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완벽한 만월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다. 부드럽게 팔을 훑는 바람을 맞으며 말끔한 정신을 느낀다. 이틀을 앓고 나니 몸에는 다시 차분함이 감돌았다. 몽롱한 와중 그의 꿈을 꾸었던것도 같다. 책임감이 강한 그는 주어진 일을 완수해 내느라 피곤할테고 독방에 갇혀 정없고 딱딱한 글자들과 씨름하는 나는 외로움을 그로 치유하고 싶어지겠지. 반대 속성의 각기 다른 소모를 경험하는 우리들은 점차 지칠지도 모른다. 또 그것이 익숙함으로 다가오는 순간은 이해와 적응이 될지, 관계의 소모라는 또 다른 소모, 혹은 이별이 될지 모른다.
그가 경험하는 것들과 우리가 경험하는 것에 대해 알고싶어 인터넷을 뒤지면 나오는 이야기들은 꽤나 많다. 하나 위안을 주는 것은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에계 이 중간 단계는 적응과 책임이 드는 시간으로 점차 상황이 익숙해져 가지만, 아직 남은 시간에 절망을 느낀다. 그러면서 그녀들에겐 소홀해져 간다. 그녀들도 예전같지 않다. 외롭고 이 특수한 상황에 원망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또 절망하고. 이런 과정들은 분명히 소모적이고 지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이 특수한 상황에선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의심과 오해로 번지기 전에, 상대방의 상황을 기억해야한다. 훨씬 이해하기 수월할 것이다. 비교를 하더라도 비교군은 일반적 상황이 아닌 특수한 상황에서 비교를 하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그런 의미로 그는 이 상황 속에서도 꽤 훌륭한 남자친구다. 힘든 날임에도 불구하고 짧게라도 연락을 남기고, 한달에 한번 꼭 나에게 쉬는 그날을 투자한다. 심지어 돈까지. 그가 내 상황을 이해한다면 나도 기꺼이 그래야 한다. 물론 아쉽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