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수학을 잘하고 낮은 목소리에 서글서글하고 활달해서 누구와도 잘 지내는 애였어. 한가지 좀 다른점이 있다면 항상 휠체어를 탔던거. 그리고 난 그림 잘 그리고 좀 조용했던 성격이었어.
어느날 내가 그림 끼적이는거 보고 걔가 호들갑 떨면서 엄청 멋있다고 해줬어. 미술시간에도 좀 잘하니까 내 옆에 딱 붙어서 어떻게 이렇게 잘그려? 이럼서 자기는 웹툰 작가가 꿈인데 그림을 못그려서 포기했다구 그랬어.
내가 걜 좋아하게 된건 운동회 때야. 페이스 페인팅 물감이 있었는데 그걸로 점심시간에 친구랑 장난치고 있었어. 근데 걔가 와서 자기도 그려달래 귀여운걸로. 그래서 노란색 병아리를 그려줬었어. 즐거워하는게 얼굴에 드러나서 귀여웠다ㅎㅎ 딴 애들도 잘했다고 우르르 몰려오길래 다 그려줬지. 점심시간이 끝나고 마지막 애가 끝날때까지 걘 옆에 있었어. 그리고는 겨우 끝났네! 둘만 있고 싶었는데 너 너무 인기 많아ㅋㅋ 이랬어
이름없음2019/10/10 21:49:31ID : 0mmmmnClCqn
그냥 조금 간지러운 기분이 들어서 어색하길래 차라리 그려주면 돌 어색할까 싶어서 하나 더 그려주겠다 했지. 근데 덜 어색하긴 개뿔 너무 가깝고 살이 맞닫는거 자체가 너무 떨렸어. 그러면서 낮은 음성으로 말하니까 얼굴 시뻘게 져서 결국 망쳤다ㅋㅋ 그래서 어떡하지 망쳐버렸네 하니까 걘 괜찮아 나 연습종이하지 뭐 이러고 활짝 웃길래 이렇게 착한 애가 다있을까 하고 반했어
그 뒤로 걘 나 혼자있을 때 마다 찾아와서는 계속 말을 걸더라고 나 원래 친구들이랑 연락 잘 안하는데 걔랑은 꾸준히 하게됐어
걔가 몸이 안좋아서 막 놀러기가나 그러진 못했는데 학교에서만 보고 얘기 나눠도 좋더라. 걔도 싫지 않은 눈치였어
이름없음2019/10/10 21:56:28ID : 0mmmmnClCqn
근데 어느날 부터 선을 긋는거야 연락해도 단답이고 학교서 마주쳐도 무시하는 기분들고. 그래서 진지하게 물어봤지 나 너한테 잘못한거 있느냐, 나 너 진짜 좋아하는데 이러니까 서운하다 이런식으로. 그러니까 장문의 카톡이 날라오더라 요는 나랑 놀러기고 하고싶은건 너무 많은데 그러질 못하니까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이쯤에서 그만하는게 맞는거 같대.. 그거 보니까 마음이 아프더라 바로 전화했는데 받지를 않더라
그리고 며칠동안 학교를 안나오더니 결국 선생님한테서 치료하러 학교 그만뒀다는 소식을 들었어
이름없음2019/10/10 21:58:27ID : 0mmmmnClCqn
진짜ㅋㅋ너무 슬펐어 카톡도 탈퇴하고 전화번호 바꾸고... 너무 허무하고 아픈데 그만큼 예쁜기억은 없을거야 진짜 보고싶다 근데 진짜 쓰고나니까 개허무하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