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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qqo7wFdDx 2020/01/16 06:18:14 ID : hxQmoKZh81b
세상에서 제일 한가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수능 끝난 고삼 스레주. 초등학생 때부터 글을 써온 내게는 한 가지 병이 있었다. 그건 바로 장편을 못 쓰는 병!!! 열심히 1차와 2차 창작을 하며 단편은 여럿 썼지만, 근성이 없어 장편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었다. 맨날 중간에 탈주하고, 첫 부분만 쓰고 잊어버리고!! 그렇게 쌓이는 스토리와 설정만 한 무더기가 됐고, 이것들을 죄다 그냥 묵혀놓기도 아쉬워서 스레를 세우기로 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 쓰인 글이 언젠가, 어디선가 갑자기 뿅 연재되거나 할 수도 있다. 옛날 글이 꽤 있어서 퀄리티가 들쭉날쯕할 수도 있고, 스레주가 다른 스레에 올렸던 글이 있을 수도 있다! 감상레스 잡담레스 질문레스 환영!! 따봉도 환영!! 그럼 스타트!!
◆fWqqo7wFdDx 2020/01/16 06:21:21 ID : hxQmoKZh81b
#절대소년 아포칼립스 #쓰던 작품의 AU였던 것! 1 세상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 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저녁이었고, 난 홀로 별장 앞에 나와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선선해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나는 잔디밭에 털썩 드러누웠고, 옆에 놓인 머그컵에는 카페라떼가 들어차 있었다. 풀벌레 소리를 빼면 사방이 고요했다. 한 치의 미동도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면 몇 달째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며칠 정도 후엔 식량을 구하러 가야 할 지도 모른다.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내버려둔 채, 그저 멍하니 하늘을 응시했다. 그 순간 하늘에 빛줄기 몇 개가 그이는가 싶더니, 이내 유성우가 쏟아졌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저녁하늘을 밝히는 반짝임은 마치 고요한 세상을 일깨우는 것만 같아, 조금 이상한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유성우는 짙푸른 하늘을 가득 채웠고,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던 찰나, 시야가 환해졌다. 무척이나 큰 빛줄기 하나가 이쪽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저건 운석일까.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빛에 압도당해, 나는 손끝조차 까딱일 수 없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엄청난 굉음을 내며 빛은 언덕 아래로 추락했다. 한순간 대기가 진동하고, 대지가 울려 커피가 엎어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내겐 그런 것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고, 쓰러진 머그컵을 내버려둔 채 언덕 아래로 달려갔다. 왜 그리도 급했는지는 이제 와서도 잘 모르겠다. 별이 추락한 곳에는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겨났고, 그 한가운데서 무언가가 빛나고 있었다. 말찍이서 보면 그것은 마치 거대한 보석 같기도 했고, 다면체 모양으로 깎아 놓은 빙하 조각처럼도 보였다.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었다. 지상의 물건이 아닌 듯이 보이는 그것에 나는 가까이 다가갔고, 이내 알 수 없는 무언가는 발광을 멈췄다. 표면이 매끈하고 차가웠다. 방금 대기권을 통과한 물체의 온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는 듯 했다. 가장 이상한 부분은 그 안에 사람이 들어 있었단 점이었다. 거대한 얼음 안에, 아니 얼음이라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그 안에 있었다. 그의 눈꺼풀은 굳게 닫혀 있어 마치 고요한 저녁하늘 같았다. 칠흑 같은 흑색의 머리칼과 흰 피부.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선 듯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인상. 왼쪽 눈 밑에 작게 새겨진 날개 모양의 문신. 그 모든 것이 분명 이질적이었지만, 어쩐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냉동인간이 떨어지다니,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정말 세상이 멸망할 때가 다 되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내 얼음이 전부 녹아 사라지고, 그 자리엔 모로 누운 그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규칙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고, 체온 역시 멀쩡한 듯 했다. 난 일단 그를 데려가기로 정했다. 이곳은 시가지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이었고, 날 제외하고 이 근방에 사는 사람은 없었다. 쓰러진 사람을 내버려둘 수는 없잖은가. 어쩔 수 없었다. 난 그를 안아들고 언덕을 올랐다.
◆fWqqo7wFdDx 2020/01/16 06:22:00 ID : hxQmoKZh81b
2 소파에 그를 눕히고 맞은편에 걸터앉았다. 언덕이 높아 고생깨나 했다. 숨을 가다듬으려 심호흡을 몇 번 했다. 틀어 놓고 나갔던 라디오에서는 언제나와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다. 오늘은 유명한 가수와 어느 나라엔가의 국무총리가 잠들었다는 소식이었다. 전자의 경우 꽤나 파급효과가 커서, 그 사람의 팬 몇 명이 연쇄적으로 잠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애초부터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을 일이었는데, 어떻게 보도된 건지 알 수 없을 따름이었다. 라디오의 전원을 껐다. 어차피 들어봤자다. 적막이 감돌았다. 세계는 고요했고, 구원받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전 인구의 7할이 잠들었고, 그들을 깨울 방법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애초에 이 현상은 병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했다. 인류는 기이한 수면증의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애초부터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 현상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세균도, 바이러스도 원인이 아니었다. 잠든 사람은 자라지 않는다. 피부가 푸르고 투명한 결정에 뒤덮여 마치 얼어버린 것처럼 변했고, 그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채로 호흡을 이어갈 뿐이었다. 깨어난 사례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다. 죽은 듯이 잠든 친지들을 붙들고 속수무책으로 울었을 뿐이었다. 절망은 절망을 낳고, 그것은 이윽고 생명을 좀먹어 굳힌다. 혹은 영영 지워 형체조차 남기지 않는다. 고개를 젖혀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 조용히 동생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수백 번은 더 올려다 봤던 천장이 시야를 채웠다. 어쩐지 머릿속이 공허해져서 잠시 눈을 감았다. 목울대 아래로 시큰한 감각이 올라왔다. 그저 거기까지였다. 우는 법 따윈 잊어버린 지 오래였고,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도 않는다. 알 수 없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었다. 깊게 생각해 봤자다. 그저 피상을 좆고 핥으며 연명해온 세월은 길고도 짧았다. 그간 쌓아올린 겉껍질이 굳어 자신이 되었고, 원래 이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떤 것을 바랐는지, 그리던 미래는 어땠는지에 관한 모든 것을 나는 잊었다. 고통을 느끼는 법도, 우는 법도 모른다.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후회 역시도 잊었기에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이 곳에 앉아 있는 나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었다. 그리 생각하고 나면 속에서 무언가가 굳어 차분해졌다. 아프지 않냐고, 괜찮냐고 물어봐줄 사람도 여기엔 없다. 언덕에의 고립을 택한 것은 정말로 멋진 선택이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어차피 똑같은 나날들이다. 앞으로 달라질 일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다. 천천히 눈을 떴다. 형광등이 성가실 정도로 밝게 느껴졌다. 기분 나쁜 빛이었다. 소파에 미끄러지듯 몸을 눕혔다. 고통스러울 바에야 차라리 눈이 머는 게 낫다. 애초부터 빛을 알아차려서는 안 되는 거야, 형. 그 애의 모습이 시야 한 구석에 어른거렸다. 역시, 오늘도 그다지 살기 좋은 날은 아니었다. 몸이 떨리고, 시야가 흐릿해진다. 아직까지도 얼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고작 이 정도론 절망 축에도 안 든다는 것입니까, 신이시여. 정말 존재하기는 하십니까. 있다면 어찌 인간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습니까. 그런 것이 당신의 사랑이라면 필요 없으니 거둬들이십시오. 자신이 자신이길 원했던 세월에 배신당했기에, 뚫린 구멍이 메워지지 않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정말로 얼어버리길 원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곱씹을 것이 절망뿐이어서, 소파에 누운 채로 가라앉아갔다. 오늘 밤도 끝나지 않을 듯 했다. 나는 그대로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버렸다.
◆fWqqo7wFdDx 2020/01/16 06:26:23 ID : hxQmoKZh81b
#절대소녀 길들이기 #절대소년 아포칼립스의 초안이었다! 세상은 언제나와 같이 흘러갔습니다. 그 여름은 유난히도 더워서, 태양과 눈을 마주할 수 없었습니다. 매대에 멍하니 앉아 문 밖을 내다보던 저는 이내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옆에선 낡은 선풍기 한 대가 탈탈대며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지루해서 돌아버릴 것만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방학이면 뭐합니까. 할 일이 없는데. 만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이 놀러갈 가족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뒹굴대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모든 것에 금방 질려버리고 마는 저로서는 도저히 지루한 한 달을 버틸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학교가 재미있냐 하면 그것도 딱히 아니고, 따지자면 그냥 귀찮은 것뿐이라 저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fWqqo7wFdDx 2020/01/16 06:35:50 ID : hxQmoKZh81b
한번에 다 올려버리면 그냥 묻히겠지!! 그러니 오늘은 여기까지♡
◆fWqqo7wFdDx 2020/01/17 16:38:34 ID : hxQmoKZh81b
#지구멸망론자 소녀와 만나버렸습니다. #절대소년 아포칼립스를 엎어버리고 회지에 쓰려던 글 #물론 이것도 엎어졌다 1 늘어진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선풍기 바람에 비닐봉지 한 장이 날아다니다, 이내 힘없이 침대 위로 추락했다. 초여름의 기온은 의외로 높아서, 마지못해 겨우내 박아두었던 선풍기를 꺼내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침대가 있는 쪽을 한번 돌아보고는 시선을 거뒀다. 언젠가는 치우겠지 싶어 놔 두기로 했다. 나태함이 허락하지 않을 정도의 더러움이 찾아올 때가 있을 테니, 그 때 가서 어떻게든 하면 된다. 당장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이것도 참 중증이네. 중얼댄 말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모니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적당히 틀어 놓은 영화가 눈앞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우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았다. 미지근했다. 왕도적인 신파. 적당한 유대. 나름 출중한 외모의 배우. 그냥저냥한 전개의 재난 영화. 배우의 연기력이 살린 작품. 그것을 살렸다고 말할 수 있는지 나로선 잘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영화는 그런 평을 듣고 있었다. 결제까진 해도, 과연 소장할 가치가 있을지 고민하게 되어버린다. 딱 그 정도였다. 총체적으로 보아 밍밍하다.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삶들이 모여 터지고 만 것 뿐이다. 수많은 마음이 갈라지고, 으스러지고, 무너지고 - 그런 이야기를 한가롭게 팝콘이나 씹으며 볼 정도로 난 성실하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그리 생각하고 나서부턴 작품을 좋게 볼 수 없었다. 회의감에 삼켜지고 말았다. 영화를 끄고 인터넷을 켰다. 시계가 오후 다섯 시를 알렸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창밖에선 햇빛이 잦아들고 있었다. 창가의 암막 커튼을 걷어내고서야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 감각이 희미해진 건 언제부터였는가. 기억해내려 했지만, 역시 쓸모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스스로의 게으름을 돌아볼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다. 쓸모없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생각해낼 기력이 없는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포기하기로 했다. 이렇게 회의감을 곱씹는 것조차 잠시 후면 질려버릴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포기하는 것은 익숙하다. 한두 번이 아니다. 무심히 스크롤을 내렸다. 익숙한 글이 올라와 있었다.
◆fWqqo7wFdDx 2020/01/17 16:39:14 ID : hxQmoKZh81b
「멸망을 맞이합시다.」 「오는 12월, 지구는 멸망합니다. 이에 대한 천문학적인 근거로는 - 」 「멸망은 인간에게 내려진 시련이자 축복으로써 - 」 몇 달 전부터 게시판에서 꾸준히 지구멸망을 주장하는 녀석이 있었다. 며칠을 간격으로 올라오는 게시물은 꽤나 그럴 듯한 어투로 써져 있어, 내가 과학이나 천문학에 무지한 편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봐줄 만한 편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어그로로 취급하던 사람들도 그 꾸준함에 이끌린 것인지, 관련 분야의 학부생이나 자칭 전문가들이 나타나 댓글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지경까지 오고야 만 것이다. 나날히 불어나는 댓글과 게시자의 열정적인 답변을 보고 있자면 참 할 일도 없구나 싶었다. 애초에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내겐 상관없었다. 살아 있어 좋은 것이라곤 얼마 되지 않는다. 푹 잘 수 있다거나, 게임을 할 수 있다거나 하는 사소한 안식들을 빼면 남는 것이 없었다. 귀찮고 같잖았다. 난 그런 주제에 삶의 가치를 이해할 만큼 명석하지도 않았고, 머리를 굴릴 힘조차 간당간당한 사람이었다. 스스로의 무기력함을 알고 있었다. 물에 물을 탄 듯한 삶을 늘어뜨려도 행복은 오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니 12월이건 13월이건 나와는 관계없었다. 차라리 깔끔하게 확 끝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다시 질려버릴 것만 같았다. 살아 있기 좋은 날이 아니다. 언제나 그랬다. "......배고파." 안타깝게도, 삶에 대한 거창한 예감이나 회의를 온전히 반영할 정도로 내 몸은 강하지 못했다. 정말 제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기나 한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지구가 멸망하든, 살기 좋은 날이 아니든 상관없다고 텅 빈 위장이 외치고 있었다. 군것질로 식사를 때운 것이 며칠째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며칠이 아니라 몇 주 정도가 지났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상 같은 것에 관심을 두는 건 너무도 번거롭지 않은가. 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하루하루를 버려가고 있었고, 이런 생활에 불만 또한 없었다. 생을 구성하는 논리에 결함이 있다 해서 죽지는 않는다. 세상은 의외로 관대했고, 그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 없었다. 터덜터덜 걸어가 찬장을 열었다. 텅 비어 있었다. 냉장고에 있는 것이라곤 생수 한 통과 아이스팩 몇 개가 전부였고, 집 안 어디에서도 먹을 만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좀 전의 그 과자가 마지막이었나 보다. 생수통을 따 몇 모금을 들이키고 나니 좀 나아진 것 같았다. 물 한 통으로 이틀 정도는 버틸 수 있지 않겠는가. 먹을 걸 사러 나갈 정도로 삶에 충실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있어 보이는 말로 자신의 나태함을 덮어 버리고 나면 마음이 편해졌다. 이대로 굶어 죽어도 나쁠 건 없잖은가. 꽤나 위험한 발상을 뇌리에 방치한 채 다시 침대로 향했다. 그 자리에서 엎어지지 않은 게 용했다. 그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었다. 시계는 벌써 밤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런 시간에 배달이 될 리도 없었고, 혼자 사는 입장인지라 심부름을 해 줄 사람 역시 없었다. 일단 자고 일어나서 내일까지 어떻게든 버티고, 낮에 뭘 시켜먹든 한 다음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 두면 될 일이다. 지금부터 푹 자고 일어나면 낮 열두 시쯤 될까. 선풍기를 침대 쪽으로 돌려 놓고는 잠을 청했다.
◆fWqqo7wFdDx 2020/01/17 16:40:12 ID : hxQmoKZh81b
"미치겠네......" 잠이 오지 않았다. 애초에 기상한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던 데다, 유월 초의 날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더웠다. 선풍기만으로 버티기엔 며칠 전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한 습도를 견딜 수 없었고, 일 년 가까이 쓰지 않은 에어컨을 틀었다가는 악취에 질식하고 말 것이었다. 그런 괴로운 죽음은 사양하고 싶었다. 주린 배가 불면에 날개를 달았고, 오랜만에 마신 물 탓인지 속이 울렁거려 편히 누울 수가 없었다. 잘 자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였지만, 오늘 밤만큼은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있는 힘껏 수면을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땀에 젖은 이마를 쓸어올렸다. 빈 속이 들끓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허기에 최악이었다. 조금 신경질적으로 지갑을 꺼내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기어코 현실에 굴복하고야 말았다. 마음의 심지가 대여섯 개쯤 꺾인 기분이었다.이렇게 된 이상 가까운 편의점을 털어 식량을 쌓아 놓을 심산이었다. 그렇게 나는 집을 나섰다. 당분간 귀찮은 일은 없기를 바라면서. 그 때쯤 눈치챘어도 괜찮았을 텐데.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서툴면, 이루어지는 과정 역시 순탄치 못할 것이 뻔하잖은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살아온 내게 운명을 피할 힘 같은 것이 주어질 리 없었다. 나의 사치를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세상은 공정했다. 참 올곧기도 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틀어박혀 살던 세월의 내가 바랐던 것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때 그 순간까지의 삶을 평화라 한다면, 언제까지고 찾아오지 않을 안식에 애도를 표했겠지. 그것이 정말 평화고 안식인지는 밀어 놓고서라도. 그날 밤, 나는 별을 만나버리고 만 것이다.
이름없음 2020/01/18 00:53:43 ID : TQla8nQoHzU
음,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거 좋아하나봐?
◆fWqqo7wFdDx 2020/01/18 02:58:23 ID : hxQmoKZh81b
좋아하는 것도 있는뎈ㅋㅋㅋㅋㅋㅋㅋ 저것들 쓸때 멸망 테마로 동아리 회지가 쓰고 싶어서 이것저것 시도해봤었어! 그때 팍 꽃혔었던 것 같아!! 물론 지금도 좋아하는 소재야ㅎㅎㅎㅎㅎㅎㅎ
이름없음 2020/01/18 07:54:28 ID : K2NwK1BbA7z
스레주는 다음편을 내놔라
◆fWqqo7wFdDx 2020/01/18 13:11:57 ID : hxQmoKZh81b
없ㅋ엉ㅋ 새로 써야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탘ㅋㅋㅋㅋㅋㅋㅋㅋ
◆fWqqo7wFdDx 2020/01/18 13:17:04 ID : hxQmoKZh81b
2 당연스럽게도 별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적당히 먹을 것들을 사들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달이 유난히 밝은 밤이었고, 드문드문 솟은 가로등이 오랜지색 빛을 내뿜고 있었다. 편의점은 집 근처의 작은 공원을 끼고 위치해 있었기에 공원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것이 편했다. 멍하니 가로수길을 걸었다. 벌레 울음소리가 주변을 메우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적막한 분위기였다. 언제나 비슷한 공원이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는데, 오랜만에 밖에 나온 탓인지 묘한 기류를 느꼈다. 별로 나쁜 기분은 아니었던지라 벤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적막이 깨졌다.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
◆fWqqo7wFdDx 2020/01/18 13:19:46 ID : hxQmoKZh81b
#미리 써놓은 지구멸망론자 소녀 중반부 씬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글! 별에는 날개 따윈 없다. 빛을 타고난 사람이라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별이야. 그런 말을 믿을 수 있을 리 없다. 불태울 마음도 뭣도 없는 무력을 어찌 삭히고 죽일 수 있는가. 혜성의 꼬리는 극저온에 가깝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나아가는 건 열정 따위가 아니다. 몸을 불사르며 나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별은 움직이지 않아, 스텔라. 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난 너의 뚱한 표정을 조금 애처롭게 바라보다 그만두었다. 이해받을 수 있을 리 없고, 조각만을 뱉어선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공원에 밤하늘이 내려앉아 녹아들기 좋은 날을 만들었다. 그리고 네가 일어섰다. "혜성은 움직이는 걸." "그건 알아." "하지만 아저씨 이름은 - " "그것도 알아. 하지만 꼭 이름대로 사는 건 아니잖아, 사람이. 나쁜 사람은 많아도 나쁜 이름은 잘 없으니까." "그럼, 혜성은 좋은 이름이야?" "......아마도 좋은 이름일 거야. 어울리진 않지만." 너의 그 가명보다는 훨 나을 것 같은데, 하고 뒷말을 이으려는 찰나, 네가 꽤나 절절히 말을 뱉었다. "난 괜찮다고 생각해." 목소리에 깊은 호흡이 섞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밤을 통째로 담은 것만 같은 무게를 지녀, 곱씹을 수밖에 없는 여운을 남기고 떠났다. 여름밤의 습한 공기가 말끝에 가라앉은 울음을 덮었다. 넌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고, 우리 둘 다 한구석에서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이 대화에 어떠한 불문율이 있기를 바랐나 보다. 상대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을 땐 서로 적당히 넘어가 주는 것이 예의다. 눈치 없는 우리들은 자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그런 것들을 조금씩 익히고 있었다. 우습기도 하다. 긍정할 순 없지만, 마냥 뭐라 하기에도 애매한 분위기를 틈타 대답을 끼워넣었다. 그럴 수도 있지. 수풀 사이로 반딧불이가 날아다녔다. 결국 그 뒤로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 세상은 아직 죽지 않았다. 멸망하기엔 너무도 이르다. 네게 그것을 전해도 들어줄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밤만은 부수고 싶지 않았다. 이것조차 너에겐 욕심으로 들릴까. 별이 빛났다. 돌아가자. 그리 말하며 너는 웃었다.
이름없음 2020/01/18 13:22:26 ID : aoK4Y2tBupW
#대학 운동소설초안 그녀와의 첫 인연은 조별과제를 위해 온 까페에서 시작되었다. 조별과제의 주제가 카지노 자본주의였고 그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도중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 서영흔씨? 그러자 그녀는 그냥 영흔이라 하소. 무신 물어볼게 있길래 그려야?라고 무심하게 답했다. 그 금융자본의 힘이 키워지면서 이른바 금융화가 진행되어 종국엔 어찌될거 같나? 내가 위와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녀는 지금 금융, 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일은 자본주의의 자기파괴가 일어나려는 상태 아니 자본주의 스스로 자기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여겨 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사건들이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는 신호탄이고 새 시대가 결국엔 나타날거라 봐. 차를 마시며 나는 그녀가 한 말중에 자본주의의 자기파괴, 새 세상 이 두 단어를 매칭해보았다. 이걸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하다 나는 답에 대한 새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 새 시대가 사짜로 시작되는거야? 네가 생각한 그게 맞아. 그녀는 망설임없이 답했고 나는 그럼 사회주의자인가 뭔가 그거고? 물으니 그녀 말하길 그렇소 나는 사회주의자요!라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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