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0일 오후 4시 28분
저 멀리서 들려오는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한숨 소리. 그리고 화난 듯해 보이는 표정. 손발이 떨리기 시작한다. 침이 마르고 땀이 손바닥 사이를 비집고 배어 나온다. 심장이 무겁게 뛴다. 무섭다. 혼날까 봐, 맞을까 봐 두렵다. 눈물이 새어나오는 걸 막기 위해 입안을 씹는다. 심호흡을 한다. 이곳에는 내게 위해를 가하거나 나를 구타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뼈마디 한 조각 한 조각에 깊숙히 새겨지고 각인된 공포가 있기에 떨리는 손을 멈추기 어렵다.
◆imJWi1eFg5h2019/06/10 17:55:28ID : dB9a5WlCmNw
2019년 6월 10일 오후 5시 43분
조금 시간이 지나고 진정이 되고 난 후에, 슬며시 뜨거운 것이 마음을 달구기 시작한다. 그것은 아마도 분노일 것이다. 그것도 정말로 비겁한 분노임이 틀림없다. 그 역겨운 분노가 내게 손가락질 하며 귓가에 속삭인다. 너 때문이야. 틀린 말은 아니다. 너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맞는 말이다. 내가 부족했기에, 내가 잘못했기에 벌을 받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그만 욕해주세요.
◆imJWi1eFg5h2019/06/11 00:33:16ID : dB9a5WlCmNw
2008년~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뜯겨본 적이 있는가? 씹고 삼켜본 적은 있는가? 이빨과 이빨이 맞닿을 때 살들이 질러대는 교성을 들어보았는가? 깊숙한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찢기고, 토막나는 그 기분을 알고 있는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달콤함을 당신은 아는가.
◆imJWi1eFg5h2019/06/11 20:33:01ID : dB9a5WlCmNw
2019년 6월 11일 7시 53분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던데, 그렇게 온몸이 산산이 조각나고 뇌가 으스러지면 별수 없구나. 혹시 이번 목숨이 아홉 번째 였던 걸까. 많이 불쌍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불쌍한 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imJWi1eFg5h2019/06/11 21:13:45ID : dB9a5WlCmNw
2011년
단란한 저녁 식사. 방 문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 그리고 마치 그 소리에 질 수 없다는 듯 배에서 울리는 꼬르륵 소리. 그 어두운 곳엔 어렸던 내가 쪼그려 앉아 울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딱 하나 기억나는 건, 인형들이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는 것. 그것 말고는 뭐가 사실이었는지 알 수 없다.
◆imJWi1eFg5h2019/06/11 23:22:04ID : dB9a5WlCmNw
2018년
빙글빙글 빙글 눈알 돌리기. 귀속이 가득 차서 소리 크게 틀어놓고. 날름날름 집어서 바닥을 설설 기어서라도. 가슴이 쿵 쿵 쿵 쿵. 입으로 눈 위에 달린 입으로 소리소리 고래고래 질러. 사방에서 비명. 모두 소금 기둥이 되어 흩날려. 심장이 쿵 쿵. 잘 가 나의 컸던 흰색 털 뭉치.
◆imJWi1eFg5h2019/06/13 00:08:01ID : dB9a5WlCmNw
2019년 6월 13일 9시 25분
끊을수가 없는 즐거움. 이쯤되면 정신병? 내가 즐겁고 아무한테도 피해가 안가는데 뭔 상관이야. 즐겁다. 너어무 즐거워. 즐거워서 미쳐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