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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ze42Gtunxu 2020/01/12 03:29:56 ID : lA0ty0nCqnP
심장을 누 르 는 돌 * 일기처럼, 기억처럼 쓰는 스레. * 일기판이 아닌 소설판에 올리는 이유는 이 모든 게 허상이기 때문이야. * 난입 환영. 대화를 좋아해. * 올라오는 스레드는 퇴고없이 즉흥으로 쓰는 것들이야. 허구뿐인 일기. 지나가는흰구름이 쓰는 이 름 https://youtu.be/S1l4VcV_DyY 인증코드는 이름, 비밀번호는 사랑.
◆9ze42Gtunxu 2020/01/12 03:51:02 ID : lA0ty0nCqnP
새로운 전공 선생은 나쁘지 않았다. 2년 전엔가 등단해 아직 첫시집도 내지 않은 애기 시인인데, 사람이 적당히 가볍고 거침이 없어서 좋다. 첫 수업시간부터 본인은 시 쓰는 게 가장 싫다고 말하는 시전공 선생님이라니. 입시 문학이 날 망쳐간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사람을 만나 다행이다. 지난 1년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열여섯 살의 나는 고작 중학교 3학년이었지만 산다는 것에 지쳐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꿈꾸게 된 것은 평생 글을 쓰며 사는 인생이었다. 그렇게 나는 무작정 예고 입시에 들어섰다.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에서야 예고 진학을 결정한 나에겐 시간이 없었다. 학원을 다니기에도 과외를 받기에도 마땅찮았다. 그저 매일같이 글을 썼다. 시고 소설이고 상관없이 하루에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쓰고 앉았다. 당시 친구와의 결별로 극단에 내몰렸던 나에겐 글쓰기가 힘이 되었고 곧 모든 것이 되었다. 예고에 떨어진다면 기꺼이 죽겠다는 심산도 되었다. 다행이 합격 해 자살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큰 꿈과 로망을 껴안고 시작한 예고 생활은 만만찮았다. 왕복 4시간 거리의 통학은 체력을 앗아갔고 몰아치는 과제량은 버거웠다. 무엇보다 글을 쓰러 온 내게 입시 소설은 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1학년 소설전공 선생님이 유난히 빡센 탓도 있었을 거다. 선생님께선 '고삼'만 몇 년을 지도하셨고 따라서 입시에 최적화가 되어계셨다. 주제가 분명히 있어야 하고 2,000자 내외의 말도 안 내는 분량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어야 하고, 청소년이기에 성적인 코드를 다뤄선 안 된다는 조건들이 족쇄처럼 따라붙었다.
◆9ze42Gtunxu 2020/01/12 04:01:28 ID : lA0ty0nCqnP
하루는 '그림자'를 시제로 한 꽁트를 써오라고 하셨다. 무슨 이야기를 쓸지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집에 돌아가 중학교 때 쓰던 일기를 들춰보았다. 그리고 몇몇 문장들을 뽑아내어 글을 썼다. 액자식 구성의 글로 꽁트 안에 주인공의 일기 내용이 들어가는 글이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1~2학년 정도의 아이였다. 매일밤마다 그림자같이 생긴 환영을 보며 그것을 두려워 한다는 설정이다.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낮에는 일기장 속에서 그 그림자의 근원을 찾는데, 문장으로 마주하는 그림자는 이런 것들이다. '뱃속으로 톱날이 들어갔어 나는 작은 손 잡아주지도 못하고 울었어', '그건 사랑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죽일 생각도 없었어'. 그리고 하교를 하던 주인공은 공원에서 한 가족의 그림자를 보게된다. 아빠와 아이 엄마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 그림자가 하나로 뭉쳐져 보였다. 주인공은 어른들의 강압으로 헤어진 전남친을 생각하고 집에 돌아간다. 이야기의 엔딩에선 여느때와 같이 그림자를 마주한다. 다만 창의 블라인드를 걷어 달빛을 나눠줄 뿐.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고 한시간만에 뚝딱 써졌기 때문에 기대가 가득했 다. 실제로 선생님께서도 칭찬해주셨다. 고칠 구석이 없는 글이라고 해주셨다. 다만 뒤에 어디 백일장 가선 이런 글을 쓰지 말라는 소리가 따라붙었을 뿐이었다. 부정받은 건 내 글의 주제의식인데 나까지 부정받은 기분이었다.
◆9ze42Gtunxu 2020/01/17 12:38:46 ID : u1bhgrwNvva
있잖아 추억이 꿈처럼 난반사하는 곳에 다녀왔어.
◆9ze42Gtunxu 2020/01/17 17:27:19 ID : u1bhgrwNvva
무엇이 나의 최선인지 확인할 때마다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아세요.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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