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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돌박이 2020/02/18 04:37:12 ID : RyGoJTXyZdz
나혼자 쓰는거지만 난입도 환영이야, 갑자기 좋은 시나리오가 떠올라서 무작정 쓰는거라 생각날 때마다 들러서 쓰려고 해 ------ 째깍. 째깍. 째깍 째 깍 소녀는 생각했다. 사실은 나한테도 뭔가 특별한 초능력이 있는 거 아닐까. 실수로 시간을 멈춰버린다던가, 우연한 사건으로 발현해서 나를 비일상으로 이끌고 가 주지 않을까. 중학생의 소녀라면 청춘의 한복판에 놓인 나이, 어찌보면 만화의 주인공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인데. 새벽 3시였다.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온갖 밀린 숙제와 필기가 덜 된 참고서들이 널려 있었지만, 그 무더기 가장 위에 군림하는 건 다름아닌 새로 장만한 노트북이었다. 숙제를 위한 조사랍시고 나무위키 곳곳을 뒤지기 시작한지 한 시간째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책상에 놓인, 거의 부모님 신혼 전부터 있었을 것처럼 오래되어 보이는 시계는 착실히 재깍 재깍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그 소리가 너무 성가신 나머지 뚜껑을 열고 배터리를 빼 버렸다. 주위에 정적이 감돌았다. 잠이 푸근한 이불처럼 소녀 주위의 공기를 감쌌다. 딱 5분만 잤다가... ... .. 포롱거리는 참새의 짹짹 소리. 얇은 커튼 틈으로 느껴지는 따스한 아침 햇살. 더없이 낭만적인 시작이지만, 따스한 햇살이 느껴질 정도로 해가 높이 떠 있다면 이미 대박 지각일 확률이 높다는 건 학교생활 몇 년으로 터득한 지식이다. 소녀는 부스럭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구르다가 방 밖에서 들려오는 텔레비전 소리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엄마가 지금까지 날 안 깨운 건 아닐 테고... 부스스한 머리를 털던 소녀는 그제야 어제 불타는 토요일을 보냈던 기억들을 되새기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뭐야, 아직 주말이야? 다행이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창밖의 불길한 참새소리를 듣고 겨우 일어나서 한다는 말이 이런 어색한 혼잣말이라니. 금 같은 일요일의 절반이 벌써 날아가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 소녀는, 급하게 대충 바지만 갈아 입고 잠옷 윗도리는 패딩으로 덮어입었다. 거실에서 소리 지르는 남동생을 뒤로하고 미적 미적 현관을 나서던 소녀의 발걸음이 유독 무거워 보였다. 소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상가로 나가는 게 귀찮기는 했지만, 더 이상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는 그 죄책감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바삐 걸음을 옮기던 소녀는 집 밖으로 나가자 어느 방향으로 갈지 조금 망설이다가, 어제의 폭설로 아직도 길가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눈 더미에 소심하게 다가가서 꾹꾹 밟아 보더니, 이내 사거리가 있는 시장 쪽 길을 택했다. 사거리는 주중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평소에는 등교하는 아이들 몇몇만이 지나가던 길이었으나, 이번에는 명동에라도 온 것마냥 사람들이 무리지어 오가고 있었다. 별것도 없는 시장가인데 갑자기 다들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 건지 근처의 국수집이나 자주 들르던 빵집들이 전에 없이 북적대는 것이었다. "어, 야, 눈 오는데?" "또? 오늘 온다는 얘기 있었던가..." "너무 많이 내리면 우리도 집에 들어가야 해, 수빈아."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소녀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자그마한 눈 부스러기처럼 보이는 것이 눈썹에 내려앉았다. 일기예보도 예상치 못했던 소나기같은 눈이 찔끔 찔끔 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떨어지는 눈송이를 가까이서 관찰하며 소녀는 답지 않게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건, 전에 여행지에 가서 봤던 만년설만큼 새하얀 눈이 아니었다. 친구가 보내줬던 캐나다 사진처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내리는 여우비같은 눈도 아니었고, 오히려는 미세먼지를 씻어내리며 먼지를 가득 머금은, 재미로도 먹어선 안 돼는 눈이었다. 더럽다고도 할 수 있을 눈. 그런데도 "눈...." 살면서 처음 본 풍경도 아니었고 특별하다고도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사거리를 채운 사람들과 낱개로 바람에 휘날리는 눈 송이. 그런데도 갑자기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눈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처럼 보이게 했다. 공중에 멈춰있는 빗줄기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저런 철학적인 생각들을 하며 행인들 사이를 거니는데, 갑자기 눈송이 하나가 공중에 멈췄다.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그 눈송이에 조금 더 다가간 소녀는 주변의 정적을 조금 늦게 알아챘다. 눈송이는 광활한 세상 속 어딘가에서, 어느날, 갑자기, 멈췄다. 공중에. 그리고 멈춘 것은 그 한 눈송이만이 아니었다. 소녀가 알던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순간,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섰다. 소녀는 어지럽고, 또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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