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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heZa4GoFeN 2019/05/23 23:21:54 ID : 0q0nCjdu7fg
Eleven's Era .1 Eleven's Era .2 --- Eleven's Era .1 나는 이 세상 모든 곳을 탐사할 꿈 꾸는 여행자이다. 그 누가 위험하다 해도 나는 정글 깊숙이 있는 오지를 탐사했으며,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내가 사는 이 행성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한 가지 자랑하자면 나의 친애하는 스승님이자 동료인 길리테스 선생님과 함께 고대 안발드 사원 절반 이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인원이 투입되긴 했지만, 상황 대부분에서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는 것은 자부심을 느낄만했다. 하지만 내겐 큰 응어리가 있었으니, 바로 저 연기의 장벽 너머의 땅이다. 나는 얼마 전에 스승님과 함께 정보를 종합해서 연기의 장벽의 두께가 단지 저택 수준의 두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둥글지 않은가? 저 너머, 그러니까 죽을 수밖에 없는 연기의 장벽의 너머에는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세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장벽을 넘어갈 수많은 방식을 고안했다. 우리의 몸에 달린 날개를 응용해 보는 방식이나 외부와 격리시켜주는 철판을 몸에 두르는 방식 등을 생각해 봤지만 안타깝게도 희생은 불가피했다. 어느 날이었다. 나는 길리테스 스승님이 주신 과제 탓에 나흘 밤을 지새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비몽사몽 한 머리를 이끌고 찬물을 찾으려는데 창문밖으로 우수수 나가는 학생들을 발견했다. 나는 이상한 기분을 감지했는데, 지금은 수업이 끝날 시간이 전혀 아닐뿐더러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가득 서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편한 몸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비틀거리는 나의 몸짓에 동료의 부축을 받아야 했지만, 그도 나와 가는 곳이 같았기에 동행했다. 거주구역의 푸른 아치를 지나자 거대한 단이 올라서 있는 대광장이 나왔다. 사람들이 굉장히 밀집되어 있었기에 안까지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침묵의 광기가 개미떼 안에 소용돌이쳤다. 잠시 후였다. 도시의 사람 전부가 모인 것 같았다. 단상에 누군가가 올라왔다. 그 큼직하고 성큼 거리는 소리의 주인은 모두가 아는 사람이었다. 사나운 밀레시안의 제자, 그들의 수장 레포르타 이그시미어였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 창백해서 마치 나만을 향해 째려보는 것 같았다. 레포르타의 옆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모라시온의 제자, 그들의 수장인 헬리언트 노바그림이었다.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는지라, 그가 레포르타의 옆에 서 있어 굉장히 불쾌한 무표정을 짖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둘의 분위기를 보아 나는 둘이 별 중요하지 않은 일을 발표할 거로 생각했다. 그저 사람들은 예전 그 사건 탓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레포르타가 그의 기다란 날개를 펼치고 말했다. 장난이었다. 얼토당치도 않은 장난이었다. 이제는 재미있지도 않았다. 레포르타의 허세 목록에 방금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나는 고개를 내려 또 구나 하고 한숨을 푹 내줬다. 이제 조금 있으면 과제를 마무리해가니 어떻게 마지막 단락을 낼지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었다. 일단 빨리 학당에 돌아가야 했다. 나는 동료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만 제외하고 미래의 공포가 모두를 장악했다는 것을 말이다. 밀레시안의 제자가 연기의 장벽을 뚫고 그 너머에 있는 코티그란 대륙에 도착했다는 것과, 그곳의 사람들에게 공격받아 전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안발드가 믿고 있었다.
◆1heZa4GoFeN 2019/05/24 19:08:22 ID : 0q0nCjdu7fg
길리테스 선생님은 나와 함께 걸어가면서 크게 역정을 내셨다. 선생님의 불과 같은 모습은 나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레포르타와 헬리언트 같은 애송이들이 감히 날 무시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자신의 신념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코티크 대륙이란 곳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이 자신이 아니란 것에 크게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하지만 선생님께는 죄송하게도 나는 그녀의 감정에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내가 오로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코티그 대륙에 숨어있을 경관의 경이로움과 그들의 문화였다. 연기의 장벽이 세워진 태초부터 완벽히 다른 곳에서 태어나 자란 그들의 모습은 얼마나 다를 것인가? 그들은 우리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인가? 물론 인제야 알고는 있겠지만, 나의 머리는 이성의 포효조차 듣지 못할 정도로 궁금증으로 가득 차있었다. 나는 내가 무려 나흘 동안 깨어있었다는 것을 잊은 채로 걷다가 결국 스승님의 등에 부딪혔다. 그녀는 찌푸린 인상을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죄송하다고 말했다. 스승님은 눈을 정면으로 돌려 숨을 몇 번 마시고 내쉈다. 그녀는 화려하게 치장된 대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수십 개의 굵은 대들보가 거대한 석재 돔을 떠받들고 있었다. 돔에 송송 뚫린 창에서 곧게 뻗은 빛 무리가 쏟아졌다. 걸으면서 지나치는 대들보는 거칠게 느껴질 정도로 문양들이 칠해져 있었다. 문양의 내용 대부분은 우리의 역사이자 전설이었다. 방의 중앙에는 황금으로 치장된 원탁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원탁에 둘러앉아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나와 길리테스 스승님이 원탁에 거의 다다르자 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스승님께 인사했다. 그들 중에는 레포르타와 그의 추종자들, 그리고 헬리언트와 모라시온의 제자들이 있었다. 몇몇은 고개를 들어 스승님의 반응을 살폈다. 그들은 스승님의 감정이 어느 정도 풀려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은지 그들에게 맞인사하지 않고 바로 의자에 앉았다. 그들은 스승님 감정의 원인이 뭔지 알기에 조심스러운 자세로 의자에 다시 앉았다. 스승님이 코로 바람을 한번 훅 내쉈다. 모두가 조용했다. 침묵을 뚫고 말을 연 것은 헬리언트였다. "안발드의 시초이시자 지식의 수호자이신 길리테스시여. 레이틀란디르의 헬리언트가..." 길리테스 스승님이 손을 들어 헬리언트의 말을 가로막았다. 스승님이 남의 말을 도중에 끊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 뜻은 스승님이 몹시 언짢다는 표시였다. 길리테스 스승님이 말했다. "밀레시안과 모라시온, 그리고 나, 길리테스가 안발드의 토지를 다진 이후로 참 많은 일을 해왔지. 문제가 있다면 서로가 모여 해결했고, 그곳에 비밀이란 건 없었어. 하지만 늙은 나의 머리로는 지금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겠구나. 이제 나는 곁다리일 뿐이고, 젊은이들이 모든 것은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누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니? 그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란다. 만약 내가 부담된다면 나는 이 방에서 나가도록 하지." 길리테스 스승님은 그렇게 말하고 등을 의자에 뉘었다. 세상에, 그녀는 이 방에 커다란 폭탄을 던졌다! 분노한 조상의 말에 대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분위기는 냉랭해진 나머지,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다. 헬리언트는 길리테스가 말하는 동안 어색한 몸을 세우고 있었다. 그의 눈은 방향을 맞출 곳을 못 찾고 방황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헬리언트의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완전히 원하는 데로 되지 않을 때, 그의 이성은 종종 기절하곤 했다. 길리테스는 계속 일어나 있는 헬리언트의 거구가 꼴사나웠는지 그를 노려봤다. 그제야 헬리언트는 정신이 들었는지 바로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만일 판단이 제대로 서는 인물이라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이었다.
◆1heZa4GoFeN 2019/05/26 22:25:11 ID : 0q0nCjdu7fg
"말씀 그대로입니다, 길리테스 선생님." 아둔한 녀석! 이 어투의 주인은 바보 같은 레포르타였다. 그는 때때로 돌려 말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 녀석이었다. 말씀 그대로란 말은 절대 꺼내면 안 되는 한마디였다. 길리테스 스승님이 시대에 뒤처진 노인이란 것을 자각하란 뜻인가? 하지만 길리테스 스승님의 표정은 내게 의외의 감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분노에 차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레포르타는 말을 계속했다. "존경하는 길리테스 선생님, 우리는 지금 불길한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억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요. 억압의 힘이 무엇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선생님께서는 아시긴 합니까? 불과 백 년도 안 되는 시간에 안발드는 태초부터 현재까지 사태의 절반 이상을 겪었습니다. 안발드에 충성을 다할 거로 의심치 않던 오센타리 장군의 반란과 카라돔 가의 몰살 사건. 심지어 생각만 해도 불결한 그 저주받은 트라즈의 대학살까지! 예언을 기억하십니까? 이것으로 트라즈의 광란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족과 동료를 속수무책으로 잃어가야만 하는 겁니까? 땅의 억압! 신체의 억압! 정신의 억압! 우리는 팔다리가 구속된 이 갇힌 땅에서 서서히 미쳐가고 있습니다! 바라는 것은 단지 넓게 펼쳐진, 발견되지 않은 지평선의 평야일 뿐, 우리에게 그것이 과했던 겁니까? 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몇 년을 기다렸습니다. 우리의 폐가 썩어들어 갈 때까지 버텼습니다! 이젠 변해야 할 때입니다, 길리테스 선생님! 모든 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나는 레포르타의 격앙된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의 감정은 너무나도 혼잡하게 뒤섞여 내게 들어왔고 그가 누구에게 화를 내는지, 누구에게 눈물을 흘리는지, 누구에게 기뻐하고 있는지 단 하나의 갈피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길리테스 스승님의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는 무심하게 손에 고개를 괴었다. 스승님이 말했다. "이그시미어, 너의 조상이 생각나는구나. 나는 그의 존재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단다. 그는 우직한 농부였지. 그는 하루라도 농기구를 놓지 않았고, 사람을 도와주길 좋아하는 천성이 바른 사람이었단다. 그는 그 자신의 신념이 있어 그 신념에 벗어난다면 절대 하지 않았고 그 안에서는 아주 결단력 있게 밀어붙였지. 그게 자신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고 말이야. 그래도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단다. 물론 나도 그를 좋아했고말고. 왜냐하면, 그의 신념은 옳았거든." 스승님을 말을 계속했다. "너를 보니, 레포르타. 너는 이그시미어의 유지를 제대로 이어가고 있구나. 이제 그만하면 됐다." 길리테스 스승님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돔을 올려다봤다. 돔에서 비쳐나온 광선은 기둥에 맺혀 붉은 피를 흘렸다. 길리테스 스승님은 원탁에 등을 돌렸다. 원탁엔 굳은 표정과 미련한 감정이 요동쳤다. 스승님은 내 등에 손을 대고 그녀의 발과 함께 나를 떠밀었다. "너희가 중요할 때인데 나는 결국 잘못 찾아왔구나. 나는 갈 테니. 너희는 안발드를 이끌어주렴." 그리고 길리테스 스승님은 문 밖으로 나섰다. 큰 문이 닫혔다. 태양이 연기의 장벽 너머로 지고 있었다. 애상적인 노을이 우주 끝으로 걸어 나갔다. 장벽 너머의 그들도 이 빛을 보고 있을까? 내가 사색하며 즐기는 동안에도 스승님이 내 곁에 있을 정도로 스승님의 발걸음은 느렸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그녀의 걸을 때의 표정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나는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밤보다 어두운 고심과 서슬 퍼런 바람이 서려 있는 스승님의 표정을 말이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레포르타는 길리테스의 제자가 전쟁이 지속할 때라도 코티그 땅에 가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의회에 달라고 요청했다. 아마 그것은 길리테스에게 머리를 식히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의회는 레포르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스승님은 그들의 결정에 불만을 품을 수 있었지만, 시답잖은 소리로 취급했다. 어쨌든 간에 의회에 반기를 들기란 어렵기 때문이었다. 위대한 의회에 어떻게 의문을 품을 수 있겠는가? 운명은 무조건 의회의 편일 것이다. 스승님과는 별개로 길리테스의 제자들은 극도의 울화를 느꼈다. 그들은 의회를 업신여기면서 의회는 그저 권력의 탐욕가, 눈이 먼 졸개들이라고 소리 크게 외쳤다. 이는 안발드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발언이었지만 술김에 삐져나온 허심탄회였으리라. 그들이 불평을 쏟아내는 중에도 나의 관심은 아주 다른 곳에 꽂혀 있었다. 사실 걱정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단지 나의 바람은 코티그의 문화가 온전히 보존되길 바랄 뿐이었다. 내가 숨을 푹 내쉴 때 바깥에서 우렁찬 나팔소리가 울렸다. 둔하고 탁하게, 깊은 곳에서 울리는 북소리가 움직였다. 군대의 출전이었다. 노란빛이 일렁이는 건물 안의 제자들은 한순간에 멈추고 창 밖을 내다봤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의 대군이 검은 창을 들고 진군했다. 푸른 안광을 내비치는 군인과 별이 수놓아진 망토가 코티그 대륙 너머를 응시했다. -Velacuchi Mucher, disciples of Giletas- 그 감옥에는 철창조차 없었다. 몸을 휘감는 습기가 손가락 끝에 맺혔다. 어리고 어두운 용은 그 안에서 깨어났다. 벽 너머의 공간에서 진동이 울렸다. 용은 귀를 대고 유심히 들었다. 수십 만의 발걸음 소리, 고뇌에 들어찬 공포의 소리였다. 용은 자신의 차가운 두 눈을 떴다. 악질적인 미소가 볼에 침투했다. 용은 직감했다. 약속한 시대에 약속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이다. -Abiyone Veckson, About Upcoming Threats- Eleven's Era .1 END
◆1heZa4GoFeN 2019/05/30 18:09:08 ID : 0q0nCjdu7fg
Eleven's Era .2 검붉은 고원에 함성이 울렸다. 무수한 이슬을 발목으로 훔치고 묵직한 검을 빼 들었다. 이빨에 묻은 피는 역겨웠다. 비명과 광기가 공중에 요동쳤다. 주인 없는 살점이 나의 갑옷을 더럽혔다. 날개를 뜯어라. 적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나는 날이 다 나간 검에 몸을 의지하고 시쳇더미 속에 숨을 죽였다. 어두운 밤에 눈을 떴을 때 보름달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날 나를 제외한 동료 4만 명이 모두 죽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 나의 구차한 삶에 변명이라도 하고자 그랬던 행동이었다. 죽을 사람은 죽지 않았고 살아야 할 사람은 땅 아래 죽어 있다. 전쟁이 끝났다. 전쟁은 100년 전에 발발하였다. 우리가 전장의 희열을 맞이할 때는 오로지 우리가 우리의 동포에게 창을 겨눌 때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전혀 틀렸다. 들어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벽, 연기의 장벽은 우리의 안전을 결국 저버린 것이었다. 샛노란 섬광이 장벽을 뚫고, 코티그 대륙, 우리의 고향에 도착했다. 그 모습은 마치 수만 개의 유성이 일제히 흩뿌려지는 것 같았다. 연기가 암석 사이사이에 스며들었다. 그들은 웅크린 몸을 펴고 푸른 광선을 눈에서 내뿜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무기와 땅을 울리는 고함, 무자비한 학살, 코티그 사람이 안발드의 실바라트를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전쟁이 거듭되면서 침략자들은 자만했다. 우리의 가족, 친구, 동료 수백을 죽여 우리를 절망에 빠트리려고 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던 바로 그 살육을 말이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전쟁이었다. 혼자만을 생각하고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젊은 피가 나와 적 사이에 흘렀다. 전선이 내려오면 몇 명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올리고 수십 년이라도 유지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한 것이었고 우리의 욕망이었으며 존재의 근본이었다. 100년의 전쟁 동안 코티그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우리는 광란의 전장에서 수많은 검과 창을 버려냈고 목숨에 목숨을 바쳤다. 전선이 유지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고난이 결실을 본 시점이었다. 우리는 이 전쟁에 영원한 전쟁이라 이름 붙였다. 끝나지 않을, 우리의 자손이 이어갈 영원한 축제였다. 허황한 꿈은 그렇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전부 죽었다. 내 가족, 전장, 나의 영혼까지 전부 불살라졌다. 초원의 거대한 화염이 두 눈을 가득 메웠다. 산 위의 실바라트는 그의 목에 걸린 황금 목걸이를 들었다. 그러자 모든 게 불타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칼이 우리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우리는 처음 마주한 마법에 달아나기 일쑤였다. 달아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관념은 우리를 나락으로 빠트리기 충분했다. 한순간에 전쟁이 끝났다. 영원한 전쟁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신이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마치 세상의 법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정점에서 한없이 추락했다. 우리는 어두운 골짜기에 갇혀 태양을 보지 못했다. -Heratus Jatomova, Rupalmoor people- 제가 코티그 대륙에서 본 것은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뿌연 잿더미와 불타는 시체들, 불안한 눈빛을 발하는 깡마른 사람들, 저는 제 동지들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대체 누가 이런 계획을 세우고 모든 희생을 감수한 겁니까? 이것이 안발드의 뜻이자 법도였던 겁니까? 심지어 냉혹하게 생각하려 해도 이런 짓은 그저 감정의 표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 있는 살덩어리,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나무인형에 불과합니다. 우리 실바라트의 권위는 영혼의 지배자가 아닌 잔혹한 학살자로 떨어졌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절대 되돌릴 수 없을 겁니다. -Berkeros Tramilia, disciples of Morac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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