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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wFjxPcqZj 2019/05/23 23:52:36 ID : crdUZbctBun
“안녕. 라슈미르. 안녕, 황금기사단.” 황금사자 기사단의 막사를 올려보았다. 기사단의 상징인 사자형상의 거대한 조형물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약간 감상에 젖었다. 7살때부터 27년간 몸담아온 내 전부와도 같은 기사단을 떠나려 하니....... 하지만 금새 그런 감상을 지워냈다. “누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누님.” 나의 사촌동생이자 500부장이었던 헤리턴트 라슈미르.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문득 단장직 이임에 대해 이야기 했던 때가 떠 올랐다. 헤리턴트는 이제 막 500부장을 단 풋내기였다. 그런 그에게 단장직을 맡긴다고 했을 때,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다. 순응. 그가 라슈미르의 성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단장이 되는 것이 옳다고 순응하는 것 같았다. 나는 멈추고 헤리턴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뒤로 나타나는 한 인물을 보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폐하!” “일어나요. 일어나.” 위고르 황국 300년 역사의 첫 여황제. 누구보다 기품있으며 누구보다 결단력있고, 단호해야 할때는 누구보다 단호하게 나서는 분. 나도 폐하와 같은 여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여린 여자였다. 정이 많고, 필요할 때 단호하게 부하들을 사지로 내몰 수 없었다. 그들의 죽음이 나의 마음을 짓눌렀고, 내 마음은 썩어들어 갔다. 단장을 맡은 지난 7년은 지옥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그랬다. 그래서 오늘. 나는 이 곳을 떠나려는 것이다.
◆47wFjxPcqZj 2019/05/23 23:53:14 ID : crdUZbctBun
“지난 7년간의 노고를 치하하여 이 것을 그대에게 하사하겠어요.” 대대로 기사단장이 써오던 검 스톰브링어. 원래 검집에는 황금사자기사단의 황금사자 문양만 새겨져 있었으나, 폐하께서 내미신 검에는 황가의 문양. 은빛 초승달이 추가로 새겨져 있었다. “그대가 황도를 떠난다 하더라도 그대는 짐의 충성스러운 기사입니다. 그 점을 증명하는 것이니 꼭 지니고 다니길 바랍니다.” 폐하는 검을 내밀며 나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어주셨다. 나는 마지못해 받았지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 검은 전통적으로.......” “전통은 깨라고 있는 것이고 전통이 깨지면 새로운 전통을 세우면 되는 것입니다.” 온화한 미소 뒤에 숨어 있는 단호함. 나는 가질 수 없는....... “폐하의 뜻에 따라 항상 지니고 다니겠습니다.” “안타깝군요. 당신같은 온화한 카리스마도 통치에 반드시 필요한 데. 하지만 당신의 뜻을 존중합니다, 에스카. 그 또한 제국민을 위한 일이니.” 2주 전, 단장직을 그만두겠노라 말씀드리러 폐하를 찾아 갔을 때였다. “그대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그러면 어느 영지의 영주로 가시겠습니까? 회색산맥을 접하고 있는 영지라면.......” “페스도라스 영지의 경비대가 아주 잘 구축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페스도라스영지로 가고 싶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백작을 새 영주로 추천하겠습니다.” “폐하. 저는 페스도라스자작의 공을 빼앗을 생각이 없습니다.” “걱정마십시오. 페스도라스 자작은 승진하여 황도로 들어올 겁니다.” “폐하. 저는 백작이라는 지위와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는 모두 내려 놓고 싶습니다.”
◆47wFjxPcqZj 2019/05/23 23:53:37 ID : crdUZbctBun
나의 말에 황제의 얼굴에는 의문이 피어올랐다. “저는 심약한 사람입니다. 동료의 죽음도, 부하의 죽음도 그동안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부하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책감. 그 모든 것들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현실도피하는 것이냐고 비난을 하셔도 저는 할말이 없습니다만, 이제 그런 부담은 지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말을 들은 폐하는 한동안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좋습니다. 그럼 당신의 계획은 뭐지요?” “페스도라스영지의 경비대에 경비대원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폐하는 마시던 찻잔을 내려 놓았다. “괜찮겠어요? 백작의 신분으로 부족함 없이 살던 분이.” “괜찮습니다. 저는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후임 기사단장을 추천해 주십시오. 이취임식은 제국차원에서 준비할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폐하.” 그렇게 해서 이취임식까지 모두 마치고 오늘에 이르러 황성의 밖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에스카. 부디 몸 조심하시기를.......” “감사합니다, 폐하.” “누님. 몸 조심하십시오. 폐하께서 필요로 하실 땐 언제든지 돌아오셔야 합니다.” “그래. 알았어, 헤리턴트.” 폐하와 현직 단장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나는 백작으로서 마지막으로 구매한 말을 타고 황성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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