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쯤 전에 학생때 좋아했던 사람에게 몇년만에 연락을 했어.
연락했을때에 나는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고 당장 기댈곳 하나 없어서 그냥 그사람이 너무 사무치게 그리워서 읽씹당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진짜 포기한 상태로 멍하니 잘지내냐고 보냈어.
답장이 왔어. 칼답은 아니고 몇시간만에 답장이 왔는데. 잘지낸다고 오랜만이라고 반갑다고 하는거야.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까. 다 잊은줄 알았는데 다시금 설레이더라.
내가 진짜 쓰레기일수도 있는데. 몇년만에 연락해놓고 좋아하는 감정이 생겨버리는건... 모르겠더라.
이름없음2019/08/19 01:04:22ID : 3Rwk8kq59hd
그래서 그냥 안부만 묻고 이야기 좀하고 말려고 했거든? 근데 막 엄청 보고싶은거야. 그래서 한번만 보자. 딱 한번 얼굴만 보고 그만두자라는 생각으로 저녁 약속을 잡았어.
시간이 흘러 약속 당일날. 저녁에 만났는데. 별로 배고프진 않다는거야. 약간 당황했지. 밥약속 나와놓고 배가 안고프다니...
근데 그사람이 우리 괜찮으면 술마시자. 라는거야.
이 줏대없는 심장이 날뛰기 시작했지. 뭐야 뭔데 갑자기? 막그러면서...덤덤한척 했지만 아마 표정에서 베시시웃는거 다 들켰을걸?
이름없음2019/08/19 01:07:53ID : 3Rwk8kq59hd
그렇게 동네 술집에 가게 되었어. 나 이래봬도 꽤 잘마시는 편이라 술걱정은 없이 살거든? 근데 한병을 못넘겼는데 취기가 오르더라. 그 사람이랑 이야기하는데 막 행복하고 설레이고 분위기에 취한다고 해야하나?
그러다가 조금 많이 마셨나 싶었는데 그사람 보니까 나보다 상태가 안좋더라구. 완전 취해서 나한테 옆으로 오래. 같이 앉자는거야. 심장이 막 멈칫 멈칫 거리는 걸 참고 옆에 가서 앉았어.
이름없음2019/08/19 01:10:32ID : 3Rwk8kq59hd
근데 내손 잡고 허리에 두르더니 안아달라는거야. 미칠거 같더라 가까이 붙어서 그사람 목덜미에 코가 닿았는데 살냄새랑 향수인가...샴푸냄새인가 훅 들어오고 심장은 막 덜커덕하고 멈춘 것 같고... 그렇게 그사람은 내손을 부여잡고 잠들었어....많이 취했던거 같아. 나도 취한김에 옆에 같이 엎드려서 자는거 바라보는데 갑자기 벌떡일어나더니 이제 가자고 하더라구.
이름없음2019/08/19 01:13:30ID : 3Rwk8kq59hd
계산하구 나가는데 이게 왠걸..그사람은 좀 괜찮아진거 같은데 내가 정신을 못차리겠는거야.
막 어지럽고 잘 못걷겠고 그래서 그사람을 끌어앉고 간신히 나왔는데 그사람이 바로 집에 안가고 근처에 앉아서 쉬다 가자는거야. 그리고 날 꼭 안아주더라.
근데 너무 좋더라. 그리고 이러면 안되는거 아는데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나를? 하면서 웃더라. 그리고 둘이 밖에서 한시간 넘게 끌어안고 내가 그사람 얼굴 지긋이 바라보니까 뭘 그렇게 보냐면서 부끄러워 하더라..
이름없음2019/08/19 01:16:56ID : 3Rwk8kq59hd
그러다가 손 꼭 잡고 어찌어찌 그사람 집에 데려다 주고 나도 집에 들어오는데. 가는 길에 보고싶었어. 그사람이.
다 잊고 다른사람 만나면서 추억으로 남을 줄 알았는데 다시만나자마자 마음이 주체가 안되는거야.
그사람은 내가 부담스럽겠지? 술취한것도 다보여줬는데 부담스럽고 싫을지도 몰라. 그래서 너무 미칠거같아.
그리고...곧 나 지방으로 가. 몇달동안 지방에서 지내야 하거든.. 그래서 더더욱 마음을 접으려고 하는건데 막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은데 이 마음을 어떻게 포기해.. 그냥 연락만해도 행복한데...
이름없음2019/08/19 01:18:40ID : 3Rwk8kq59hd
그래서 지방으로 가기전에 한번더 만나기로 했어. 어떻게 해야할까.. 이미 취중진담이랍시고 애매하게 좋아한다고 해버렸는데. 별말없는거면.. 아닌거겠지? 그냥 오랜 친구사이로 좋게 마무리하는게 옳은거겠지..?
이름없음2019/08/19 02:07:46ID : 83xxxzVfe0t
모르겠고 설레는건 알겠어ㅠㅠㅠ 그냥 티내지말구! 다음에 또 만나봐! 진짜 궁금하면 떠보자ㅋㅋㅋㅋㅋ 눈 한번 꼭 감고 그때 술취해서 한 말들 기억하냐고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