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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s7arbu1cn 2019/10/19 00:59:46 ID : MnWrtdxzRBa
내가 짝사랑하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하지만 결국 네게 직접 하지는 못할 말이 생길 때마다 넋두리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판다. 평생 단 한 번도 연하에게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내가 너에게 이렇게까지 진심이 될 줄은 나도 몰랐고, 너도 당연히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불가항력이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너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너라는 사람의 몇 퍼센트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녀석이니까. 그리고 여러분, 내 가슴앓이를 들어 주기를 바란다. 본문에서 말하는 너, 에게 전하지 못할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나마 전해졌으면 좋겠다. 내 넋두리를 들어주기를 바란다. 내게 한두 마디라도 건네 주기를 바란다. 왜냐면 내 좁은 인간관계의 풀은 대부분 여기서 말하는 너,의 것과 겹쳐 있으니, 그렇기에 마음 놓고 속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으니. 분위기 잡는다고 다소 꼬아서 얘기하기는 했지만 결국 까놓고 말해서 여기다가 짝사랑앓이 좀 하겠으니 여러분이라도 나 상담 좀 해달라는 얘기다. 조언도 난입도 환영한다.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그저 롬곡....
이름없음 2019/10/19 01:00:27 ID : 9s01bfRDvCm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10/19 01:06:51 ID : MnWrtdxzRBa
대숲마냥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했는데 계속 그러려니까 답답해서 스레 못쓰겠다. 내가 그렇지 뭐 껄껄껄 거두절미하고 내 얘기부터 간단하게 해보자면, 21살 대학생 여자다. 슬프게도 재수를 한 입장이라 21살인데 1학년으로 다니고 있다. 더 슬픈 건 동기들보다 한 살 더 먹어놓고도 학점은...읍...읍읍....! 뭐 하여튼 나는 그렇고, 내가 짝사랑하는 너, 는 음 같은 과 동기다. 그것도 이쪽은 스무 살 현역. 다시 말해 연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부터 ㅈ망스멜이 스멀스멀 풍기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밀려오는 현타는 최대한 눌러보든지 하겠다. 그래도 썰은 풀어야 될 거 아님...
이름없음 2019/10/19 01:17:28 ID : MnWrtdxzRBa
이미 분위기 다 깨져버렸는데 계속 갬-성적인 척 너, 너 하기도 그렇고 편의상 앞으로 녀석은 FD로 부르기로 하겠다. 뭐의 약자인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알려주겠다. 이게 뭐라고 비싼 척 숨기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킹치만 정말 만분의 일일 확률일지라도 아니 사실 그것보다 덜 될 것 같기도 하지만 하여튼 어찌저찌 이 글이 흘러가서 걔 내지 걔를 아는 사람 눈에 들게 되면 나의 학교생활은 그대로 펑 터지게 될 것이고 곧바로 휴학을 해야 할 거고 과에 소문이 다 날지도 모르고 홀리쉿몰리쉿 dude...! 대충 그런 이유로 특정될 만한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겠다 이말이다. 이쯤 되면 알겠지만 나는 진짜 개개개개ㅐㅐ객ㄱ개ㅐㅐ 소심이다. 아니다 써놓고 보니 좀 그렇네 신중한 걸로 정정하겠다.
이름없음 2019/10/19 01:23:40 ID : MnWrtdxzRBa
FD. 이놈을 알게 된 건 1학기 초 일이다. 애초에 과 동기인데다가 심지어 소수과인 만큼 서로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일이 라ㅏㅏ고 할 수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내추럴 본 아싸다. 게다가 우리 학번만 특히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쯤만 해도 여자 동기들이랑 남자 동기들끼리 엄청 따로따로 놀던 시기라 내 입장에서는 대충 말만 섞어본 남자 동기들도 한 손에 꼽았다.
이름없음 2019/10/19 01:40:39 ID : MnWrtdxzRBa
수강신청 이후 단톡에 시간표 공유가 있었다. 겹강을 찾고자 하는 노오력들이었다. 나도 시류에 편승하여 그 노오력에 동참했던 걸로 기억한다. 대충 시간표 올려놓고 겹강 찾아요, 그랬나. 하여튼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도 없었는데, 첫 교양을 들은 이후 누군지 모를 사람으로부터 갠톡이 왔다. 뵌 것 같은데 서로 인사를 안 했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유감. 난 그때 FD를 몰랐다. 지금이니까 FD가 그때 그랬네, 하는 거지 그때는 동기들 얼굴 자체를 거의 몰랐으니 다소 놀라웠다. 알아보기는 대체 어떻게 알아본 거야, 프사도 없었는데(그땐 나나 FD나 둘 다 프사가 없었다). 게다가 난 갠톡에 익숙한 편이 아니었다. 중학생 때는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친구가 없었고 고등학생 때는 친구는 있었지만 카톡할 스마트폰이 없었다. 3년만에 스마트폰이 생겼을 때는 졸업 직전이었기에, 이제 와서 번호를 따고 다니기에도 머쓱한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에게 선톡하는 습관도 없었고, 받는 데도 익숙하지 않았다. 더구나 화룡점정. FD의 프로필명은 본명이 아니었다. 커여운 축생의 이름이었다. 이번에도 특정될 것을 대비할 겸 어떤 축생인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하여튼 지금이야 그걸 커엽게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 해도, 그땐 솔직히...어느 동네 혼모노일까 싶었다. FD 프로필명은 사실 아직도 그 축생이다. 대신 지금은 프사가 올라와 있다. 오랫동안 프사가 없었던 녀석인데 그 사진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솔직히 내가 봐도 인생샷이다.
이름없음 2019/10/19 01:57:49 ID : MnWrtdxzRBa
두 번째 겹강에서 FD를 마주쳤다. 짧은 갠톡에서 내가 물어본 녀석의 본명을 교수님이 호명하시면서 알게 됐다. 첫인상이라기도 뭐하네. 그냥 생각했던 것보다 멀쩡하게 생겨서 속으로 혼자 놀랐던 기억밖에 안 난다. 혼모노라는 억측에 가려져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나한테 인사하자고 선톡을 건 것부터 알 수 있듯이, FD는 그냥 붙임성 좋고 성격 둥글둥글한 인싸였다. 누가 본인한테 다가오면 내장이 뒤틀릴 만큼 성격이 꼬였거나 인성이 터진 게 아닌 이상, 어느 누구라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녀석이었던 거다.
이름없음 2019/10/19 02:04:53 ID : HwtwGq6o6ko
앜 이런말하면 좀 그럴지 몰라도 스레주 너무 귀엽다ㅠㅜㅠㅜ 그냥 다 잘 되몬 좋겠어ㅜㅜㅠㅜㅠ 으아ㅏㅏㅏ
이름없음 2019/10/19 02:06:04 ID : MnWrtdxzRBa
겹강도 여러 개였고 FD의 성격도 성격인 만큼, 나랑 FD는 무난하게 친하게 지냈다....엄밀히 말하자면 그렇게까지 친하다기보다는 그냥 말 그대로 무난한 사이였다. 적당히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고, 가벼운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정도. 사실 과거형으로 쓰기도 다소 뭐하다. 지금도 그 정도 사이니까. 1학기 내내 딱 그 정도로 보냈다. 더 가까워지는 일도 없었고, 멀어지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좋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녀석은 나한테 편하고 좋은 동기였지, 그 이상의 관심은 없었으니까.
이름없음 2019/10/19 02:11:19 ID : HwtwGq6o6ko
그냥 혼자 두근거리면서 보고 있는데 다음이 계속 궁금해.. 나 이런 경험 좋아하거든..
이름없음 2019/10/19 02:18:35 ID : MnWrtdxzRBa
처음 FD를 다시 보게 된 것은 1학기 전공 기말 발표 때였다. 이성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뜻이 아니다. FD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피상적으로나마 알았다는 의미일 뿐이다. 일반적인 1학년 1학기 수준의 발표가 아니었다. 발표 대상, 자료, ppt, 녀석의 발표 내용에 태도까지 완벽했다. 바람은 또 어찌나 잘 잡는지 기막힐 정도였다. 나는 그때쯤 컴퓨터가 망가진 나머지 조진 발표라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객관적으로 봐도 FD의 발표는 흠잡을 데 없었다. 그리고 교양. 솔직히 1학기 내내 성실과 담쌓고 산 나다. 요령으로 먹고살다가 교양 시험날 밑천이 드러났다. 망한 시험지를 제출하고 박살난 멘탈을 어찌어찌 봉합하는 판에 녀석은 가볍게 어그로를 끌었다. 사실 녀석 입장에서야 딱히 어그로도 아니고, 그냥 자기가 느낀 대로 솔직하게 말한 거겠지만(그리고 객관적인 시각에서도 녀석의 말이 맞긴 했다). 그동안 봤던 테스트에서 문제가 똑같이 나왔으니 쉬운 시험이었다는 거였다. 딱히 허세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때 녀석에게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난 망했다고오-같은 진상이나 안 부렸던 거면 좋겠다.
이름없음 2019/10/19 02:24:40 ID : MnWrtdxzRBa
봐줘서 고마우이! 난 이제 자야 할 것 같고 내일 이어서 풀어볼게.
이름없음 2019/10/19 19:19:24 ID : HwtwGq6o6ko
흐헝...스레주 많이 바쁜가 보네....시간 나면 올려주라... 아침에 두근두근하면서 봤거든..
이름없음 2019/10/19 19:30:59 ID : eNtg40mpPa3
FD설마 뻔대..?
이름없음 2019/10/20 17:06:16 ID : HDAry1BbwqY
허허허 미안해 ㅠㅠ 어제 노트북+핸드폰 충전기가 둘 다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고 하루종일 시험공부만 했다(사실 지금도 공부해야 하는데 썰풀러 들어온 건 안비밀ㅎ).... 아냐아냐! 전혀 다른 뜻이야 ㅎㅎ 애초에 FD는 뻔대가 아닌걸! 방학 내내 FD를 마주치는 일은 전혀 없었다. 나는 학교 근처에 살기는 했지만 방학 내내 거의 칩거생활을 했고, FD는 학교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서 통학을 했으니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솔직히 별로 유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FD에게 이성적인 관심은 전혀 없었으니까. 마주쳤으면 잠깐 반갑고, 아니면 말았겠지.
◆89s7arbu1cn 2019/10/20 17:12:20 ID : HDAry1BbwqY
FD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된 처음 순간은 개강 직후였다. 개강총회가 있던 날,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의 안 그리고 밖. 나는 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고 녀석은 바깥에 있었다. 스치는 것처럼 잠깐 눈이 마주쳤다. 동기들 중에 그나마 친한 축에 드는 몇 안 되는 남자애를 발견했으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인사하기에는 너무 짧은 순간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고 녀석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89s7arbu1cn 2019/10/21 00:31:41 ID : o6qi5VbA2K1
하루 종일 시험공부하고 돌아왔어. FD랑. 당연히 FD랑만 한 건 아니고 다른 동기들이랑 섞여서 했지만, 어쨌든 FD를 오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 그 날 이후 꽤 오랜 시간 FD를 만나지 못했다. 여러 강의를 같이 들었던 1학기 때와 다르게 이번 학기에는 FD와, 강의는 고사하고 동선조차 단 하나도 겹치는 게 없었다. 그러려니 했었다. 방학 때와 하등 다를 것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녀석이 의식되기 시작한 어느 시점까지는. 정확히 언제인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다가 일이 그렇게 됐었는지도 솔직한 심경으로는 전혀 모르겠다. FD가 안경 벗은 모습을 오랜만에 봤을 때, 그게 난데없이 잘생겨 보였던 걸까. 어떤 동기의 입에서, 녀석이 과탑이란 말이 나왔을 때, 예상은 했었지만 정말로 그렇구나. 그리고 그게 좀 아니 사실 되게 멋있다, 고 생각한 게 화근이었을까. 모르겠다. 그전까지만 해도 FD는 정말 편한 동기였고, 그래서 같이 있으면 나름대로 즐겁다고 말할 수 있었고, 그러니까 인간적인 호감은 분명했었지만... 어떻게 그게 이성으로 그렇게, 나도 모르게.
◆89s7arbu1cn 2019/10/21 01:01:03 ID : o6qi5VbA2K1
내가 FD를 만나는 방법은 한 가지였다. 우리 과 사람들만 쓸 수 있는 실험실로 가는 것. 한 공간에서 수업도 하고 과제도 하고, 그러기 위해 있는 공간이다. 수업이 있는 시간에 거길 가면 앞에서는 교수님이 동기 몇몇을 모아 두고 강의를 하고, 뒤편에서는 공강인 동기들이 과제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곤 했다. 강의에 방해 안 될 정도로 문만 살살 닫고 다닌다면 강의시간이 아닌 사람들은 출입도 자유롭다. 실험실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해져 있었다. 지박령도 있었고 짐만 놓고 왔다 가는 사람도 있었으며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도 있었는가 하면 강의 들을 때를 제외하면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사람 역시 있었다. 내가 1학기 내내 3번에서 1번을 왔다갔다했다면 녀석은 3번에 가까웠다. 2학기 개강 이후로는 좀 성실해져 보고자 하는 일념 하에 지박령이 되어보기로 한 나와 달리, FD는 2학기 초까지는 계속 3번 유형을 고수했다. 통학생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실험실에 가면 FD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다.
◆89s7arbu1cn 2019/10/21 01:13:04 ID : o6qi5VbA2K1
윗 레스에서 지박령 운운했다시피 나는 실험실에 자주 갔지만, 마찬가지로 언급했다시피 FD를 보러 간 것은 아니었다. 지금이라면 또 얘기가 다르다고 해도. 어쨌든 그때는 순전히 과제를 할 생각으로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든 거였고, FD는...있으면 있는 거였고, 아니면 말고.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는 있으면 좋겠다,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 갔고. 말하자면 좋다, 고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다소 애매하지만... 분명 한편으로는 간질간질한 구석이 있었던 , 그런 감정.
◆89s7arbu1cn 2019/10/21 01:30:23 ID : o6qi5VbA2K1
학기 초까지 FD는 실험실에 드문드문 오는 편이었다고 내가 얘기했었지? 그런데 결국은 상황이, FD가 계속 그러도록 내버려두지를 않더라. 어느 정도는 본인이 자초했다고 해도. 전공에서 진행된 프로젝트가 있었다. FD가 선택한 주제는 규모도 크고, 이런저런 디테일이 많았으며, 정리하기도 힘들었다. FD 입장에서도 오로지 완성본의 퀄리티 하나만 보고 선정한 주제였다고 하니 결국은 고생을 사서 한 셈이다. 물론 녀석은 그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완성했고 학점 역시 그에 상응하게 받을 예정이지만. 프로젝트 기간 동안에는 유형을 막론하고 모든 동기들이 실험실에 얼굴을 비쳤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역시 FD만큼 자주 그리고 오래 있었던 동기는 없었다, 고 생각한다. 그 기간 동안 FD는 어엿한 실험실 지박령이었던 거다. 나야 뭐 FD가 지박령이 되기 전부터 녀석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으니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89s7arbu1cn 2019/10/21 01:44:11 ID : o6qi5VbA2K1
애매한 감정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안 보면 보고 싶고, 보고 있으면 좋고, 그렇지만 그래서 얘랑 사귀고 싶어?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면, 글쎄...하는 대답이 나오는. 정작 FD는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네, 따위의 말이 나와도 할 말 없는 짓이긴 하지만 아무튼 내 감정이 그랬다는 거고. 프로젝트 기간 내내 FD는 실험실 지박령이었다. 그리고 그게 화근이었다. 그날도 FD는 실험실 문이 닫힐 때까지 남아 있었다. 항상 그랬듯이 나 또한 같은 시각까지 남아 있었고, 이외에도 프로젝트를 위해 지박령을 자처하는 동기 몇몇이 더 남아 있었다. 나는 프로젝트도 프로젝트였지만 교양 공부를 해야 했고, FD와 다른 동기 한 명은(편의상 이 동기는 C양이라 하겠다) 실험실 문이 닫힌 뒤에도 얼마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했다. 뜻이 맞은 셋이서 실험실이 있는 건물 지하 라운지로 내려갔다.
◆89s7arbu1cn 2019/10/21 02:02:36 ID : o6qi5VbA2K1
정작 지하 라운지에서는 우리가 하려던 어떤 일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말이, 말이, 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작도 끝도 FD였다. FD는 나와 C양에게 썰을 풀었다. 왜 하필 나와 C양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게 하고 싶었던 얘기였는지, C양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였는지도 모른다. 지나친 의미 부여는 하고 싶지 않다. 얘깃거리가 생긴 만큼 풀어낼 대상이 필요했고, 마침 나와 C양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 SNS에 얽힌 얘기였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별로 안 친한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자신의 개인정보가 일부 팔린 것 같다, 하지만 SNS에 게시해놓은 범위 내의 정보라 뭔가 하기도 어렵다, 이래서 SNS가 무섭다. 요약하자면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89s7arbu1cn 2019/10/21 23:22:33 ID : 9g6mHvio41u
그렇게 이어지던 화제가 어쩌다가 전혀 상관도 없는 방향으로 튀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FD의 썰이 끝나고 나와 C양은 짧게 호응했다. 비슷한 경험, 인간관계, SNS. 거기서 머물던 얘깃거리가 갑자기 미래 계획으로 이어진 것. 그리고 그 시작도 아마 FD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날, FD는 자신의 생각, 계획, 말하자면 앞으로 자신이 뭘 어쩔 것인가. 진로의 방향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나와 C양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고, 그건 내 생각과는 너무도 달랐고, 구체적이었고, 한편으로는 대단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FD의 태도는 너무나 자신만만했고. 그리고 FD라면 자기가 한다고 작정했을 때, 충분히 그걸 실행해 나가고도 남을 녀석이라는 걸 내가 알아서. 그러니 내가 도태나 되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발버둥을 치는 동안, 녀석은 나와 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던 거였다. 당장의 순간순간도 체계화하지 못하는 나와는 다르게, 녀석은 미리부터 자기 앞길을 향한 큰 공사를 진행중이었던 것이다.
◆89s7arbu1cn 2019/10/22 00:30:28 ID : 9g6mHvio41u
무겁고 둔탁한 걸로,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몽상가인 내가 이상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현실의 너는 이미 거기까지 가고 있었구나. 그러니까 너는 그렇게나, 내가 알던 너보다도 훨씬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네가 그렇다면 나는, 대체 나는 뭐고 여기서 뭘 하고 있고. 다른 동기들이 그랬더라도 분명 충격적이기는 했을 것이다. 어쨌든 나와 짧지 않은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공유하던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그것도 심지어 너라서. 내가 좋아하는. 그렇다면 내가 너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 아니겠냐고. 네가 날 좀 더 너의 세계 깊은 곳으로 들이기를 바라는 건 결국 내 무리수일 뿐이냐고. 내 입으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이름만 대면 다들 아, 거기, 하는 명문...대생. 과톱, 거의 4.5에 가까운 학점. 더군다나 이번 학기 목표는 4.5 그 자체라고 했으니까. 거기다 착실하고, 성격 좋고, 객관적으로 귀엽게 생기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네 미래를 얘기하면서 내 미래까지 되돌아보게 만들었으니, 그 순간 너는 내게 너무도 깊은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너는... 알면 알수록 너무도 잘난 사람이었던 것이다. 좀 더 다가가는 게 두렵고 부끄러워질 만큼.
이름없음 2019/10/22 01:49:23 ID : 9g6mHvio41u
이 시각에 내게 톡을 보내면 그 내용이 어떻든 내가 설렐 거라는 걸 알고 보내는 걸까.
◆3wnB88lzU7y 2019/10/22 02:27:46 ID : 9g6mHvio41u
인증코드는 이걸로 바꾸겠다. 1레스에 쓴 인코는 실험용이었으니까. FD와 사귀게 된다면 인코 암호를 공개하겠음. 공개하게 됐음 좋겠다 으핳,,,,
이름없음 2019/10/22 03:36:22 ID : 9g6mHvio41u
썰 보고 있는 사람 있으면 적극적으로 리액션 남겨주십쇼 혼자 주절거리는 거 심히 외로움 ㅠ 그렇다고 혼자 떠드는 것 같아서 나가떨어졌다가 나중에 ㅂㄱㅇㅇ! 같은 걸로 갱신돼야 슬그머니 돌아와서 썰푸는 것도 좀 민망하자너...
◆3wnB88lzU7y 2019/10/25 03:20:44 ID : msrs9uk5XBu
당연한 거겠지만, 역시 너도 네가 잘난 것쯤은 잘 알고 있었구나. 그래 내가 널 좋아하는 건 나만 발견한 너의 특별한 매력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그냥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할 만한 네 장점 때문이겠지.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너의 그런 점들에 비해 나는 별로 남들에게 매력적일 만한 구석이 없다고. 아직 스스로 만족스러운 내가 아니라고. 학점도 열심히 관리하고 있고, 조심스러운 미래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성적인 매력은 결국 외모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 강박이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긍정이 아니라, 이건 그냥, 어쩔 수 없는 이야기.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3wnB88lzU7y 2019/10/25 03:31:26 ID : msrs9uk5XBu
153cm에 52kg. 살이 쪄도 예쁜 사람 역시 분명히 존재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 살쪄도 예쁜 사람이 있다면, 살쪘을 땐 그저 그렇지만 살이 빠지면 꽤 예뻐질 사람도 있고, 혹자는 날씬해도 그저 그런 얼굴일 수도 있고. 이것 역시 그냥..., 어쩔 수 없는 이야기. 그래도 가능하다면 스스로를 두 번째에 해당하는 존재라 생각하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상태일 테니까. 그러니까, 요점은 12kg. 느리겠지만 언젠가는 완전히 빼고 말 것이다. 비단 FD에 대한 의식뿐 아니라,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고 싶은 소망도 크다. 그때가 되도록 FD, 네 옆에 누군가 서게 되지 않는다면 나는 네게 저돌적으로 들이댈 것이다. 당기고 당기고 또 당겨서 어디 가지 못하게 꼭 붙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네가 누군가와 사귀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야기 아닐까. 그때는 결국 네가 내 인연이 아니었던 거지. 놔줘야 하고, 그럴 것이다. 너에 대한 마음을 고이고이 접은 뒤에 더 나은 내가 되는 걸음에 박차를 가하겠지.
◆3wnB88lzU7y 2019/10/25 03:32:21 ID : msrs9uk5XBu
그래도 네가 나를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 내가 내 마음을 네게 전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름없음 2019/10/25 06:37:35 ID : HwtwGq6o6ko
으아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스레주 진짜 행복해지면 좋겠다ㅠㅜㅜㅠㅠㅜ 살뺄 떄 꼭 건강 조심해서 뺴고 막 굶지만 말고 진짜 화이팅이야ㅠㅜㅠㅜ
이름없음 2019/10/25 17:56:24 ID : 04NApbwoHCm
계속 응원해줘서 고마워!
◆3wnB88lzU7y 2019/10/26 17:58:11 ID : RDBs643TU5a
아 진짜로 중증인가보다 ㅋㅋㅋㅋㅋ 난 원래 맞춤법 틀리는 거 진짜 개싫어하는데 하 ㅋㅋㅋㅋㅋ 그게 귀여워 보이면 난 정말 도대체 ㅋㅋㅋㅋㅋㅋㅋ
이름없음 2019/10/26 21:11:48 ID : i5RCkoK7xPg
나도 과 동기 신경쓰고 있는데 뭔가 ㅋㅋㅋ ㅠㅠㅠ 학점이나 미래 부분 얘기한 거 되게 공감된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머물러 있는 느낌인데 상대방은 미친듯이 길 만들어서 걸어나가고 있으니까 내가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거... 좋아하는 상대가 실제로 대단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서 그런 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 말 되게 재밌게 한다 잘 보고 있어 더 풀어줭
◆3wnB88lzU7y 2019/10/27 04:46:43 ID : RDBs643TU5a
공감해줘서 고마워! 네가 신경쓴다는 사람도 FD랑 그런 면에서 비슷한가 봐 ㅎㅎㅎ...서로 파이팅하자!
◆3wnB88lzU7y 2019/10/27 14:35:04 ID : RDBs643TU5a
그냥 생각나서 써 보는 이야기. FD는 귀엽게 생겼다. 아니, 객관적으로 잘생겼다. 왜 1학기 때는 얘가 잘생겼다는 생각을 못 했나 의문이 들 만큼. 피부가 하얗다. 하얗고 깨끗하다. 까무잡잡한 편인 나는 물론이고, 남자 동기들 중에서야 말할 것도 없으며 어지간히 하얀 축에 드는 여자애들이랑 맞먹을 정도로 하얗다. 그게 또 본인이 자처하고 다니는 축생과 잘 어울려서, 웃기면서도 귀엽다.
◆3wnB88lzU7y 2019/10/27 23:14:12 ID : RDBs643TU5a
웃을 때 입이 하트 모양이 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하트 비슷한 모양이. 입꼬리가 달끝처럼 올라가면서 입 가운데가 푹 파인다. 하얀 피부 때문일까, 어떻게 색깔까지 그렇게 예쁜 분홍색이야. 그러니까, 웃는 게 예쁘다고.
◆3wnB88lzU7y 2019/10/28 00:29:51 ID : RDBs643TU5a
아아ㅏㅏㅏ아 아닌 척 들이대보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모른 척 신경쓰이게 해주고 싶다 걔가 나한테 설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ㅏㅏㅏㅏ 뭘 알아야 떡밥이라도 던져보든 말든 ㅠㅠㅠ 여고 출신 모솔 서러워지는 밤이다....
◆3wnB88lzU7y 2019/10/29 04:13:27 ID : 08o4ZfO2moI
내 눈에 얼굴 한 번 비쳐주는 게 그렇게 어렵냐, 야속한 축생 자식아.
◆3wnB88lzU7y 2019/10/29 21:03:24 ID : TXwLfe3O3Cj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집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너만큼이나, 어쩌면 너보다 더. 거기서 내가 뭘 하든, 하나같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굳이 내가 꾸역꾸역 거길 가는 이유라면 결국 너 하나다. 자주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서 있는지 없는지 확신도 없이, 그래도 내가 그리로 가면 오늘은 네가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 하나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 네 어깨에 손을 올리고 싶다. 손 크기가 어떻느니 모양이 어떻느니 사실상 의미 없는 소리를 떠들어 가며 너의 손에 내 손을 겹쳐 보고 싶다. 그럴 수 없는 이유라면 결국 그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기 때문에. 겹쳐진 내 손을 통해 널 향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바깥으로 새어나갈까 봐. 의도한 것이든 순전한 우연이든, 널 마주치기만 해도 기분이 들뜨는 나를 넌 모르겠지. 눈치채는 순간 나를 밀어낼까 너무너무 두려워서. 네가 여지를 주지 않으면 정말 대놓고 여지라는 걸 알려 오는 여지를 주지 않으면 나는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한 가지만 부탁할게. 그냥 그 자리에 자주 나타나만 줬으면.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기쁠 테니까.
◆3wnB88lzU7y 2019/10/29 21:05:04 ID : TXwLfe3O3Cj
오늘 실험실 갔더니 FD가 있더라고.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결국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다른 동기들도 많았어 ㅠㅠ) 애타서 넋두리 좀 했어..
◆3wnB88lzU7y 2019/10/29 21:07:12 ID : TXwLfe3O3Cj
이 나이 먹고 가방에 초콜릿 같은 거 슬쩍 넣어두는 건 오바겠지? 나이도 나이지만 그런 거 하기엔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기도 하고 ㅠ
◆3wnB88lzU7y 2019/10/29 23:16:10 ID : TXwLfe3O3Cj
아ㅏㅏㅏㅏ 카톡 좀 제때제때 봐라ㅏㅏㅏㅏ!!!! 음료수 사주는 거 맞다고! 안 사준다는 건 그냥 농담이었다고 ㅠㅠㅠㅠㅠ
이름없음 2019/10/30 06:48:54 ID : HwtwGq6o6ko
카톡 안 읽는거 너무 슬픔.....ㅠ 근데 또 읽고 답장해주면 또 좋다...
이름없음 2019/10/31 23:20:21 ID : 9unBbCi4JSL
,,,,,,,
◆3wnB88lzU7y 2019/11/01 02:49:54 ID : XBtbdBf84E0
그러게 ㅠㅠㅠㅠ 어제 FD한테 카톡 좀 제때제때 보라니까, 단톡 많아서 카톡이 금방 밀린다더라... 결국 나한테는 그 이상 관심 없다는 거겠지.... ㅠㅠㅠㅠㅠ 그래도 보고싶다 나쁜놈
이름없음 2019/11/01 05:53:22 ID : JPimIJVbDwH
.
◆3wnB88lzU7y 2019/11/01 14:39:31 ID : y5cFg7s5U5f
누가 자꾸 암말없이 갱신하네... 갱신되는 거 자체는 정말 좋은데 설마 내가 아는 사람이 하는 건 아니겠지...? ㄷㄷㄷ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의 설마가 맞다면 부디 모른 척 해주라 ㅠㅠㅠㅠ
◆3wnB88lzU7y 2019/11/01 18:14:34 ID : XBtbdBf84E0
FD가 카톡 프로필명을 본명으로 바꿨다. 앞으로 축생 운운할 명분이 사라져서 아쉽다.
◆3wnB88lzU7y 2019/11/02 02:50:42 ID : iqkpU6nPdA2
망쳤다. 연이어 이틀을. FD와는 무관하게, 그냥 개인적인 일이었다. 간단하게 말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을 연달아 세 가지나 해 버렸던 거다. 폭식을 했고, 수업을 쨌고, 과제를 미제출했다. 원인이라면 명백하다. 또다시 나태의 늪에 발을 들여버린 탓이다. 해야 할 모든 일을 미루고, 생산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소비적인 컨텐츠에 밤 시간을 모두 허비해 버렸다. 차리 그 시간에 잠이라도 잤으면 수업이라도 제때 갔겠지. 가장 무서운 건 1학기 때처럼 이 개 같은 상황을 익숙하게 받아들여버릴 것 같은 내 태도다. 분명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닌데,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3wnB88lzU7y 2019/11/02 03:07:38 ID : iqkpU6nPdA2
대학 생활이란 외줄타기 같은 것이다. 학점 관리 면에서는 특히 더. 종강과 종강 사이 이어진 줄을 밟고 지나가되, 한 걸음이라도 삐끗한다면 그대로 굴러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 줄의 이름을 성실이라 하겠다. 조금만 나태해지면, 조금만 할 일을 미루면 시간은 과제와 수업을 안고 슥 지나쳐 버린다. 남는 건 망가져버린 생활 리듬 속에서 자괴의 찌꺼기를 묻힌 채 발버둥치는 나뿐이다. 문제는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그 줄에서 떨어지는 게 정말로 나밖에 없어서.
◆3wnB88lzU7y 2019/11/02 04:26:35 ID : iqkpU6nPdA2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FD만 봐도 4점 극후반대인걸. 그러니까 다들 어떻게? 정말로 나는 이 학교랑은 맞지 않는 사람인 게 아닐까? 이번 학기에는 그래도 나름대로, 내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한 건데, 어떻게 다들 그렇게까지 성실하게. 모르겠다. 모르겠어 정말. 처음에 학교 왔을 때는 말도 못하게 기뻤는데, 열심히 살아서 만족스러운 대학 생활로 n년을 채우자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주변 사람들은 놀러 다닐 거 다 놀러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다 과외다 뭐다 이외에도 취미생활 이것저것 즐기면서, 여기에 학점 관리까지 완벽하게 하는데 왜 나만 이렇게, 아무것도.
◆3wnB88lzU7y 2019/11/02 05:06:20 ID : iqkpU6nPdA2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냐. 학점을 제대로 올리든, 하고 싶은 일을 하든(이쪽을 진로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하다못해 다이어트 하나만이라도 성공하든. 그래 솔직해지자. 처음부터 전공은 차선책이었던 게 사실이다. 학교 다니는 동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면 당연히 그쪽으로 빠질 생각이었지.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고. 그러니까 전공은 말하자면 일종의 보험 같은 거였다.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원래 꿈에 가까워지지 못한다면 전공을 살리자고. 그런데 지금 내 꼴이 뭐야. 하고 싶은 일은 학점 관리 핑계나 잔뜩 대면서 손도 안 대고, 그렇다고 학점 관리를 그렇게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건데 도대체.
◆3wnB88lzU7y 2019/11/02 05:19:41 ID : iqkpU6nPdA2
나는 오랫동안 몽상가였고 동시에 이상주의자였다. 사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없다고는 절대로 말 못한다. 그런 내 성격 때문에라도, 학점 관리건 스펙 쌓기건 대외활동이건 뭐건 간에 정석적인 루트를 좀 가볍게 여기곤 했었지.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내 꿈 관련해서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있다면 지체 없이 그 쪽으로 빠질 생각이었으니까. 전공도..., 당연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못해도 좀 어때, 같은 생각이 없지않아 있었고. 그래도 다른 동기들이랑은 딱히 진로 얘기를 깊게 해 본 적 없으니까. 그냥 다들 비슷비슷하려니, 나는 멍청해서 내 기준대로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보았다. 그런데 그런 내게 FD, 네가 얘기했잖아. 네가 만드는 네 앞길은 몽상가의 눈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그 길을 만드는 사람이 그것도 다름아닌 너라서. 나를 자꾸 현실로 끌어당겨. 내가 현실을 제대로 살지 않았다 싶으면 미치게 만들어. 너야 네 얘기를 한 것뿐이겠지만, 결국 그 얘기가, 나를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길로 눈을 돌리게 된다. 평생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왜냐면 네가 가는 방향이 그쪽이라서. 현실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나를 네가 보면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네가 내게 갖고 있는 인류애로서의 정마저 뚝 떨어지게 되지 않을까. 시시각각 고민하게 만들어.
◆3wnB88lzU7y 2019/11/05 00:02:12 ID : i8o4Za5Xy6j
빼빼로데이가 일주일 남았다 직접 얼굴 보고든 몰래든 간에 FD에게 빼빼로 줄 거다 하히헤히호 지금부터 시나리오 짜본다 줄타기 잘해야지
이름없음 2019/11/05 23:20:40 ID : HvikqZa2pPa
스레주 화이팅!!
이름없음 2019/11/05 23:22:37 ID : HwtwGq6o6ko
헐헐 진짜 잘 줬으면 좋겠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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