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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오후 2019/09/21 17:17:25 ID : 5e7Ai1bg0le
축축한 하루다 부스스 대며 일어난 후 폰을 보니 오후 5시다. 토요일이라 망정이지,, 이렇게나 잔 거야?
이름없음 2019/09/21 18:07:26 ID : aoGrhzar81j
비가 내려 오후 다섯시인데도 어둑하다.
이름없음 2019/09/21 19:48:30 ID : qo0oK3TRA3R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내 마음도 울적해지는 것만 같아 읽다 말았던 책을 다시 손에 쥐었다.
이름없음 2019/09/21 20:08:04 ID : mNzanxCnO00
몇 번 들추던 책장도 읽히지 않는 문장에 결국 놓아버렸다. 우울함이 가시지 않았다.
이름없음 2019/09/21 22:29:31 ID : 5e7Ai1bg0le
냉장고로 다가가 반쯤 남은 오렌지주스를 꺼내어 컵에 따랐다. 주스가 온전히 컵 안에 부어지듯, 내 생각과 환경도 순순히 흘러가면 좋을 텐데.
이름없음 2019/09/21 22:32:13 ID : 07fcK1B9eE2
되는 일 없는 인생이었다. 지금이야 프리랜서로 근근히 먹고 사는 중이라지만 나는 당장 다음달 방세와 카드값을 걱정해야하는 삶이니. 그때 전화가 울렸다.
이름없음 2019/09/21 22:51:34 ID : 5e7Ai1bg0le
톡- "어 oo아 엄만데, 아빠가 좀 위급한 거 같다니까 병원에 가봐야 할 거 같아. 엄마도 갈 게."
이름없음 2019/09/21 23:40:33 ID : bikmqY8nWrz
"우리 벌써 5년전에 끝났어 엄마. 난 아빠가 어떻게 되든 간에 내 인생 살거고, 엄마도 정신 좀 차려." 나는 거칠게 전화를 끊고, 침대 위에 폰을 던졌다. 그 작자들이 망친 내 인생을 생각하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에 화를 참기 힘들었다. 세상은 결코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름없음 2019/09/22 00:26:59 ID : 82q6i8nXs3D
컵을 들어 오렌지주스를 입에 들이부었다. 달고 시고 차가운 것이 입 안을 적시고 목구멍으로 흘러내려갔다. 입안에 텁텁하게 남는 단내가 썩 깔끔하지 않다. 끝났으나 끝나지 않았다. 내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이 불쾌감은 내게 남아있을 것이다. 나를 낳은 인간들도 조금은 비슷했다. 위급하다니, 잘됐네. 마치 골 빈 말실수처럼 무심코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조소로 입이 비틀렸고 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만. 그만하자. 이렇게 있다가는 계속해서 축축하고 우울한 채일 것이다. 생각하지 말자. 기억하지 말자.
이름없음 2019/09/22 04:59:46 ID : Mo46lA2KY4K
➖ 삭제된 레스입니다
이름없음 2019/09/22 06:06:56 ID : 4LcLe2JQrbz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언제쯤이면 이런 감정들에게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걸까. 헛소리를 내뱉어도, 크게 숨을 내쉬어도 한 번 저조해진 기분은 쉽사리 나아지지가 않았다. 나는 서랍을 거칠게 뒤져 구식 mp3플레이어를 찾아 침대 위에 던졌다. 그리고 나도 뒤따라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침대 위의 아이리버 분홍색 mp3플레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mp3라니. 7-8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많이들 들고다녔었는데. 나는 오른팔을 뻗어 mp3플레이어를 손에 쥐고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평소엔 까맣게 잊어버린채 생활하지만 이렇게 우울해질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이 구식 mp3였다.
이름없음 2019/09/22 09:22:31 ID : 7AmMnVfgi2t
이젠 충전에 7시간이 걸리고 한시간밖에 작동되지 않는 구식이라지만 나는 이것을 계속 간직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연민일까, 자기투영일까. 나는 mp3를 쥔 채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갔다.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메운 내 취향의 노래들. 거리에서 멜론차트에 나온 노래들을 듣노라면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 곳은 온전한 나만의 공간, 이것은 온전한 나만의 물건. 나는 랜덤듣기로 설정하고 이어폰을 착용한 채 음악에 집중했다.
이름없음 2019/09/22 19:10:36 ID : dXBAqpbu5Wk
잔잔하게 울리면서도 귓구멍 안쪽까지 깊게 파고드는 피아노 선율. 나는 그 선율에 녹아 스며들기라도 하는 듯이 눈을 천천히 감았다. 눈앞을 드리운 암흑이며, 모든 잡음을 차단시킨 유려한 적막이며, 모든 것은 내가 홀로 외딴 섬에 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 느낌이 좋았다. 모든 우울과 압박 속에서 벗어난 기분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모든 감정들에게서 배제될 수 있는 시간. 나는 이미 외울대로 외운 선율을 흥얼거림으로 따랐다.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는 기분이다. 이 기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나는 음악에 맞춰 살짝살짝 움직이던 다리를 멈춰야 했다. 노래가 갑작스럽게 다음 곡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것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내 mp3에 있을 리가 없는 곡으로.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순간 근원지가 어딘지 모를 미풍이 내 앞머리를 날렸고,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다. "맙소사...." 이건 꿈일까. 그래, 꿈일 거다. 그렇지 않은 이상, 내 방. 내 침대에 누워있던 내가 이런 곳에 와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은, 동화나 소설 속에서나 볼 것 같은, 영롱히 아름다운 풀숲이었다.
이름없음 2019/09/22 21:14:21 ID : 5e7Ai1bg0le
불어오는 바람이나 살겿으로 스쳐지는 기분이 뭔가 익숙하다. 익숙하면서 생소한? 일단 걸어볼까란 생각으로 발을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걷고 걸으니 이곳은 정말 어딜까라는 생각보다 내가 이곳에 오게 돼있었단 기분이 든다. 시원하고 풋풋한 풀 내음을 마시며 그렇게 걷던 중, 저 멀리 어떤 무장을 한 사람이 걸어온다.
이름없음 2019/09/22 21:25:55 ID : 4LcLe2JQrbz
위험할까? 나는 몸을 숨기기 위해 조심조심 뒷걸음질 쳤다. 이상하게도 무섭다거나 긴장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여전히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들뜨고, 몽롱하고, 기분좋은...... 거기까지 생각하고서야 나는 내 귓가에 울려퍼지는 선율을 자각했다. 눈 앞의 풍경이 놀라워서 mp3를 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몸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이어폰을 빼야 할텐데, 그것만은 어쩐지 내키지가 않아서 나는 고민 끝에 이어폰의 한 쪽만 뽑아 늘어트리고 마침 눈에 들어온 커다란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나는 바로 들켰다. 당연한거였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던 평범한 여자애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는데 상대가 나를 목격하지 못하였을 리가 있겠는가. 그것은 아무말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바위 뒤에 숨어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름없음 2019/09/22 21:46:31 ID : 0mrbDumsp82
"못 보던 얼굴인데, 거기 너 일어나봐." 놀랍게도, 그 자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정확히는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성이었다. 똑바른 발음과 맑은 발성으로 미루어보아 그래, 전문 성우 혹은 그에 준하는 어느 정도 녹음 경력이 있는 사람의 음성이었다. 나는 황급히 mp3의 화면을 확인하였다. -case 1, beginning of the adventure
이름없음 2019/09/25 04:17:48 ID : 4LcLe2JQrbz
여기 글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더이상 안 이어지네.. 이렇게 끝나는건가
이름없음 2019/09/25 10:27:36 ID : jbctBzatAjj
비기닝? 어드벤쳐? 이런 노래는 내 플레이리스트에 존재하지도 않았거니와, 애초에 노래 제목을 이렇게 유치하게 짓는 것은 이세계 모험물 애니삽입곡이 전부일 것이다. 내가 생각을 파고들 생각조차 주기 싫은듯 무장한 사람은 거칠게 나를 일으켰다. "소속과 거주지를 말해, 나도 복잡해지는건 싫다."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요." 나는 한껏 대들려고 했으나, 연고도 없는 이 곳에서 무슨 변을 당할지 몰라 결국 꼬리를 내렸다. 제기랄, 나는 뭐라뭐라하는 그에게 붙잡혀 마을로 이끌려갔다. 시끌벅적한 시장, 뛰어다니는 아이들, 거기에 소리치는 상인들까지, 그야말로 전형적인 모험물의 서막. mp3조차 꺼낼 수 없는 자세가 되어 나는 한쪽 귀로 들리는 음성에 온 신경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이름없음 2019/09/25 22:07:56 ID : QtwHDvCnXs5
온 신경을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에 집중했다. 남자에 의해 계속 끌려가고 있었지만 그건 내 신경을 돌리기에는 부족했다. 그나마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집중하는 것이 아니던가. " 내 말은 듣고 있는 건가? " " 아, 네... " 뭐라 대답할 힘도 없었다. 그저 빨리 이 몽롱한 기분이 사라지며 눈을 감고 뜨면 익숙한 내 방이 보이길 바랬다.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듯 스쳐지나가는 바람과 향긋한 풀내음,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가 그저 착각이라고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름없음 2019/09/28 04:42:56 ID : o6qrAi065bx
남자는 나를 데리고 여성옷을 파는곳으로 데려갔다. 왜 이것으로 나를 데려왔지 라고 생각하던것도 잠시, 행색이 내 앞에 있는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르다는것을 그간 인지하지 못한채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게 부담이 된다라고 느꼈던 내가 부끄러워 얼굴을 화악 붉혔다. "얼굴이 농익은 사과처럼 붉은걸 보니 진홍색의 옷이 잘 어울리겠네" 더욱이 얼굴이 붉어진 나는 허리께까지 오는 긴 머리를 머리끈으로 묶고는 연신 손부채질을 하였다. 그동안 남자는 누가 봐도 비싸보이는 모란과 난초가 금실로 수놓아진 붉은색 비단으로 만든 옷을 나한테 가지고 와선 입으라고 내밀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입을만한 옷이 아니었다. 옷을 받아든 순간, 무장을 한 사람들이 나와 남자 앞에 나타났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내 손목을 잡고 뛰었다. 시장의 출구가 보였을까, 나를 끌고가며 생긴 사람들과의 마찰로 MP3는 내 귀에서 빠졌고, 그 상태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꿈...인건가?"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방을 휘 둘러보았다. 손 안에는 떨어진MP3가 마른모래로 버무려진 채 쥐어져있었고, 붉은 옷은 내 팔에 걸려있었다. 붉은 옷에서는 그때의 공기냄새와 그 남자에게서 나던 향이 섞여서 났고, MP3는 원래대로 돌아가있었다.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은 꿈이었다. 망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고,현실이러고 하기에는 지나친 망상이었다. 찝찝한 기분을 떨치려 옷을 버리려 했지만 어찌보면 공짜로 얻은 옷이라는 기분에 묘한 느낌이 들어 옷을 입어보았다. 거울 앞에 서자 중국식도,한국식도,일본식도 아닌 그저 동양풍의 긴 옷에 이런건 어디서도 입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허리께에서 난 짤랑거리는 소리에 옷을 돌려 보니 화려하게 생긴 핀이 꽂혀있었다. 보석과 금으로 만들어진것같은 형용할 수 없는 화려한 핀에 눈이 팔려있던것도 잠시,핀을 꽂으려 시선을 위로 올렸다가 5시 30분밖에 되지 않은 시계를 보고는 놀라 뒷걸음질을 쳤고,발까지 오던 긴 옷에 뒷꿈치가 걸려 미끄러졌다. 그 때,내 몸이 공중으로 뜬 그 때, MP3에서 진동이 울리며 음성이 흘러나왔다. - case 2, Be a princess
이름없음 2019/09/28 18:23:03 ID : Ve7z9dxxzXt
차마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을 자신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꿈속으로, 내가 어떻게 다시 돌아가라고. 나는 냉장고에 남은 쥬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성이 좀 돌아오자, 나는 이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 노트를 꺼내들었다. 일단 저 이어폰은 나를 꿈(아닐지도 모르지만)으로 연결하는 하나의 장치이며, 그 곳은 서양도 동양도 아닌 제 3의 세계. 언어도 문화도 다른 곳에서 만난 남성은 내게 경계적이었지만 그 곳에 걸맞는 옷을 주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끄적이다보니, 머릿속에 흐릿한 무언가가 떠올랐다. 진홍색, 수놓은 비단, 이국적인, 허리춤의 장식...나는 급하게 데스크탑을 켜 작업물파일을 클릭했다. 어차피 꿈인데하는 마음과, 꿈이니까 가능성이 있어하는 마음이 서로 엇갈려 혼란을 자아내었다. "와하하...젠장,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몇 년전 표지 외주를 받았던 웹소설. 그리 유명하진 않았다만 팬층이 있어 꾸준히 내게 일거리를 주었으나 얼마전 작가가 일방적으로 소식이 끊겨 위약금을 받고 흐지부지 끝났던건데. 내 그림체는 실사체가 아니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 옷은 분명 작가가 1권 표지에 여주인공이 입은 복식과 똑같았다. 헛웃음이 나왔다. 어이없는듯 뒷머리를 쓸어내리니, 다시 짧아진 머리에서 머리끈이 툭 떨어졌다. "그래서 작가양반은 나한테 원하는게 뭔데?"
이름없음 2019/09/29 11:31:25 ID : 5e7Ai1bg0le
일단 진정되면서도 콩콩대는 심장을 씻기기 위해 샤워를 한다. 그래, 한 번 더 들어가 보자. 이게 정말 허상이고 착각이라면 아무것도 아닌 거고. 샤워를 끝낸 후 다시 침대에 누워 mp3를 귀에 꽂았다.
이름없음 2019/09/29 15:23:35 ID : o6qrAi065bx
아 진짜 이 스레 넘 재미있오... ㅠㅠ 한 사람이 레스 두개 작성해두 되는건가...?
이름없음 2019/09/30 12:28:12 ID : q59jurapXzf
곧 낯익은 세계가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에 다시 오지 않아도 될 듯 하였지만, 현재 나는 너무 지쳤다. 일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일상의 도피가. 어느 곳이든 현재의 처지보다는 나을 것이다. 라는 내 안일한 생각이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름없음 2019/10/02 00:38:19 ID : 5e7Ai1bg0le
분명 마지막 기억으론 그 남자의 손을 잡고 시장의 출구를 빠져나온 거였는데 웬 수수한 듯 신경 쓴 거 같은 평민 집에 누워있다. 침대는 적색 이불과 흰색 이불로 돼있으며 침대 밑으로 발을 놓자 부엌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이 정도면 되려나"
이름없음 2019/10/02 01:38:07 ID : fXy3Qq3Wrza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다가왔다. "깨어나셨습니까?" 그는 전에 본 적 있는 남자였다. 그는 전과 다르게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 기억났다. 예전에 연재했던 웹소설에서 여주는 왕국이 전쟁에서 패전하고 왕이 몰래 숨긴 공주이고, 그녀의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왕국 기사단에서 은퇴하고 외곽도시인 여기의 경비대장을 맡고 있는 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자신(여주)이 숨겨진 공주라는 걸 알았다는 것을.‥ 소설대로라면 자신(여주)을 만났을 때 공주라고 그가 의심을 하다가 자신이 잠들었을 때 공주임을 확인했을 것이다. 아직 본성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이곳은 적군의 습격을 받지 않았지만 정확히 20일이 지날 때 이곳을 습격을 할 것이다
이름없음 2019/10/02 02:27:41 ID : 5e7Ai1bg0le
상황이 탁탁 맞아떨어지자 왠지 모를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남자는 자신이 끓인 호박죽과 약간의 잔반을 얹은 쟁반을 옆에 둔 후 정중한 듯 간단하게 인사를 한다. "전 이곳의 경비대장을 맡고 있는 '시한'입니다. 반듯한 자세로 인사를 마친 후 속이 허전하거나 힘이 나지 않으시면 식사를 해보라 권유한 뒤 쟁반을 내민다. "호박죽" 이곳에서 먹는 첫 음식. 붉은색 비단의 소매를 한 겹 접어올리고 한 입 한 입 불어먹는다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한 그릇을 가뿐히 비운 후 쟁반을 들고 부엌으로 가려는 걸 막은 시한이 쟁반을 부엌에 두고 온 후 나에게 말을 건다. "양나라에서 공주님을 찾는다고 합니다." 시한의 목소리는 차분한 듯 경직되어 보인다
이름없음 2019/10/03 02:10:11 ID : mLeY8rBzala
우울한 분위기에서 판타지로 전환시키듯이 스토리 이었던 사람으로서... 넘 잘 써줘서 뿌듯하고.. 계속계속 사람들 와서 이어줫으면 좋겠다!!! 으악 다들 사랑해...,
이름없음 2019/10/03 14:34:28 ID : HxyK6mFcoII
"됐어, 우리 왕국으로 돌아가면 난 노예가 될테고 승전국으로 가도 난 그 나라의 꼭두각시가 될테지." 꼭 현실의 나처럼, 나는 세 단어를 삼키기라도 하듯 혀를 잘근잘근 씹었다. 흔히들 말하는 이혼가정, 미쳐버린 엄마랑 술병에 놀아난 새아빠. 친아빠라는 작자는 틈나면 내 돈을 뜯어갈 작정이나 했다. 결국 내가 택한것은 독립이었고 나름대로 부족하지만 힘들진 않은 생활을 이어온 것이다. 애초에 이 웹소설의 삽화를 맡게 된 계기도 여주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비쳐보았기 때문이다.
이름없음 2019/10/03 21:32:24 ID : 5e7Ai1bg0le
"여행을 떠나야겠군요" 시한은 가벼운 듯 착잡한 대답을 건넨 뒤 구석에 있던 가방을 뒤져 한마디를 더한다 "활, 단검. 무얼 원하십니까?" "활?" 그러고 보니 그렸던 삽화 중 여주인공이 활을 든 샷을 두 개나 그렸었다 "나 싸우는 거야?" 시한은 가방에서 활을 꺼낸 뒤 공주에게 건넨다 "물론이죠. 마냥 제 호위 속에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궁내에 계셨을 때 활 몇 번은 쏴보셨을 테고" 난 잡아본 적도 없는 활을 쓰다듬으며 시한에게 묻는다 ".. 사람을 죽여봤어?" 순간 내 예상과 다르게 튀어나온 한마디에 스스로 당황했다 "? 물론입니다"
이름없음 2019/10/05 03:29:35 ID : g0nDvyHDy3P
무미건조한 시한의 목소리가 날 한층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음. 신기하다" "신기하실지도...예?" 의문형의 대답에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공주가 사람을 죽인적이 있었던가? 삽화를 그린 기억은 없었지만...아. 생각났다. 왕이 공주를 숨긴 후, 자신을 쫒는 무리들을 수도 없이 해치웠었다. "왜? 내가 사람을 죽여봤을 것 같아?" 생글 웃으며 말을 던지자, 난처한듯 보이는 시한의 붉은 머리칼이 흔들렸다.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니었..." "됐어. 사실이니까?" 순간 보였던 시한의 굳은 표정을 외면했다. "음, 활을 한번 쏴봐도 될까?" "당연하죠. 쏘는 법은 아십니까?" "응." 사실 모르지만, 공주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다행히도 몸은 생각대로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고, 당기던 활을 놓았다. 펑. "....어?" 엄청난 굉음을 내며, 화살이 나무를 뚫고 지나갔다.
이름없음 2019/10/05 17:04:03 ID : 5e7Ai1bg0le
",, 오" 시한은 예상한 듯 예상하지 못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역시 신수의 딸인 건가" "?" "아 아닙니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댄 시한이 가방에서 단검을 꺼낸다 "장거리도 좋지만 단거리도 익혀 놓으시면 좋습니다" 단검의 손잡이 끝부분엔 인연의 緣이 새겨져있다 "저처럼 검을 잡고 한번 내리찍어 보십시오" 두꺼워 보이는 나무판자에 힘을 실어 내리찍는다 종이가 잘리듯 갈라져버린 판자 "가볍고, 효과가 좋네" "공주님 같은 힘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검입니다." 이때 반경 30m 내로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이 도적단!!" 순식간에 우리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상한 청년,인데 눈 색이 특이하다 금빛과 밤하늘은 담은듯한 눈동자. 시한은 경계를 하며 내 앞을 가로막는다 "누구냐, 양나라의 사람이냐?" 청년은 귓가를 긁더니 장난스러운 어투로 "양? 메에에 양 말이냐? 모르겠고, 너희가 그 이것저것 훔쳐 간다는 도적단이야?" 화가 난 듯 흥미롭단 표정으로 나의 위아랠 훑어보는 청년.
이름없음 2019/11/08 23:23:47 ID : o6qrAi065bx
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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