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지 못한 날이었다.
어린 사촌동생이 데이터로 유튜브를 보는 바람에 데이터를 다 쓰게 되버렸고 오랜만의 데이트 중 버스에서 기분 나쁜 눈빛으로 너를 훑는 사람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짜증났던건 너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사근사근 대해주니 사람 착한 줄 모르고 얕보고 무시했다.
너는 알고보면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인데. 너무 여린 사람이라 느리고 둔하고 나른해 보이는 모습으로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도록 자신을 꽁꽁 숨겨버린 배려심 넘치는 겁쟁이인데. 무언가 건네 주거나 하는 작은 행동, 툭툭 가볍게 내뱉은 말 한마디, 시선, 눈빛, 분위기에 쉽게 상처받고 마음속으로 끝없이 자학하는 여린 사람인걸 왜 모를까.
왜 그리 작고 여린 널 쉽게 죽여 버릴까. 너는 벌써 몇번이나 죽어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