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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y7s1hhBxV 2019/05/22 22:22:35 ID : knu4IJRwq2M
**피드백 환영** **탈주 가능성 매우 높음** 숨을 들이마쉬며 눈을 떴다. 악몽을 꾼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성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작은 쇳소리만 내고 있었다.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는것을 잊지않으려 애쓰며 고개를 돌렸다. 나는 작은 창문에서 비추어지는 희미한 빛이 전부인 어두운 반지하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작은 창문 너머로 배고픈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와도 같은 비명이 들려왔다. 바로 옆에 있는것처럼 생생히 들리는 감각에 귀를 틀어막았다. 끈적거리는 기름 찌꺼기처럼 질기게도 달라붙는 소리가 뇌속을 찔러왔다.
◆k9y7s1hhBxV 2019/05/22 22:26:07 ID : knu4IJRwq2M
자신이 내는 소리마저 거슬렸다. 가쁜 숨소리는 방안을 가득 채웠다. 침대 위에 웅크리고 숨을 골랐다. 내가 왜 여기 있을까. 갇혀있는 것 일지도 몰라. 난 밖으로 나가야만 해. 하지만 밖이 어디인지도 모르는걸. 혼란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밖으로 나가야해.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밖의 상황이 어떤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난 밖으로 나가야한다. 이유는 생각나질 않았다. 언제부터 세상이 이유를 생각할때까지 시간을 주었던가. 어쩌면 내가 프로그래밍 된 컴퓨터일수도 있지.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명령이 입력된 실체없는 덩어리.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아. 힘이 들어가지않는 다리를 끌었다. 문은 잠겨있지않았다.
◆k9y7s1hhBxV 2019/05/22 22:35:44 ID : knu4IJRwq2M
녹이 슨 철문을 슬며시 밀었다. 끼익- 하고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만에 태양을 보는 거지. 빛이 눈꺼풀을 날카롭게 찔러왔다. 비틀거리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게슴츠레나마 눈을 뜰수있게 되자 저 멀리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눈을 돌리자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눈이 마주친 그는 제발 살려달라는듯이 손을 뻗어왔다. 그러나 이내 그 손은 그들에게 붙잡혔다. 우두둑 소리가 들리며 피가 흘렀다. 그들은 들개마냥 몰려들어 그를 뜯어 먹었다. 애처로운 비명소리에도 아랑곳하지않고 흐릿한 눈으로 몸을 뜯고 있었다. 그의 다리가, 팔이, 얼굴이. 모든것이 그들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비릿한 피냄새가 공기에 섞여들자 더 많이 몰려들었다. 비명은 차츰차츰 멎어갔다. 얇은 숨을 뱉은 그는 사라졌다.
◆k9y7s1hhBxV 2019/05/24 23:29:41 ID : knu4IJRwq2M
속이 매슥거려왔다. 그러나 아무것도 먹지 못한 몸은 어떠한 것도 내보내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철문쪽으로 쓰러졌다. 꽤나 큰소리가 났다. 흠칫 놀라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 중 하나가 슬쩍 쳐다만 볼뿐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의문을 가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땅을 짚은 순간 왼팔이 욱신거렸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왼팔을 들었다. 걸치고 있던 아이보리색 가디건을 걷자, 누군가에게 물린 자국이 선명히 새겨져있었다. 돌위에 앉아있던 파리가 날라갔다. 그제서야 떠올릴수있었다.
◆k9y7s1hhBxV 2019/05/26 22:36:45 ID : knu4IJRwq2M
사태 발생 하루만에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기사들. 앵커의 말에의하면 감염자에게 물리면 8시간 이내로 감염된다고 했다. 감염? 감염이라니. 이게 무슨 병이라도 된다는건가. 그러고보니 sns에서는 감염자들을 좀비라고 불렀다. 소설속에서나 보던 것이 현실이 되기라도 한다는 것일까. 어제까지만해도 눈인사를 했던 이웃이 감염자가 되었다. 지방에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너는 무사할까. 내가 뛰쳐나온 히후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던때가 언제였는지 떠오르지않았다. 너는 커버린 나의 얼굴조차 모른다.
◆k9y7s1hhBxV 2019/06/30 14:28:09 ID : knu4IJRwq2M
가급적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라디오 앵커의 말을 잘들을걸. 내가 왜 나온걸까. 되도않는 후회를 하며 집안으로 들어온 감염자를 밀어냈다. 왜 하필이면 반팔을 입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왜 밖으로 나간건지도 기억이 나지않았다. 그저 저항을 할 뿐이었다. 제 아무리 격하게 발버둥을 쳐 봐도 이성을 잃은 그들에게는 체력도 힘도 한참 밀렸다.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감염자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들려왔다. 이빨에 끼어있는 살점과 피. 결국 왼팔을 물렸다. 그 뒤 기억은 뒤죽박죽이였다. 힘껏 감염자를 밀고 방안으로 들어가 떨리는 왼팔을 잡았다. 흐려지는 시야, 점점 예민해져가는 청력, 가빠지는 숨소리. 나는 이제 죽는건가. 싫어. 살고 싶어. 살려줘. 살려줘. 제발..
◆k9y7s1hhBxV 2019/06/30 14:32:50 ID : knu4IJRwq2M
교회라도 다닐걸 그랬다. 지금 상황에서 기도할 존재라도 있을테니까. 머리를 부여잡았다. 나는 감염자에게 물렸다. 그러니 날 지하실에 가둬놓은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가? 누가 날 저곳에 놓은거지? 의문이 감돌았다. 누가 감염자를 지하실에 가두어 놓는다 말인가. 그것도 아무런 잠금장치도 없이. 지하실을 바라보았다. 내가 저들과 같으므로, 분명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그 광경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다시 한번 자리에서 일어나는것을 시도 했다. 감염자들과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몸을 웅쿠렸다. 걷고 걸었다. 점점 감염자들의 수가 적어졌다. 모두 피부가죽이 벗겨졌다던가,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내 몸은 멀쩡하니 얼굴이 끔찍하겠지. 대충 짐작하며 몸을 움직였다.
◆k9y7s1hhBxV 2019/07/03 14:29:23 ID : knu4IJRwq2M
그 큰소리를 내고도 감염자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적어도 그들은 같은 감염자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간에 비해 민감한 후각과 청력을 가진 그들은, 같은 감염자가 소리를 내도 무시한다고. 그렇게 나는 해가 지고 다시 뜨는것을 바라보았다. 멍하니 걸었다. 내가 쉬었는지 지쳤는지 배고픈지 알수없었다. 감염자는 죽은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지. 그래서 내가 지치지 않는것일지도 모른다. 멀리 떨어졌었는데도 왜 내가 피비린내를 맡을수 있었는지, 눈을 떴을때 생생히 들렸던 그 소름끼치는 소리를 잘들을수있었는지 전부 이해가 갔다. 이해가 가질않는것은 반팔을 입고 있던 내가 왜 가디건을 걸치고 있는건지, 누가 날 반지하에 가둔건지, 그리고 왜 내 모습이 이리도 멀쩡한 건지. 혼란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리저리 금이 간 거울 너머의 나를 바라보았다. 피부가 하얗다못해 창백하단것만 빼면 전과 다를바가 없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수없었다. 한참동안이나 거울을 바라보았다.
◆k9y7s1hhBxV 2019/07/03 14:32:14 ID : knu4IJRwq2M
“오빠는 살아있어?” 그러니 바로 옆까지 온 작은 아이의 기척을 눈치챌수없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가 밑을 내려다보았다. 친근하게 오빠라고 부르며 내 옷깃을 잡은 그 아이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놀라봤자 나보다 놀라겠냐만은. 살아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움직일수는 있어. 꺼낼수없는 대답을 생각했다. 대답은 고개를 끄덕이는것으로 대신했다.
◆k9y7s1hhBxV 2019/07/03 14:53:02 ID : knu4IJRwq2M
“그럼 우리집으로 갈래? 지금 집에 아무도 없어서 심심해.” 낯선 사람을 멋대로 집에 들이면 안되잖아. 황당해하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기대하는 눈빛을 무시하려 애썼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애가 혼자있으면 위험하지않을까. 아이의 보호자가 올때까지만이라도 같이 있어주면 되지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아 당겼다. 책에서 이런 상황은 아이가 나쁜 어른과 한통속인 경우가 많은데. 순진한 연기를 하면서 사람을 데리고 아지트로 끌고 간다. 그리고 아지트에 도착하면 어른들이 돈이 되는거나 먹을게 없나 뒤지고 죽인다. 이게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물론 나는 먹을것도 돈이 되는것도 없다. 잘못되면 감염자라고 하면서 달려들면 된다. 머릿속으로 실없는 생각을 하며 아이가 이끄는대로 걸어갔다.
◆k9y7s1hhBxV 2019/07/03 20:07:21 ID : knu4IJRwq2M
가던 도중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나는 아이를 안아 걷고 걸었다. 아프지도 않은건지 아이는 끊임없이 말을 해왔고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나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내저었다. 자신의 이름은 미야이고, 언니와 함께 도망쳐나왔다. 친언니는 아니지만 정말 착하고 좋은 언니라고 말했다. 언니가 모르는 사람에게 말걸지 말라고 했는데 오빠가 우리 친언니를 닮아서 말걸었어. 우리 언니는 어디있는지 몰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하는 미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근데 오빠, 팔 안아파? 나 그냥 걸을까?” 어린 아이같지않은 아픈 미소를 짓던 미야가 갑자기 떠오른 듯 말했다. 미야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보니 좀 오랫동안 걸었다. 보통사람은 아이를 10분 정도만 안고 걸어도 힘들어하는데. 그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감염자라는걸 미야가 알아차리면 어쩌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미야의 시선을 느끼곤,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았다.
◆k9y7s1hhBxV 2019/07/04 23:46:48 ID : knu4IJRwq2M
그렇게 20분을 넘게 걸어 도착한 곳은 컨테이너 박스 앞이였다. 신나서 칙칙한 회색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우리 집이라고 소리치는 미야를 진정시키려 어깨를 토닥였다. 감염자라도 몰려오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물론 근처에 감염자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건 없었다. 내려달라고 하는 미야의 말에 조금 더 걸어가, 문 앞에 내려놓았다. 미야는 익숙하게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해? 빨리 들어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에게 미야는 손짓했다.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칙칙한 외부와 달리 집 안은 굉장히 포근해 보였다. 거실 바닥에는 옅은 갈색 카펫이 깔려있었고 높이가 낮은 책상에는 스탠드와 각종 필기구, 공책이 놓여져있었다. 책상 위에는 창문이 있었다. 하얀색 천 위에 조그만 꽃들이 수 놓여져있는 커튼의 끝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들였다. 옆방은 침실, 화장실도 있고 부엌도 있고 지붕에 태양광판이 달려있어서 전기도 들어온다고 자랑스레 소리치는 미야를 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k9y7s1hhBxV 2019/07/05 18:17:16 ID : knu4IJRwq2M
'그래, 정말 멋진 집이네.' 책상에 놓여있던 공책에 글씨를 적어 보여주었다. 미야는 눈을 크게 뜨곤 글을 읽었다. 미야의 소리없는 속삭임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근데 오빠, 왜 말을 안해? 못하는거야?" '응. 원래는 할수있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안나와.' "그렇구나.." 뭐 그럴수있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던 미야가 밝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거 써도 되는건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을까. 미야도 뭐라고 하지도 않잖아. 다시 볼펜을 들어 글을 썼다. '그보다 다리는 괜찮아? 물로 씻어야할것같은데.' 아 맞다! 내 무릎! 그제서야 무릎에 피가 났다는것을 떠올린건지 미야는 호들갑을 떨었다.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오랜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었다. 기억도 오래되면 될수록 그 가치가 매겨지는것같았다. 살아가며 기억위에 또다른 기억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그것은 추억이 되고 잊고 싶은 과오가 된다. 나는 살아가며 매순간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 옳지 않음에도 언젠가 옳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진다. 언젠가 추억은 과오가 되고 과오는 추억이 된다. 이것은 한편의 추억이 될까. 화장실로 달려가 물을 무릎에 끼얹는 미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물기 묻은 다리를 조심스레 닦았다. 금방 나을거야. 그런 뜻을 담아 미야의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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