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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nxwlg6lDth 2019/07/15 23:58:58 ID : eNuoFeJO9yY
안녕. 타인이라기엔 가까웠고, 친구라기엔 서로를 잘 몰랐던 국화. 그 아이에게 못다한 말을 털어놓으러 여기까지 왔어.
이름없음 2023/01/31 02:39:44 ID : Qre3O2smIHy
그렇게 언니와의 대화를 마친 O는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언니에게 같은 방에서 잘 것을 부탁했다고 해. 하지만 언니는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던 중이었기 때문에 곧 집을 나선 모양이야. O의 부모님은 지방에서 일하시고 주말마다 집에 돌아오셨기 때문에 온전히 그 집에는 O만이 남게 된거지.
이름없음 2023/01/31 02:41:07 ID : Qre3O2smIHy
처음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TV를 틀고 쇼파에서 잠이 들었다고 했어. 사실 그렇잖아. 설마 귀신이 나오더라도 무모한 도전 재방 보는 중에 나오진 않을 거 같은 그런 묘한 믿음?
이름없음 2023/01/31 02:41:23 ID : Qre3O2smIHy
그렇게 한 두 시간을 쇼파에서 불편히 자고 일어나보니 몸만 찌뿌둥하지 별 일은 없었다고 해. 괜한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면서 방에 들어가 편히 잠자리에 든거지.
이름없음 2023/01/31 02:41:44 ID : Qre3O2smIHy
한참 잠에 들었던 O는 뒷목이 당기는 것 같은 기분에 설풋 깨어났다고 했어. 그래서 벅벅 손으로 뒷통수를 긁으려는데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 풀어헤쳐져있어야 할 제 머리카락이 빳빳히 묶여진 느낌이었다는거야.
이름없음 2023/01/31 02:42:16 ID : Qre3O2smIHy
쏴아아- 창 밖으로는 거센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지. 기묘한 감각과 빗소리에 잠이 달아난 O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어쩐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어. “그저 머리가 당겨지는 걸 참으면서 비가 그치길 빌었지.”
이름없음 2023/01/31 02:42:35 ID : Qre3O2smIHy
나는 믿을 수 없는 O의 이야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믿을 수 밖에 없었지. 나도 분명 봤단 말이야.
이름없음 2023/01/31 02:43:00 ID : Qre3O2smIHy
“머리카락을 땋는 게 당기려고 그런건가…” “뭐?” O는 대번에 내 앞으로 얼굴을 밀었어.
이름없음 2023/01/31 02:43:32 ID : Qre3O2smIHy
“아… 아니… 생각해보니까 도깨비가 새끼? 나올까봐 그랬다고 했던 것도, 새끼줄… 뭐 그런 의미였나 싶기도 하고… 너도 머리카락 땋아졌다고 하니까…” “내가 언제?”
이름없음 2023/01/31 02:43:51 ID : Qre3O2smIHy
“어?” “나는 머리카락 땋고 이런 건 몰랐는데.” “어어? “너. 뭐 봤구나.”
이름없음 2023/01/31 02:44:05 ID : Qre3O2smIHy
아. 생각해보니 그랬어. O는 자신이 머리카락이 잡혔다고 했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몰랐던 거야.
이름없음 2023/01/31 02:44:32 ID : Qre3O2smIHy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초조함에 손톱을 물어뜯었어.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이름없음 2023/01/31 02:52:50 ID : Qre3O2smIHy
오늘은 여기까지. 조금 이따가 다시 올게. 그나저나 전에는 뭔가 이름와 비밀번호? 같은 걸 넣어서 인증코드를 만들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없어져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네. 음… 뭐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
이름없음 2023/01/31 02:53:14 ID : Qre3O2smIHy
아무튼 모두 기다려줘서 고마워. 조금 이따 다시 보자.
◆Qnxwlg6lDth 2023/01/31 02:54:39 ID : Qre3O2smIHy
.
◆Qnxwlg6lDth 2023/01/31 02:55:56 ID : Qre3O2smIHy
아니 맙소사… 찾았네 인증방법… 진짜 바보같다. 그래도 다행이야. 조금 이따간 코드 달고 이야기 할 수 있겠어. 그럼 진짜 안녕.
이름없음 2023/01/31 09:34:04 ID : xyL9gZeJXze
와 진짜 와줘서 고마워 ㅠㅠㅠ 재밌게 잘보고 있어!
이름없음 2023/01/31 13:38:54 ID : 60rhBunu8p8
헐 레주.. ㅠㅠ 돌아왔구나!!
◆Qnxwlg6lDth 2023/01/31 21:26:19 ID : Qre3O2smIHy
고마워. 그럼 이어서 해볼게.
◆Qnxwlg6lDth 2023/01/31 21:27:04 ID : Qre3O2smIHy
“나. 오늘 그 책상을 찾아서 부숴버릴거야.” “뭐?” “모레부터 장마래. 오늘부터 일 수도 있고. 가을 장마라니 웃기지?” 웃긴 일이라며 깔깔대는 O의 눈은 전혀 웃고있지 않았던 거 같아. 현실성 없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나와는 달리 목적성이 분명한 O의 눈이 말이야.
◆Qnxwlg6lDth 2023/01/31 21:27:42 ID : Qre3O2smIHy
묘하게 드는 현기증에 고개를 들어올리자 정말 꽤 흐릿해진 하늘이 눈에 들어왔어.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과 함께 말이야. 그리고 불현듯 ‘산신령 같던 내 친구 국화라면. 아니, 못해도 약산스님이라면.’하는 생각이 스쳤어. 아쉽게도 국화와의 연락 방법은 소원했지만 다행히도 약산스님과는 방법이 있었지.
◆Qnxwlg6lDth 2023/01/31 21:28:00 ID : Qre3O2smIHy
나는 곧바로 O를 달래 교실로 보낸 후, 핸드폰을 쥐었어. 교실로 향하면서도 점심시간에 책상을 찾으러 지하로 가겠다는 전하는 O의 눈빛은 형형했지.
◆Qnxwlg6lDth 2023/01/31 21:29:11 ID : Qre3O2smIHy
당시 우리 반이 있는 건물은 구조가 굉장히 특이한 별관이었는데, 오직 1층과 지하 2층만이 존재했어. 모든 교실은 지상층인 1층에만 있고, 지하 1층도 아닌 2층은 선생님들의 동행이 있을 때. 그것도 오전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 왜인지는 몰라. 사실 ‘여긴 오전에만 들어올 수 있어’라고 말하는 선생님 말을 별 생각 없이 흘려들었을 뿐이어서.
◆Qnxwlg6lDth 2023/01/31 21:29:44 ID : Qre3O2smIHy
지하 2층에는 강당에나 있을 법한 커다란 철문이 하나. 그걸 열고 들어가면 또 다시 같은 철문이 하나 더. 거길 열고 나면 내부 공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지하 동굴같은 공간이 나왔어. 벽은 울퉁불퉁. 마감이나 페인트칠 따위는 없었고, 천장은 온갖 파이프와 전선이 늘어져있었지. 그 공간에 마감된 것은 오직 전구 두 개 뿐이었어.
◆Qnxwlg6lDth 2023/01/31 21:30:22 ID : Qre3O2smIHy
그리고 그 곳은 온갖 책상과 의자가 가득 쌓인, 일종의 창고로 사용중인 것 같았다. 뭐 책걸상 뿐만 아니라 뜀틀이라거나 풍금같은 것도 마구잡이로 처박혀 있었던 걸로 기억해. 나나 O도 체육대회 준비중에 심부름을 가지 않았더라면 전혀 그런 곳이 있었는지도 몰랐을거야. (요즘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라떼는 체육부장과 준비위원이 있었거든. 나와 O는 그 직책을 맡으며 친해졌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체육쌤 따까리….)
◆Qnxwlg6lDth 2023/01/31 21:31:39 ID : Qre3O2smIHy
아무튼 O는 아마 그 창고에 책상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물론 예전에 쓰던 책걸상은 모두 그 곳에 박혀있었으니, 영 틀린 생각이 아니긴 했지. 근데 솔직히 그걸 어떻게 찾겠어? 거기에 널리고 널린 게 책상이고 의자야. 못해도 몇 백 개는 쌓여있을 거란 말이야.
◆Qnxwlg6lDth 2023/01/31 21:34:10 ID : Qre3O2smIHy
나는 찾는 걸 포기한 O가 불을 지르는 상상까지 하곤 몸을 부르르 떨었어. 알지? 파워 N은 원래 그런 법이잖아? 하지만 여고생의 끔찍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순 없지. 난 곧바로 전화를 걸었어. 수신인은 우리 할머니.
◆Qnxwlg6lDth 2023/01/31 21:34:38 ID : Qre3O2smIHy
“할머니! 약산스님 전화번호 있어요?” “약산스님? 절에? 왜?” “물어볼 게 좀 있어서….” “나도 절 연락처만 알지. 근데 스님이 지금은 절에 안계실텐데.” “어? 왜요?” “원래 요맘때 쯤엔 안계셔. 다른 절에도 가시고 안하겠어?”
◆Qnxwlg6lDth 2023/01/31 21:35:39 ID : Qre3O2smIHy
대충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그렇게 별 소득 없이 전화를 끊고 잠시 허망함에 멈춰서 있었어. 그리고 보충수업 시작 10분 전을 알리는 예비 종소리가 울렸지. 터덜터덜 교실로 돌아가는데 정말 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 그런데 그 가운데서 풍경소리와 함께 들렸던 약산스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어. ‘마음가는대로 행동하고 너무 늦지 않게 날 찾아오렴.’
◆Qnxwlg6lDth 2023/01/31 21:36:08 ID : Qre3O2smIHy
‘그래. 일단 저질러보자. 생각나는 대로 저지르고 뒷수습은 스님께 맡기자.’ 이렇게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나니까 갑자기 어디선가 힘이 쑥 올라오는 것만 같았어. 원래 사람이 극도로 겁먹으면 당당해지고 막 뇌 빼고 생각하고 그런 거 있잖아? 아마 그 때 좀 그런 상태가 되었던 모양이야.
◆Qnxwlg6lDth 2023/01/31 21:36:53 ID : Qre3O2smIHy
나는 다시 핸드폰을 빼들었어. 이번 수신인은 내 동생. 그 날은 토요일이라 중학생인 동생은 집에 있었거든. 가련한 고등학생은 등교를 했지만 말이야. (혹시 너네 놀토 알아? 놀라운 토요일 말고….)
◆Qnxwlg6lDth 2023/01/31 21:37:17 ID : Qre3O2smIHy
그 시간까지 달게 자던 동생은 내 전화에 짜증을 내면서 깨어났어. 그런 동생에게 나는 다짜고짜 5만원을 불렀지. 5만원에 택시비 따로 줄테니까 학교로 물건 하나만 가져다 주라고 말야. 금융치료 당한 동생은 곧바로 택시를 타겠노라 말했지.
◆Qnxwlg6lDth 2023/01/31 21:37:51 ID : Qre3O2smIHy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생은 총알처럼 물건을 배달했어. 그리고 돈키호테처럼 당당하게 물건을 가지고 교실로 향했지. 그렇게 들어간 교실에서 나는 보충수업 중이시던 영어쌤에게 핸드폰도 뺏기고 먼지가 되도록 맞았다.
◆Qnxwlg6lDth 2023/01/31 21:38:23 ID : Qre3O2smIHy
점심시간이 되자, O는 곧바로 교실을 나섰어. 맞은 등짝은 아프고 굶주린 배는 고팠지만 적어도 O가 향할 곳이 급식소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지.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토요일에는 3교시가 끝나고 점심을 먹었었어) 나는 O를 불러 한숨을 쉰 후 함께 지하로 이동했어. 물론 그 물건도 함께 말이야.
◆Qnxwlg6lDth 2023/01/31 21:39:08 ID : Qre3O2smIHy
우리는 손발을 더듬거리며 조심스레 지하로 향했어. 요전과는 달리 내려가는 계단조차도 어둑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 아마 그나마 조금 나 있는 손바닥만한 창이 동향이라 해가 조금만 올라가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어. 거기에서 아차 싶긴 했지. ‘이래서 오전에만 내려올 수 있었던 건가’ 싶어서 말야.
◆Qnxwlg6lDth 2023/01/31 21:39:29 ID : Qre3O2smIHy
2층에 다다라서는 O의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야지만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어. 분명 지상은 대낮인데 지하는 한밤중처럼 깜깜했지. 심지어 난 약간의 야맹증까지 있는터라 정말 더럽게 무서웠어. 귀신이고 나발이고 일단 계단에서 구를까봐….
◆Qnxwlg6lDth 2023/01/31 21:39:52 ID : Qre3O2smIHy
철문을 하나, 둘 열면서 넓고 둔탁한 공간에 찢어지는 쇳소리가 퍼졌어. ‘끼익’도 아니고 ‘삐에에이익….키잉..팡!’ 이런 소리였다니까? 무슨 소린지 상상이 안갈 수도 있는데 대충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최악의 소리라고 상상해줘.
◆Qnxwlg6lDth 2023/01/31 21:54:05 ID : Qre3O2smIHy
마지막 문까지 열고나니까 예의 그 창고가 등장했어. 이상하게도 창고에 들어서니까 쿰쿰한 곰팡이 냄새와 어렴풋한 빛이 느껴졌지. 딸랑 두 개 있는 그 줄전구. 그게 다 켜져있더라고. 창고로 들어서는 O의 슬리퍼가 성기게 마감된 시멘트 바닥에 미끄러지며 ‘지익’하는 마찰음을 냈어. 나는 왠지 모를 긴장감에 침이 꼴딱 넘어갔다.
◆Qnxwlg6lDth 2023/01/31 21:54:26 ID : Qre3O2smIHy
내 긴장감의 이유는 뭐였을까? 귀신? 어둠? 아니면 눈이 뒤집혀서 책상을 찾아 둥탕거리는 O? 아니면 이 소리를 듣고 쫓아올 당직 선생님들? 그래 설마 하나였겠어. 솔직히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몰아 닥쳐서 내 손바닥만한 간을 주무르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쫄깃하다는 느낌이 이런 거였나 싶을 정도로 말이야.
◆Qnxwlg6lDth 2023/01/31 21:54:47 ID : Qre3O2smIHy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꽤 방음이 잘되는지 선생님들은 찾아오지 않았고, 그나마 조금씩 들어오던 햇빛이 옅어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 거기다 쿰쿰한 곰팡이 냄새 위로 조금씩 눅진한 향이 풍기기 시작했지. 나는 주인의 발소리를 들은 강아지처럼 고개를 단번에 빼들었어. ‘비! 비냄새다!’
◆Qnxwlg6lDth 2023/01/31 21:55:27 ID : Qre3O2smIHy
왜, 공부를 많이 하다보면 나사가 나가기도 하고 조금씩 미친 구석이 생기기 마련이잖아? 운동장 잔디에 물주는 스프링클러를 보고 달려드는 학생이나, 말도 안되는 눈물 콧물 핵 매운 맛 닭꼬치를 달게 먹는 학생이나, 와플 한 조각 먹겠다고 30분을 뛰어 달리는 학생들처럼 말이지.
◆Qnxwlg6lDth 2023/01/31 21:56:11 ID : Qre3O2smIHy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 중에서 나는 비에 미쳐있는 평범한 학생이었어. 비 맞기도 좋아하고,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는 비 처순이 말이야. 그러다보니 제육냄새보다 비냄새를 더 칼같이 맡는 개같은 능력도 생겼다. 그런 내가 장담컨데 지하실까지 이 냄새가 풍긴다면 얼마 안가서 비가 내릴 게 분명했어.
◆Qnxwlg6lDth 2023/01/31 21:56:30 ID : Qre3O2smIHy
“O! 나가자!” “여기 있을거야! 그거 찾기 전엔 못 가!” “여기 없을 수도 있잖아! 도깨비가 치웠을 수도 있어! 차라리 나가서 물어보자!” “여기 있다고!” “정신차려, O! 곧 비올 거 같아서 그래! 왠지 해가 없어지면 큰일 날 거 같단 말야!” “비… 비온다고?”
◆Qnxwlg6lDth 2023/01/31 21:56:51 ID : Qre3O2smIHy
아차. 나는 내가 실언을 했다는 걸 눈치챘어. 곧바로 입을 막아봤지만 이미 늦었지. O는 산처럼 쌓인 책상의 탑에 기어오르며 무언가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어.
◆Qnxwlg6lDth 2023/01/31 23:08:35 ID : Qre3O2smIHy
얼마나 지났을까. 열심히 O에게 향하던 나는 창고가 ㄷ자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어. 안쪽에 공간이 더 있었던거야. 그리고 그 안 쪽 공간으로 고개를 들이밀었을 때. 달랑거리며 흔들리는 흰 주머니를 발견했어.
◆Qnxwlg6lDth 2023/01/31 23:08:58 ID : Qre3O2smIHy
‘비… 지금 비가 오던가…’ 이미 비냄새는 뭉근히 퍼져있었지만 이곳에서는 어쩐지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았어. 그리고 불현듯 O가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당시의 나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는 느낌만이 들었다.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O에게 향하던 나는, 날 바라보는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양 손으로 입을 막았어.
◆Qnxwlg6lDth 2023/01/31 23:09:20 ID : Qre3O2smIHy
“찾았어?!” 아. 닥치라는 뜻을 너무 놀라 감동받은 것 정도로 오해한 모양인지 O는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Qnxwlg6lDth 2023/01/31 23:09:37 ID : Qre3O2smIHy
그 때 굽어진 창고 내부에서 타닥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온다. 온다…!’
◆Qnxwlg6lDth 2023/01/31 23:09:59 ID : Qre3O2smIHy
나는 곧바로 품에서 챙겨온 물건을 꺼내들었어. 그 물건은 바로 사촌동생의 공주인형이었지.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그리고.
◆Qnxwlg6lDth 2023/01/31 23:10:17 ID : Qre3O2smIHy
[랄라랄라라~] 그냥 인형이 아니라 노래하는 공주인형이었다. 나는 인형의 가슴팍을 두들겨 패듯 누르고 입구에서 최대한 멀찍히 집어던졌어. 그리곤 O에게 달려들었지. 우당탕거리며 나와 O가 쓰러진 곳에서 두껍게 쌓인 먼지가 풀풀 날렸어.
◆Qnxwlg6lDth 2023/01/31 23:10:35 ID : Qre3O2smIHy
창고 한 켠에 떨어진 인형은 을씨년스러운 노래가락을 뽑아냈다. 물론 실제론 명랑한 공주의 노래였지만, 알 바야? 그 분위기면 빅뱅이 와서 텔미를 불러도 장송곡처럼 들렸을 거야. 그 사이에 타닥이던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어. 우리가 아닌 인형쪽으로 말야.
◆Qnxwlg6lDth 2023/01/31 23:10:55 ID : Qre3O2smIHy
내게 입을 틀어막힌 O는 이내 눈을 큼직히 뜨고 연신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O가 가리키는 곳은 전구의 불빛이 닿지 않는 창고 깊숙한 곳이었어. 나는 한참을 인상을 쓰며 그 곳을 노려보다 이내 포기했다. 그리곤 O를 끌고 기다싶이하며 창고를 벗어났어.
◆Qnxwlg6lDth 2023/01/31 23:11:11 ID : Qre3O2smIHy
바깥으로 뛰쳐나온 우리의 꼴은 엉망이었다. 특히 흰 블라우스는 거의 얼룩무늬처럼 먼지에 절여져있었지. 그리고 지상에서 처음 발견한 것은 바로 장대같은 빗줄기였어.
◆Qnxwlg6lDth 2023/01/31 23:11:27 ID : Qre3O2smIHy
“아… 아아!” 비를 본 O는 제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어. 나는 교복 조끼를 벗어 그녀의 머리를 감싸쥐었지. 아무것도 없다고 귀에 반복해 말하면서 말야.
◆Qnxwlg6lDth 2023/01/31 23:11:45 ID : Qre3O2smIHy
얼마 지나지 않아 O는 그 사실을 실감한 듯 자신의 머리카락과 나를 번갈아봤어. 그리고 제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 잠깐 미쳤던 걸까?” 대충 ‘그랬나보지’ 그녈 달래며 일으켜 세운 내 머릿 속엔 오직 한 가지만이 가득 차 있었다. ‘급식, 아직 안끝났겠지?’
◆Qnxwlg6lDth 2023/01/31 23:12:05 ID : Qre3O2smIHy
그날의 급식은 평이했지만 눈물나게 맛있었다. 성적 스트레스가 심해서 꿈을 꾼 것 같다는 O의 식판까지 싹싹 긁어 먹을 정도로.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하게 허기가 지고 피곤했었다.
◆Qnxwlg6lDth 2023/01/31 23:12:31 ID : Qre3O2smIHy
그렇게 배를 채운 후에야 나는 요즘 내게 이상한 일들이 잔뜩 생기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인정할 수 밖에 없었어. ‘긍정 파워로 살아온 내 인생… 뭔가 잘못되고 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거야~~] 어린 시절 줄창 불러왔던 백터맨 오프닝곡이 비장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지.
◆Qnxwlg6lDth 2023/01/31 23:18:18 ID : Qre3O2smIHy
그 후로 꽤 오랜 시간 동안 가을 장마가 이어졌어. 여름 장마에 비해 눅눅함은 덜 했지만, 오히려 싸늘하게 기온이 내려가서 교복 위로 후드티나 집업 같은 사복을 입는 애들이 늘어났지. 추우면 교복 마이를 입으라고 선생님들이 혼내시긴 했는데, 다들 ‘드라이 맡겼다’ ‘갑자기 추워져서 어쩔 수 없었다’ 이런 핑계를 대면서 은근히 사복을 입을 수 있는 그 기간을 즐겼던 거 같아.
◆Qnxwlg6lDth 2023/01/31 23:20:54 ID : Qre3O2smIHy
하지만 적당히 봐주는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학주였던 도깨비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복을 통제했어. 복도에서 담요 두르고 다니는 애들만 봐도 일단 후려치고 볼 정도였지. 학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어쩐지 그게 이유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조금 들더라.
◆Qnxwlg6lDth 2023/01/31 23:22:43 ID : Qre3O2smIHy
그렇게 장마가 끝날 때 즈음, 1학년 모두가 강당으로 소집됐어. 우리는 스쿨오브락 아니냐면서 킬킬대며 강당으로 향했지.
◆Qnxwlg6lDth 2023/01/31 23:23:54 ID : Qre3O2smIHy
그런데 강당 입구에서부터 잔뜩 상기된 선생님들이 가득하더라고. 그래서 모두 대열을 맞추면서도 목소리를 낮춰 수근거렸어. 또 까마귀가 튤립 꺾은 거 아니냐면서 말이야.
◆Qnxwlg6lDth 2023/01/31 23:25:42 ID : Qre3O2smIHy
전에 이런 식으로 전교생이 강당으로 모인 적이 있었는데, 그 땐 교감선생님이 금이야 옥이야 기른 튤립을 누군가가 머리만 잘라서 앞에 내려놨다는 게 이유였어. 그 앞에 CCTV가 있으니 금방 범인이 잡힐 거라고. 그 전에 미리 죄를 고하라면서 말이야. 물론 아무도 나오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까마귀가 튤립의 머리를 똑 물어서 뜯더니 그 앞에 내려놨다는 거 있지?
◆Qnxwlg6lDth 2023/01/31 23:27:24 ID : Qre3O2smIHy
아 갑자기 이야기가 샜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또 집합 당한 건가 모두 수근거렸어. 아니나 다를까. 강당 구령대?. 암튼 그 단상으로 올라간 학주가 벌개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더라고. 지하실에 장난 쳐놓은 놈들 당장 튀어나오라면서 말이지.
◆Qnxwlg6lDth 2023/01/31 23:31:28 ID : Qre3O2smIHy
지하실 이야기에 괜히 뜨끔해진 나와 O는 서로를 힐끗 쳐다봤어. 그 날 지하실에서 대놓고 와장창 뒹굴었던 기억은 있는데 정리를 해놓은 기억은 없으니, 그걸 어지른 사람인 우리 둘을 찾나 해서 말야. 하지만 도깨비 학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고. ‘어디서 헛소리 듣고와서 천장에 쓸데없는 거 달아둔 정신나간 놈들이 누구냐’면서.
◆Qnxwlg6lDth 2023/01/31 23:32:20 ID : Qre3O2smIHy
그게 뭐냐는 질문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지만, 어쩐지 학주는 시원스레 그게 뭔지 말해주지 않더라고. 결국 흐지부지 집합은 끝났지.
◆Qnxwlg6lDth 2023/01/31 23:33:33 ID : Qre3O2smIHy
그리고 1학년만 쓰던 그 별관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지하 2층에 머리가 매달려있었대!’ 라는 오싹한 괴담이 말이야.
◆Qnxwlg6lDth 2023/01/31 23:35:00 ID : Qre3O2smIHy
T로부터 우연히 그 카더라 통신을 접하게 된 나는 본능적으로 그게 뭔지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안구까지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지. 그래. 그건 아마 그 인형이었을거야. 내가 집어 던졌던 그 공주인형.
◆Qnxwlg6lDth 2023/01/31 23:37:28 ID : Qre3O2smIHy
하지만 전혀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릴 필요는 없었지. 당연히 입을 꾹 닫은 채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꽤 심각한 표정의 고모가 계시더라고. 고모는 날 보자마자 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거냐며 벌컥 화를 내셨어.
◆Qnxwlg6lDth 2023/01/31 23:42:13 ID : Qre3O2smIHy
쓰다보니 벌써 여기까지 왔네. 음… 사실 그냥 간단하게 설명해주자면, 이후로도 나는 몇 차례 기이한 일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서 과거 국화가 겪었던 일이 뭐였는지 알게 됬어. 그리고 그 애한테 미치도록 미안해졌지. 그러고도 나는 다시 국화의 도움을 받게 됐는데, 그게 나와 국화의 마지막이었어.
◆Qnxwlg6lDth 2023/01/31 23:44:22 ID : Qre3O2smIHy
앞으로 이후의 일은 레더들의 의견에 따라서 1. 하던대로 이야기한다. 2. 간략히 사건만 이야기한다. 로 방향을 바꿔볼게. 이게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라 거의 4-5년에 걸친 이야기라 일일히 풀어 이야기했다간 너무 답답해 할 것 같아서 말이야….
◆Qnxwlg6lDth 2023/01/31 23:45:18 ID : Qre3O2smIHy
그럼 나는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다시 돌아올게. 늘 고마워. 나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 너도 행복하길.
이름없음 2023/02/01 01:19:22 ID : zWi00062K1B
나는 하던대로 얘기해줫으면 좋겠어!
이름없음 2023/02/01 06:25:23 ID : Bs07863TQoK
나도 하던대로 얘기해주면 좋겠어! 이 댓글다려고 회원가입까지 했어ㅠㅠㅠ 진짜 읽는 내내 뭔가 구연동화 듣는 기분이였오! 최고최고
이름없음 2023/02/01 08:32:02 ID : xyL9gZeJXze
2판 파줘도 좋아 ㅠㅠㅠ 다 듣고 싶어!
이름없음 2023/02/01 15:33:42 ID : Bfe3TWkla4F
하던대로 이야기해줘! 그게 더 몰입될 것 같아! 우와 나 레스 작성 처음 해본다....
이름없음 2023/02/07 11:03:59 ID : Gr9jxSHxzU3
여태까지 전개방식 너무 좋아!! 그대로 해줘!!
이름없음 2023/02/07 12:39:34 ID : 45fhy3Pa8kl
하던 대로 해줘 늘 잘 보고 있어!!
이름없음 2023/02/07 14:07:09 ID : WrwHCrzhtdD
2판까지 달려보자고
이름없음 2023/02/08 13:25:38 ID : a2oJU7vxxyJ
이거보려고 스레딕 가입했슴..
이름없음 2023/02/13 18:48:57 ID : Fhf9hfgnWko
와 미쳤다...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알림 많아서 뭔가 했는데 국화에게... 너무 오랜만이야
이름없음 2023/02/18 10:00:32 ID : lu5UY4L9a1c
그냥 하던대로해줘...와 몇년전꺼를 정주행하다니...감격스러...제발 빨리돌아와줘ㅠㅠ
이름없음 2023/02/18 17:12:10 ID : gmHB9csnWo5
하던대로 해줘. 정말 동화를 듣는 것 같은 스레주 문체에 뭔가 가슴이 몽글몽글한 기분이야. 좋으니까 오래 걸리더라도 이대로 해주면 좋겠어
이름없음 2023/06/18 04:28:44 ID : XwE8jbhglvh
기다리고 있어ㅜㅜ
이름없음 2023/06/19 17:43:32 ID : zff9fQpQtwJ
이거 올해 초까지도 연재되고 있었구나 나 중딩 때 보던 건데…
이름없음 2023/06/29 04:15:25 ID : 45fhy3Pa8kl
다시 보고 싶다
이름없음 2023/06/30 19:09:58 ID : jfWrupO08ru
우아 진짜 오랜만이다.. 레주야 나중에 한번만이라도 찾아와주라! 난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게
이름없음 2023/07/07 23:33:31 ID : bdyHzRvbcnC
레주야 항상 하던대로 해줘 2판 파더라도 끝까지 함께할게
이름없음 2023/07/13 14:28:40 ID : o1CphBuso5f
헐 하던대로 이야기 한다!! 잘 보고 있어,, 아푸지말고 건강했으면 좋겠어 !!
이름없음 2023/08/09 04:27:49 ID : a1ctBumq6km
보고싶다 스레주
이름없음 2023/08/10 00:19:04 ID : jfWrupO08ru
와 이거 진짜 오랜만에 보네.. 이거 진짜 재밌었는데 ㅎㅎ 레주야! 난 아직도 기다리구 있엉ㅎㅎ 빨리 돌아와줘!ㅎㅎ (참고로 스탑 걸었어!)
이름없음 2023/09/23 17:29:54 ID : K2MjeLbwlct
와…진짜…현재진행형이라니ㅠㅜㅜㅜㄴ 너무 잼있어ㅜㅜㅜ 있던 그대로 풀어주라 레주야ㅜㅜㅜ
이름없음 2023/11/05 06:52:55 ID : Qre3O2smIHy
.
◆mGsi7aq7tg1 2023/11/05 06:59:17 ID : Qre3O2smIHy
안녕 돌아왔어.
◆Qnxwlg6lDth 2023/11/05 07:00:27 ID : Qre3O2smIHy
인증코드가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네. 너무 오랜만이라....
◆Qnxwlg6lDth 2023/11/05 07:01:45 ID : Qre3O2smIHy
아, 이게 맞구나. 다들 정말 오랜만이야. 아직 못다한 이야기를 조금 풀러 왔어.
◆Qnxwlg6lDth 2023/11/05 07:06:28 ID : Qre3O2smIHy
음... 근데 어느새 레스가 거의 다 찼네. 새 스레를 세우고 저녁에 돌아올게. 다들 조금 있다가 만나.
◆Qnxwlg6lDth 2023/11/05 07:10:16 ID : Qre3O2smIHy
이름없음 2023/11/22 15:51:01 ID : dzV9fO3u67y
이름없음 2023/11/22 15:52:10 ID : dzV9fO3u67y
이름없음 2023/11/22 15:52:18 ID : dzV9fO3u6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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