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사람은 뭘까 호구가 되어서라도 착한 사람으로 남고싶다는 건 내 강박관념인가

부모님이 가족 운운하고 맞벌이로 바빠서 나한테 두살차이 나는 동생을 맡겨도 나는 착한 누나가 되어야하니까 다 챙겼어 착한 누나가 되어야하니까 일주일에 1000원을 용돈으로 받아도 500원은 동생을 위해 쓰고 누가 뭘 사줘도 동생 몫도 같이 사고. 성인이 된 지금도 착한 누나가 되어야하니까 동생을 챙겨줘야해. 동생은 다 컸는데 나보다 자기 앞가림 잘하고 친구도 잘 사귀고 말그대로 인싸인데 그래도 동생이 철이 없으니 내가 챙겨야해. 동생이 철없다는 건 엄마만 생각하는거지만.

내성적이다 못해 말수도 없어서 초등학생땐 없는 애처럼 지냈다. 없는 애는 아니었지만. 평소엔 없어도 눈에 띄면 괴롭히기 딱 좋은 애였다. 초등학생때 남자애 하나가 입에 말벌 시체를 넣으려했지만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하니 말 안했다. 필통을 뺏겨도, 무리로 엮인 친구들이 장난을 명목으로 도를 넘을때도 난 착한 사람이니 넘겼다.

부모님 맨날 싸웠다. 옆집에 사는 고모가 큰소리로 말릴만큼 싸웠다. 잠에서 깨면 엄마 아빠가 이혼을 운운하며 싸워서 맨날 울었다. 다음날 아침엔 아무일 없다는 듯 굴었지만 나는 부모님이 떨어질까봐 무서웠다. 그래도 아무말 안했다. 내가 말을 하면 착한 사람이 아닐까봐. 아빠가 바람피는 것 같은 문자를 발견했다. 아닐거라 부정했는데 며칠 뒤 같은 번호로 문자를 날렸더라. 그 전에 보낸 문자는 당연히 삭제 되어있고. 답 문자도 삭제된 거 같았다. 엄마 아빠 내 앞에서 년놈 운운하며 바람 관련으로 싸웠는데 거기서 차마 내가 아빠 핸드폰을 봤다고 말을 못했다. 그냥 엄마나 아빠가 날 미워할까봐 무서워서.

초딩때부터 자살생각했는데 옥상에 떨어져 죽으려했다. 중학생때 물에 빠져 죽으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힘들다하니 엄마가 울었다. 나도 울었다. 엄마한테 상처를 줬구나, 하고 울었다. 근데 나보고 나가 죽으라더라. 내가 나쁜 마음 먹어서 그런가보다 앞으론 착하게 살아야겠다. 성실하게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한동안 학교 관심 대상이었다. 상담도 받았다. 상담사 분이 솔직하게 말해달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한테 다 말했다.

엄마는 나한테 편지를 써서 줬다. 죽으라 한 건 사실이 아니라고 너무 놀라서 그랬다고. 그럼 뭐해. 난 착한 사람이 되는 대신 부모님과 친하게 지내지 않기로 했다. 아빠는 여전히 내가 사춘기가 됐을때 신경을 못써서 그런다 생각한다. 전혀 아닌데. 그래도 착한 사람이 된다고, 착한 딸 되겠다고 매번 용돈 쪼개서 부모님 생신선물, 결혼 기념일, 어버이날 등등 다 챙겼다. 매번 착하다 장하다 소리 들었는데 요즘은 안하더라. 맘에 안드나보지. 그래도 난 의무를 다 하고있다고 생각한다. 내 목표는 부모님이 나에게 돈을 쓴 만큼 나도 성의를 표하고 죽는거다.

정말 정말 한때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아무튼 너무 좋아하고 사랑했다. 서로 소중할때 헤어져서 한동안 제정신으로 못살았다. 자살생각을 가장 많이한 때가 저때였다. 정신분열이 온걸지도 모른다. 사람이 이렇게 진짜 이런식으로 살아갈수있구나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도 착한 사람 강박증에 살았던게 아닌가싶다. 그래서 우리는 비슷해서 끌린걸지도 모른다. 초중고 그리고 지금까지 조울증으로 살았다. 입원 권유도 받았는데 부모님 돈나갈까봐 참았다. 이미 약먹으면서 돈 쓰는데 불효녀가 되긴 싫었다.

제일 자괴감 들때는 약을 먹으면서 상담을 받으면서도 내가 하는 이 말이 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게 아닐까, 내가 엄살을 부리는게 아닐까 생각하는 때다. 착한아이 그놈의 씨발진짜 착한 사람. 그 포지션을 못버려서 그걸 못버려서 그걸

다들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맘껏 털어놓으란다. 나는 하나지만 그 사람들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을 어마어마하게 볼것이다. 그 사람들이 우울해하고 힘들다하면 그걸 다 받아주고 다 위로해주겠지. 그럼 그 사람들은 어떻게 그 많은 우울을 해소할까. 나는 또다른 짐이 되고싶지 않았다.

자해는 안했다. 안했었다. 한번 엄마한테 전화와서 받으니 나때문에 돈을 얼마를 썼네뭐네 미쳐서 죽으려했다 정신과 의사분한테 손떨며 전화했는데 안받았다 처음으로 자해를하다 너무 어이없고 너무 슬퍼서 울면서 웃었다. 자해를 하면 뭐 마음의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쾌락이 어쩌구 하던데 난 그런거없었다. 그냥 자해를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내가 죽고싶은데 죽을 용기도 없고 살고있으니 하고있는 것 같았다.

이 스레도 내 코가 석자인데 또 착한사람 코스프레하고있길래 현타와서 썼다. 착한 사람은 정말 착한걸까. 나는 내가 착한 척하는 거라 생각한다. 착한 마음이 아니라 이러면 착한 사람으로 보이겠지. 하고 행동하는거니 나는 진짜 착한사람이 아니겠지.

나는 정말 사랑하는 그 사람을 만나러 갈거다. 아마 내가 서른일때. 아니면 스물여섯에. 아니면 내가 그리움에 죽어갈때. 지금도 너무 그리워서 울때가 더 많다. 자살하면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네, 저승에 떨어지지 못하네, 평생 자리를 맴도네 하지만 나는 이사람이 너무 소중하고 너무 보고싶은데 어떡해. 학생땐 사랑을 모른다는 거 다 거짓말이다.

사랑을 모르면 내가 이 시간까지 힘들어하지도 않겠지. 아닌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인가. 요즘은 내 그리움이 사랑이 아닌 집착이면 어떡하지. 걱정이 된다.

난 부모님이 나에게 책임을 강요하는 건 당연하지 않지만 내 동생을 미워하는 건 부당하다고 느낀다. 내가 겪은 일이 나쁜 일이라해도 내가 겪은 일이 모든걸 대변하지 않으니 그 전체를 미워하면 안된다 생각한다. 내가 힘들다해도 다른 사람도 같이 힘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라리 내가 힘들테니 다른 사람은 행복했음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착한 사람으로 세뇌당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걸지도 모른다.

진짜 가식적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죽어도 다른 사람은 행복했음 좋겠다. 그동안은 착한사람인척 해봐야지. 내가 호구가 되고 내가 돈이 털려도 뭐 착한 사람인척 해야지. 착한 사람이 되기 싫다고 그렇게 머리싸매고 소리쳐도 결국 어릴적부터 받은 세뇌는 안바뀌나보다.

사실 다음엔 좀 덜 착한 사람으로 태어나고싶다. 나 하고싶은거 해도 죄책감에 안시달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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