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너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했어.
거짓된 내가 아닌, 나만 아는 진짜 나에 대해 너에게 털어놓았어.
이젠 나랑 너만이 아는 '진짜 나' 에 대해.
이야기가 끝난 후,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아서 고마워.
평소처럼 나를 대해줘서 고마워.
정말 괜찮은 것이 맞냐며 여러번 물어봐줘서 고마워.
내가 모진 말을 했음에도 이해해줘서 고마워.
근데말야, 나 사실 후회해.
조금만 참을걸. 괜히 '나'를 공유했단 생각이 들어.
나는 착하고 밝고 고민따위는 없어야하는 아이란 말이야.
그게 너든, 같은 반 친구들이든, 가족이든, 남자친구든.
누구에게나 나는 한결같이 밝은아이여야하는데.
'너' 라는 변수가 생겨버렸어. 어쩜 좋아?
너 정말 고마운데, 정말 후회해.
너가 나에 대해 몰랐으면 해.
아무도 몰랐으면 해.
나 어쩌면 좋아?
이름없음2019/07/21 21:14:48ID : umnvcq6i67u
너는 오늘도 내게 뭐하냐며 문자를 보내.
평소엔 바쁘던 너가 오늘은 내 안부를 수시로 물어.
바쁘지 않은건 아닐텐데. 난 알아.
너가 나를 걱정하고있다는걸.
내게 전화를 걸어. 지금만 벌써 3번째야.
내게서 눈을 돌리면 확 죽어버릴까봐 겁이 나는거니?
걱정마, 나는 쉽게 죽지않아.
이름없음2019/07/21 21:18:07ID : umnvcq6i67u
피를 보고싶은 열망이 있을 뿐이야.
하얀 도화지 위에 번지는 붉은 잉크처럼.
비록 내 피부가 하얗지도 않고 피가 잉크처럼 흘러나오진 않지만
언젠가, 붉은 폭포가 쏟아질 때까지. 그때까지 나는 계속 도전하려해.
계속할거야?
넌 물었어.
계속할 것같아, 넌.
맞아. 계속하겠지.
마치 취미처럼,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어.
나는 전혀 힘들지도 않고 속상하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은데.
왜 이리 돼버렸을까?
이름없음2019/07/21 21:20:12ID : umnvcq6i67u
상점에서 손목을 가릴 탄력붕대와 낡은 커터칼 대신 새 커터칼을 샀어.
너무 큰 커터칼만 팔길래 일단은 샀는데... 나는 작은 것이 여러개 든게 좋아.
가방마다 넣어둘 수 있잖아.
언제, 어디에서든 내가 원하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것까진 모르지? 모를거야. 내가 너와 헤어진 이후 상점에 들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