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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8/15 14:31:39 ID : RCi9z860mmq
꼭 자기 소설이 아니라도 졸아 그냥 마음에 드는 문장도 괜찮아! 몇개 쓰던 상관없어! 그냥 올리고 싶은건 다 올리자. 저번에 예쁜글이 너무 많아서 하나씩 다 읽어봤슴.. 황혼이 지는 새벽녘, 나는 언제나처럼 시종을 무르고 아침 산책을 하러 나와 거닐었다. 어스름한 주홍빛때문에 모든게 붉어보였다. 정원사가 아침일찍 꽃에게 물을 주어 장미 꽃잎 위의 맑갛고 투명한 물방울도, 싱그럽게 뻗어난 나무의 잎사귀도, 혼신의 힘을 다 해 만든 아름다운 조각상의 분수의 무지개도, 땅에 부드럽게 싹을 틔운 풀마저 모두 황혼의 빛을 띄었다. 그 찬란하리만큼 아름다운 광경은 나 혼자만 보기 아까운 것이었다.
이름없음 2019/08/15 14:50:16 ID : RCi9z860mmq
넌 내꺼야. 그는 낮게 그릉되듯이 말하며 눈을 내리깔고 웃었다. 그러니 어디도 가지말고 이 성에만 처박혀있어.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침묵했을때서야 눈을 들어 시선을 마주한다. 한마리의 재규어와 시선이 마주친 기분이었다. 머리에 황금색 왕관을 쓰고, 유유자적하게 평원을 거닐다 내 앞으로 온 재규어. 그는 그 말을 하며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어스름한 새벽녘,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어둠에 점칠된 푸른색이었고 누가 죽은것처럼 조용했다. 불도 켜지지 않은 방의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달빛이 나라에서 제일 고귀하다 불리는 자에게 닿았다. 새까만 머리카락 가락 가락이 새벽빛에 부서져 어른거린다. 나는 그 모든 광경을 눈에 담았다가 눈을 감았다. 아셰라, 아셰라, 아셰라... 어두운 방 한가운데에서 한참이고 내 이름이 울렸다. 그의 손이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네로라 하는 조각사가 눈을 잃고 자신이 만든 아름다웠던 최고작을 만지는것처럼 구석구석, 마치 매끄러운 도자기면을 쓸듯... 그때 몸이 뒤로 살며시 눕혀졌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조심스레 민 탓이었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반동으로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새하얀 침대 위에서 나풀거렸다. 그는 그렇게 뒤로 눕혀진 나를 민 자세 그대로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고 경건하리만치 소중하게 입을 맞추었다. 나는 그가 화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고위 귀족, 재상, 대공 모두 몸을 사렸다. 그 처참했았던 과거의 편린이 생각나자 반항할 수 없었다. 그가 고개를 들고 옷을 벗는다. 금욕적일만큼 단정히 차려입은 옷이, 커다란 손에 의해 하나씩 밑으로 떨어졌다. 퇴폐적일만큼 아름다운 얼굴을 한 채, 그는 나를 보고 웃었다. 항상과 같은 하루였다. 하지만 오늘은, 이게 나에 대한 사랑인지, 동료애인지, 경외심인지.. 아니면 그저 소유욕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이름없음 2019/08/15 18:11:53 ID : PeGtxSIFhff
나란히 누워있는 돗자리를 뚫고 차가운 새벽 이슬의 기운이 올라온다. 내 어깨를 덮고 있는 그의 가디건을 여미자, 그가 나를 슬쩍 돌아보더니 보랏빛으로 물들며 밝아지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었다. 쭉 뻗은 그의 하얀 손가락 사이로 플라타너스 잎들이 흔들린다. 플라타너스 잎들 사이로 구름이 흘러간다. 구름 사이로 새가 날아간다. 멍하니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 새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날아들었다. "무슨 생각해?" 차가운 새벽 공기 때문에 떨리던 귓바퀴에 그의 따뜻한 숨결이 닿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보랏빛으로 물들던 하늘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붉어진다. 그가 귀를 살짝 물더니 속삭인다. "하늘처럼 네 귀도 빨개졌어. 왜 그런 거야?" "햇빛이 비친 거야." 내 대답과 함께 그의 눈꼬리도 나른하게 접힌다.
이름없음 2019/08/15 22:53:11 ID : 62NxWo7wJO6
"좋아...좋아해요. 정말로, 당신을-...흐으, 너무...좋아해서..." 금빛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슴팍을 부여잡고 절절하게 고백하는 모습은 마치 신파같았다. 나는 생각했다. 뭐하는 걸까. 이제 와서 후회하는 척이라니, 멋이 없는데. "..미안해요...윽, 정말로...좋아..합니다..." 꼴사납게 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 말간 얼굴을 바라보았다. 늘 순하게 웃는 것외에 다른 감정은 보이지 않던 그가 울고 있었다. 아아, 어쩌라는 거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네가 아닌데. 그럴 수 없는데. 위선은 그만 떨어줘. 내가 사랑하는 건 네 첫째 형이란 말이야. "아신 마레즈." "으, 응...흐윽..." 자애로운 웃음을 띤 입가가 열리자 그는 기대하는 것처럼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다. 귀엽긴 하지만, 그뿐이야. 나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도 알잖아? 넌 세오를 이기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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