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싱그러운 계절.... 이라기엔 너무 춥다. 아직까지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이 여학생은 이른 새벽부터 등교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도 없는 스산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건물 뒷쪽으로 향하는 이 여학생은 교실로 향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다 왔다."
여학생이 선 문 앞은 유리돔 앞이었다. 유리돔이라기에는 조금 조잡한 온실하우스는 그래도 비닐하우스보다는 그럴싸했다.
◆46nO8rzhusq2019/10/28 00:06:03ID : eFioY03vhbC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나마 밖보다는 따스한 온기가 있었다. 이 온실하우스는 2년간 열심히 부활동을 해온 자신이 이뤄낸 큰 성과였다.
그래, 여기 있는 한여름.
원예부 회장이자,
고 3이었다.
◆46nO8rzhusq2019/10/28 00:09:06ID : eFioY03vhbC
"하아..."
폭 한숨을 내쉬며 제자리에 주저 앉는다. 왜 그런 생각을 해가지고. 고3이라니 생각만해도 우울해지는 단어였다.
여름은 코 앞에 보이는 화분들을 어루만지며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일어났다. 할 일이 있으니까. 밤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 2년간 고등학교 생활을 해오면서 만든 습관과 같은 것이었다.
◆46nO8rzhusq2019/10/28 01:43:02ID : E7cGnDs65fg
한참을 돌아보면서 시든 잎이 있으면 떼주고 흙을 덮어주고 했을까. 지친 마음이 힐링되는 것을 느끼며 한바퀴 돌아보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엇. 저건?"
반짝거리는 무언가였다. 화분 틈 사이에 반짝이를 뿌러둔 것처럼, 그게 아니면 유리창에 햇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혹은 로만글라스 사이로 투과되는 빛과 같은 반짝임. 그런 반짝임이 보였다.
◆46nO8rzhusq2019/10/28 01:44:37ID : E7cGnDs65fg
그 반짝이에 손을 대었더니 따뜻한 기운과 함께 그 반짝이는 스르르 사라졌다.
"또네."
최근 들어 이런 반짝임이 계속해서 보였다. 혼자 있을 때도, 친구들과 있을 때도,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종종.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46nO8rzhusq2019/10/28 01:47:08ID : E7cGnDs65fg
또 다시 이상한 괴리감을 느끼며 자리를 정리했다. 반짝임이 있던 자리를 보다가 이제 온실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문이 드르륵 열렸다.
"여름아!"
들어온 사람은 친구 설화였다. 지설화는 여름의 절친한 친구이자 원예부의 부부장이었다. 높게 묶은 긴 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46nO8rzhusq2019/10/28 01:49:53ID : E7cGnDs65fg
"설화야!"
반가움에 여름이 활짝 웃었다.
"여긴 어쩐일이야?"
"네가 여기 있을 것 같아서 왔지~"
밝게 웃는 설화는 여름에게 쪼르르 다가와 팔짱을 꼈다. 그리곤 어깨에 뺨을 부볐다.
"오늘 아침에도 부지런히 둘러본거야? 밤새 별 일은 없지?"
"응. 오늘도 여전히."
베시시 웃는 여름의 모습에 설화도 마주 웃었다.
"늘 부지런하다니까. 그래서 여름이가 키우는 화분들은 다 잘 자라는 건가."
웃음을 지으며 두 여학생은 온실을 나섰다.
◆46nO8rzhusq2019/10/28 16:57:12ID : SK3U1Bfbwr9
"글쎄."
여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게도 착각일수도 있지만 자신의 손이 닿은 식물은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이 키우는 식물보다 잘 자라는 경향이 있었다.
"아, 참. 이번에 들어온 신입 부원 말이야. 그 전학생이라던. 혹시 아는 사이야?"
설화의 말에 여름은 으음... 소리를 냈다.
"아는 사이라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