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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10/27 13:23:18 ID : Qk9zbzSK0q4
예:이 제시어,주제를 주면 ~까지 릴레이로 쓰는 거야 한 사람이 연속으로 써도 괜찮아 내가 먼저 내볼게 뜨개질
이름없음 2019/10/27 19:50:58 ID : yZbdCrwFdu5
"하머니, 뭐하고 있어요?" 손주는 ㄹ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네살배기 아이였다. 그런 손주에게 막대기 두 개를 맞대고 실을 이리저리 엮어내는 작업은 여간 낯선 일이 아닐 수 없을 터. 손주는 이내 털실을 발견하고서 신기하다는듯 두 손에 제 몸통과 비슷한 크기의 그것을 한가득 안아들었다. 손주는 행복한건지 호기심이 난건지 눈에 별을 띄운 채 털실을 응시했다. "할머니 뜨개질해요, 우리 너구리 저기가서 놀고 있을래?" "그치만 그치만 하머니가 심심해!" "그럼 여기 있어라, 너구리 하고 싶은대로 해야지." 어디서 저런 맹랑한게 나온지 모를 일이었다. 제 아비는 연유없이 직장을 때려치고 고향에 내려온 한량이었다. 술과 도박에 정신을 팔고, 재산을 팔고, 마침내 인간성까지 팔아 매일 아내라는 사람을 두들겨 패며 술을 찾아댔다. 제 어미는 형제에 치이고 부모에 치여 대학도 제대로 못 나온 채 어른이 되었다. 김치공장에서 청춘을 팔고, 마음을 팔고, 마침내 몸 팔리듯 결혼해 고생만 하는 불쌍한 여자였다. 아비는 술에 찌들어 낮에는 잠만 자고, 어미는 아비 대신 김치공장으로 일을 나가니 자연스레 아이는 내 몫이 되었다. 생각을 곱씹을수록 얽히는 실은 수없이 늘어났다. 이대로라면 손주보다 두 배는 더 큰 목도리가 나올 것 같아 손놀림을 멈췄다. "할머니 밭에 갈건데, 너구리도 가련?" "고구마, 나 고구마 보래요!" 손주는 자연스레 서랍위에 놓인 모자를 썼다. 밖에 나가는 것이 그리 좋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손주가 집어든 털실은 저멀리 굴러 부엌까지 가있었다. 참 멀리도 갔네, 나는 털실뭉치를 주워 손주 옆까지 이어진 실을 되감았다. 손주는 그것조차 놀이로 봤는지 다시, 다시하며 보조개를 보여주면서까지 활짝 웃어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웃음을 슬며시 넘겨 털실을 서랍 위에 두었다. 노인에게 무언가를 되감는 일은,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기에.
이름없음 2019/10/28 03:07:20 ID : Wqp9fO1bcpS
현관에 쭈그려 앉아 손바닥보다 작은 신발을 신고있는 손주를 바라보며 저도 나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벌써 신을 다 신었는지 손이 닿지 않는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어보다 다시 안쪽을 바라보았다. 저를 보며 해맑게 웃어보이는 손주를 따라 웃어보이고 현관에 앉아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하머니 빠리! 빠아리!'' ''우리 너구리, 조금만 기다려주련?'' ''우으응!'' 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인지 문앞에서 콩콩 뛰며 재촉하는 손주를 위해 조금은 빠르게 신을 신고나면 낡아보이는 문을 천천히 열었다. 손주는 밝은 햇살과 맑은 공기가 좋은 것인지 밖으로 먼저 뛰어가 멀리서 저를 부르고 있었다. 손주의 밝은 미소에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손주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여전히 즐거워 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한가로운 오후라고 생각하며 저 멀리 먼저 뛰어가버린 손주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손주가 할머니, 라며 다시 저를 부르며 손을 흔들면 오야, 하고 느긋하게 대답해주는 평화로운시간이였다. ''하머니 고구마 어디있어?'' ''저기 다리건너에 있지요.'' ''하머니 밭 머어! 빠리 가자.'' 어느새 제 앞까지 달려온 손주가 손을 잡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이 조그마한 몸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손을 잡아 끌고 제 손끝이 향하는 방향으로 같이 걸었다.
이름없음 2019/11/02 01:55:59 ID : JQnxvhcJTU3
저녁 8시,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하기 참 젛은 시간이었다. 어느 소설에 나오는 인물처럼 코에는 안경을 끼우고 벽난로에서 나오는 복사열을 쬐며 무릎위에는 하품하는 고양이가 자리잡았다. 그러한 저녁 8시는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머리가 희게 센 이후로 내려놓은게 참 많지만 이것만은 그러기 싫을정도로. 뭐, 이제는 내려놓았다. 코의 안경은 아직 멀쩡하고, 벽난로도 깨끗하다. 무릎위에 올려놓을 고양이 한마리 없는게 뭐 그리 대수냐고. 손가락이 쿡쿡 아파오기 시작했으니까. 그래, 단지 그것때문에 뜨개바늘을 팔아버렸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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