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귀염둥이 사촌동생은 중2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다.
하지만 자신을 생물학적 성으로 판별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은 사회적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성이분법에 종속되지 않겠다고 했다. 진짜 이렇게 말했다.
그럼 너는 뭐라고 정의하면 되냐는 내 물음에 또 편협적인 사고방식을 지녔다며 10살 많은 나를 타박했다 쉬불련
하지만 이 아이는 감수성 풍부하며 이 시대를 짊어질 어리디 어린 15세, 다 늙은 내가 세상 흐름에 적응해야지 싶어서 공부했다.
무엇을? 젠더학을!
뉴트로이스 에어젠더 안드로진 팬젠더 젠더 플루이드 별게 다 있더라.
전공공부도 이렇게 정성껏 안했는데 이 어린 친구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다.
얉고 넓은 지식을 터득하고 사촌에게 너는 젠더 플루이드냐 에어젠더냐고 물었으나 그건 언니가 좀 더 공부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한다.
옆에서 같이 듣고있던 남동생이 뭐래 ㅄ아라는 소리를 하자 사촌동생은 입이 한강 앞다리까지 비죽 튀어나온 채로 삐졌다.
삐져도 우리집에서 돼지껍데기는 잘만 처먹고 갔다. 이 친구를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