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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01/09 01:36:33 ID : y3Ru60mrhvy
그냥 쓰고 싶은 분위기를 적당히 글로 풀어서 써 줘도 좋고 인물의 대사로만 이루어진 글도 좋고 희곡 형식의 글도 좋으니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나는 그 어떤 장면이든 막 써 보자 +창작소설판에서 다른 사람들 글 읽는 거 너무 재밌고 짜릿해 스레딕 최고...
이름없음 2020/01/09 02:02:47 ID : y3Ru60mrhvy
그의 최초의 유년의 기억은 여덟 살 생일이었다. 그 전의 기억들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부식되어 마침내는 아주 작은 부스러기만을 남기고 말끔히 지워져 버렸으므로 그에게 있어 실질적인 최초의 기억은 태어난 이래로 팔 년이나 지난 날이 되었다.
이름없음 2020/01/09 02:10:57 ID : RCkpRA7xQoN
그녀의 몸체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복부에선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여기에 없다. 그 많던 적포도주의 색 같은 생명의 액체는 멈추지 않았고, 그것은 점점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이 되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가만히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던 방이 어느새 영화에 나올 법한 살인 현장이 되버렸다. 사람들은 30분 후 쯤에야 겨우 복부에 칼이 꽃힌 그녀를 발견했고, 그녀를 죽인 살인자는 이미 사라졌으며 죽음을 만들어낸 그것은 바닥에 스며들어 버리고 사건은 이제 미궁에 빠졌다. 에초에 중세 정도의 기술력으로는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칼의 손잡이에 지문이라도 찾아볼텐가? 발자국을 찾아볼텐가? 살인자는 자신의 범행이 나타난 오늘치 신문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이름없음 2020/01/09 02:20:41 ID : RCkpRA7xQoN
아직 7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자신의 친척 정도 되는 사람들의 피를, 한잔씩이나 강제로 마시게 하는 것. 그것이 루-델피아다. 이것은 어린 아이에겐 너무나도 잔인한 의식이였다.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보이지만 이것을 거치지 않은 델피아의 사람은 무시당하며, 제대로 된 델피아의 일원으로 받아드려지지 않는다. 사실상 강제나 마찬가지다. 올해의 마지막인 오늘도 여김없이 이것은 진행되고 있었고, 그들은 부모님의 말에, 사회적인 압박에, 친구들과 같은 등급이 되기 위해. 이 역거운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에 대어, 목구멍으로 넘겼다.
이름없음 2020/01/09 11:56:45 ID : RCkpRA7xQoN
도결은 굳은 의지를 가지고 최상층의 난간으로 향했다. 그는 여기저기 이미 이것을 실행하리라 예고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오는 피해, 왜 이런 글을 썼냐 등등... 사실 그는 이유를 물어봐주고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반응들은 도결에게 이것의 충동을 거대화시킬 먹이가 되었다. 덜컹. 난간에 기대자, 오래되어 흔들리는 금속류의 것이 내는 금속성이 났다. 그는 난간을 넘었다. 뒤에 있는 난간을 붙잡고, 무게 중심을 아래로 향하며 바닥을 보았다. 그는 어림되는 높이에 덜컥 겁이 났다.
이름없음 2020/01/09 17:23:33 ID : nBgqmL89Aqo
분명 마지막은 없을거라고, 네 피부에서 혈색이 돌아오지 않을 때에도, 어느 때나 느낄 수 있던 네 온기를 느낄 때에도, 꽃잎처럼 예쁘게 휘날리던 네 머리칼이 점점 보이지 않을 때에도, 분명 그렇게 믿었다. 내 앞에 다시 돌아와 환하게 웃어줄거라고,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걸 혼내며 다시 내 품에 안길거라도 믿었다.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의 마지막이 되어버린, 네가 바닷가에서 환하게 웃던 그 날. 나는 네게 왜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을까.
이름없음 2020/01/10 08:52:26 ID : y3Ru60mrhvy
반쯤 감긴 눈이 졸음을 함뿍 머금고 느릿하게 끔뻑였다. 기대어 앉은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누르는 것으로 간신히 밀려오는 잠을 이기고 있었다. 바깥은 눈도 비도 아닌 것이 끈질기도록 사흘씩이나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가에 앉아 있는 것에 진작에 질려 버렸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씩이나 창가에 기대어 앉아 불도 켜지 않은 채 비구름을 뚫고 나오는 희미한 자연광에 의존하여 책을 읽고 있었다. 다만, 손에 쥐여진 두꺼운 책은 세 시간이 넘도록 아직 첫 번째 챕터를 알리는 두꺼운 글씨가 씌여진 장 이후로 단 한 장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이었기 때문에 세 시간째 책을 단 한 장도 읽지 못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그 집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런 그를 억지로라도 창가에서 떼어 내 쉬게 만들었으리라. 그러나 그 집에는 그를 제외한 사람은 더이상 아무도 없기 때문에...
이름없음 2020/01/10 23:49:46 ID : MksmIE3vhbx
그는 탁한 눈으로 부러진 검을 들었다. 노쇠한 몸에 남아있는 여력을 모두 끌어모아 그 고결한 주먹을 위로 들었다 단 한순간의, 최후의 종연을 아름답고 처절하게 연주하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라는 장작의 꺼져가는 불을 다시한번 지폈다. 그는 자애롭게 미소지으며 눈앞의 악마들과 불속에서 타오르는 춤을 추었다.
이름없음 2020/01/11 04:21:15 ID : 41yGk2rhAqn
길을 걸으면서도 자꾸만 손에 든 꽃다발에 눈길이 갔다. 꽃을 싫어하는 상대를 위해 일부로 조화로 샀다. 받으면 그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 수줍어하며, 고맙다고 더듬거리며 말하겠지. 후배의 반응이 상상돼 그의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갔다. 오늘은 그 아이의 졸업식이다. 3년만에 보는 교정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낯설었다. 그도 이 학교에 다니며 여러가지 일을 겪었고, 얼마 안 된 일인지라 기억에도 생생하지만 그럼에도 교정을 걷는 것은 어쩐지 어색했다. 그는 졸업식이 행해지는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꽃다발을 쥔 손에 힘이 점점 들어갔다. 강당은 그와 같이 졸업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덕분에 졸업생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사람 많은 곳을 질색하는 그의 어깨는 조금 움츠러들었다. 그는 품에 꽃다발을 단단히 안고, 인파를 조금씩 파고들었다. 잠시만요, 실례합니다.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졸업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두리번거리며 아이를 찾았지만, 비슷한 색상의 패딩을 입고 비슷한 머리모양을 한 학생 군단 사이에서 콕 집어서 한 사람을 찾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름없음 2020/01/11 04:35:12 ID : O4L9clcsrus
'지구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계신 지구인들 안녕하십니까! ...' 작은 집을 시끄럽게 울리는 라디오 소리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베개로 귀를 틀어 막는다. 동시에 울리는 알람소리에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걷어차며 아침을 시작한다. 바닥을 울리는 짜증섞인 발걸음이 부엌 창가의 라디오 앞에 멈춰 선다. "이 망할 라디오는 꼭 버리고 만다. 대체 아침부터 누가 라디오를 듣는다고 이걸 켜놓는거야. 좆같은 우주놈들 지들은 죽을 일이 없으니까 안녕하시겠지." 욕지거리가 섞인 혼잣말을 내뱉고는 냉장고 문을 연다. 냉장고 안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치즈 한덩이와 사과 반쪽만 있을뿐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피터는 사과 반쪽을 꺼내 입에 문다.
이름없음 2020/04/03 05:30:57 ID : pbxu05O7feY
아실리, 너를 만난 건 행복일까, 아니면 집착이였을까. 아직도 궁금해. 한창 예쁘게 사귀고 있던 와중에 전남친 카인에게 편지가 왔다. 마음 한편으로 그 사람을 잊고 못하고 있었기에, 받아주었다. 그러다 다시,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이 한 구석에서 차올랐다. 남자친구인 에녹과 시간약속을 어겼다.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너는 화를 냈다. 난 스트레스 받아서 자해 했다. 손목을 그었다.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카인에게 알렸다. 당장 헤어지라고 했다. 앞뒤 설명 제대로 안하고 에녹 때문에 힘들어서 그랬다고 했다. 난 그 사실을 숨긴채 에녹에게 이별을 고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해지만, 사실은 카인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드디어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꿈에 그린 듯 행복하다. 꿈같은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한 밤중에 편지가 왔다. 내 핑계로 전남친이 되어버린 에녹이였다. 내가 친구한테 카인 다시 만난다고 보낸 편지를 봤나보다. 역시 친구는 믿을 게 못된다. 너 이럴려고 그랬냐며 화를낸다. 어쩌라는 걸까.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인걸. 환승이별이든 바람이든 어쩌라는 걸까. 너는 다시 만난 카인과 헤어지라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은데, 머리가 제대로 안굴러 갔나보다. 다음날 너를 만났다. 그리고 너는 어젯밤 네가 카인과 한 편지를 보여준다. 그 아이는 자기는 멀리 사니까 가까이 사는 당신이 챙겨주라는 것이고, 내가 잘못한 일이고, 나에게 많이 실망했다고 썼다. 카인과 헤어지고, 에녹을 다시 만났다. 마음 한 구석이 또 다시 공허해졌다. 시간이 지나자 에녹이 꿈에 나왔다. 어쩌다 보니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입을 맞췄다. 깨고나니, 카인에 대한 마음은 깔끔하게 사라지고 오롯이 너만 사랑하는 마음이 남았다. 누군가 마법을 부렸나 싶을 정도로. 참 지독한 악몽이다. 왜 하필이면 이런 봄날에 이런 멍청한 일을 하는 건지 나도 이해가 안가.
이름없음 2020/04/04 21:42:44 ID : Zbdu2pWqqrx
하지 못한 말과 해야 하는 말 사이를 헤매었다. 나는 노를 쥐고 있었으나 가야 할 곳을 찾지 못했다. 마음이 자꾸만 무거워졌다. 증오와 사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배는 가라앉는다, 나와 같이. 아주 오래 심해에서 모래에 파도에 휩쓸린 사랑의 무게를 너는 그 아래 형용할 수 없는 증오가 모두 너를 향해 있음을 알까, 내 눈부시고 끔찍한 침몰의 흔적이 네 시선을 그러잡아 네가 익사하기를.
이름없음 2020/04/13 00:35:20 ID : nDy3O5TXxPd
바닥과 사방에 튄 붉은 피는 멀리서 보면 마치 낙엽이 흩날린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을이 아니다. 봄에 찾아온 가을. 시체. 동백. 괴물. 사람. 현실과 비현실. 그 경계에 홀로 선 나. 무슨 짓을 해서라도 되돌리고 싶다. 천사의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내 악마의 제단에 갖다 바쳐서라도 반드시. 돌이킬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지독한 열망에서 아마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걸 알아챘다. 이곳은 이미 지옥이었다. 그때였다.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은. 사람의 것이라기엔 왠지 기이하면서도, 지나칠 정도로 꺠끗한 울림이다. [오랜 염원이 마침내 닿았노라. 끝없이 발버둥치는 이여. 내 만약 너에게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 그 순간,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소름과 전율이 전신을 훑고 지났다. 기도라고 차마 말하지는 못할 음습하고도 추악한 욕망일지언데, 결국 응답을 듣게 된 것이다. 이런 구제불능인 간절함에 끌려나온 존재다. 결코 선하다고는 말하기 어렵겠지. 사실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이것이 정말 악마라 해도 좋았다. 그렇다면 오히려 바라던 바다. 나는, 당신에게. "세계의 열쇠를 쥐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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