨선 잘생긴 외모를 뽐내고 있던 남자는 뭐가 저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왜 비맞고 있어. 오늘 추운데.' 라고 첫 만남. 첫 말을 틔어버렸어.
◆oJWmMnO2rcJ 2019/05/18 14:33:57 ID : 42GpPdyGsly
'누구세요?' 이런 호의는 처음이라 갑작스러우면서도 경계했어. 혹시 아버지가 부른 사람이려나? 날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시켰나? ....아버지가 나에게 그정도로 관심이 많았었나. 미간을 찌푸리고 그 남자를 쳐다봤어. 싱글벙글 웃던 남자는 두툼한 입술을 열었어. '계속 그렇게 멀뚱멀뚱 있으면 감기걸린다. 에구.. 다 젖은거 봐. 학생 여름감기가 제일 무서운거 알아?' 그 남자의 말엔 장난끼가 섞여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따듯했어. 걸춰진 담요를 손으로 꽉 쥐고는 '됐어요.' 하곤 돌려주려 했어.
◆oJWmMnO2rcJ 2019/05/18 14:37:31 ID : 42GpPdyGsly
그치만 그 아저씬 나에게 담요를 다시 둘러주며 내 손에 보라색 우산을 꼭 쥐어줬어. '아저씨는 우산 또 있으니까 걱정말고.' 걱정 한 적 없는데... '곧장 돌아가.' 어디로..? '감기 걸리지 않게 바로 씻고 옷 갈아입고.' 당신이 뭔데.... '공부 열심히 해. 안녕!' 아저씨는 그 말을 남기고 양복을 벗어 자기 머리를 가리고는 빗속으로 달려가버렸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가만히 그곳에 서있던 난 손이 부르르 떨렸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잊혀지지 않았어. 시계를 보니 11시가 훌쩍 넘어가던 시간이라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지.
◆oJWmMnO2rcJ 2019/05/18 14:38:46 ID : 42GpPdyGsly
집으로 가면서도 계속 생각했어. 그 남자는 누구지? 왜 나한테 이런 호의를 배푼거지? 그저 불쌍한 사람을 그냥은 못 지나치는 오지랖퍼인가? 아니면 설마 진짜 아버지가 나를 감시하라고 한건가? 공부 안하면 자신에게 알려라 뭐 이런건가..
이름없음 2019/05/18 14:41:44 ID : ApbyK2E08jj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05/18 18:42:10 ID : y7xPa01fRzW
ㅂㄱㅇㅇ
이름없음 2019/05/18 19:22:09 ID : bdxDwMphs3x
보고잇어
이름없음 2019/05/18 20:09:47 ID : 7AjimLcFeIJ
보고있어
◆oJWmMnO2rcJ 2019/05/19 09:39:35 ID : atBxXvyJSK1
다시 시작할게
◆oJWmMnO2rcJ 2019/05/19 09:41:17 ID : atBxXvyJSK1
집에 도착하니 다들 방으로 들어가고 거실은 텅 비었더라. 차라리 그게 나았어. 편히 숨쉬며 방으로 걸어가는 순간이 더 좋았거든. 어두컴컴한 거실을 지나 방 문을 열었어. 그렇게 잠이 들었지..
◆oJWmMnO2rcJ 2019/05/19 09:44:44 ID : atBxXvyJSK1
다음날 침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어. 졸린 눈을 비비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형이더라? 어쩐지 어젯밤에 조용하다 싶더라... 어지러운 감각과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꼭 감았어. 형은 뻔뻔스럽게도 '일어났어?' 라는 말을 하곤 하던 짓을 마저 했어. 괜찮아... 조금만 지나면 돼... 평소처럼.. 조금만 참으면 돼.. 정신을 차려보니 시계바늘이 오전6시를 향하고 있었고 방엔 나 외에 아무도 없었어.
◆oJWmMnO2rcJ 2019/05/19 09:47:18 ID : atBxXvyJSK1
텅 빈 허공을 바라보다가 주섬주섬 교복과 가방을 챙기고 조금 이른시간이었지만 학교에 가려고 했어. 텅 빈 방을 나서려는데 문 옆에 작은 담요랑 보라색 우산이 있더라. 어제 그 남자의 것이었어. 현관에 두면 분명 누구것이냐고 윽박지를게 뻔해서 방에 그대로 가지고 왔었어. 덕분에 바닥이 축축해졌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았어. 조금 마른 담요를 가방안에 넣고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섰어.
◆oJWmMnO2rcJ 2019/05/19 09:51:20 ID : atBxXvyJSK1
어제 온 비 때문인지 안개가 낀 이른아침은 조용하고 선선했어. 그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풍경이었지. 일기예보엔 햇살 을 띄고있었지만 난 보라색 우산을 요리조리 돌리며 콧노래를 흘렸어. 처음으로 뭔가 들떴던것 같아. 그치만 학교에 도착하고나니 다시 기분이 안좋아졌어. 이 곳 때문에 난 공부를 하고, 경쟁을 하고, 아버지에게 꾸중을 듣고, 매를 맞고, 형과 비교를 당하고, 그런 형은... , 아무도 내 말을들어주지 않고.....
◆oJWmMnO2rcJ 2019/05/19 09:56:20 ID : atBxXvyJSK1
그런데 왤까? 그 남자가 자꾸 생각나더라. 어제 처음만난, 별 말 해준것도 아닌, 비맞는 내 꼴이 그저 불쌍해서 우산과 담요 하나 챙겨주고, 형식적인 걱정을 해준 그 남자가 자꾸만 생각나고.. 만나고 싶었어. 어제 나에게 해준 그 말들이 나에겐 새로운 것이었고, 따듯한 말이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남자가 나를 위로해준다면, 왠지 힘이 날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 그치만 그건 헛된 꿈일 뿐이지, 누군지도 모르고 누가봐도 직장인인 성인남성인데 또 어디서 만나겠어? 난 그렇게 조용한 학교생활을 했지
◆oJWmMnO2rcJ 2019/05/19 09:59:17 ID : atBxXvyJSK1
학교가 끝나고 나서의 쨍쨍한 햇살은 내가 들고 있는 보라색 우산에게 '넌 아무짝이 쓸모도 없는 물건이야.' 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았어. 이런 날씨에 우신을 들고있는 나도 이상했지만, 나도 내가 이 우신을 왜 들고 나왔는지 영문을 알수없었어. 가방에 담요도 마찬가지로 초여름엔 별로 쓸모가 없었지. 그래도 괜찮았어 난 그것들을 가지고 학원에 갔고 학원을 마쳤어. 오후 9시 반이었어
◆oJWmMnO2rcJ 2019/05/19 10:03:15 ID : atBxXvyJSK1
이대로 집에 가야된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히더라. 밤이 되니 역시 초여름일지라도 쌀쌀했어. 차가워진 몸이 부르르 떨었어. 밤에 걷는 시장길은 정말 시끌벅적했어. 특히 술집들 말야. 술취한 사람들이 부러웠어. 진상 부리는건 나도 싫지만, 내 기분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 나도 술을 먹고 솔직하게 다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나봐. 근데 누구한테 말할지는 생각도 안났어.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으니까
◆oJWmMnO2rcJ 2019/05/19 10:05:52 ID : atBxXvyJSK1
길을 계속 걷다보니 어제의 그 호프집을 지나고있더라? 우뚝 서서 호프집을 계속 바라봤어. 한참을 있다가 손에 들고있는 보라색 우산을 힐끔 보고는 아.. 집에 가면 안되겠구나.. 여기에 있어야 겠구나.. 하는 엉뚱한 다짐을 하곤 벤치에 가만히 앉았어. 앉는 순간에도 여기에 있으면 뭐 할건데? 집에는 언제 갈건데? 원하는게 있는거야? 내 속에 수많은 자아들의 의견이 오고갔지만 내 몸의 본능을 딱 그거였어. 그 남자가 여기 올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 뭐, 그런거
◆oJWmMnO2rcJ 2019/05/19 10:07:27 ID : atBxXvyJSK1
얼마나 기다렸을까? 족히 2시간은 넘었던거 같아. 노래가 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끼고 우산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어. 그 남자, 여기에 또 오지 않을까? 말도안되는 확신을 가지고 말야... 근데 말이야. 가끔은 말도 안되는 확신을 가져도 되는 것 같아. 그 남자를 만나게 됐거든.
◆oJWmMnO2rcJ 2019/05/19 10:12:56 ID : atBxXvyJSK1
오후 12시에 다다랐을 때였어. 어떤 그림자의 형태가 점점 커지며 나에게 다가왔어. 어느덧 그 그림자는 나를 완전히 덮어버렸지. 그래, 만난거야. 고개를 들어보니 그 남자가 나를 보고있었어. 인사, 인서부터 하자. 어제 담요랑 우산 고마웠다고 인사부터 하자. '어? 학생 또 만났네~' 그 남자가 첫 스타트를 끊었어.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잘생긴 얼굴로 내게 말했지. '어? 그 우산 내가 어제 준거 맞지? 돌려주려고 여기서 기다린거니?' 멀뚱멀뚱 어리버리하게 그 남자만 쳐다보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가방문을 열었어. '아.. 담요랑 우산 돌려드리려고..' 가방에서 잘 접힌 담요를 꺼내들었어. 타이밍이 좋았지. 돌려줄 생각은 못 했는데, 내가 여기서 그 남자를 기다린 이유가 갑작스레 생겨버렸어. 그래 난 담요랑 우산을 돌려주려고 기다린거야. 별다른 이유는 없던거야. 그땐 그렇게 생각했어
◆oJWmMnO2rcJ 2019/05/19 10:22:49 ID : atBxXvyJSK1
양 손에 담요와 우산이 들렸어. 그 남자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담요만 집어들더라. '담요만 주고 우산은 너 가져. 아 다행이다. 사실 이 담요 내꺼 아니였거든.' 웃으라고 한 말 같았지만 죄송하게도 웃음은 나오지 않았어. '음... 우산은 그냥 선물이라고 생각해. 내가 주는거야 그거 비싼거거든...,' '어제 처음 만났는데....' '학생! 어제 처음 만난것도 하나의 만남이고 인연의 시작이야. 이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 어제 너랑 내가 만나거잖아?' '...'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어.
◆oJWmMnO2rcJ 2019/05/19 10:25:53 ID : atBxXvyJSK1
어색한 공기 맴돌았고 남자는 시계를 보곤 말했어. '학생, 밤12시야. 너무 위험한데....' '.....' '돌아가야지.' '어디로요?' 왜였을까. 어제부터 돌아가라는 그 말에 어디로? 하는 생각이 났어. 집으로 돌아가라는건가? 아니면 학원? 학교? 목적어만 쏙 빼놓고 돌아가라니. 베베 꼬인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난 그랬어. 의지할 사람이, 장소가, 아무것도 없었거든
◆oJWmMnO2rcJ 2019/05/19 10:31:55 ID : atBxXvyJSK1
내 질문에 그 남자는 살짝 당황한 눈치였어. '응?' '어디로 돌아가라는 거예요?' '그야...집..?' 역시 집으로 돌아가라는 거겠지. 너무 당연한 문장이었는데 난 왜 이렇게 꼬인걸까? '하하... 난 학생이 집에서 사는지 어디서 지내는지 모르잖아.. 일단 너가 지내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 지금은 너무 내 가슴깊이 다가왔어. 일그러진 내 표정에 눈치가 보였는지 그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무릎을 굽히고 내 시선에 눈을 맞췄어. '미안. 내가 무슨 말실수 한건 아니지?' '....' '혹시 학생 무슨일 있는거야?' 난 뭘 원했던 걸까? 이게 아닌데. 이렇게 아무말도 안하다가는 그냥 가버릴지도 모를텐데. 왜 아무말도 안나올까? 1시간도 안만난 이 남자가 내 아픔을 알아주라고 바랐던 걸까?
◆oJWmMnO2rcJ 2019/05/19 10:33:43 ID : atBxXvyJSK1
조금 뒤에 저 멀리서 한 남자가 외쳤어. '야 ㅇ대리! 빨리와 다들 기다려!' 아마 그 남자의 회사동료겠지.. 남자는 그 말을 듣곤 나와 회사사람들의 눈치 보더니 나에게 짧은 말을 남기고 가버렸어. '다치지 말고 얼른 가.'
◆oJWmMnO2rcJ 2019/05/19 10:36:42 ID : atBxXvyJSK1
그 남자가 간 후, 이렇게 만남이 끊어지는 걸까 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그 사람이 뭐라고 나 혼자 이렇게 슬퍼하는 걸까? 벤치에서 일어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혼자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어. 정말 느리게 걸어갔어. 그냥 걸으면 10분정도 걸릴 거리를 축 처진 다리로 천천히 걸어가니 30분정도 걸렸어. 새벽1시를 달리고 있었지. 집 문을 천천히 열어보니 거실 소파에 화난 표정의 아버지가 앉아계셨어. 아, 나 망했구나
◆oJWmMnO2rcJ 2019/05/19 10:39:24 ID : atBxXvyJSK1
아버지는 내게 다가와 귀싸대기를 때리면서 소리질렀어. '왜 지금 오는거야? 학원이 끝나면 집으로 곧장와서 공부해야 될 것 아니야. 이 아까운 시간동안 대체 어디서 뭐 한거야.' 라며... 집에 들어오지 않은 시간동안 밖에서 반성하라고 말하시곤 나를 쫒아내셨어. 눈물이 핑 돌았지. 너무 자주있는 일이라 그렇게 기분 나쁜건 이니었는데 그냥 눈물이 나더라. 내가 나약해 보일수도 있겠지만 너무 슬프더라.
◆oJWmMnO2rcJ 2019/05/19 10:43:53 ID : atBxXvyJSK1
천천히 길을 걷다 정신차려보니 난 호프집 앞까지 와있었어. 왜 여기까지 온거지. 그렇게 고개를 들어보니 오길 잘 한것같아. 그 남자가 있었거든. 이번엔 혼자였던거야. '학생. 역시 있었네.' '아...' '아까 돌아가는길에 자꾸 학생 생각이 나더라. 여기서 꼼짝도 안하고 있길래, 걱정되기도 하고 그대로 있을까봐 와봤어.' 그 남자는 나를 유심히 보더니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어. '근데 학생 얼굴이 왜그래? 맞았니?' '...' '누군한테 맞았니? 그새 어디 갔다 온거야?' 남자는 상냥하게 이것저것 물어봐주셨어. 다른 사람들이랑은 너무나도 달랐지
◆oJWmMnO2rcJ 2019/05/20 18:22:42 ID : atBxXvyJSK1
근데 대답할수가 없었어. 말이 나오지 않았어. 그냥 그 자리에서 눈물만 흘렀어. 내 힘듦을 구구절절 설명하기엔 너무 아파서, 입술이 떨려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어. 내가 이렇게 울면, 이 남자가 내 슬픔을 알아주겠지 하는 작은 희망이 있었나봐. 이번엔 내 슬픔을 공유할 사람이 생기겠지 하는 작은 바람이 있었나봐. 내 눈물에 남자는 당황했어 손을 허공에 이리저리 흔들다가 나를 포옥 안아줬어.
◆oJWmMnO2rcJ 2019/05/20 18:25:36 ID : atBxXvyJSK1
그리곤 그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를 위로했어. '많이 슬프니?' '많이 힘들었구나.' 나에게 무슨일이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어. 그냥 내 슬픔을 받아들여준거야. 남자의 말에 몸속 깊은곳에서부터 참고 참았던 울분이 터져나왔어. 남자는 계속 위로했지 '괜찮아...괜찮아....'
이름없음 2019/05/21 06:39:41 ID : wHu8qnRu5TU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05/21 21:35:09 ID : Crs2qZilyIJ
나도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05/28 08:06:06 ID : FheY7dXvu9w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05/28 17:14:38 ID : XtilDzgp866
..와 보고잇ㄷ어
이름없음 2019/06/10 18:55:03 ID : hs3yK1zPh89
혹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너무 궁금해서 갱신버릴게...ㅎ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06/27 20:37:38 ID : jbijjwE6Y5W
글 잘쓰네
이름없음 2020/12/21 02:15:23 ID : FclilwpVcJU
보고있어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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