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벌써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과 같은 차가운 겨울이 한움큼 다가왔어.
그래서인지 더욱 잠도 오지않아 설치고 괜시리 너가 생각나나봐.
이름없음2020/01/16 04:03:37ID : IGoJVbveJRy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하니? 거기도 이곳의 겨울처럼 엄청 춥고 바람도 많이 불고 또 눈도 가득 쌓인 날이었어. 나는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너가 늦게 문을 열고 들어왔지. 어서와! 내가 먼저 네게 인사를 건낸게 기억나.
이름없음2020/01/16 04:04:50ID : IGoJVbveJRy
어서와라니. 막 도착해서 짐 정리하고 거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던 내가 몇달 전부터 이미 와 있던 너에게 할 적합할 말은 아니었지. 그때 너가 어떤 반응을 보였더라. 약간은 어색하게 멋쩍은 듯이 웃었던가. 아니면 오히려 빤히 눈을 마주쳐 왔던 것 같기도 해. 눈 쌓인 모자를 살짝 벗으면서, 답사 갔다 온 커다란 가방을 살폿이 내려놓으면서, 잇달아 들려오는 인사에 조용히 문을 닫으며 안녕! 이라 너는 답했어.
이름없음2020/01/16 04:12:48ID : IGoJVbveJRy
얼마전 너에게로 부터 자그만한 소포가 왔어. 직접 만든 엽서에 빼곡하게 눌러담긴 네 글들. 내가 이번 겨울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너의 설명이 담긴 물건들. 내가 좋아했던 주전부리들, 너가 좋아하는 간식. 내가 모으던, 모으지 못했던 작은 조각.
이름없음2020/01/16 04:27:34ID : IGoJVbveJRy
너가 너답지 않게 그걸 사서 보냈을걸 생각하니 조금 웃음이 났어. 너는 내가 그것들을 모으는걸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매번 내가 새로운걸 발견할 때마다 너는 진저리 난다는 듯이 쳐다보곤 했잖아. 그러고선 종종 더 같이 있을 구실로 다른 모양을 찾아보자고 꼬득이기도 했지.
이름없음2020/01/16 04:31:20ID : IGoJVbveJRy
그냥 평소와 똑같은 날이었어.. 조금 더 일하기 싫기도 하고 힘든 일도 있고 지친 저녁이 찾아오는 일상이었는데.. 너의 작은 선물을 받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 그날 있던 모든일이 다 사라지고 그 자그만한 상자, 그 가득히 담긴 너만 남은 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