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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7/25 22:54:48 ID : QpRCpcJXze4
어린아이들은 쉽게 일을 저지른다. 일말의 죄책감조차 버려놓고 한창 일을 벌이다가 결국엔 어른들에게 걸려 그르친다. 그때의 당혹감에 삐질삐질 흘러나오던 땀과 얼굴은 내가 그토록 탐닉하던 행동이다. 단점은 그 지경에 이르러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의 상황이 딱 그랬다. 내가 너무 빨랐던 것인가. 아이의 진행에 조금은 맞춰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성격은 아녔다. 아이가 잘못한 게 분명했다. 이 정도도 참지 못하고 계집년처럼 숨어들어 가려고 한 아이가 잘못한 게 틀림없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쳤다. 떡진 머리 때문에 손에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껴 미간을 찡그렸다. 나는 바닥에 떨궈진 총을 발로 차 멀리 보내고 다른 총을 꺼내 아이에게 쥐여줬다. 아이의 손가락을 억지로 방아쇠에 들이밀 때는 힘들지 않았다. 아이의 손은 힘없이 후들거렸고 방아쇠 구멍은 나와 아이의 손가락이 동시에 들어갈 만큼 적당히 넓었다. 아이는 작은 비명을 질렀고 뒤로 주춤거리다가 결국 내 몸에 닿았다. 아이는 아이의 어머니와 눈이 닮아 있었기에 나는 재빨리 밀쳐냈다. 무척 역겹기는 둘이 같았다. 아이는 크게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밀려났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차라리 넘어지는 편이 나에게나 아이에게나 나았을 것이다. 앞의 과녁에 매단 아이의 어머니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나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짜증에 말을 뱉는다. "이 상황까지 끌고 온 건 너야. 나는 그냥 자리를 마련해 준 역할에 불과해. 네가 시작했으니 네가 끝내는 게 맞아." "제발! 할 수 있어요. 재촉하지 마요. 정신을 가다듬기만 하면 끝낼 거예요." "넌 망설이고 있어. 왜냐하면, 어머니가 바로 앞에 있으니까!" 아이는 대꾸하지 않았다. 나의 눈엔 어금니를 꽉 물은 겁먹은 아이가 보였다. 아이의 어머니와 이 점은 닮지 않았다. 그녀는 좀 더 독단적인 지도자다운 성향이 있었다. 그랬기에 모든 것을 주도했다. 모닥불은 약하고 붉게 타올랐다. 아마 한 시간도 채 못 갈 것 같았다. 아이가 총을 세게 쥐었다. 나는 아이에게 다른 방향을 유도해야 했다. "그 상처는 뭐지? 허리랑 목에 있는 거. 익숙한데, 꼭 짓눌린 흔적 같아."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해요?" "그냥 궁금하니까. 눈에 띄더라고. 그러고 보니 최근에 네 어머니가 재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맞아?" 아이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핏기가 다 사라진 하얀 얼굴에 눈이 매서웠다. 이제야 아이의 어머니를 조금 닮았다.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간단한 조사. 오래 걸리진 않았어. 네 양부의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아, 그래도 그 아들의 이름은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기억에 남았어. 아마 이름이... 조쉬 브라운이었을 거야. 조쉬, 아마 너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지." "그만 해요." "대단한 녀석이었어. 자신의 높은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녀석이었지. 심지어 운동도 잘했고 모두가 조쉬를 좋아했어. 말 그대로 모두가. 하지만 정반대의 너는 누구였지? 음침한 얼굴에다가 더벅머리에 빼빼 말라서는 누가 너를 좋아하겠어? 누가 학교의 제일 잘 나가는 놈과 연결이 있을 줄 알았지? 너는 약간의 희망을 생각했겠지. 틀렸어! 이제부터 지옥이 시작되는 거야. 왜냐하면, 조쉬와 어머니, 그 누구도 널 사랑하지 않았고 너는 짜증 나고 불결한데다가 심지어 질투 나기도 하거든. 아무도 널 지켜주지 않았지. 방향을 바꾸어보지. 네 몸 중에 안 맞아본 부위가 어디야? 일과 중에 천국 같았던 때가 있었나?" "그만해." 나는 아이의 손을 봤다. 아까와 전혀 다른 마음가짐이 총구의 흔들림을 통해 보였다. "난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지옥으로 부를 수 없다는 걸 알아. 더 크고 묵직한 한방이 필요해. 한 명을 잊고 있었어. 네 레즈비언 여자친구. 너도 똑같은 아이였지. 하지만 침은 뱉지 않을 거야. 당연히 그 감정은 동정심일 테니까. 그 친구도 그곳에 있었지? 네가 다시 태어난 곳. 그 어둡고 축축한 고문실, 학교 화장실 말이야." 나는 배가 아프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겼다. "제발 그만." 아이의 몸이 떨렸다. "안심해. 나는 그 광경을 들을 수밖에 없었어. 그러니까 물어보는 거야. 상상은 되지만 정확히 알기엔 문제가 있거든. 그래서..." 나는 그들의 목적을 잘 알고 있었다. "대체 어디까지 벗은 거야? 윗옷? 바지? 심지어 속옷까지 다 벗었나? 밟을 때 옷은 매우 거치적거리거든. 혹시 어떤 신발이 네 기호였는지 물어도 되니? 아래 땅은 춥던데 감기라도 안 걸리면 감지덕지하지. 오줌의 냄새는 마치 한 달 동안 빨지 않은 걸레 같아. 따뜻한 쓰레기. 이제 여기서 외쳐줘야지. 네 엄마가 죽을 때까지 후회할 네 유일한 별명 말이야. 네 어머니가 떠벌리고 다니던 자신의 실수. 널 둘러싸며 외치고 있었어. 낙태! 낙태! 낙태! 낙태! 심지어 넌 출생조차 실패자였지! 기분이 어땠어? 화가 나나? 아니 질문을 바꿔서." "네 여자친구의 눈은 널 보고 있었나?" "입 닥쳐! 이 씨발 새끼야. 좆같은 입 좀 다물라고! 널 죽여버릴 거야! "그러면 총구를 나에게 겨누지 말고 어머니를 쏴. 네가 끝내! 내가 이런 일까지 도와야 해?" 아이의 어깨는 표적 앞에 강제로 끌어졌다. 이다음의 작업은 아주 간단했다. 어머니는 수면제에 정신을 잃었다. 잠결의 인도에 나는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나는 아이의 눈에 붕대를 감아 쓸데없는 감각을 차단했다. 아이는 당황하여 결국 울먹였다. 시끄러운 소리에 귀가 따끔거렸다. 아이의 손에 붕대를 감아 더는 총을 놓을 수 없게 했다. 아이의 뒤에서 총을 이리저리 움직여 어머니의 중앙에 남길 자국을 상상했다. 아이도 분명 이를 직감할 것이다. 첫 번째 복수는 곧 완성될 참이었다. 아이는 어눌한 목소리로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말이 쉴 새 없이 늘어졌다. 아이의 탈진을 피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나만 해서는 공범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리 둘이 동시에 해야 했다. "모든 게 준비됐어. 이제 정말로 끝인 거야. 하지만 망설이는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어." 나는 아이의 눈을 대신하여 어머니를 봤다. "쏘자." "그래도..." "쏘아야 해." "아니, 전." "쏴!" 나는 아이의 손을 움켜잡았다. 나는 결국 내가 세운 계획 중에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계획을 실행해야 했다. 불쌍한 아이는 총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이 소리 뭐에요?" 아이가 울먹였다. "머리에..." "총."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치워주세요, 제발. 뭐든지 해드릴게요." "이미 늦었어." 총구로 느껴지는 아이의 머릿결은 축축했다. "이제 숫자를 샐 거야." 나는 숨을 천천히 들이켰다. "삼!" 아이는 떨리는 총구를 들었다. "이!" 아이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일!" 화약의 목소리는 순간에 울려 퍼졌다. "아아... 어. 엄마. 엄마? 으으윽. 우욱. 흐으..." 나는 아이의 울부짖음이 어떤 감정을 나타내는지 알지 못했다. 허탈감, 공포, 슬픔, 환희와 기쁨이 어우러진 외침이었다. 어머니의 목소린 들리지 않았다. 첫 번쨰 복수가 끝났다. 나는 아이의 눈에서 붕대를 벗겨 냈다. 마치 어머니의 눈과 똑 닮아 있어 역겨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남색 눈이었다. 나는 아이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역시 아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내가 아이를 발견했을 때 아이는 이미 죽은 후였다. 태어났을 때부터였는지, 그 망할 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였는지,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아이의 목덜미에서 한껏 눌린 자국을 봤다. 나에게도 있는 똑같은 자국이다. 악마의 표식일 게 분명했다. 그래서 우리를 엮은 것이다. 아직 나의 총에는 총알이 많았다. 그리고 화약은 두 번 속삭였다. 그 배에서 그것이 나오고 그 둘은 같다고 했다. 어째서 아이의 일생과 나의 일생이 같은 흐름을 가졌는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못했다. 시작과 끝이 만나 내가 그것을 없앴으니, 흐름은 그 사이에 놓을 데가 없다. 바람은 대단히 고요하게 불어왔다. 밤은 붉게 물들여 가고 구름 한 점 없었다. 최종 단계를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리볼버의 타격은 깔끔하지 않아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내가 바라는 일이었다. 이 대가 완벽히 끝나기 위해선 내 역할이 중요하다. 마침 소리가 울렸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복수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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