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나는 벚꽃을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벚꽃은 4월, 새 학기의 상징이다. 나는 4월이 싫었다. 주변이 갑자기 어수선해지고, 반이 바뀌고 자리가 바뀌면서 좋든 싫든 익숙해진 것들과 헤어져야 한다. 인간관계를 처음부터 새로 쌓아야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그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긋지긋하게 싫었다. 그런 주제에 소심했기 때문에, 학급 내 인간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친구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등에 멘 책가방이 어깨를 짓누를 정도로 무겁게 느껴지고 온몸이 나른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다.
대학에 입학한 다음에도 일년 중 가장 싫은 때가 4월이었다. 보통 때의 몇 배는 더 될 것 같은 인파. 신입생을 환영하는 동아리들. 벚꽃 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DJ의 멘트를 빙자한 소음. 고막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싶은 음악 관련 동아리의 연주가 범람한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냥 들어 넘기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도, 그것들이 한꺼번에 캠퍼스를 휩쓸면 고문이 따로 없다. 사람들이 벚꽃의 에너지에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건 아마 사회에 나와 4월이 특별히 소란스러운 달이 아니게 된 탓일 것이다. 4월에는 모두들 큰 소리로 떠든다. 자기주장을 한다. 적어도 학생들은 그렇다. (16-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