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xB84INtdCru 2019/06/07 21:16:59 ID : pRA42E3A5dW
소녀는 아무도 없는 방안에 홀로 있었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가 고요한 방에 울려 퍼진다. 저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는 순간 밖으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것은 소녀가 하루 중 가장 싫어하는 순간이었다.
◆xB84INtdCru 2019/06/08 11:52:48 ID : pRA42E3A5dW
두 개의 시곗바늘이 가장 높은 곳을 가리키자 굳게 닫혔던 철문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린다. 문밖에 서있던 인간이 그녀에게 나오라는 듯 손짓한다. 그 모습을 보며 소녀는 다시금 충동에 휩싸인다. 지금 여기서 저 인간을 찢어발기면 자신은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살기 어린 눈동자로 그를 노려보았다.
◆xB84INtdCru 2019/06/09 23:43:51 ID : pRA42E3A5dW
인간은 그런 소녀의 눈빛은 안중에도 없는 듯 계속해서 손짓하며 말했다. “그런 눈으로 쳐다본다고 뭔가 달라질 것 같아? 시간 없으니까 빨리 나와.” 아, 짜증 난다. 자신의 손짓 한 번이면 간단하게 부서질 연약한 몸뚱이를 가진 종족 주제에 저리도 뻔뻔하게 굴다니. 소녀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꼬리를 들어 올렸다. 비록 쇠약해졌지만 인간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기회가 올 때까지, 이 수모를 참고 견뎌야 한다.
◆xB84INtdCru 2019/06/15 18:04:16 ID : pRA42E3A5dW
소녀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순순히 말을 듣자 문 앞에 서있던 남자는 속으로 한숨을 삼킨다. ‘저 태도를 보아하니 그 영혼석이라는 게 중요하긴 한가 보군.’ 투기장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영혼석. 그것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일과 관련된 모든 인간은 저 소녀의 탈을 쓴 괴물에게 몰살당했을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두려운 마음을 소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듯 더욱더 큰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그 오른쪽 눈. 실수로라도 고객들 앞에 들어내지 마라.” 인간을 홀려버린다는 마안. 그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이라는 건 늘 존재하는 거니까....
◆xB84INtdCru 2019/06/22 13:23:32 ID : pRA42E3A5dW
밖으로 나온 소녀는 남자를 따라 긴 복도를 걸어갔다. 그리고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다란 문에 도착하자 남자는 소녀를 두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문 너머에서는 커다란 함성소리와 함께 한 여자의 음성의 울리고 있었다. “변종 트롤 우탈이 쓰러졌습니다! 이번에 들어온 자이언트 오우거 비쥴, 강합니다! 너무 강력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도 이길 수 있을까요?!” 그녀의 음성에 맞춰 서서히 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희 투기장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 3년 전 처음 이곳에 온 그날부터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긍지 높은 용족의 전사!!” 조금씩 열리는 문 사이로 환한 빛줄기가 들어온다. 밖에 있는 여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누군지 모를 자의 이름을 부른다. “러셀을 소개합니다!!!!!!!” 그렇게 소녀는 오늘도 인간들을 위한 구경거리가 된다.
◆xB84INtdCru 2019/06/30 22:10:01 ID : pRA42E3A5dW
소녀가 투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함성소리에 섞여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인간의 수백 배에 달하는 그녀의 청력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저게 이 투기장 최강의 몬스터?” “그런 것치고는 너무 작은데....” “얼마나 강하든 저 자이언트 오우거한테는 뼈도 못 추릴걸?” 한쪽에서는 그녀의 실력을 의심하는 말이 들려왔다. “엄청 흉측하게 생겼네.” “저거 설마 꼬리야?” “괴물 주제에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내다니!” 다른 한쪽에서는 그녀의 외형을 욕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약하디 약한 인간이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떠들어대든 그것은 그녀가 알 바 아니었다. 소녀는 단지 눈앞에 있는 이 느려터진 오우거를 어떻게 해야 한 번에 죽이지 않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소녀는 관중석 쪽으로 눈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의 향한 곳에는 한 여인이 서있었다. 옷을 입고 있는 건지 벗고 있는 건지 모를 저 여자는 이 투기장의 주인. 소녀의 목줄을 쥐고 있는 자였다.
이름없음 2019/07/01 23:12:26 ID : 0r86Zbio4Zi
더 써죠 재밌게 보고있어!!
◆xB84INtdCru 2019/07/04 13:01:47 ID : Za5WrvwoL87
옆에 앉아있던 인간과 떠들고 있던 여자는 소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자연스럽게 손으로 수신호를 보낸다. 45분. 저따위 것을 상대로 45분이나 시간을 끌라고? 차라리 죽이는 게 더 쉽겠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그놈의 배당금 때문에 이런 비효율적인 짓을 하다니, 역시 인간은 돈에 미친 종족이었다. 소녀가 속으로 짜증을 눌러 담고 있을 때 손을 구속하고 있던 수갑이 둘로 나누어지고 사화자가 다시 한번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자, 과연 러셀은 비쥴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5분? 10분? 설마 한방에 쓰러지지는 않겠죠? 명색의 투기장 최강의 괴물인데.” 사회자는 그렇게 말하며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방금 한말은 관중들 입장에서 들으면 명백하게 소녀를 조롱하는 것처럼 들렸겠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그녀는 제발 저 러셀이라 불리는 괴물이 조용히 시간만 끌다 들어가길 바라고 있었다.
◆xB84INtdCru 2019/07/05 13:31:01 ID : Za5WrvwoL87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오우거가 팔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소녀는 그것이 가볍게 피해냈다. 오우거의 팔에 내려앉은 소녀가 손톱으로 오우거의 팔을 할퀴었다. 오우거의 피부가 갈라지며 피가 튄다. 미세하게 상처만 낼 생각이었는데 힘 조절을 잘못했네. 소녀는 오우거를 공격하는 걸 그만두고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이대로 가다간 45분은커녕 10분도 못 버틴다. 오우거는 소녀가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했는지 그녀의 뒤를 쫓아 투기장 이곳저곳으로 뛰어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길 몇 분 오우거는 소녀를 잡지 못하 것에 잔뜩 약이 올랐는지 시선을 그녀에게서 거두고 관중석을 올려다보았다. 오우거는 피를 갈망했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부수고 찢어발겨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눈앞에 있는 이 조그마한 도마뱀을 찢어버릴 생각이었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표적을 이 도마뱀에게로 한정할 필요는 없었다. 당장 눈앞에 손짓 한 번으로 걸레 조각이 될 인간들이 이렇게 많으니까.
◆xB84INtdCru 2019/07/08 00:37:25 ID : pRA42E3A5dW
오우거가 자신을 따라오지 않자 소녀는 뜀박질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오우거는 그녀를 보지 않고 관중석을 응시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이대로 시간을 죽이면 자신이야 편하겠지만 이 싸움을 보러 온 고객이란 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다. 그럼 화가 난 여자가 영혼석을 이용해 또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뭐, 그 정도 상처는 하루 만에 낫겠지만 그 시간 동안 들어야 하는 여자의 말들은 정말이지 듣고 싶지 않았다.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오우거의 관심을 다시 자신에게로 돌리려 했다. 바로 그때 오우거가 벽을 타고 관중석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오우거가 관중석에 쳐져 있는 베리어를 몇 번 후려치자 마력이 흐트러지며 베리어의 구멍이 뚫렸다. 오우거가 관중석으로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소녀는 다리에 힘을 줘 자리를 박차고 그곳으로 곧장 달려갔다. 순식간에 벽을 타고 올라간 소녀는 인간을 향해 휘둘러지던 오우거의 팔을 뽑아버리고, 꼬리를 휘둘러 목을 베어버렸다.
◆xB84INtdCru 2019/07/10 20:22:26 ID : pRA42E3A5dW
그리고 인간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감싸 안고 있는 모양새. 아무래도 저 인간은 옆에 있던 인간을 지키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무심코 묻고 말았다. “괜찮아?” 그 말을 들은 인간의 푸른 눈이 살짝 커진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녀와 죽은 오우거의 시체로 칼바람이 날아왔다. 소녀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바람을 피해 경기장으로 내려앉았다. 바람을 정통으로 맞은 시체가 갈기갈기 찢어진 채 경기장 곳곳으로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소녀는 오우거가 덮쳤던 관중석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투기장의 주인인 여자가 지팡이를 들고 서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몬스터에게서 관중을 지킨 영웅 같아 보였다. ‘웃기지도 않네.’ 아마 그건가? 자신은 관중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몬스터 같은 건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고. ‘그야 그렇겠지. 귀중한 돈줄을 놓치긴 싫을 테니까.’
◆xB84INtdCru 2019/07/14 10:47:26 ID : pRA42E3A5dW
뒤쪽에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녀는 함성소리가 들리는 관중석을 뒤로한 채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옮겼다. 소녀는 수갑이 채워진 자신을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에는 오우거의 피와 살점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불쾌하다. 다른 생물의 약점을 잡아서 자신은 손 하나 더럽히지 않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 하다니. 역시 인간은 이기적인 종족이었다. 소녀는 방으로 가기 전 근처에 있는 수돗가에서 대충 몸을 씻었다. 머리부터 물을 끼얹자 피와 살점들이 대부분 씻겨내려갔지만 손에서는 아직도 고약한 냄새가 났다. “러셀!” 소녀가 자신의 손에서 나는 냄새를 어떻게 지울까 고민하고 있을 때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서 아까까지 사회를 보던 여자가 뛰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xB84INtdCru 2019/07/19 12:46:02 ID : pRA42E3A5dW
소녀에게로 달려온 여자, 릴라는 잠시 그녀 앞에서 숨을 골랐다. 호흡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들자 소녀가 오른쪽 눈을 가린 붕대를 정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안.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들었던 사람을 홀린다는 눈. 모두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던 것 같았다. 붕대를 정리한 소녀가 릴라에게 몸을 돌렸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릴라를 지긋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릴라는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릴라는 화들짝 놀라며 소녀에게 사과했다. “아! 미안해. 너무 빤히 봐서 기분 나빴지?” 그런 그녀의 말에 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소녀가 싫어하는 것은 시선 속에 담겨있는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아니, 단 몇십 분 전까지만 해도 그녀도 똑같은 눈으로 소녀를 보고 있었다. 거기에 두려움도 어느 정도 섞여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서있는 여자에게서는 그런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왜지? 소녀가 의문에 빠져있을 때 릴라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하얀 사각형의 향기가 풍겨오는 물건. 비누였다.
◆xB84INtdCru 2019/07/21 01:09:24 ID : pRA42E3A5dW
소녀는 무심코 그것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받았다고 해서 의문이 풀리는 건 아니었다. 소녀는 손에 든 비누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릴라에게 물었다. “주는 거야?” 소녀의 목소리를 들은 릴라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소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우거의 피 냄새는 물만으로는 안 지워질 테니까.” 릴라의 답변을 들은 소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고마워.” 그 말을 들은 릴라는 한순간 무너질뻔한 표정을 간신히 유지했다. 소녀가 보지 못하게 뒤로 감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인내심이 바닥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그녀는 꼭 소녀에게 물어야 할 것이 있었다. “저기.....” 동요하는 마음 때문에 릴라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듣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지 소녀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진짜 이름.... 알려줄 수 있어?”
◆xB84INtdCru 2019/07/28 13:11:00 ID : pRA42E3A5dW
릴라의 물음에 소녀의 눈이 커졌다. 그 모습을 본 릴라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다, 다른 뜻이 있어서 물은 건 아니고, 그냥 좀 궁금해서!” 릴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녀는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이 민망했는지 귓가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멋쩍은 듯 목덜미를 쓸며 말을 이었다. “러셀은..... 이름이 아니잖아.”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소녀의 이름을 물어본 인간은 이곳에 없었다. 그녀의 이곳의 장사 도구일 뿐이었으니까. 도구에게 이름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구분만 할 수 있고 뜻만 통하면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는 도구.
◆xB84INtdCru 2019/08/11 14:32:01 ID : pRA42E3A5dW
이유가 뭐지? 이 인간이 이곳에 온 지 얼마 안됐다는 고는 하지만 그동안 이름을 물어본 적은 없었다. 아니, 말을 걸어온 적조차 없었다.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걸까. “....... 세일라 톨투르.” 소녀, 세일라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딱히 감춰야 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듣더라도 금방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세일라의 이름을 들은 릴라는 그녀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세일라는 왠지 그 미소가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다. 릴라는 세일라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끌어안아주며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안해,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해서.....”
◆xB84INtdCru 2019/08/13 16:10:13 ID : pRA42E3A5dW
잠시 뒤 릴라가 세일라에게서 몸을 때고 그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반드시 구해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릴라는 세일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 몸을 돌려 어딘가로 가버렸다. 혼자 남은 세일라는 조용히 릴라가 쓰다듬었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누군가에게 안긴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따뜻했다. 썰려나간 고깃덩어리나 품어져 나오는 피의 뜨거움이 아닌, 진짜 살아있는 생명체의 온기였다. 그녀는 자신을 구해주겠다고 말했다. 알고 있다. 전부 부질없다는 것을.... 세일라는 수돗가에서 물을 퍼내 몸을 씻었다. 오우거의 피 냄새와 함께 조금 전 그 온기도 물과 함께 씻겨 떠내려가기를 바랐다. 기대해서는 안된다. 인간을 믿어서는 안된다. 배신당하고 상처 입는 것은 언제나 믿는 자의 몫이었으니까.....
◆xB84INtdCru 2019/08/25 00:55:39 ID : s4Fjy0pPeE8
“여기 있었군.” 세일라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고개를 돌리자 아까 그녀를 경기장으로 데려간 남자가 보였다. 그는 귀찮다는 듯이 툴툴거리며 세일라에게 마석을 갔다 댔다. 그러자 그녀의 양 손목에 있던 쇳덩이에서 이상한 문자가 떠오르더니 이내 쇳덩이가 하나로 합쳐졌다. 남자는 세일라에게 따라오고 손짓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남자의 뒤를 따라 자신의 방으로 갔다.
◆xB84INtdCru 2019/09/01 00:25:40 ID : JXAkmpQrgrz
그녀가 방으로 들어서자 등 뒤에서 철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세일라는 늘 그녀가 앉아있는 자리인 창문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어서 그런지 창문으로는 빛 한 점 들지 않았다. 세일라는 자리에 앉아 몸을 웅크렸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았다. 투기장에서 싸우고 몸을 씻은 다음 방으로 돌아온다. 그녀가 3년 전부터 반복해오던 일상이었다. 가끔씩 그 여자가 그녀를 괴롭히러 찾아오지만 세일라는 그것이 크게 신경 쓸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배당금에 관한 일만 아니라면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세일라는 평소와는 다르게 이 방이 너무나 춥고 고요하다고 느꼈다. 가슴이 텅 비어버린 듯 외로움이 사무쳐왔다. 그녀는 더더욱 몸을 둥글게 말았다. 이렇게 외롭다고 느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방에 처음 끌려와 갇혔던...... 악몽 같던 그날이 다시 떠오르는 밤이었다.
◆xB84INtdCru 2019/09/09 03:32:45 ID : JXAkmpQrgrz
세일라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진동에 눈을 떴다.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새벽 6시 정도밖에 되지않았었다. ‘아직 다음 경기까지는 시간이 남았는데.....’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서 들려오는 짧고 빠르게 끊어지는 소리는 아마 발소리일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로 빠른 인간이 여기에 있었던가?’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은 속도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곧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xB84INtdCru 2019/09/22 17:39:04 ID : JXAkmpQrgrz
세일라는 잘려나간 문으로 무언가 들어온 것을 느꼈다. 그녀는 조용히 꼬리를 들어 올렸다. 조금이라도 공격할 기미가 보이면 바로 머리를 꿰뚫을 생각으로 안 그래도 예민한 감각을 더욱더 곤두세웠다. “저기요, 거기 누구 계신가요?” 들려오는 목소리는 꽤 낮은 편이었지만 애 같은 티가 덜 빠진 말투였다. 심장소리 나 마나의 파장으로 봤을 때는 이제 갓 성체가 된 인간 같았다. ‘겨우 아성체를 벗어난 인간이 이 정도 신체능력을 가졌다니....’ 이런 인간이 결코 흔할 리 없었다. 세일라는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인간이 성장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꼬리를 휘둘렀다.
◆xB84INtdCru 2019/10/08 16:48:00 ID : pRA42E3A5dW
“세일라 톨투르씨, 여기 안 계십니까?” 그 말을 들은 세일라는 인간의 머리 바로 지척에서 꼬리를 멈췄다. “넌 뭐지?” 이곳에서 그녀를 부르는 호칭은 러셀. 세일라라는 이름은 아까 만난 그 여자를 제외하면 아무 모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만난 인간이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자 세일라는 인간을 경계하며 흉흉하게 살기를 뿌려댔다. “아, 거기 계셨군요!”
◆xB84INtdCru 2019/10/20 11:58:35 ID : pRA42E3A5dW
인간은 자신이 방금 죽을 수도 있었단 사실을 전혀 눈치 못 챘다는 듯 그녀에게로 걸음을 옮겨 거리를 좁혔다. 세일라는 그의 행동에 미간을 구기며 생각에 잠겼다. ‘무슨 속셈이지?” 제 딴에는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한 거겠지만 그녀의 예민한 감각은 인간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모두 감지할 수 있었다. 처음 휘두른 꼬리가 머리를 관통할뻔한 것과 지금 그녀가 죽일 기세로 살기를 뿌리고 있는 것도 인간은 모두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도망치지도 공격하려는 의사도 없어 보였다. ‘방심하게 만들려는 건가....’ 현 상황을 봤을 때는 이 가설이 가장 신빙성이 높았다.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이런 맥없는 속임수에 그대로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꼬리를 움직여 인간의 뒤통수를 노렸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인간의 실력으로 봤을 때 이미 이 정도는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모든 감각은 온통 뒤에 있는 그녀의 꼬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레스 작성
22레스파워N인 스레주가 쓰는 이야기!new 84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시간 전
410레스If you take these Piecesnew 24679 Hit
창작소설 이름 : ◆PfTQoNteNvA 4시간 전
31레스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new 511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5시간 전
907레스소설 제목 기부하는 스레new 3980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8시간 전
13레스읽는 사람들이 만드는 소설new 145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3시간 전
226레스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30922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7레스너무 특이한 이름 별론가 1204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6레스로판에 등장인물 이름 고증 어떻게 해? 87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59레스☆☆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3341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400레스첫문장/도입부 적고가는 스레 1087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48레스마음에 드는 문장 모으는 곳 37822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0
6레스이과와 문과의 고백법 1024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8
3레스웹소설에서 좋아하는 부분 각자 얘기하고 가자 236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42레스'사랑'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자! 997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71레스패러디 소설 창작자+독자 잡담판 1755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5
5레스과거의 흑역사 쪼가리들을 읽어보는 스레 960 Hit
창작소설 이름 : 수치사하기직전 2024.04.14
3레스소설 주제 좀 추천해줄 사람..?ㅠㅠ 96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4
1레스어른이 되고 깨달은 것은 102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
3레스이런 설정 흔한가?? 1171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
1레스으헤헤 학교 간다 116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